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김은선
지난 10월 29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아트컴퍼니 두루의 어린이창작뮤지컬 <키키랜드> . 세 주인공 다빈, 하나, 태민은 일곱 살이다. 어른에게는 ‘미운 일곱 살’, 어린이에게는 ‘질풍노도의 시기’ 그 일곱 살 말이다. 유치원에서는 가장 어른(?)이지만, 아직은 취학 전. 닥쳐오지 않은 학교라는 세계에 불안한 시기. 일곱 살은 엄마도 선생님도 아닌 내가 무언가를 해내는 것이 중요한, 주도성 발달의 때이다. 하지만 여전히 동생들처럼 엄마와 선생님의 케어와 관심을 받고 싶다. 헌데 동생들만큼 당당히 요구하기엔 뭔가 멋 적다.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일곱 살이나, 글자를 읽고 쓸 줄 모르는 일곱 살이나 혼돈은 기본 값. 친구랑 노는 재미를 알아버렸다만 너는 왜 내가 아닌가! ‘너’라는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알쏭달쏭 좌충우돌.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는 질풍노도의 시기, 일곱 살! 키키랜드>
‘키키랜드’는 이런 일곱 살 다빈이 주인인 공간이다. 현실과 비현실에 살짝 걸쳐진 이곳은 장난감과 게임기를 맘껏 갖고 놀 수 있는 천국! 그러나 이 풍요로운 장난감과 게임기는 다빈의 부모가 함께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반증이다. 극의 도입부, 다빈은 캠핑을 못 가게 되면서 키키랜드로 들어간다. ‘키키랜드’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노는 다빈이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괴물이 산다고 알려진 이 키키랜드에 두 친구, 용감한 하나와 쭈뼛대는 태민이 찾아온다. 다빈은 함께 놀기는커녕 괴물인 척 두 아이를 골탕 먹이곤 쫓아낸다. 그러나 하나와 태민은 장난감 하나 없이도 ‘친구랑 함께 있으면’ 재미나게 놀 수 있음을 보여준다.(관객들과도 함께) 이를 보던 다빈이 동참해 보지만, 이내 오해를 사게 되고. 세 아이에게 시련이 닥친다.
어린이극임에도 입체적인 인물 묘사가 일품이다. 가령, 하나는 괴물이 산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키키랜드에 태민을 이끌고 들어갈 정도로 용감하다. 그러나 성급하게도 다빈이 태민이와 똑같은 파란 탱탱볼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다빈을 도둑으로 오해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장난감들도 다 훔친 것 아니냐고 다빈을 도둑으로 몰기까지 한다. 태민과 하나가 가버린 뒤, 혼자 남겨진 다빈이 나도 너희랑 안 놀겠다며 입을 삐죽거릴 때 객석의 아이들은 다빈의 편이 되어 외친다. “문을 잠궈!” 어떤 어린이들은 얼마나 딱했으면 “같이 놀자!”고 다빈을 위로하기도 한다.
나중에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오해임을 알게 된 아이들은 다빈에게 탱탱볼을 돌려주려고 갔지만 이미 마음이 상한 다빈은 아이들에게 “필요 없어! 가버려!” 라고 한다. 어른이라면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발걸음을 돌리는 하나를 놀랍게도 태민이 붙잡는다. 이제 담을 사이에 두고 앉은 아이들. 다빈이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 놓자 반대편에 앉아 있던 아이들은 다정하게 다빈에게 손을 내민다.
하나와 태민, 앞에서 둘이 부르던 ‘친구랑 함께 있으면’ 넘버가 리프라이즈가 되면서 세 아이가 화해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아름답다. 셋이 함께 벽돌블록을 함께 무너뜨린 뒤 어울려 놀면서 부르는데 마치 창작동요처럼 노랫말 맛이 고소하고 멜로디가 귀에 착착 감긴다.
일곱 살 뿐 아니라 이제 막 친구들과 만나 대혼란이 시작된 다섯 살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공연이었다, 어린이의 세계에 대한 진지하고 아름다운 창작진(민미정 작ㆍ작사, 김미경 작곡, 김소라 연출)의 탐색과 이에 대해 진지하게 호응하는 어린 관객들의 열띤 지지와 응원 또한 뭉클했다. 이런 공연은 언제나 반갑고! 고맙다! 또 와 주렴!
극작가 김은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아르코 · 한예종 뮤지컬아카데미 4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