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는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대선이 1년 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연초부터 많은 잠룡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찍부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서는 여권 대선후보 간 경쟁구도 변화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해 총선 이후 민주당 중심의 일당 독주체제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제3후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 의원들은 쉽게 선택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세론’을 구가했던 호남 출신 이 대표가 있는 상황에서 전북 출신 정세균 총리가 제3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전북 정치의 선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야 하지만, 낮은 지지율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SK계(정세균계) 의원들이 주축인 ‘광화문 포럼’을 비롯해 이낙연 대표 특별보좌단 등 여러 조직·모임에 ‘이중·삼중 호적’을 유지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이들 의원들은 여권에서 누가 유력 대권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최종 선택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0대 대선 경쟁구도의 변화에 따른 전북 정치권의 움직임을 조망해본다.
△ 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 유지 어려울 전망
새해부터는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양강구도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유력 잠룡들이 경쟁구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데다, 지난해 코로나19와 경제악화 상황, ‘추미애-윤석열 대전’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두 주자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서다. 대선을 1년 이상 앞둔 시점에서 후보의 성향이 자세히 드러나는 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후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 국민 눈높이에 맞는 ‘촌철살인 발언’과 현장 중심 행보로 대세론을 형성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폭등 등 경제악화 상황에 대안으로 내세울 만한 ‘이낙연 표’ 정책브랜드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여권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구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계속 떨어지는 여권 지지율과 개인지지율이 연동돼,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기본 시리즈’로 자신만의 정책브랜드를 구축하고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수도권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주도하며 존재감은 부각했다.
하지만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지지를 얻기엔 여전히 간극이 있다.
특히 최근 ‘추미애 장관-윤석열 총장 갈등’ 국면에서 이 대표에 비해 공세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아 정치적인 실리는 챙겼으나, 친문에 밉보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 지난 2017년 당내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거칠게 경쟁했던 이력과 과거 형수에 대한 욕설 사건 등으로 굳어진 호전적인 이미지가 한계로 부각된다.
이 대표와 이 지사 모두 공통적으로 직면한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있다. 두 사람 모두 20% 안팎의 박스권 지지율에 갇혀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지지층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점화하면 양강구도를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며 “두 주자보다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후보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 새해 양강구도 깰 제3후보 등장 가능성
이런 가운데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양강구도를 깰 제3후보론의 불씨를 키우는 모양새다.
일단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불출마 선언 이후 관망 모드지만, 여전히 이들이 대권주자로 내세울 후보들은 계속 거론된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원조 친노(친노무현) 이광재 의원, 86운동권 그룹의 상징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그들이다. 정 총리와 이 의원, 이 장관 역시도 지역 행보와 출판 등을 통해 대권 도전의 자락을 깔고 있다.
서울시장 보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던 추미애 장관도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대전을 통해 친문 권리당원의 지지세가 높아져 대선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밖에 전북 장수 출신인 박용진 의원(재선)도 세대교체를 내걸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들 대권 잠룡들은 새해부터 친문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 전북 정치권 최대 관심사 정세균 총리
전북 정치권은 제3후보로 거론되는 다른 인물들보다 진안 출신인 정 총리의 행보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대선배’를 제쳐두고 다른 대선주자를 맹목적으로 지지하기 어려운 현실 탓이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2012년 종로에 출마하기 전 고향인 진안에서 4선 의원을 지냈다.
이에 따라 정 총리는 여전히 지역 정치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총선 직후 정 총리 주재 하에 지역구 의원들이 도당위원장 선출 방식이나 지역 현안을 논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구 의원들과 자치단체도 이따금 정 총리에게 지역 현안에 대한 민원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런 정 총리가 내년 2월~3월 개각과 맞물려 당에 복귀할 경우 지형이 크게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총리는 지난해 말부터 영·호남 광폭 행보를 하며 민심 끌어안기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2017년 발생한 포항 지진 피해현장을 방문해 “포항의 사위”라고 소개했으며, 같은 달 24일에는 고향 전북을 찾아 새만금 개발 상황, 익산 장점마을 암 사태 등 민감한 지역현안을 살폈다.
게다가 문 대통령에게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사퇴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내각 2인자로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이는 윤 총장의 법무부 징계조치가 무산된 상황에서 균형감 있는 조정시도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정 총리의 행보에 발맞춰 SK계 의원들과 지역조직들도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한 자리수에 머물러 있다. 결국 낮은 대중적인 지지율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이다. 또 정 총리가 코로나19 방역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방역 성과가 그의 정치적인 운명을 가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어떤 줄에 서야 하나’… 갈팡질팡하는 전북의원들
누가 유력 대권후보로 거듭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북 의원들은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들 의원들은 전남 영광 출신인 이 대표에게 올인하는 광주·전남 의원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북 의원들은 지역 정치권 선배인 정 총리에게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는 상태다. 이들 의원들은 대권후보들과 관련이 있거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모임에 두루두루 발을 걸쳐놓고 있다.
특히 안호영(완주진안무주장수)·신영대(군산)·이원택(김제부안) 의원이 가장 많은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우선 안 의원은 SK계가 주축인 ‘광화문 포럼’의 간사를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 SK계로 분류된다. 또 김근태계 의원들이 주축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과 진보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더좋은 미래’(더미래)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의 특별보좌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 의원과 이 의원은 친문(친문재인) 싱크탱크 ‘민주주의 4.0연구원’에도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들 의원은 안 의원과 마찬가지로 민평련 멤버이기도 하다.
안 의원과 함께 SK계로 분류되는 김성주 의원(전주병)은 광화문 포럼과 함께 더미래에도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의원들은 굵직한 모임 한 곳씩만 몸담고 있다. 김윤덕(전주갑)·김수흥(익산갑)·윤준병(정읍고창)의원은 ‘광화문 포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들 의원 가운데 김수흥·윤준병 의원은 대외적으로 중립을 표방하고 있으며, 김윤덕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내고 대표적인 친문인사로 거론되는 한병도 의원(익산을)은 ‘민주주의 4.0연구원’ 멤버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상 유력 대권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북 의원들의 이런 움직임도 새해에 치러지는 대선 경선을 앞두고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선통과 가능성이 높은 대선후보 캠프에 승부수를 던진다는 것이다. 역대 대선 때마다 유력 후보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등을 맡아 정치적인 미래를 보장받는 관행에 따른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시기가 임박할 수록 본격적으로 미래 권력을 중심으로 배타적인 세력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 때 철저하게 힘의 논리에 입각해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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