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6-06-17 23:09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사설

[사설] 늑장 선거구획정, 풀뿌리민주주의 훼손이다

국회의 고질적인 ‘늑장 선거구 획정’ 병폐가 올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국회는 선거를 불과 40일 앞둔 시점에서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구 획정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늑장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전북자치도 조례가 선거일 한 달여 전인 4월 말에야 도의회를 통과하는 파행이 빚어졌다. 법정 시한(선거일 전 180일)을 대놓고 위반한 직무유기이자, 지방선거를  중앙 정치에 종속시킨 오만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이 초래한 혼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와 후보자들에게 전가됐다. 군산의 경우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정수가 각각 1석씩 확대되는 등 도내 곳곳에서 의원 정수 조정과 무리한 선거구 통폐합이 급박하게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기존 선거구를 중심으로 땀 흘려온 예비후보들은 뛸 운동장을 잃고 방황했으며, 유권자들은  내 지역구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모른 채  ‘깜깜이 선거’를 치러야 했다. 완주군의 사례처럼 무려 5개 읍·면을 하나로 묶는 기형적인 ‘거대 통합 선거구’의 등장은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의 당선자 전멸과 ‘지역 소외’라는 대의제 왜곡 현상까지 낳았다. 선거구를 인구수에만 짜 맞춰 기계적으로 통합하다 보니, 생활권이 전혀 다른 소외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반영될 통로를 잃게 된 것이다.

유권자를 안중에 두지 않은 선거구의 졸속 늑장 획정은 유권자의 알 권리와 참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인 동시에 인지도와 조직력을 갖춘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신진 정치인의 진입장벽을 한층 높이는 불공정을 낳는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선거구 실효 사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며 개선 입법을 촉구했음에도, 국회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외면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 행위를 방조했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당과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구 변경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 제공 방안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는 공직선거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인구 변화에 능동적이고 상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회의 정치적 담합과 상관없이 독립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법정 기한 내에 선거구를 강제 확정할 수 있도록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더 이상 국회의 태만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멍들게 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Second alt text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opinion@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