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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정치 철학적 사유와 좋은 사회 조건”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오래전에 읽었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이 문득 떠오른다. 좋은 정치는 무엇일까? 모든 시민이 만족하는 현실사회는 존재하는가?라는 원초적인 자기 질문을 가져본다. 우선 그는 몇 가지 철학을 기초로 정의를 설명하였지만, 여기에서는 세 가지를 통해 현실과의 조화가 가능한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샌델 교수는 최대 다수의 행복과 절대다수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공리주의를 설명하였다. 실제 오늘날에도 공리주의 철학은 정책입안자, 경영자, 일반 시민(단체) 등에서 최대 다수의 논리가 절대적으로 작동된다. 그러나 모든 논리에 비용 편익으로 정책적 판단을 한다면 소수자나 정책소외자(여성. 장애인 등)들의 상황이 매우 달라질 수밖에 없는 모순이 뒤따른다. 오늘날 민주주의 제도 속에 다수의 행복이란 측정될 수 없는 판단들이 개인의 자유, 소수자의 인권 문제 등에 있어 때때로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개인의 이익추구를 위해 공정한 규칙과 인간의 이성을 근본으로 하는 칸트주의를 설명하였다. 칸트는 인간의 존엄을 강조하였는데 그게 현대의 보편적 인권 개념이다. 인간은 어떤 도덕적 동기에 따라 자율적 이성을 바탕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은 완벽한가, 도덕적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자율적 이성에서의 정언명령과 가언명령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냐 하는 점이다. 인간의 행동준칙(황금률)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인간의 좋은 삶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의 정치를 설명한다. 요즘 말하는 소득. 부. 기회. 분배 정치와는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 정치 연합과 그에 따른 영광의 분배를 정치의 목적으로 설명하였다. 이는 요즘의 민주주의와 정치적 상황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를 분석하지만, 샌델 교수는 그 사회가 처한 상황과 실천적 현실 그리고 소수자의 인권이 균형을 이루는 사회구조가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이다. 또한, 그 사회가 균형을 이루려면, 사회현상에서 올바른 조화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보았다. 현실에서 좋은 사회 조건이란 무엇일까. 김대중과 노무현 정치에서 참고할 수 있다. 김대중 정치는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보았다. 어느 분야든 서생과 같은 양발의 원칙과 상인과 같은 양손의 현실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정치에 있어서 이 두 감각이 조화로운 사회 조건으로 매우 필요하다고 보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민 정치는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만들고 싶었던 그의 고민을 좀 더 현실적으로 제시하였다.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을 실천하고자 했으며, 중소업체와 서민이 좀 더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경제 민주화, 국민의 삶을 위한 복지 정의, 공정한 정치 개혁 등을 제시했다. 그는 멀리는 국민의 꿈과 같이, 작게는 시민의 꿈이 같아야 한다고 보았다. 김대중의 대중 정치, 노무현 서민 정치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사회 조건에 대한 영감을 제시하고 있다. 요즘 따라 말의 성찬보다는 행동하는 정의가 필요하다. 결국, 좋은 사회 조건은 시민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오철기 (사)전북시민참여포럼 공동대표∙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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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7 15:21

발칙한 상상 3. 의대 정원을 왜 늘려?

의사들이 파업을 한다 하고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만민이 평등하다는 법 위에 선 자들이다. 의사 판사 검사 모두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해 발광이다. 우리나라 카르텔의 최정점에 있는 그들은 모두 치외법권에 있는 것 같다. 그림도 그려주고 동영상도 만들어 주는 창작 AI시대에 문제은행을 달달 외워 국시 통과하면 연봉 수억 원이 보장되는 의사가 과연 언제까지 무풍지대일까?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해 갈수록 늘어나는 적자로 건강보험재정과 국가재정이 곧 고갈될텐데 연봉 수억 원에 차와 집과 별장을 준다 해도 지방에는 내려오지 않겠다는 저 의사들에게 과연 뭘 더 기대하겠다고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인가? 의사 수를 늘려 희소성을 없애겠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걸 걱정해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1분 진료받는 환자들은 끝까지 호구인가? 넉넉 잡아 3분이라 해도 겨우 30초나 환자를 쳐다보고 이야기할까 나머지는 컴퓨터 모니터만 보는데 과연 그 모니터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 피와 오줌 분석과 같은 임상 결과와 영상판독 결과, 그리고 질병에 맞게 세팅이 된 처방전이 들어 있을 것이다. 모니터는 데이터이다. 데이터의 질과 양과 분석은 의사보다 AI가 뛰어나다. 이미 2018년 IBM에서 만든 왓슨이라는 영상진단 AI에 베테랑 영상의학과 의사가 완패당한 바 있다. 또한 고령자들 병은 당뇨 고혈압 등 대체로 비슷해 재진부터는 AI에 맡겨도 상관없다. 의지만 있다면 오히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연결해 자동 처방하면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개 질병으로 인해 약 사이 부작용 없이 최선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각 개인 질병 추이를 계산해 맞춤형 치료와 예방 솔루션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의사보다 간호사가 더 필요한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오가기 힘든 노인이 많아지면 각 가정을 방문해 계호하는 가정방문 간호사가 더 필요하다. 그러기에 미래 한국 사회의 지속성과 국가재정을 위해 현 정권에 의해 거부권이 행사된 간호사법이 간호사의 역할을 더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개정 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미 코로나 시기에 확대되었고 시행에 별 문제가 없었던 원격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 정책이 대한 의사단체의 반대로 거기에 투자한 기업들이 망하고 있다. 과문하지만 AI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수술처럼 손을 쓰는 의사와 연구하는 의사를 제외하고는 법과 제도가 보장하지 않는 한, 의사는 잉여자원이 될 것이다. 의사라고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생산재라기보다는 소비재로서 의료계에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몰리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SKY 이공계를 자퇴하고 의대를 진학하려는 N수생의 행렬을 막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비정상적인 산업구조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의대 정원을 동결하면서 AI진료를 확대하고 간호사 역할을 늘리면 일타 삼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 참, 전교 1등짜리 의사들이 레이저로 점이나 빼고 보톡스나 주사하는 게 폼이 나나? 타투처럼 그 정도는 간호사나 에술가들에게 넘겨도 좋지 않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눈썹 문신을 병원 밖에서 하고 있다. 20~30등도 먹고 좀 살자.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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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7 15:21

농산어촌 선거구 개악, 지역소멸 부추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전남 국회의원들이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어촌 말살과 지역소멸을 부추기는 선거구 개악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전북을 비롯한 호남의원 14명이 참석해 "이번 총선이 지난해 12월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가 제출한 안대로 치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선거구획정위의 안은 농산어촌 지역 대표성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거제 논의 과정에서 지방소멸 대응과 지역 간 균형발전이라는 대의 원칙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산어촌지역 선거구 축소 문제는 여야를 떠나 전국 공통의 시급한 현안이다. 이대로 가다간 지방소멸과 해체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중앙선관위 획정안에 따르면 강원도에는 서울 면적의 8배에 달하고 영동과 영서를 가로지르는 기형적 형태의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선거구가, 경기 북부에는 서울 면적의 4배에 달하는 '포천·연천·가평' 선거구가 각각 생긴다. 강원도의 경우 6개 시군이 한 지역구가 된 것이다. 또 전남에서도 4개시군으로 이루어진 해남군·영암군·완도군·진도군 지역구가 나왔다. 전북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정읍시·고창군, 남원시·임실군·순창군, 김제시·부안군,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 등 4개 선거구가 통합을 통해 정읍시·순창군·고창군·부안군, 남원시·진안군·무주군·장수군, 김제시·완주군·임실군 등 3개 선거구로 되면서 4개 시군을 묶는 선거구가 2개 지역에 이른다. 공직선거법 제25조 ②항은 “국회의원 지역구의 획정에 있어서는 인구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 규정일뿐 강제규정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획정위는 인구만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정했다. 인구의 도시 집중이 심각한 상황에서 유권자의 평등권 보호에 치중하다 보면,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자기 지역의 이익을 대변할 국회의원을 선출할 수 없게 된다. 농산어촌 선거구를 감축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아무리 여야간 협상이 급박해도 선거구 개악으로 인해 지역소멸을 가속화시켜선 안된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지방도 죽이고 도시권도 죽이는 공멸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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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2.27 13:31

새만금 산업단지 안전관리 이대론 안된다

새만금산업단지에 대한 개발과 관리를 지난 2016년 새만금개발청으로 일원화한 것은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새만금 산업단지 개발.관리를 한곳에서 총괄함으로써 보다 속도감 있는 사업추진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새만금 산업단지 18.5㎢와 일부 관광지구(9.9㎢)의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해제하고, 산업단지 관리권도 전북도에서 새만금청으로 이관하는 등 사업추진 체계를 일원화한 것은 나름대로 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새만금개발청 내에 기업 관리 및 지원 등의 전문성을 가진 인적 자원을 확충하거나 한국산업안전관리공단과 같은 전문기관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대두됐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 등 가스·화학물질 사고를 비롯한 산업재해 위험 요소가 커질 수밖에 없기에 이젠 단순히 기업유치를 통한 분양에만 초점을 둬선 안되고 새만금산단의 안전관리도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다. 안전관리 전담자를 배치하는 등 구체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일반국가산단과 달리 새만금산단은 새만금특별법에 따라 새만금개발청이 인허가 및 관리권자다. 따라서 전문기관 위임 없이 직접 산단의 조성·관리를 맡고있다. 새만금개발청이 산단 관련 행정절차를 밟거나 예산을 확보하는 등 여러측면에서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나 문제는 국가산단을 전문적으로 관리한 경험이 적다는 거다. 입주 심사부터 운영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산단의 안전이나 세부적인 운영관리 등은 아무래도 전문기관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국가산단 전문기관인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등과 인적교류를 확대하거나 서로 협업을 통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데 전국 46개 국가산업단지를 조성·운영하고 있다. 만일 새만금산단의 안전관리 등에 대해 새만금개발청과 적극적인 협업이 이뤄질 경우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전문기관의 관리와 도움을 받을 경우 기업 경쟁력 강화는 자명한 사실이다. 안전 문제 등 산단 관리의 취약한 부분은 즉각 보완해야 한다. 그런점에서 새만금개발청이 산단 관리 전문기관과 적극적인 협업 방안을 바로 찾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27 12:03

새만금 신항 컨테이너 부두 먼저 건설하라

컨테이너는 반복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가진 상자 모양의 큰 수송 용기다. 물품의 수송이 용이하고 운송 수단을 바꿀 때 용이하게 취급되도록 설계된 운송기기다. 컨테이너의 운송은 항만 하역 작업을 노동 집약적에서 기계화 방식으로 전환하고 복합 운송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수송 패턴으로 도입됐다. 컨테이너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크레인과 인력을 동원해 하역 작업을 해야 했다. 물건을 배에서 내리는 작업을 감독하느라 인력과 시간이 소요됐고 하역 이후 육상 교통으로 환적할 때도 어려움이 많았다. 많은 사고는 물론 새어나가는 물자의 손실이 컸고 배는 항구에 오래 정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컨테이너가 보급되면서 규격화된 크레인과 수송 체계로 하역 과정이 단순화됐고 비용도 크게 감소했다. 화물 운송의 컨테이너화가 이뤄지면서 전용 크레인으로 컨테이너를 배에서 트럭으로 바로 옮겨 운송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필요한 인력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동시에 화물선 또한 항구에 오래 정박하면서 짐을 오르고 내릴 필요가 없어졌다. 표준화, 규격화된 컨테이너의 운송은 운송수단간 환적이 용이하고 대량 수송이 가능, 물류 비용이 절감된다는 차원에서 세계 무역의 추세가 컨테이너 수송 체계로 이미 전환된 지 오래다. 때문에 컨테이너를 취급하는 전용부두는 국제 무역항을 상징한다. 그러나 125년이라는 유구한 개항 역사를 가진 군산항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난 2004년 컨테이너 전용부두가 개설됐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00TEU급 2개 선석의 규모로 문을 열었지만 토사매몰 현상으로 인한 수심 악화로 겨우 1000TEU급 컨테이너선만 드나들고 있다. 컨테이너선의 운항 생명인 정시성(定時性)은 확보가 어려웠고 그나마 1개 선석은 일반화물 부두로 전환돼 무늬만 컨테이너 전용부두로 전락했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도내 컨테이너 수출 물동량의 98.5%, 수입 물동량의 96.1%가 부산항, 광양항, 부산신항 등 다른 항만에서 취급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특히 전체 수출 물량 18만2806TEU(2022년 기준)의 21.7%, 수입 물량 18만2028TEU의 11.8%가 현재 군산항에 개설된 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데도 광양항, 부산신항, 부산항에서 취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입주 기업의 물류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음은 물론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만금 신항에 컨테이너 부두가 잡화 등 다른 부두에 앞서 조기에 건설돼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새만금 신항은 현재 안벽 수심이 14m∼17m로 설계돼 있다. 그런만큼 컨테이너 부두를 다른 부두에 앞서 건설할 경우 인근 동남아 국가와의 컨테이너선 항로 개설의 확대는 물론 부산항과 광양항 등과 연계되는 피더선의 취항으로 세계 시장으로 뻗어가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새만금 신항의 물동량 부족 논란을 조기에 잠재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추후 신항의 민자 투자를 유인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신항은 명실공히 국제 무역항으로 발돋움, 전북자치도내에 기업 입주를 촉진하는 한편 입주 기업들은 완화된 물류 비용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다.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4.02.26 19:02

소상공인 옥죄는 신용등급 규제 폐지해야 !

지난 1월 전북신용보증재단으로 편지 한통이 날아들었다. 전북소상공인연합회에서 보낸 민원서류였다. 현재 시군(市郡)·은행·전북신보가 협약을 체결하여 저리(低利)로 소상공인에게 지원하는 특례보증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14개 시군 중 5개 시군에서 신용등급 4등급 이하만 지원하도록 규제하고 있어 1~3등급은 이용이 불가능하니 조속히 개선해 달라는 것이었다. 편지 한구절이 좀처럼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자금이 필요해 은행에 가면 신용은 좋지만 소득이 적다는 등의 사유로 보증서를 가져오라 합니다. 이에 보증기관을 찾아가면 시군에서 1~3등급을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어렵다고 말합니다. 신용등급이 조금 높다고 애로가 없는 것이 아닌데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면 신용관리에 힘쓴 소상공인들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고의로 카드연체라도하여 신용등급을 낮춰야 합니까?” 일부 시군에서 1~3등급을 지원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전북신보와 은행 간 신용등급 체계에 차이가 있음을 알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신용이란 무엇인지 살펴 보자. 신용은 믿음을 의미하며, 신용도는 보통 1~10단계의 등급으로 구분된다. 그러면 신용등급은 어떻게 측정하는가? 그것은 1년 이내에 부도가 발생할 확률값(Probability of Default)으로 측정한다. 다음으로 보증기관과 은행의 신용등급 체계는 어떻게 다른가? 보증기관의 신용등급은 10등급 체계로 부도확률값이 상당히 완화되어 있지만, 은행의 신용등급은 15등급으로 부도확률값이 매우 엄격하다. 예컨대 보증기관의 1등급 부도확률은 은행의 6등급과 비슷하며, 보증기관의 6등급 부도확률은 은행의 11등급과 유사한 수준이다. 시군의 신용등급 규제는 보증기관의 신용도 1~3등급과 은행의 신용도 1~3등급을 같은 수준으로 오인한 데서 발생된 것이다. 즉 시군에서 그 차이를 알지 못했다면 1~3등급은 신용도가 우수하니 지원대상에서 제외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을 법하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시군의 1~3등급 제한이라는 규제는 두가지 이유로 폐지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첫째, 신용도 1~3등급의 소상공인들이 기댈 곳이 없다. 신용도는 약속의 이행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이지 부(富)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신용이 좋은 기업은 우대를 받아야지 불이익의 역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 보증기관의 신용도가 1등급이라도 은행에서 보증서없이 대출받기 힘들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특례보증은 시군과 은행이 같은 금액을 출연하고 전북신보가 승수효과를 12.5배로 발동하여 시행된다. 즉 은행과 전북신보의 협조없이 시군은 출연금의 25배까지 자금을 지원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떡잎이 튼실한 기업에 지원하기를 원하는 보증기관과 은행의 의견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전주시와 진안군의 특례보증도 당초 규제가 있었지만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과감히 폐지하였다. 이는 저신용자 구휼에 머물지 않고 성장유망기업까지 포괄하여 지원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상공인의 반응이 뜨겁다. 이처럼 신용등급 규제 폐지의 효과가 입증된 이상 5개 시군에서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있을까?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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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6 18:31

전통 기술력 없이 한지 산업화 불가하다.

전주한지산업지원센터는 한지문화와 산업을 연구, 개발, 교육하는 전국 최초의 한지관련 전문기관으로 2010년 건립되었고, 2013년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국제공인 시험기관으로서 자격을 획득했다. 센터는 연구 개발 분야에서 신소재. 신상품 개발, 응용제품 연구 수행과 품질인증을 연구하고 국가 공모과제와 연구 용역과제를 수행하고 한지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 업무를 수행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한지 산업화에 집중했다. 한지가 좋고 세계 최고의 가치를 가진 것은 알고 있지만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는 파고 들지 못했다. 연구실에서 파악한 수치는 실제 한지 현장에서 완성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전통한지의 특성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없는 현실에서 “한지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고 핵심 생산 기술을 개발해 이를 기업에 이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전통기법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기술력도 턱없이 부족한데 전통한지의 무엇을 산업화시키겠다는 것인가.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한지 산업화에 눈독을 들여 눈먼 돈을 받아갔지만 단 하나도 의미 있게 산업화에 성공한 예가없다. 실체 없는 예산 남용은 도돌이표처럼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전주시는 뼈아픈 반성을 하기 보다 오히려 과장 홍보에 열을 올린다. 이제부터는 한지 산업화를 주장하기보다 한지의 전통 기술을 찾아 규명하는데 집중할 때이다. 이런 점에서 한지산업지원센터가 행자부 전통문화 원형 사업에서 이룩한 성과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2015년 이후 독립유공자에게 수여하는 훈장 증서 등에는 전통한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지센터가 최고 수준의 품질기준을 제시하자 계약제도 운영 부문에서 과잉제한에 해당된다고 하여 입찰조건에 제동이 걸렸다. 입찰 과정에서 통로가 막혀 확대되지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지산업지원센터는 조달청 문화 상품 등록을 통해 돌파구를 열었다. 최상의 한지를 사용하게 하겠다는 소명으로 새로운 방안을 찾아낸 것이다. 적극 행정이 이룬 성과이다. 이제 전주한지지원센터는 정부에서 사용할 훈. 포장용지를 독점 납품하게 된 것이다. 최근 한국국제자원봉사회(KIVA)에서도 행안부 훈장증서와 동일한 한지를 인증증서에 사용하기로 했다. 전통한지 수요처 확장을 위한 연구센터의 숨은 노력이 이제 막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한지산업지원센터의 위상을 재고해 봐야 한다. 현재 한지장의 기술력은 통일신라시대의 종이조차 재현하지 못한다. 조선시대에 만든 서화용은 물론이고 인쇄용 종이까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초지기술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부끄럽지만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전통한지 기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한지가 세계 속에 자리매김 되려면 역사 속에서 검증된 우수한 종이를 표본으로 이를 복원하려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복원 과정은 유물 속에만 숨 쉬고 있었던 한지의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만들 것이다. 한지지원센터는 처음 전주시 소속으로 정부부문에서 대한민국 유일한 한지전담기관으로 출발했다. 그러한 전담기관이 전주시 전통문화기관의 일개 부서로 편입되었다. 안타깝게도 이곳은 한지원형을 탐구하는 연구 수행과 한지 제조기법을 규명하고, 한지 정책을 연구하는 기능 등이 주어지지 않았다. 독립성을 가지고 독자적 연구 영역을 개척할 명분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하루에 몇 명의 가족 체험 학습을 위해 고급 인력이 동원될 것이다. 전주시의 근시안적 행정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폭싱(Foxing)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 /김호석 수묵화가·전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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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6 18:31

민주당, 텃밭 전북이 만만한가

전북 정치는 요즘 사면초가다. 흔히 전북을 텃밭이라고 여기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푸대접 받고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은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그 결과 선거구 10석 붕괴가 눈앞에 와 있고 전주을 지역구는 낙하산 공천으로 몸살이다. 또 선거구 협상 난항의 불똥이 튀는 도내 4개 선거구는 분구와 합구로 요동을 칠 전망이다. 여야는 4·10 총선을 44일 앞둔 26일에도 선거구 획정에 대해 서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28일 예정된 국회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타결을 본 뒤 29일 열릴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텃밭정당인 민주당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 첫째는 전북 선거구가 줄어드는데 대한 방관자적 자세다. 이번 선거구 획정은 여야간 협상이 늦어지면서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12월 5일 제시한 획정안으로 굳어질 소지가 크다. 그럴 경우 전북은 그동안 유지했던 10석이 9석으로 줄어들게 된다. 민주당은 처음에 이를 막는 시늉을 하다 지금에 와선 획정위안을 수용할 태세다. 1988년 13대 총선 이후 40년 가까이 전북은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짝사랑을 했는데 이제는 버려도 된다는 것인가. 인구도 줄고 정치력도 약한 전북은 여야 협상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또 획정안이 9석으로 줄면 기존의 정읍시·고창군, 남원시·임실군·순창군, 김제시·부안군,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 등 4개 선거구는 지역 통합을 통해 정읍시·순창군·고창군·부안군, 남원시·진안군·무주군·장수군, 김제시·완주군·임실군 등 3개 선거구로 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와 주민들의 혼란은 불보듯 뻔하다. 둘째는 전주을 선거구의 문제다. 민주당은 전북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전주을 지역구를 전략경선으로 확정했다. 경선후보로 5명을 선정했고 다음 날 1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내심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을 당선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이 후보를 반(反)윤석열 정부의 대항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중앙당의 고심은 이해하나 이는 전북을 무시하는 태도다. 전북 쯤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오만이 서려있다. 이런 민주당에 표를 줘야 하는지 도민들은 묻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답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26 17:17

1회용품 없는 장례식장

대놓고 역주행이다. 윤석열 정부의 환경정책이 위태롭다. 기후위기 대응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거꾸로 간다. ‘1회용품 줄이기’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추진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1회용품 사용규제’ 정책을 유예하고, 축소하고 철회했다. ‘환경정책을 포기했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각 지자체가 조례와 캠페인 등을 통해 1회용품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올해 ‘에코힐링 1번지 조성’을 비전으로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심과제 중에 ‘다회용기 보급 및 세척 지원’ 사업이 눈길을 끈다. 1회용품을 다량 배출하는 커피전문점과 지역 축제장, 장례식장 등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해 1회용품 150만개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1회용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을 꼽자면 장례식장을 빼놓을 수 없다. 밥그릇과 국그릇·접시·수저·컵 등 몽땅 1회용품이다. 한번 사용으로 수명을 다한 이들 용기는 1회용 비닐 식탁보에 아무렇게나 싸여 버려진다. 그렇게 장례식장은 1회용품 천국이 됐다. 이유가 있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회사나 노동조합의 로고가 인쇄된 1회용품을 앞다퉈 제공했고, 이 같은 관행이 사원복지로 인식됐다. 이어 정부기관과 자치단체·공기업 노조에서도 조합원들에게 장례식장에서 쓸 1회용품 세트를 몇 상자씩 아낌없이 제공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공공기관에서조차 구성원 복지를 앞세워 환경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한 것이다. 보다 못한 지자체가 나섰다. 2022년부터 전국 각 지자체가 장례식장 다회용기 지원사업을 통해 1회용품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전북에서는 전주시가 선봉에 섰다. 전주시는 지난해 10월 지역 4개 장례식장과 ‘1회용품 없는 장례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체결한 장례식장에는 전주시가 다회용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사용한 다회용기는 수거해 전주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전주에코워싱을 통해 세척·살균 과정을 거쳐 다시 장례식장에 제공한다. 장례식장에서 1회용품 대신 다회용기가 자리를 잡으려면 우선 유가족과 장례업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물론 ‘작은 불편이 환경을 지킨다’는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그동안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추진해온 장례식장 1회용품 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1회용품 사용 규제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지 오래다. 다만 일부 영역에서 준비가 덜 됐을 뿐이다. 그렇다고 준비가 다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너무 늦어지면 시작할 힘마저 잃을 수 있다. 전주 장례식장 4곳에서 시작된 1회용품 없는 친환경 장례문화가 전북지역 전체로 확산하길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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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2.26 15:21

‘늘봄학교’ 2학기 전면시행, 철저히 대비해야

3월 새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사업이 시행된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기존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종합 교육프로그램이다. 맞벌이 부부 등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늘봄학교는 학교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생을 돌봐주는 제도다. 부모의 돌봄 공백을 학교가 적극적으로 채우고 양육 부담을 덜어 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당연히 맞벌이 부부 등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그런데 다가오는 새학기 전북지역의 늘봄학교 참여율은 17.9%에 불과했다. 전북지역 초등학교 420곳 가운데 75곳만이 늘봄학교 참여를 신청해 참여율이 전국 평균 44.3%에 크게 못 미쳤고, 서울(6%)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낮았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과 전남이 각각 304곳, 425곳으로 100%의 신청률을 기록했고, 경기도에서도 참여율이 73.3%에 달해 전북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일찌감치 늘봄학교 정책을 안정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늘봄학교 추진단’을 운영하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전북형 늘봄학교’ 모델까지 개발했지만, 일선 학교의 참여율이 저조해 빛이 바랬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전북만의 특색 있는 늘봄학교 운영방침으로 인한 정책 혼선과 교육부에서 기간제 교사 정원을 적게 배치해 참여율이 낮았다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늘봄학교를 올 2학기에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해 전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는 정부가 늘봄학교 전면 시행 시기를 내년에서 올해 2학기로 무리하게 앞당기면서 준비 기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전북지역은 첫 학기에 참여율이 저조했던 만큼 2학기에 모든 초등학교에서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늘봄학교는 무엇보다 저출산 대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전북은 인구 감소에 따른 소멸 위기 지역이 많아 저출산 대책의 필요성이 높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1학기 늘봄학교 추진과정에서의 문제점과 상반기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과제를 세심하게 파악해 2학기 전면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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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2.26 14:18

사상 첫 전북 의원 9명, 말이되나

제헌국회 이래 계속 감소하던 전북 국회의원 수가 자칫하면 사상 첫 한자릿수(9명) 시대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만일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전북 정치권의 위상과 현주소가 어떤 것인지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배지를 달고있는 전북 국회의원들은 모두 사퇴해야 할 만큼 도민들의 자긍심에 결정적인 생채기를 내는 중대한 일이다. 하지만, 지역구가 달라질 수 있는 몇명만 빼고는 모두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서 어떻게든 국회의원이 돼서 적당히 대우받겠다는 속내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선거구획정위가 설치된 15대 총선 이후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안이 가장 늦게 처리된 때는 17대 총선(선거일 37일 전)이었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는 39일 전 본회의를 통과했고, 20대 총선은 42일 전, 19대 총선은 44일 전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만일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할 경우 17대 총선 때 기록을 깨고 가장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쟁점은 선거구 획정 문제다. 여야가 협상을 이어 가고 있는데 만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제시한 원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북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인데 여야를 막론하고 정계 실력자가 없는 현실속에서 도내 의원들은 그저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형국이다. 만일 전북 의석수가 1석 감소할 경우 전북 총선판은 대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총선에 나설 후보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선거운동은 무용지물이 되고 생소한 곳에서 재출발 해야한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전혀 연고가 없는 생면부지의 시군에 가서 표를 애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은 후보들의 문제일뿐 정작 중요한 것은 전북의 정치력 약화와 도민의 자존감 훼손이다. 가뜩이나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 파행에 대한 책임 전가와 그에따른 보복성 새만금 예산삭감 등을 당한 것은 악몽중의 악몽이다. 국제적 망신과 동네북 상태로 전락한 상태에서 겨우 일어서고 있는데 만일 선거구마저 유일하게 전북에서만 줄어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상상하기도 싫은 결과가 나온다면 도내 의원들은 모두 도민앞에 석고대죄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극단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판까지 뛰고 또 뛰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25 17:00

맞춤형 독거노인 지원제도 도입해야

65세 이상으로 홀로 사는 독거노인은 노인인구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대개가 가족으로부터 경제적·물질적 지원을 받기 어렵고 정서적으로도 외로움이나 우울감에 더 많이 노출되기 쉽다. 따라서 고독사의 위험도 높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독거노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전북은 특히 어려운 독거노인이 많다. 독거노인에 맞는 맞춤형 지원제도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독거노인은 199만3344명으로 전체 노인 가운데 21.1%를 차지했다. 지역적으로는 전남 26.3%, 경북 24.6%, 경남 24.3%, 전북24.2% 순으로 독거노인 비율이 높았다. 전북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42만3128명 중 10만2400여 명이 독거노인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2021년 23.2%, 2022년 24.0%에서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보다 독거노인 증가속도가 더 빠르고 대책도 일률적이라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고령 인구는 2000년 339만4000명에서 2023년 943만5000명으로 2.8배 증가하는 동안 독거노인은 3.7배 늘었다. 고령인구의 빈곤 역시 심각하다. 66세 이상 인구의 2021년 상대적 빈곤율은 39.3%로 전체 상대적 빈곤율 15.1%보다 2배 이상 높다. 빈곤한 고령인구 중 상당수가 독거노인이다. 또한 고령층은 사회적 고립도가 높고 일자리 만족도는 낮다. 여가시간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긴 편이지만 문화예술이나 스포츠 관람 등 적극적 참여가 적어 여가생활 만족도도 매우 낮다. 독거노인은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하기가 쉽지 않고 균형 잡힌 식사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맞춤형 독거노인 지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일상생활 관련 욕구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며, 서비스를 연계할 구체적인 방안과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가령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돌봄서비스 확대, 농촌노인들의 공동 주거공간 마련, 노인일자리 제공을 통한 소득보장, 단절된 사회적 교류와 고독사 및 사기피해 위험을 막기 위한 지역사회 관계망 강화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적 지지 향상과 지자체의 각별한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25 17:00

봉 노릇만 한 전북정치권

전북정치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마디로 바람 부는대로 물결치는 대로 가고 있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워낙 현역의원들이 영향력이 없다 보니까 봉 노릇만 하고 있다. 오는 29일 임시국회에서 선거구 획정문제가 다뤄질 예정인데 민주당 8명의 전북의원들 말발이 먹혀들지 않아 한석 줄어 9석이 될 전망이다. 전북 의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서 선거구 획정에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당내에서부터 영향력이 미치지 못해 원안대로 한석 줄어들 위기에 봉착했다. 정치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힘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강자의 의지대로 휩쓸려 따라 가는 법이다. 지난 21대 때와 같은 상황에서 유성엽 전 의원 등이 지켜낸 10석이 무너지면서 한 자리수의 초라한 전북정치권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지금 전북의 현실을 봤을 때는 10석 유지가 최선이었지만 국힘이 협상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아 최악의 사태를 맞은 것. 도내 현역들이 그간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도민들에게 10석을 유지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결국 방안퉁수 밖에 되지 못했다. 전북정치권의 힘이 이렇게 약한 적은 없었다. 도민들 사이에는 지난해 잼버리 실패에 따른 책임을 전북도가 뒤집어 쓸 때부터 감지했다면서 정치력이 약한 현역들 갖고서는 전북 몫 찾기는 고사하고 아무 것도 할 수도 없고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전체판을 갈아 엎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시켜주는 구도가 잘못이었다면서 익산갑 경선에서 3선의 이춘석이 김수흥을 이긴 것처럼 잘못하면 사정없이 갈아 엎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공천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전주 완산을은 이재명 대표가 고창 출신인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을 인재영입하면서 경선출마토록 가닥을 잡았다. 이 때문에 그간 경선대비를 해온 예비후보 6명이 '닭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꼴'이 될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 전 고검장을 공천자로 염두에 두고 물밑에서 여론조사를 하는 등 중앙당과 지방의원들 사이에 교감을 가졌다면서 시·도의원도 예비후보 가운데 누군가가 공천을 받으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중앙당에 영향력이 있는 후보공천을 요구해왔다는 말이 전해졌다. 이처럼 이 대표가 '전주을'을 전략공천지로 결정해서 공깃돌 가지고 놀듯이 하는 것은 대선 때부터 '친명'으로 호위무사 역할을 했던 재선의 김윤덕 당 조직담당 사무부총장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대표의 눈밖에 나서 컷오프될까봐 노심초사해온 재선의 한병도·안호영·김성주 충성심 경쟁도 한몫 했을거란 이야기가 나돈다. 아무튼 그간 전북정치권이 광주 전남 힘에 의해 우리 손으로 소석 이철승을 잘라버린 것이 오늘날까지 부메랑 되어 왔다면서 민주당 경선 때부터 옥석구분을 잘 해야 그나마 전북정치의 회생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1인당 GRDP가 3200만원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전북이 가난의 굴레를 벗어 나려면 이번 총선에서 똑똑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로 전북발전은 백년하청이 될 수 밖에 없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2.25 17:00

재난을 온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최근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태풍, 호우, 폭설, 지진, 황사 등 자연현상으로 발생하는 재해 뿐만아니라 각종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환경오염 사고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AI(조류인플루엔자), 코로나19, 럼피스킨, 콜레라 등 각종 질병에 따른 재해도 발생하며 우리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우리 김제에도 코로나19, AI(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인한 홍역을 치른 바 있으며 지난해 여름 갑작스런 폭우와 럼피스킨 등 예상치 못한 다양한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그 피해에 따른 비용은 물론 피해복구와 유지 관리 등 다양한 부분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재난 발생에 따른 비용 부담이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이 입은 피해와 이를 복구하기 위한 노력 등 다양한 부분에서 더욱 세세하게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재난을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 전체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단, 피해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예상되거나 이미 발생한 경우에만 재난으로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시민들이 체감하는 부분과 행정적인 부분에서의 부분은 다를 수 있다. 재난 발생 이후 시민들이 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야 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동안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재난을 극복하고 대비하는 부분에서 노력을 실시하고 있으며 어느정도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재난 이후 발생하는 시민이 갖고 있는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 제도적, 제한적 한계에 부딪혀 시민들에게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 코로나19 당시에도 긴급재난지원금을 국가에서 지급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재난지원금은 다양한 부분에서 경제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며 시민들의 부담을 경감시켰다. 하지만 제도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시민들이 입은 피해를 온전하게 보상하지 못했으며 체감 경기 등을 극복하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필자도 민선8기 취임 당시 시민과 약속했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그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이슈화되며 화제가 됐었지만, 이 역시 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의 피해와 이와 동시에 시기적으로 맞물린 불경기 장기화는 아직도 시민들이 느끼기에 너무나 큰 벽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상이변과 더불어 계절마다 돌아오고 있는 다양한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시민들이 받고 있는 다양한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다시한번 재난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이제는 대두되고 있다. 재난의 지원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위기의 극복을 위해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동원 할 수 있는 최선을 이끌어 내야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꿈을 꾸며 희망을 키워 낼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고통과 위기를 견뎌 낸 김제시민을 위해 이제는 서로 웃음과 희망을 건넬 수 있는 지원과 혜택으로 그들의 인내를 보상하고 새로운 미래를 보여줘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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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5 17:00

드디어 저도 ‘우리’가 되었어요

오늘 전북특별자치도에는 30명의 소중한 인구가 늘었다. 무슨 말일까? 오늘 30명의 신생아가 전북 지역에서 태어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전입해서 늘어난 인구가 30명이라는 것인가? 실은 오늘 전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시행한 국적취득증서 수여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분들은 태어난 곳도 세계 각지이고 나이도 16세에서 71세까지 다양하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빗길과 궂은 날씨를 뚫고 귀화자, 국적회복자 그리고 가족 친지분들이 국적증서 수여식장에 찾아오셨다. 칭얼대는 어린 자녀를 안고 달래는 젊은 부부들,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국적회복자 분들까지 좁은 회의실이 붐볐지만 새로운 출발을 앞둔 이들의 설렘으로 인한 생동감이 우울한 겨울 날씨를 이겨내는 것 같아 좋았다. 수여식은 먼저 국적취득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민교육으로 시작되었다. 교육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국적증서 수여에 앞서 국민의례가 진행되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순으로 진행되었다. 어떤 행사에서건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의례가 오늘은 무척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 1절이 조용히 울려 퍼지자 참석자들이 서투른 한국어 발음으로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것이 귓가에 느껴졌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애국가가 마무리될 때는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어우러지면서 발음도 더욱 선명해졌다. 이어서 참가자를 대표하여 귀화자 한 분이 국민 선서문을 한 줄씩 선창하였고 참가자분들이 다 함께 따라서 읽으면서 분위기가 고조됨을 느꼈다. 필자는 한 분씩 한 분씩 국적증서를 전달해드리면서 그들의 표정에 어린 기쁨과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국적취득자 한 분이 참가자를 대표하여 국적취득 소감을 발표하면서다. 김성 씨는 오늘 있을 국적증서 수여식을 생각하면서 어젯밤 잠을 이루지 못했고 오늘 드디어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면서 그간 한국에 살면서 알게 모르게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우리나라’, ‘우리 한국’ ‘우리들’의 그 많은 ‘우리’에서 소외되는 것 때문에 서운했는데 이제 드디어 그 ‘우리’에 속하게 되어서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더 열심히 살아서 우리가 함께 대한민국 발전에 이바지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맺었다. 이 말을 듣고서 어찌 울컥하지 않을 수 있을까? 출입국관리 공무원으로서 일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요즘 온갖 매체에서 각종 통계치로 인구감소와 지방 소멸의 위기를 말하는데 지방에 거주하는 필자는 이러한 암울한 전망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실감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서 이민정책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우리 사회에 정주하고 있는 이주 배경의 다양한 주민들 그들이 국적을 취득했건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의 이웃으로서 인정하고 따뜻하게 보듬어서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앗, 오늘 국적증서 수여식 대상자는 29명이었는데 한 분이 부득이하게 불참하셨다. 어제 조금 이른 출산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30명이다. 정말 기쁜 소식이다. 임은진 전주출입국 외국인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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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5 16:58

동학농민군이 감옥에서 보내온 편지

어머님께 올리나이다. 제번하고 모자 이별 후로 소식이 서로 막혀 막막하였습니다. …… 처음에 나주 동창 유기모 시굴점 등에서 죽을 고생하다가 한 사람을 만나서 소자의 토시로 신표를 하여 보내어 어머님 함께 오시길 기다렸더니, 12월 20일 소식도 모르고 오늘 나주 옥으로 오니 소식이 끊어지고 노자 한 푼 없어 우선 굶어 죽게 되니 어찌 원통치 아니하리요. 돈 300여 냥이 오면 어진 사람 만나 살 묘책이 있어 급히 사람을 보내니, 어머님 불효한 자식을 급히 살려 주시오. …… 부디부디 명심불망 하옵고 즉시 오시기를 차망복망 하옵니다. 남은 말씀 많으나 서로 만나 말하옵기로 이만 그치나이다. 1894년 12월 28일 달문 상서 2022년 국가등록문화재 825호로 지정된 이 편지는 동학농민군 참여자가 고향의 어머니에게 인편으로 보낸 한글 편지이다. 편지의 요지는 돈 300냥을 마련하면 풀려날 방법이 있으니 꼭 자신을 구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담은 편지이다. 편지의 주인공이 나주 감옥에 있던 때였던 1895년 1월 3일 나주 감옥으로 이송된 부안 출신 농민군 김낙철의 일기를 보면, 당시 나주옥 수감자들의 형편을 짐작할 수 있다. 수성군 100여 명이 돈 400냥을 주지 않는다고 나무나 철로 된 몽둥이로 3시간 동안 차고 때려서 그 광경은 차마 입으로는 다 말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날 어깨와 갈비뼈가 부러진 자가 허다하고 피가 흘러 시내를 이룰 지경이었지만 자신은 손가락 하나만 부러진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는 당시 수감자들이 하루하루 목숨의 위협을 받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수성군에 의한 무자비한 폭행과 가혹행위며 금전 갈취가 일상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수감자들에 대한 무차별 폭행과 고문의 관행은 3.1운동 참여자나 독립운동가들, 해방 후 6.25전쟁과 80년대 민주화운동 수감자들에게까지도 이어왔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큰돈을 주면 중죄인이라도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었던 당시 사회의 부패상은 감옥에 갇혔던 다른 농민군의 사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편지를 쓴 사람은 한달문(36세)으로 그 후손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화순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동학농민군에 참여하였다가 민보군에 체포되어 갖은 고문을 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돈 300~400냥은 쌀 20~30섬 정도의 값어치로 서울에서 작은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이 정도의 돈을 가져오라는 요청을 한 것은 그 집안의 경제력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동학농민군들이 가난한 농민뿐만이 아니라 가세가 넉넉한 부유층이나 양반층까지도 참여한 사실을 입증하는 편지이기도 하다. 한달문은 1895년 봄에 감옥에서 풀려나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나아가 그의 농민군 참여 사실 때문에 갑오년 이후 온 집안은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고 가세는 기울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 편지는 동학농민혁명 연구뿐만 아니라 국어학적으로도 당시의 편지 형식이나 사투리 연구의 중요 자료로 평가되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엄동설한에 냉기 시린 감옥에서 삶과 죽음을 가늠하기 어려운 아침을 맞으며, 날마다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려야 했던 갑오년 농민군의 간절한 염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130년이 지난 오늘에도 가슴에 새겨야 할 편지이다. /신순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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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5 15:34

총선 여론조사와 여론조작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를 놓고 연일 시끄럽다. 공천과 관련해 후보 적합도 조사를 진행되는데 그 주체를 놓고 공방전이 한창이다. 일단 공개된 후보간 지지율 추이는 유권자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정성 담보가 관건이라는 것. 하지만 전제조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평가 자료를 비밀리에 조사함으로써 후보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여야 공천에서 경선과 컷오프, 하위 20%를 평가하는 자료 중 가장 중요한 변수가 여론조사란 점에서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헌데 이 여론조사가 아무리 폭발성이 크다 해도 공정성을 상실하면 그에 따른 공천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도 잃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여론조사를 앞세워 공천 책임을 회피한다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다. 여론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막중하기에 후보자 입장에선 지지율 변화에 민감할 뿐더러 실제 이를 끌어올리는데 안간힘을 쏟는다. 맨투맨 접촉을 통한 유권자 호소 전략보다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번에 흐름을 바꾸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선거 브로커들이 지지율 여론조사를 미끼로 후보자에게 ‘딜’ 을 요구하기도 한다. 가끔 여론조사 발표와 투표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중앙선관위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떴다방’식 부실 여론조사기관 30곳의 등록을 취소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반발에도 정확성과 신뢰성 강화를 명분으로 결국 칼을 뽑은 셈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표밭 현장에선 ‘찌라시'성 루머와 함께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기 일쑤였다. 시중 여론과는 터무니없는 결과가 그럴싸하게 나돌면서 악의적인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돼 경찰 고소로 이어졌다. 정동영 유성엽 이환주 후보도 얼마 전 여론조사의 민심 왜곡을 직접 겪었다며 이의 부당함을 맹비난했다. 다른 조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응답률과 샘플 중 50% 이상이 접촉 후 거절, 중도 이탈 건수로 나타난다는 것. 여기에다 사전에 해당 여론조사 일시를 파악한 후보자 측의 조직적 참여 정황이 포착됨으로써 조작 의혹을 짙게 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론조사 대부분이 휴대전화 개통이 가능한 1인당 3개에서 9개까지 안심번호가 추출되는 상황에서 언제든 조작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흔히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인지도와 조직력을 첫손에 꼽는다. 그런데 인지도는 여론조사 지지율에 따라 삽시간에 지역 민심을 파고드는 속성이 있다. 오랜 세월 공을 들이는 조직력과는 결이 다른 문제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들은 여론조사의 달콤한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어쨌거나 그런 문제점을 번연히 알면서도 딱히 이를 대체할 만한 평가 방식이 없다 보니 여론조사 의존도가 커진 것이다. 평가 방식의 공정성을 강조한 것도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을 막기 위함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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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2.22 18:14

직박구리 부부

우주의 생태계는 만물이 거의 암수로 나누어져 짝을 이루며 살아간다. 하찮은 미물에서부터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아침이면 까치가 요란하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까치 두 마리가 짝을 지어 날아다니면서 짖어대는데 그것도 해가 동쪽에서 비스듬히 중천을 향해 올라가면 소리는 끊기면서 눈에 잘 띄지 않고 어디론가 날아간다. 지난번 문인화를 교습받으러 다닐 때 이야기다. 선생님 댁은 양옥 이층집이었는데 남향으로 앞에 잔디를 깐 정원이 있었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정원수가 심어있었는데 아침이면 매일 직박구리 한 쌍이 날아와서 노닌다고 하셨다. 한 마리가 이쪽으로 날면 또 한 마리가 쪼르르 따라 날고 저쪽으로 날면 또 쪼르르 따라 날면서 아주 금실이 좋아 보인다고 하셨다. 그해 초여름, 직박구리 부부가 키가 조금 큰 박태기나무에다 둥지를 짓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마음이 설렜다. 둘이 무슨 깃털 같은 것을 물어 오는가 하면 어떤 때는 지푸라기 같은 것도 물어 와서 동그란 모양을 형성해 가고 있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어느새 직박구리 둥지가 반도 더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퍽 가상하고 기뻤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새로운 생명을 부화시켜 대를 이어갈 요량으로 박태기나무를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해마다 여름이면 태풍이 불청객처럼 불어오는데 그들의 둥지도 비껴가지 않아 여지없이 피해를 주었다. 밤새 불어대는 강풍이 창문을 흔들어 대더니 둥지 주변의 우거진 나무들을 강하게 흔들어 대니 무성한 초록 잎들이 못 견디며 아우성을 치고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조금 두려웠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아침이 되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은 차분히 개인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나는 그동안 연습한 그림을 지통(紙筒)에 말아 넣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선생님 댁을 방문했다. 그런데 우리를 맞이하는 선생님의 표정이 왠지 침울한 듯 느껴졌다. “선생님, 직박구리들이 둥지는 다 지었는가요?”라고 물었더니 “아니요, 어제 태풍에 그만 산산이 부서져 잔디 위에 떨어져 있었어요”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보였다. ‘아 그래서 선생님 표정이 그렇게 어두웠었구나.’ 나는 직감하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아 고 귀여운 것들, 그 옆에 튼튼한 금목서에다 집을 지었으면 그런 낭패를 보지 않았으련, 쯧 쯧 쯧” 하시며 선생님도 혀를 차셨다. 그 뒤로 직박구리 부부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래서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었다. 생각할수록 가습이 아려온다. 그렇게 서운한 마음으로 여러 날을 보냈다. 직박구리는 봄이면 두세 개의 알을 낳고 암컷이 약 2주 정도를 품어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 그런데 거의 완성되어 가던 둥지를 잃은 직박구리 부부는 어디로 떠난 것일까? 얼마나 실망했을까? 이 계절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자연의 섭리는 언제나 순환하고 진화하기에 그들은 또 다른 나무에 부지런히 집을 지으려 소재들을 물어 나르며 둥지를 지을 것이다. 한 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더욱 튼튼한 나무에다 둥지를 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두손 모아 기도한다. △배순금 수필가는 전주교대, 원광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지난 1975년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새교실 대상’을 수상했으며 전북여류문학회 회장, 전북시인협회 지역위원장, 지초문예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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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2 17:17

양도세를 줄이기 위한 첫걸음

납세자가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양도세는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이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합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자산을 보유하면서 지출하는 비용도 인정을 해주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를 잘 해놓으셔야 양도세를 줄일 수가 있겠습니다. 보유한 자산에 대하여 지출한 금액이 모두 필요경비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세법에서는 자산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들만을 경비로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파트가 노후화 되거나 기존 인테리어가 마음에 안들어 인테리어하는 비용들이 그 세부 항목에 따라 인정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비용으로 인정되는 경비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발코니 샤시교체비용, 베란다 확장비용, 난방시설 교치비용, 용도변경을 위한 각종 비용들이 이에 해당하게 됩니다. 반대로 인정되지 않는 비용들은 벽지 또는 장판의 교체비용, 보일러 수리비용, 옥상방수 공사비용등을 열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양도세 신고시 필요경비로서 인테리어비용을 전부 넣게 되면 세부항목에 따라 인정이 되지 않는 비용이 있을 경우 경비로 인정받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필요경비가 맞더라도 증빙에 의하여 지출사실이 확인이 되어야 합니다. 입증가능한 증빙서류로는 계약서 및 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간이영수증 등이 있어야 하며 영수증에는 공급자의 인적사항 및 공급일자, 금액 등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계약서와 적격증빙서류가 있다면 자금 흐름을 입증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계약서가 없거나 영수증을 분실한 경우에는 실제 공사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 대금지급서류인 이체확인서 또는 견적서 및 공사현장 사진 등을 제출하여 납세자 본인이 사실입증을 직접 해야 인정이 가능합니다. 양도세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전문가의 조언 뿐 아니라 본인의 자료수집의 능력에 달려있기도 합니다. 양도세를 줄이기 위하여 지출한 영수증 등은 잘 구비하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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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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