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배수로에 옹벽 쌓은 후 경사면에 블록 박고 고정 위해 시멘트 발라
농민 “기존 논둑 폭 넓어져 물 빼기 작업 어렵고 집중호우시 범람 우려”
농어촌공사 “현장 여건·경제성 등 따져 공법 선택, 기술적 검토도 거쳐”
40년 넘게 아무 이상 없이 농사를 지어온 논에 원치도 않은 배수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농민이 애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4일 익산시 월성동 신화마을 인근의 한 논두렁.
이곳에서 48여년간 농사를 지어왔다는 윤모씨(80)는 “80년 평생 이런 배수로 공사는 처음 봤다”며 혀를 끌끌 찼다.
윤씨의 논에 접해 있는 배수로는 약 55cm 높이까지 옹벽을 쌓고 경사면에 블록이 설치되다 중단돼 있었다.
배수로 전체 길이의 3분의 2가량 지점까지 블록이 경사면을 뒤덮고 있었고, 블록 고정을 위해 시멘트가 발라져 있었다.
논두렁 곳곳에는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윤씨 명의 팻말이 세워져 있었고, 배수로를 가로지르는 농로에는 ‘농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배수개선 사업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윤씨는 “배수로 공사를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농어촌공사에서 알아서 공사를 했고 원래 80cm 정도였던 논둑 폭이 약 3m 가량으로 넓어져 논 물 빼기 작업이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또 “올해 3월께부터 공사를 한 것 같은데, 비슷한 시기에 공사를 한 인근 몽환마을의 경우 옹벽을 1m 25cm 높이로 설치하고 블록은 박지 않았는데 이곳은 세상 처음 보는 방식으로 공사를 하기에 당장 중단을 요구했다”면서 “이대로 가면 물 빼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름철 집중호우에 배수로 물이 논으로 넘쳐 흐를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 관계자는 “배수로 정비 공법 중 현장 여건과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복합단면 방식으로 설계되고 시공된 것으로, 예산도 1억원 이상 절감했다”며 “사전 통수량 산정이나 홍수 배제 등 배수기능 관련 기술적 검토를 마쳤으며 이를 해당 민원인에게 누누이 설명을 드렸다”고 해명했다.
또 “해당 민원인이 워낙 완강하게 공사를 반대하셔서 일단 보류된 상태지만 공사 일정이 2025년까지 돼 있기 때문에 그전에 협의·설득 과정을 거쳐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만약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전체 구간의 3분의 2정도 블록을 설치한 현재 상태로 마무리 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