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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 김범재

▲ 김범재
어떤 미인이 다이어트를 하다가 영양실조로 굶어 죽었다. 어느 특정 후보를 위해 지나치게 지지하다 독이 되어 낙선의 빌미를 제공한다. 이럴 때 흔히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을 쓴다. 이는 “지나친 것보다 미치지 못하는 것이 낫다.”라는 뜻으로 잘 못 알고 사용하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예를 들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다가 너무 지나쳐 오히려 건강을 해쳤다거나, 음식을 적당히 섭취해야 영양에도 좋은데 너무 많이 먹어 영양 과잉으로 다른 병을 유발할 경우 등을 말한다. 그리고 정치가들이 너무 도에 넘치는 지나친 말을 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볼 때 흔히 쓰고 있다.

 

그런데 이는 과유불급의 본뜻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과유불급은 논어에서 나온 말이다. 논어 선진 편에 보면 <子貢問師與商也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曰, 然則師愈與. 過猶不及> 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 말을 해석하면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자 중에 자장과 자하가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어질고 낫습니까?”라고 물었다. 이는 전기 제자인 자공이 스승에게 후기 제자들에 대해서 물은 것이다. 그러자 스승 공자가 대답을 했다.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러자 다시 물었다. “그럼 자장이 낫단 말씀입니까?”하니까 공자는 “아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라고 대답했다. 과유불급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자 유(猶)자의 훈(訓)을 보면 ‘오히려’, ‘차라리’, ‘같다’ 등의 뜻으로 쓰인다. 즉 부사로 쓰일 때는 ‘오히려’, ‘차라리’가 되지만 서술어로 쓰일 때는 ‘같다’로 해석해야 된다. 그러므로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라는 해석은 잘 못 된 것이며, “지나침과 모자람은 같다.”로 해석해야 맞다. 따라서 “지나친 것보다 미치지 못하는 것이 낫다.”라는 뜻이 아니라 “지나친 것과 미치지 못하는 것은 같다.”라는 뜻이다.

 

조선조 황희 정승이 길을 가던 중 소 두 마리를 몰고 밭을 가는 노인을 만났다. 그래서 황희가 그 노인에게 물었다. “두 마리의 소 가운데 어느 소가 더 밭을 잘 가오?” 이 말을 들은 노인은 밭에서 나와서 귓속말로 오른쪽 소가 더 잘 간다고 했다.

 

그러자 황희가 밭에서 말해도 되는데 왜 밖으로 나와서 말을 하느냐고 하였다. 농부는 소도 귀가 있는데 잘한다고 해야 좋아하지 못한다고 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황희는 정치를 하면서도 이 말을 되새겨 후세에 청렴결백한 재상이 되었다고 한다.

 

밭을 가는 노인도 이것을 아는데 공자께서 자공에게 두 제자 중 누 가 더 났다고 얘기를 했겠는가.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잘 못된 해석을 인용해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라는 뜻으로 잘 못 사용하고 있으니 무척 안타깝다.

 

골프는 공을 홀 안에 넣어야 되는데 홀에 미치지 못한 것을 지나친 것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가? 차이가 얼마가 되든 미치지 못한 것이 나 지나친 것은 똑같다. 공자 말씀대로 우리도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던지 보양식을 먹던지 어떤 일을 하던지 과유불급하게 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일생을 살자.

 

△김범재 씨는 전북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평생교육원에서 한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교육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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