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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전하는 행복의 맛

남도의 맛을 자랑하는 고장에 살고 있는 나에게도 외지에서 찾아오는 지인들이 있으며, 주저 없이 그들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 맛집은 어디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 나름대로 추천하는 곳은 객사 근처 ‘동창갈비’와 전북대병원 앞 ‘이연국수’, 전주남부시장내 ‘조점례남문피순대’ 그리고 익산역 앞 ‘엘베강’과 전주남부시장 ‘현대옥’이다. 복잡하지 않고 부담스럽지도 않은 곳들이다. 맛은 기본이요,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연륜을 넘어서는 나름의 역사 덕분에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는 곳으로, 잘 차려진 프랜차이즈 식당과는 다른 그 무엇이 존재하는 우리만의 노포(老鋪)이다. 이 맛집 중 엘베강은 ‘역전할머니맥주’로 현대옥은 ‘현대옥프랜차이즈’를 통해 전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물량 공세는 물론 유명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을 이겨내며 선전하고 있다. 잘 짜인 메뉴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음식 맛이 한몫을 했을 터이다. 반면 엘베강과 현대옥의 시작은 그다지 거창하지는 않다. 군산에 살던 김칠선 여사는 제주도에 다녀오는 길에 기차 안에서 어린 딸을 잃게 되고, 1982년 익산역 앞에 작은 호프집 엘베강을 개업한다. 애당초 돈보다는 잃어버린 딸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던 그녀는 3일간 냉장고에서 숙성한 생맥주와 저렴하지만 식사 대용까지 가능한 안주들을 푸짐하게 내어놓게 된다. 사람들은 살얼음생맥주의 신기함과 오징어입이라는 생소한 안주에 열광하게 되며, 국민 반찬 소시지가 저렴한 안주로 등장할 수 있음에 행복을 느끼게 된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어린 네 자녀를 홀로 키워야만 했던 양옥련 여사. 평소 남편이 좋아하던 음식인 콩나물국밥으로 1979년 전주남부시장속 작은 국밥집 현대옥을 시작한다. 오롯이 아이들을 키우기 위함이며, 비장한 그녀의 마음으로부터 놀라운 신공이 시작된다. 토렴을 통해 국밥 최적의 온도를 맞춰내는 것은 물론, 속풀이 손님이 보는 즉석에서 마늘을 찧고, 오징어를 데치며, 대파와 고추를 썰어서 국밥에 넣어준다. 음식을 맛보기 이전 그녀의 손놀림에 모두가 반해버린다. 대한민국 골목상권을 점령하고,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대기업과 유명인들을 앞세운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물론 음식 본연의 맛과 품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갖고 있지 않은 약점이 있는데, 그것은 음식 속에 담겨,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이다. 엘베강과 현대옥이 갖고 있던 공간의 의미를 이야기로 살려보는 것은 어떨까? 6대의 냉장고에서 숙성되는 생맥주와 맥주잔. 고작 8천 원인 오징어입과 2천 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제공되는 소시지 안주. 엘베강이 남들과 다르게 운영될 수 있는 것은 딸을 기리는 김철선 할머니의 마음이 여전히 그곳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주문과 동시에 토렴하고 즉석에서 찧은 마늘과 시장에서 바로바로 구입한 대파와 고추로 맛을 내는 콩나물국밥에는 양옥련 할머니의 정성이 담겨있다. 자본과 아이디어로 이겨낼 수 없는 그 집만의 오랜 ‘이야기’야말로 신세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개성 강한 아이템일 수 있다. 김칠선과 양옥련. 두 할머니의 처음을 기억하며, 지금이라도 이러한 이야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안내해 보자. 부족하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맛을 넘어, 진정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음식 속에 담겨있는 아름다운 이야기일 수 있을 것이다. /홍현종 J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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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9 16:41

계약서와 구두계약

의뢰인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차용증을 작성하였다. 의뢰인은 변제기한이 지난 후 이자를 빼고 원금만 갚기로 합의하여 현금을 건넸다. 그런데 지인은 몇 년이 지나 지난번 갚은 금액은 이자에 불과하다며, 원금과 추가된 이자를 다시 갚을 것을 요구했다. 의뢰인은 돈을 모두 갚았는데, 또 돈을 줘야 하는지,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계약서는 왜 작성해야 할까? 말로 한 약속도 효력이 있다. 구두계약이 효력이 없다는 건 틀린 말이다. 형식을 요구하는 계약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은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 불요식 계약으로 구두계약도 효력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구두계약의 효력이 아니라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에 있다. 만약 상대방이 법정에서 그렇게 약속한 사실이 있지만 구두계약이라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계약 사실을 인정해 주는 고마운 일이겠지만, 대부분 그런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럼 그런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계약서가 없다면 입증은 어려운 문제가 된다. 그럼, 언제 거래 관계를 입증하는 서류를 남겨야 할까? 누가 그 서류를 요구해야 할까? 위 사례를 요약하면 돈은 돈을 빌릴 때 지인에서 의뢰인에게, 돈을 갚을 때 의뢰인에서 지인에게 건너간 사실이 있다. 반드시 돈을 건네준 사람이 서류를 요구해야 한다. 지인은 의뢰인에게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을 요구해 받아야 한다. 지인의 입장에서는 의뢰인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 대여금이 아니라 증여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뢰인이 지인에게 돈을 갚을 때는 의뢰인이 지인에게 변제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지인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이자만 갚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돈을 받는 경우에는 서류를 먼저 작성할 필요 없지만, 돈을 주는 경우에는 반드시 서류를 요구해 받자.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문서를 생략한다면, 상대방만 좋게 해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19 16:41

환자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죄악이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지방병원들의 의사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방침이 의료인들의 결사적인 반대로 인해 중대한 기로에 섰다. 결론부터 말하면 환자를 볼모로 한 단체행동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구태여 히포크라테스 선서 운운한 필요도 없이 의료인들이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려 한다면 이는 법적 금도를 넘어선 인륜을 저버린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대중 정부때, 문재인 정부때, 고비고비 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투쟁에 굴복했고, 그 결과 또다시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만일 이번에 의대정원 확대를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떤 정부도 이를 관철시키기 어렵다. 비단 의료계뿐 아니라 모든 직역에 있어 단체로 떠들고 나서면 정부가 무릎을 꿇는 나쁜 관행이 확고히 자리잡게 될 것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이번 사태에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적인 현상인데 전북대병원의 경우 20개 진료과 전공의 189명 전원은 19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할 예정이다. 병원측은 비상 진료 대책을 마련하고 과별로 상황을 확인해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 이라고 하는데 우려스럽다. 앞서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원광대 학생들이 유일하게 집단 휴학계를 제출했으나 다행히 이를 철회했다. 이처럼 불안한 상황속에서 의사 출신 강영석 전북특별자치도 복지여성국장이 지난 18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맞서 집단행동을 추진하는 대한의사협회를 향해 쓴소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의사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의로운 사명감을 가진다"고 전제, "때론 정권과 정책에 불만족이 있을 수도 있고 개선을 위해 다양한 집단행동도 가능하지만, 수단과 방법이 우리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등지는 것이라면 절대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의 외로운 외침인데 파장이 크다. "만약 지금과 같은 방법이라면 저는 의사협회원임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더는 회비납부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왜 이런 주장이 나오는지 의료인들은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19 14:33

교사가 방검복 입고 출근하는 교육 현실

군산지역 한 공립고교에서 학생으로부터 살해협박을 받은 교사가 방검복을 입고 출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추락하고 있는 교권 현장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충격적이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최대한 빨리 진상을 파악하고 교사를 보호하는 등 대응책을 내놓았으면 한다. 전북교사노조에 따르면 이 교사는 일부 학생들로부터 "칼로 죽여버리겠다. 가족까지 죽인다" 는 등 지속적인 살해·협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또 학생들은 “우리는 미성년자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니 괜찮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은 2022년 3월부터 불성실한 수업태도 등을 훈계하는 해당 교사에게 불만을 품은데서 비롯되었다. 이후 체육시간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신체적 접촉이 있었고 이같은 폭언 및 협박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노조는 성명을 통해 "해당 교원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방검복을 입고 출근하며 6개월 이상의 병가를 권고하는 정신과 진단을 받는 상황이 벌어졌으나, 학교장은 사안에 관련된 학생들의 분리 조치 및 피해교원 보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학생들에게 경미한 조치를 내렸고 학생 및 보호자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한편 교사는 민·형사상 소송을 냈으며 학생 및 보호자는 2년 전에 있었던 훈육 과정을 근거로 해당 교원을 아동학대로 신고한 상태다. 지금 학교 현장은 혼돈의 연속이다. 학생이 교사를 존경하지 않은지 오래고 교사들도 학생을 믿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또 걸핏하면 학부모들은 민원을 넣고 행패를 일삼는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교사가 습관적으로 욕설하는 학생에게 반성문을 쓰게하자 학생 아버지가 문자 폭탄에 이어 전화로 “내가 도축업자인데 도끼를 들고 가서 담임 목을 따겠다”고 협박한 일도 있었다. 또 교총이 지난 7월 전국 유·초·중·고교 교원 3만2천여 명을 대상으로 교권침해 인식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교사의 97.9%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그 중 가장 스트레스를 느끼는 대상으로 66.1%가 학부모를 꼽았다. 교육은 흔히 국가 백년대계라고 한다. 그 중심에 학생과 교사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뜩이나 열악한 교사들의 교권이 침해받지 않았으면 한다. 더불어 학생과 교사가 안전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학교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19 13:42

그대들을 응원합니다

일 년에 두 번 도교육청 고객지원실 민원 창구는 증명 발급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 문전성시의 주인공은 다른 아닌 검정고시 응시용 증명 발급을 위해 민원 창구를 방문한 소중하고도 오랜 고객들이다. 이들 중에는 홈스쿨링으로 시험에 응시하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야학교를 다니며 만학도의 길을 걸어가는 어르신들도 있다. 청소년 수험생들은 검정고시를 거쳐 좀 더 일찍 목표점에 도달하기도 하고,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면 먼 길을 돌아가는 시행착오를 거치지만 그만큼 더 성장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학교를 나와 홀로 다른 길을 개척해 나가는 여정을 학교 부적응이라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교육에서 채워주지 못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어딘가에 있을 우물을 찾아 용기를 낸 아이들은, 그렇게 학교 밖으로 나와 검정고시의 벽을 넘고 더 단단해져 사회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학교 안에 있든 학교 밖에 있든 우리는 모든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고른 지원과 함께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의 잠재력이 발현되어 성취될 수 있도록 응원하면서 말이다. 검정고시 응시생들을 위하여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궁리 끝에 익산의 한 야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 가까스로 주차를 하고 오래돼 보이는 2층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나이가 지긋하신 교감선생님께서 나오셨다. 우리의 신분과 방문 목적을 밝히자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를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그들에게 관공서 직원들의 예기치 못한 도움 제안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었던 듯 싶다. 조그마한 교실에는 만학의 열정이 가득한 어르신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찬란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모두 현재의 삶에서 못다한 꿈을 꾸고 있는 모습들이 존경스러웠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살수도 있겠으나 수십 년을 갈망했을 소망의 싹을 틔우기 위해 신념을 져버리지 않는 모습은 젊은이들의 그것 못지 않았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들을 청취하게 되었고 야학교의 교감선생님은 수험생들이 대부분 고령이다 보니 거동이 자유롭지 못해 힘들다며 시험 당일 시험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더위와 거동의 어려움 등으로 시험장까지 이동하는 동안 에너지가 소진되어 정작 시험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호소였다. 오히려 이동이 자유로운 청소년 수험생들은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시험장 운송 지원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소외감을 느꼈을 터였다.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관련 부서와 여러 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하였고, 첫 시행이다 보니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들이 있었지만 보완책을 마련하여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검정고시 운송서비스를 시행하게 되었다. 우리는 무엇이 최선인지 알고 있지만, 주변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 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갑진년 올해도 우리 고객지원실에는 꿈을 좇아 분주한 그들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또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총무과 사무관 강진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19 13:23

전북 총선 역대급 깜깜이, 유권자 우롱하나

중앙정치 무대에서 지역을 대표할 일꾼을 뽑는 제22대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런데 아직껏 운동장도 선수도 정해지지 않았다. 한창 표밭갈이에 몰두하고 있어야 할 후보자는 물론이고, 옥석을 가려내야 할 유권자들도 당혹스럽다. 특히 전북은 그야말로 역대급 깜깜이다. 대폭적인 선거구 조정 가능성이 열려있는데다 속속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의 공천 일정에서도 뒤늦게 막차를 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5일 3차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전북은 제외됐다. 현재 전북에서는 익산갑의 김수흥, 이춘석 예비후보의 양자 경선이 발표된 이후, 나머지 선거구에서는 대진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전주을의 경우 공천 방식마저 정해지지 않아 전략공천과 진보당과의 연합공천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며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19일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익산갑을 제외하면 전북지역 민주당 공천 일정은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공천 지연은 표면적으로 선거구 획정 문제와 연계된다. 실제 중앙선관위 산하 국회의원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지난해 12월 내놓은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전북은 의석 1개를 줄인 9석을 권고하면서 인구 상·하한선 기준을 맞추기 위해 선거구를 이리저리 이어붙여 놓았다. 완전 해체 후 재조립 수준에 가까운 선거구 변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거구 획정 결과가 유동적인 만큼 공천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은 맞다. 여기에 전북은 ‘공천이 곧 당선’인 민주당의 오랜 텃밭이라는 점도 분명 고려했을 것이다. 전북지역 선거구의 공천 시점을 후순위로 미뤄둔 것은 결국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봐야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에 임박해 ‘벼락치기’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예비후보자와 유권자들의 참정권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선거구 획정 지연도, 공천 일정 지연도 결국은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여야의 당리당략적 행보가 원인이다. 주권자인 국민을 철저히 우롱하는 처사다. 여야 간 담판을 지어서라도 하루속히 선거구 획정부터 마무리해야 한다. 아울러 민주당도 서둘러 공천 방식과 일정을 확정해 유권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18 17:21

전주상의, 화합과 변혁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전주상공회의소 제25대 회장에 김정태 대림석유 대표가 선출됐다. 세 번째 도전 끝에 영광을 안은 것이다. 이번 선거는 윤방섭 현 회장과 김정태 수석부회장이 24대 선거에 이어 다시 맞붙어 관심이 집중됐다. 김 회장의 당선을 축하하며 도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당부드린다.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전주상의는 도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 존경은 커녕 지탄받는 단체로 추락했다.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는 두 후보가 투표 전 승복하기로 합의서에 서명했으며 더 이상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간의 구태를 털어버리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두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대외적인 위상 정립과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전주상의는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73개 지역단체 중 하나이지만 전북에서는 도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곳이다. 1935년 출범한 이래 전북경제계의 맏형이자 얼굴아었다. 전주공단 설립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섰고 새만금사업 등 현안에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목소리도 작아지고 소극적인 태도로 변했다. 앞으로는 새만금을 비롯해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등 전북의 현안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나아가 AI 등 신산업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에 대한 새로운 아젠다를 발굴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전북도와 지자체를 비롯해 정치계와 언론계 등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또한 회원사 지원은 물론 타지역 상의와의 교류를 통해 전북의 이익을 대변했으면 한다. 가령 전북이 추진하는 제3금융중심지의 경우 일찍부터 부산상의의 반대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음, 내부적으로 할 일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내부의 화합이다. 이번 선거에서 봤듯 전주상의는 최근 몇 년간 두 쪽으로 갈라져 편 싸움을 해왔다. 이제는 당선자가 통 큰 포용력으로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 또한 효율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발빠른 대응과 현황분석, 각종 사회공헌활동에도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그리고 임원을 자기 편으로만 채울 게 아니라 젊고 유능한 제조업체, IT업체, 여성기업인 등으로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새롭게 변화하는 전주상의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18 17:20

‘국제산악관광도시’ 장수군, 달빛 철도를 만나 한국의 샤모니로⋯

인구 8000명 남짓, 프랑스의 작은 산악 도시 샤모니는 매년 11월이 되면 인파로 북적인다. 1만여 명의 러너가 UTMB(Ultra Trail du Mont Blanc) 대회 참여를 위해 이곳을 찾기 때문이다. 트레일레이스의 메카이자 세계 최대규모인 이 대회는 몽블랑산맥의 계곡과 산 171㎞를 46시간30분 안에 완주해야 하는데, 참여 조건을 충족하고도 ‘추첨’으로 대회 참여가 결정된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샤모니의 다양한 국제 대회에 주민들은 파트너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참가자들은 숙박·식당·인프라를 소비하며 지역 경제에 선순환을 이어 나간다. 이 특별한 분위기에 매료된 세계 각지의 청년들은 속속 정착하기도 한다. 1924년 동계올림픽과 1960년 동계 유니버시아드를 개최했던 만큼 기차와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 산악 레포츠 관광객들을 이곳으로 모이게 한다. 장수군은 75%가 해발 500m 이상인 고원 지역으로 도심의 산들이 개발로 훼손될 때 발전에서 한발 비켜난 덕분에 역설적으로 천혜의 청정 자연이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동서남북 모두 산악이 중첩돼 산악관광 발전에 그야말로 최적화된 곳이다. 실제 작년 장안산 일원에서 개최된 ‘제2회 장수트레일레이스’에 1000여 명의 러너들이 참여해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됐다. 올해는 일명 ‘장수 트레일 빌리지 시즌’ 동안 4000여 명이 장수의 산과 계곡, 능선을 따라 달리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장수군은 최근에 깨끗한 산을 강점으로 ‘국제산악관광도시’를 미래 전략으로 설계하고 있다. 축제 위주의 관광에서 탈피해 상시 방문객을 유지할 수 있는 상품개발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도심에서 떨어져 자연에서 휴식하고 활기를 찾을 수 있는 관광 상품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트레일레이스를 테마로 빌리지를 조성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한국의 ‘샤모니’, 트레일레이스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 지지계곡에는 산악자전거 레저시설 거점 공간을 단계적으로 조성해 동호인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명소로 만들고, 무령고개 일대를 산악관광 중심지로 활성화한다. 이 밖에도 백두대간 산림 정원과 메타세쿼이아 명품길 조성사업으로 산악 인프라 확대에 박차를 가해 다양한 산악 레포츠를 통한 건강하고 쾌활한 도시를 그려내고자 한다. ‘국제산악관광도시’ 장수군은 ‘달빛철도’와 만나 마침내 잠재력을 꽃 피울 예정이다. 달빛철도 개통 시 광주와 대구의 중심에 위치한 장수군은 남부거대경제권의 중심지로 부상하며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는 데 혹자는 경유 노선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지라도 0과 1의 차이만큼이나 미래 기회 측면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용산-광주송정·서울-동대구 KTX를 통해 수도권에서 장수를 찾을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다. 철도 접근성의 향상은 자연스럽게 생활인구 증대로 이어져 산악관광 분야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할 수 있고, 이는 장수군을 미래산업특별시로 만들어갈 수 있는 핵심 기반으로 단단하게 자리잡으리라. 장수군은 할 수 있는 걸 더 잘하고, 해오던 것을 더 발전시키려고 한다. 철 따라 유행하는 아이템을 따라가다간 고유한 잠재력과 특색을 잃기 마련이다. 사시사철 청정한 장수의 산을 달빛 철도를 따라 남부권 주민들은 물론 수도권 시민까지 찾아 달리고, 힐링할 수 있는 ‘성지’가 되길 바란다. /최훈식 장수군수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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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8 17:20

미래세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초∙중등교육 혁신방안

선진국의 집단지성은 국가의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이 자국의 교육시스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교육시스템의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적인 대안을 마련하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미래교육의 백년대계를 마련하자는 국민적인 요구에 따라 다양한 정책연구를 통하여 정권이 바뀔 때마다 꾸준하게 교육개혁대안이 논의되었지만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미래사회를 2030년으로 상정하고 급속한 미래사회변화 전망에 따른 한국교육의 청사진을 그리는 연구(2016년)를 기획추진하면서 초중등 미래교육의 첫번째 정책과제로 사회 변화 및 학습자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존 공교육 체제의 유연한 재설계를 제시한바 있다. 21세기 교육환경의 혁명적 변화를 고려할 때, 기존 산업화시대의 근로자를 양성하기 위한 초중등 공교육체계는 교육공급자의 관점을 넘어서서 교육수요자인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유연하게 재편되어야 한다. 기존 초중등 공교육체계와 과정은 4차산업혁명시대의 창조적 인적자산으로서 미래세대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미래세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우선적인 교육혁신 정책과제는 유연한 공교육체계 재설계의 기본틀로서 초중등교육 과정의 전면적인 혁신이시급하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학령아동의 지적 능력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입학연령을 선택적으로 1년 앞당기는 방안과 함께 초등학교 교육연한을 5년으로 1년 축소하는 방안 그리고 단계적으로 중고등학교 교육기간을 6년에서 5년으로 1년 축소하는 방안을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혁신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평생교육패러다임 전개를 전망할 때 초중등학교 교육기간을 1년 앞당기고 2년정도 축소하는 것은 미래세대가 글로벌한 경쟁에서 스스로 생존경쟁력을 제고할수 있는 3년이라는 기간을 확보케 함으로서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획기적인 교육혁신방안이 될 것이다. 초중등 공교육기간의 단축을 통하여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할뿐만 아니라 새로운 창조적 교육프로그램을 압축적으로 도입하는 전환점이 될것이다 미래세대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초중등 공교육기간내의 창조적인 역량 증진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개편과 함께 공교육기간이후의 급격한 사회변화속에서 다양한 창업과 취업등을 통하여 글로벌 역량을 키울수 있는 인생체험학습 시간을 확대할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이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지역혁신 성공사례에서도 지역내 교육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이 매우 주요한 정책과제로 다루어지고 있으므로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시점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과 초중등 교육연한을 차별화한 새로운 공교육시스템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공감대 형성을 구축하여 전국 최초로 지역교육혁신을 위한 교육특구 등을 단계적인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미래세대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초중등 교육혁신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초중등 공교육기간 재편방안이 이번 총선에서 국가백년지계를 위한 정책 아젠다가 되어 관련제도와 정책을 개편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혁신의 출발점으로서 초중등교육기간의 교육혁신은 더 이상 미루어져선 안된다. /정철모 전북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전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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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8 17:19

전북특별자치도, 산림의 새로운 가치 창출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국민 모두가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며 숲을 만드는 사업을 실천해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산림강국이다. 국민의 노력과 시간이 만든 숲은 경제적 이익과 함께 현대인의 필수적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숲은 현대인의 심리적 안정과 삶을 치유하고 순환해 주는 인간과 자연의 다리이기도 하다. 숲을 떼어놓고 인간과 자연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산림의 중요성은 국가통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나라 산림의 가치는 연간 259조 원으로 1인당 약 500만원의 경제적 효용성을 지니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숲으로 잘사는 글로벌 산림강국으로 도약’이라는 비전을 2024년 산림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으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라 2024년 국가시책에 부응하고, 전북특별자치도 목적인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산림의 공익적‧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해 산림정책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먼저,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산림육성에 나선다. 다양한 나무심기를 바탕으로 탄소흡수원 확대와 체계적인 숲의 기능∙연령별 숲가꾸기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군산 섬지역에 해풍에 강한 에메랄드 그린, 이팝나무, 편백나무 등 특색있는 나무와 꽃을 심어 ‘꽃이 피는 가보고 싶은 섬’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둘째, 전(全) 생애 산림복지서비스를 확대 추진한다. 대표적으로 무장애 나눔 길과 사회적 취약계층 및 보행약자 이용 편의를 위한 나눔 숲 등 치유와 휴식 공간을 적극 발굴해 숲이 주는 혜택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전주 건지산 무장애 나눔길, 완주군 다함께 돌봄센터 복지시설 나눔숲을 조성해 도민의 건강과 행복한 삶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셋째, 일상화·대형화되고 있는 산불·산사태 등의 재난으로부터 도민의 생명과 안전, 숲을 보전한다. 산사태 예방을 위한 현장예방단 운영 등과 함께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 저지를 위한 신속한 진단과 감염목 조기 발견을 위한 예찰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산불임차헬기 운영에 26억원을 투자해 남원, 진안, 고창에 3대를 배치, 산불위험시기(봄철 150일, 가을철 60일) 동안 운영해 초동진화 강화 및 대형산불 예방에 힘써나갈 방침이다. 넷째, 산림의 공익기능 증진과 임업인 소득안정이다. 산림작물 생산기반 규모화·현대화 사업 추진 및 임산물 유통기반을 구축하고 경쟁력 강화, 품질관리 내실화도 추진한다. 또한, 산림의 공익기능 증진과 임업인 소득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급·관리와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정원을 통해 도시를 녹색생활공간으로 전환하고자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 부안의 노을빛 지방정원, 해뜰마루 지방정원 3개소를 운영하고, 2024년까지 남원의 함파우 지방정원, 전주 꽃심지방정원을 완료하는 한편, 장수 육십령 산림정원을 2027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전북을 상징하는 특색있는 공간을 만들어 여유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도민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정원문화를 확산시키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2024년 새롭게 출범했다. 더 새롭고 특별한 우리만의 산림 인프라로 지역경제를 견인하고, 숲으로 잘사는 전북특별자치도를 위해 하루하루 묵묵히 전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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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8 17:19

한번 더 한다고

전북의 운명을 가를 22대 총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간 도민들은 진보정권을 3차례나 탄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정권에 따라 현실정치가 어떻게 전개되어 나가는가를 목도해왔다. 특히 인물을 키우지 않고 무작정 지역정서에 휩쓸려 민주당 일변도로 독주체제를 만들어 준 것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정치적 역량이 한참 부족한 사람을 과거 운동권 출신이라는 이유로 공천 받도록 해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준 것이 지역발전에 어떤 부정적 결과를 낳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은 AI시대로 전문가가 사회발전을 견인하는 때다. 이러한 시기에 철 지난 낡은 이론을 갖고 또 유급당원을 몽땅 모집해 관리해온 사람을 다시 국회의원으로 밀어준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전국 7대 도시안에 들었던 전주가 오늘날 20위권에 턱걸이 하고 있는 것은 국회의원의 정치적 책임이 제일 크다. KTX나 편하게 타고 다니면서 의정활동 한답시고 지방의원 줄세우기 하면서 억대 세비를 받아 자신과 그 가족들만 잘 먹고 잘 살아왔다. 예전 전두환 군부독재정권 시절 청문회때도 야당의원은 기개 넘치는 의정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특권의식에 심취한 요즘 의원들은 자신들이 취해서 누릴 것은 한없이 누리는 셀러리맨같이 돼 버려 유권자들을 실망시킨다. 지난해 7월 남원 출신인 해병대 채상병이 실종자 수색작전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기본장비도 갖추지 않은채 무리하게 수색작전을 강행하다가 당한 일이었지만 아직도 지휘부의 책임여부가 적나라하게 가려지지 않은 채 당시 수사단장을 맡았던 박정훈 대령만 정의감에 휩싸여 나홀로 투쟁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들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지만 군대를 가는 청년들과 군대 보내는 부모입장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전북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사건진상 파악을 위한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했어야 했다. 지금 도민들은 현역 의원들의 정치적 역량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재선 정도 했으면 당내 선출직 최고위원에 출마할 정도로 실력을 겸비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모두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줄이려고 방탄조끼 역할만 하는 바람에 지난 연말 삭감된 새만금예산도 전액 살려내지 못했다. 그런 상황인데도 마치 삭감된 예산을 자신들이 살려낸 것처럼 호들갑을 떠니 천박해 보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눈도장 받아 다시 공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교언영색'을 한 것이다. 지금 도민들은 얼마나 전북의 낙후가 심각한지를 잘 모른다.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가는 수가 인구감소로 연결, 170만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결론은 총선 때 똑똑한 인물을 국회로 보내야 전북낙후를 막을 수 있다. 국회의원을 한번 정도 하면 그 사람의 모든 능력이 다 드러나게 돼 있다. 한번 더 한다고 잘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역량과 자질이 부족하면 갈아치우는 수가 상책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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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2.18 17:18

컷오프 '부메랑 효과'

컷오프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이 임박한 가운데 하위 20% 통보와 2차 경선 발표 등 후보 선출 작업이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뒤흔들었던 컷오프 트라우마가 이번 총선 레이스에서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끈다. 당시 송하진 지사를 비롯해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7명의 단체장 입지자들이 희생양이 되면서 거센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도지사와 전주 시장 선거는 사실상 컷오프 변수로 인해 승패를 갈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정읍은 1, 2위 대상자들이 분루를 삼키며 지역위원장과의 갈등이 노골화되기도 했다. 이렇게 컷오프를 둘러싼 앙금이 불과 2년 만에 해당 현역 의원의 총선 가도에 아킬레스 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컷오프와 관련해 구구한 억측이 시중에 난무한 상황이라 이래저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돌이켜 보면 2년 전 지방선거는 메가톤급의 컷오프 결과가 발표되면서 격랑에 휩싸인 충격 그 자체였다. 3선에 들떠 있던 송 지사가 제물이 되면서 그에 따른 반발 기류가 확산돼 대항마로 김관영 후보가 급부상해 도정 권력을 거머쥐었다. 송 지사 학살 배후로 김성주 도당위원장 등이 의혹에 휘말리며 정치 공작설까지 제기됐다. 이를 앙갚음하기 위해 송 지사 사람들이 지금 김 의원을 겨냥해 정동영 캠프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1위 컷오프 탈락으로 전주 시장 선거도 후보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면서 선거 흐름을 뒤바꿔 놓았다는 평이다. 정읍 시장은 여론조사 1, 2위가 엮이면서 도당 공관위원장이던 지역구 윤준병 의원의 개입 논란이 뜨거웠다. 생사여탈권이 달려 있는 공천 결과가 초읽기에 몰리면서 예비 후보자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실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전주을의 경우 전략 공천과 야권 통합 경선론까지 불거져 뒤숭숭한 분위기다. 군산도 후보 단일화를 통해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문제는 컷오프와 전략 공천 대상 지역 2~3군데 설이 파다한 가운데 어디가 포함되느냐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뭐니뭐니 해도 4월 총선 화두는 여야 혁신 경쟁이다. 각종 여론조사 응답자의 50% 이상이 현역 의원 교체에 공감하고, 무당층이 30% 안팎이란 사실은 그만큼 정치 혐오증이 심각하다는걸 반증한다. 총선의 바닥 민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전현직 리턴매치가 예상되는 전주병, 익산갑, 정읍고창과 함께 전주을, 군산 지역은 현역 의원끼리 대결 구도가 형성됨으로써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진검 승부에서 저격수를 자처하며 '고춧가루' 역할로 주목받는 것이 컷오프의 부메랑 효과다. 그 당시 현직 도지사 위상에 시군 여론조사 선두를 달릴 만큼 지명도와 조직력을 갖춘 세력이라면 그들의 컷오프 충격파는 능히 짐작하고 남는다. 벌써 총선 결과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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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2.15 18:54

지역에 문화예술 기획자가 필요한 이유

독자는 문화예술 기획자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IT, 시스템, 광고,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가 있다. 기획자가 하는 일은 광범위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단어나 문장으로 명확히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문화예술 기획자는 문화예술과 관련된 행사, 공연, 프로젝트 등을 기획하는 사람이며 실제 예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문화재야행, 전주독서대전, 재즈페스티벌 전북은 올해로 특별자치도가 되었다. 각종 환경규제를 정부 승인 없이 직권으로 해제하고, 레포츠와 휴양 인프라를 확대해 관광사업을 키운다는 이야기를 출범식에서 발표했다. 관광 사업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문화 예술 행사가 많아지고, 이 행사들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기획자들이 많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필자는 청년 기획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북의 인구문제를 살펴보면, 고령화 사회의 문제도 있지만 청년들의 탈 지역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청년 예술인을 대상으로 “지역을 떠나는 이유”를 조사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지역에서 먹고 살 일이 없어서’였고, 다음으로는 ‘다양한 인프라(문화 인프라)가 없어서’이었다. 나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청년 기획자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기획자가 지역 내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기획을 하며 실행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인적 자원은 ‘예술인’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예로 들어보겠다. 기획자가 이 축제를 기획할 때 공연을 프로젝트 내에 배치하면 공연을 실행할 수 있는 ‘무용수’, 노래를 할 수 있는 ’소리꾼’, 반주를 진행하는 ‘밴드’, 그림 공모전을 진행하며 선정하는 ‘미술인’ 등 다양한 예술인이 필요하다. 이는 전북에서 문화예술 축제(행사)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인들이 예술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는 예술인들의 탈전북화를 막고, 타지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의 유입을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필자가 기획했던 ‘3만 원 아트페어 <다음번엔 오릅니다.>’에서는 참여 작가 19명 중 3명의 수도권 지역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예술인들은 어느 지역에서나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타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자연스럽게 전북으로 유입이 될 것이다. 또한 문화행사가 많아지면 다양한 산업 분야도 함께 성장하기 마련이다. 그 예로, 한옥마을에서 문화 축제를 하게 되면 주변으로 숙박업이나 식음료 사업들이 함께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탈 지역화의 이유 중 ’다양한 인프라가 없어서’를 살펴보자. 과거의 인프라는 ‘철도, 도로, 병원, 학교’등 교통과 밀접한 자원을 말했지만, 현시대에선 ‘영화관, 미술관, 학교, 공원, 도서관, 쇼핑센터 등’ 문화시설도 중요한 인프라로 구축되어 있다. 지역 내 기획자가 많아져 관할 부처와 힘을 합쳐 문화 예술 기관이나 센터를 만들고 관리한다면, 문화 인프라가 확대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전북 특별자치 도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2024년 역사관광 문화도시 전북 특별자치도에서 절대 없어서 안될 청년 문화 기획자들, 이들을 양성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인큐베이팅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동시에, 기획자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고 기획한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만 한다. 그래야 진정한 역사관광 문화도시 특별 자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소정 문화예술교육공간 오이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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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5 17:30

‘병역명문가’ 신청 자격, 선정 절차 및 혜택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병역명문가란 3대(代) 가족이 모두 현역복무를 성실히 마친 가문을 말합니다. 1대 조부, 2대 백부·부·숙부, 3대 본인·형제·사촌형제 등 모든 남성이 빠짐없이 현역복무를 마친 가문은 병역명문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3대째 남성이 없고 군 의무복무기간을 마친 여성이 있는 경우도 해당합니다. ‘현역복무를 성실히 마친 가문’이란 가족 모두 징집 또는 지원에 의해 장교, 준사관, 부사관, 병으로 입영해 현역(전투·의무·해양경찰, 경비교도대원, 의무소방원, 상근예비역 포함) 복무를 마쳤거나, 장교, 준사관 및 부사관 중 의무복무기간을 마친 후 계속 복무 중인 가문을 말합니다. 또한 국민방위군, 학도의용군 등 군인이 아닌 신분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사람, 독립군·한국광복군 등으로 활동한 독립유공자도 선정 대상에 포함됩니다. 단, 방위병, 사회복무요원 등 보충역 복무를 마친 사람은 선정 대상이 아닙니다. 병역명문가 신청은 병역명문가 신청서,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 3대 가족을 확인할 수 있는 제적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갖춰 병역명문가 누리집(https://mma.go.kr/hall) 또는 주소지 관할 지방병무청 방문, 우편, FAX를 통해 할 수 있습니다. 신청은 연중 가능하며, 선정 결과는 신청한 다음 달 20일 이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병역명문가로 선정된 가문은 병역명문가증, 증서 및 패(牌) 등을 받고, 병역명문가 누리집 ‘명예의 전당’ 코너에 영구 게시됩니다. 또한, 병무청과 예우 협약이 체결된 전국 1,300여개의 국공립, 민간시설(영외 군(軍) 마트, 각종 병원, 숙박시설, 문화시설 등)에서 이용료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전체 병역이행자 수와 병역이행 기간 등을 고려하여 정부포상 가문으로 선정된 가문은 대통령·국무총리 등의 표창 및 포상금을 받게 됩니다. 이밖에 병역명문가 관련 문의사항은 병역명문가 누리집, 병무민원상담소(1588-9090), 전북지방병무청 운영지원과(063-281-3196)를 통해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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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5 17:30

헤어질 결심

“여보! 우리 이혼합시다!” 마부의 아내는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헤어질 결심을 통보했다. 마부는 갑작스런 부인의 이혼통보에 당황했다. 제(齊)나라 재상인 안영(晏嬰)의 마차를 모는 직업은 비록 신분이 낮은 일이기는 하나 제나라 강력한 실세 안영을 모시는 일이기에 사람들은 알아서 자신에게 잘 보이려 했다. 마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혼을 통보받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이혼 사유를 찾을 수 없었던 마부는 아내에게 왜 헤어지려 하는지 물었다. “당신은 재상을 모시는 마부입니다. 그런데 오늘 시장에서 본 당신의 모습은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제나라 실세인 안영은 겸손하게 마차를 타고 있는데, 당신은 권력의 실세인양 의기양양(意氣揚揚)하게 마차를 몰고 있으니 당신의 부인으로서 창피했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머리를 조아린 게 아니라 마차에 타고 있는 권력자에게 한 것인데, 주제도 모르고 권력의 주변에서 함께 누리려 하니 그것이 제가 당신과 헤어질 결심을 한 이유입니다.” 사마천 <사기> 안영과 마부의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권력의 주변에는 늘 주변실세가 있다. 권력자는 이미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조심하고 경계한다. 그러나 권력의 주변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자신의 이권을 챙기는 사람이 많다. 권력자의 배우자, 친척, 비서실 직원, 수행 기사, 그리고 그들의 측근들은 모(母)권력의 주변에서 자(子)권력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권을 가진 사람들은 늘 자(子)권력 주변에 모여든다. 명품과 뇌물로 유혹하기도 하고, 아부와 아첨으로 달래기도 한다. 잠깐 잘못하면 무심코 받은 뇌물과 청탁 수락에 모(母)권력이 흔들리고 무너지기도 한다. 권력이 무너지는 것은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내부 기생권력에서 시작된다는 예는 역사 속에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환관과 외척들, 십상시와 측근들, 권력에 기대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주변 실세들은 나라를 무너뜨리는 족속들이었다. 내부 단속을 하지 못하고 방치한 것이 결국 화를 키웠던 것이다. 돈이 많은 부자거나 지위가 아주 높은 사람은 의외로 교만함이 적다. 실세가 교만하면 그만큼 잃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귀한 사람보다 더욱 교만한 사람들은 그들의 측근이나 주변사람들이다. 오늘 나는 어떤 부귀한 자와 만났고, 누구와 점심을 같이 먹었고 떠드는 사람 치고 정말 실속 있는 사람이 드물다. 대부분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다른 사람의 명성에 기대어 자신을 돋보이려는 사람들이다. 아내의 헤어지자는 말에 마부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날부터 마부는 자신의 몸을 낮추고 겸손하였다. 자신의 문제점을 지적한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개과천선하였던 것이다. 평소와 달라진 마부의 모습을 본 안영은 그 이유를 물었고 마부는 집에서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안영은 부인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그의 교만함을 접은 마부를 기특하게 여겨 대부(大夫)의 벼슬에 천거하였다. 일개 마부에 불과했던 마부가 아내의 충고를 진심으로 받아들여 대부의 벼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 역사 기록을 읽다보면 멋있는 사람들이 많다. 우선 마부가 멋있다.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잘못을 고친 마부는 멋진 사람이다. 안영은 더 멋있다. 자신이 데리고 있는 부하의 변화를 인정해 줄줄 아는 상사였다. 그러나 가장 멋진 사람은 마부의 아내다. 현명한 아내가 위대한 남편을 만들었다. 남편에게 옳은 길이 무엇인지 몸소 가르쳐주었던 마부 아내의 용기는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배우자의 부정을 알면서 눈감거나 조장하는 사람은 그의 행동이 결국 부부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잘못한 것을 어떻게 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헤어질 결심으로 충고한 마부의 아내가 되어야 사람들의 용서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이 시대에 그런 마부와 부인을 보고 싶다. /박재희 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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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5 17:30

[금요수필]돼지들 제주도 여행

어린 시절 '돼지 같은 놈'은 멍청이의 대명사처럼 쓰였다. 그런데 돼지들은 절대 명청한 동물이 아니므로 억울하다. 돼지는 예로부터 다산(多産), 풍요(豐饒)의 상징이다. 이런 돼지에 대한 잘못 알려진 인식과 편견을 짚어 보자. 돼지는 게으르다? 이 편견은 돼지가 사육되는 장소 때문이다. 대부분 농가의 돼지는 좁은 공간에서 먹고 자기 때문에 자연스레 활동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동물원의 돼지는 오히려 부지런하고 깔끔한 특성을 보인다. 돼지는 지저분하다? 절대 아니다 그 어떤 동물보다 깨끗한데 땀샘이 없어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려고 진흙탕에 뒹굴며 체온을 식히려는 모습에서 '불결하다'는 편견이 생겼다. 돼지는 많이 먹는다? 절대 아니다. 돼지는 정해진 양 외에는 과식하지 않으며 배가 부르면 물러선다. 오히려 식탐은 인간들이 훨씬 강하다. 이 외에 돼지는 머리가 나쁘다고 하는데, 개의 IQ가 30인데 돼지의 IQ는 50으로 오히려 개보다 영리하다. 또 돼지는 둔하다고 하는데 감각이 예민해서 소음 등의 스트레스에 약한 동물이다. 그리고 돼지는 수영을 못하는 줄 아는데 홍수 났을 때 돼지의 수영 실력을 보았는가? 다음은 돼지 예찬론이다. 돼지는 예로부터 풍요의 상징으로 돼지꿈을 꾸면 재수가 있다고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돼지꿈 태몽을 꾸면 복덩이를 분만할 꿈이라 했다. 어린 시절 나의 외할머니는 내가 돼지띠라 밥걱정 안 할 사주팔자를 타고났다고 귀여워하셨다. 몇 년 전 젊은 시절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우리 돼지띠 4명이 여행을 했다. 불가(佛家)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우리는 20대에 만나 60대까지 같은 직장에서 반평생을 함께 근무했으니 아마 전생에 형제나 가족이었는지도 모른다. 좁은 울타리 안에서 지내다 보니 주말이면 등산도 함께하고 퇴근 시간이면 대포 집에서 흉허물없이 회포를 풀며 반평생을 함께 한 막역지우들이다. 그래서 정년 후 헤어지기가 섭섭해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매월 정기적으로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추억담을 나누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동년배니 살아온 과정이 엇비슷하여 무슨 말을 해도 대화가 잘 통했다. 그래서 때로는 부부간에도 자주 만나고 국내 외 여행도 여러 차례 하다 보니 흉허물이 없는 사이가 되었다. 올해는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제주도로 갔다. 깨끗하고 아름답고 관광객을 괴롭히는 악덕 상인이나 소매치기도 없다. 안전하게 마음 편히 여행하기 좋은 관광지로 제주도 만한 곳이 없다. 도민들 의식도 선진 문화 시민다웠다. 산이나 바다 둘레길 등 가는 곳 어디서나 쓰레기도 없이 깨끗했다. 숙박업소나 식당도 청결하고 친절했으며 맛도 좋았다. 인간의 삶, 한 개인의 인생은 먼 길을 떠나는 여정과 같다. 우리는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 인생 속에는 평탄하고 즐거운 길이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험난한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기도 하다. 또한 절망의 늪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가 하면 손쉬운 지름길들도 있다. 인생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싶은 사람은 여행을 자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번 돼지 부부들의 여행에서 얻은 교훈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낯선 곳에서 내가 몰랐던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 익숙한 것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 스스로의 참모습을 용기 있게 드러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 사소한 일상의 순간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찾게 되는 것이 여행이었다. △최기춘 수필가는 한국문협, 전북문협 회원이며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수필부회장, 대한문학 부회장, 영호남수필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촌수필, 은빛수필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15 17:07

경선 개입한 지방의원 불이익 조치해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이 ‘총선 후보자 공개지지 금지 등 경선중립 준수 지침’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으나 전북에서 도의원과 시·군의원들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방의원들이 현역 국회의원의 눈에 들어야만 다음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이득을 볼 수 있기에 앞장서서 눈도장 찍기에 주력하고 있다. 당장 정치적 명운이 달려있는 총선 후보자들은 중앙당의 불개입 방침은 아랑곳없이 과도한 선거개입을 사실상 독려하는 분위기다. 결론은 민주당 중앙당이 말로만 지방의원 경선 불개입을 외칠게 아니라 선거에 개입한 지방의원에 대해 구체적인 불이익 조치를 강구해야 할 상황이다. 차제에 하향식 천민 정치구조의 틀을 벗어나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민주당은 지난 1일 윤리규범 제8조(공정한 직무수행) 경선중립 의무 준수 근거 조항을 들어 도의원과 시·군의원 등 선출직공직자의 특정후보 공개지지 금지와 경선중립의무 지침을 시달했다. 이에 따르면 당 소속 공직자와 당직자의 줄세우기, 사조직 가입·참여의 권유나 강요 등으로 당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규정이 완전히 사문화 된 상태다. 전북지역 지방의원들은 개인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특정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카드뉴스나 글로 도배한 경우가 많다. 지방의원 경선 개입에 대한 잡음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지난 6일부터 경선 선거부정신고센터를 개설하고 당규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다. 신고를 접수하자마자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실례로 국주영은 도의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에 A후보의 사진을 내걸고, ‘여론조사에서 000을 선택해 주세요. 전화 받아주세요’라고 글을 올렸다가 상대 후보측으로부터 신고를 당했고, 전주시의회 이국 의원 등 3명의 시의원 역시 자신이 지지하는 현역 의원을 선택해달라고 지지하는 SNS 홍보물을 올렸다가 신고되기도 했다. 도내 전역에 걸쳐 지방의원들이 경선중립 준수 규정을 어기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선언적 의미의 규정만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음이 입증됐다. 민주당은 지금부터라도 경선에 개입하는 지방의원에 대해 추후 각종 선거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실효성 있는 제재방안을 마련해서 즉각 시행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좋은 말을 듣지 않는 지방의원은 실행력 있는 구체적인 제재를 통해 현실정치에서 배제하는 수단을 강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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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2.15 14:20

‘더 청렴한 전북교육’ 구호 아닌 실천을

전북교육의 청렴도가 바닥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더 청렴한 전북교육’을 강조하면서, 교육감이 주재하는 반부패추진단까지 운영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조직사회에 뿌리박힌 부패사슬과 관행을 제대로 척결하지 못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14일 본청 전 직원과 지역교육지원청 및 직속기관 5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반부패 청렴실천 자정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청렴 특강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국민권익위원회 정책간담회’도 열었다. 또 ‘청탁 알선’, ‘갑질’ 등의 문구가 쓰인 상자를 깨뜨리는 청렴실천 결의 퍼포먼스도 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권인 4등급을 받았다. 2022년도에 이어 2년 연속 4등급의 불명예다. 이 같은 결과는 무엇보다 전관예우 카르텔 등 조직 내 뿌리깊은 부패사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교육청 출신 공무원이 퇴직 후 교육청 사업과 관련된 민간 업체에 간부로 재입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 계약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지난해에는 퇴직공무원 출신 업체 간부가 현직 교육청 간부들과의 해외 골프여행을 주도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새해 출범과 함께 기치로 내건 ‘더 특별한 전북교육’은 학생과 학부모·교사 등 교육주체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부정부패로 얼룩져 청렴도가 최하위권에 있는 조직을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신뢰를 잃은 조직에게 지역의 미래를 맡겨야만 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 것이다. 전북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우선 조직의 청렴도부터 높여야 한다. 청렴은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나 떠들썩한 구호로 확보되는 게 아니다. 또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얻기도 어렵다. 부패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강도 높은 청렴 대책, 그리고 구성원들의 관심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무의식중에 굳어진 잘못된 관행과 부패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또 객관적인 인사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정실인사를 차단하고, 갑질 및 비위행위 발생 시 엄중 조치해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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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2.15 13:43

타향에서 보내는 편지

방문을 열면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내 고향! 꿈에도 잊힐리 없는 영원한 마음의 보금자리이다. 하지만 우리 고향이 180만 인구도 깨져버리고 전국 최하위권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현실은 한없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절대 기죽지 말고 전북만이 가진 역동적이고 빛나는 역사적 전통과 자긍심이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우리 전북은 수천년전부터 한반도에서 가장 풍요롭고 자랑스러운 시대를 만들어왔다. 즉 강화도와 화순지역보다 훨씬 규모가 큰 수천기가 모여있는 고창지역 고인돌 유적은 약 3000년전 청동기 시대에 이 지역이 가장 발달된 강력한 공동체였음을 말한다. 최근에 비로소 발견된 만경강 상류지역인 완주군 이서, 용진 일대의 대규모 청동기 유적들은 이 일대가 수천년전 마한의 중요지역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접한 익산 금마지역에 약 2000년전인 고조선 말기에 고조선의 준왕이 내려와 '한왕'이라 칭하고 주변을 다스렸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한'이라는 단어가 대한제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한'민국으로 이어져 우리 국호로 되었다니 우리 고장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알 수 있다. 그후 3국시대의 가장 우수한 문화선진국이었던 백제의 실질적 토대는 벽골제로 상징되는 곡창지대인 우리 전북이었으며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동양최대규모였던 미륵사지 일대와 왕궁면 백제왕궁 유적 등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이 시대에 정읍에서 불려오던 ”멀리 장사를 나간 남편을 애타게 그리는“ 1500여년전의 아름다운 노래가락인 '정읍사'가 조선시대의 '수제천'이라는 궁중아악으로 발전되어 지금도 국빈환영행사등 중요한 국가행사에서 자주 연주되고 있으니 감격적이라 하겠다. 백제멸망 200여년후 통일신라의 모순을 극복하고 백제 영광의 부활과 3국 통일의 깃발을 높이들었던 후백제가 36년간 수도로 삼았던 곳이 바로 전주이다. 신라의 수도 경주를 함락하고 전라도 일대는 물론 충청도와 경상도의 상당부분까지 지배헀던 강대국으로 고려를 압도했었는데 불행하게도 내분으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으니 퍽 안타까운일이다. 고려시대에 이르러 1170년 부패한 문신 귀족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무인집권시대를 열었던 풍운아 이의방이 바로 전주인이며, 그의 동생 이린이 태조 이성계의 6대조라고 전해진다. 그 집안은 지금도 전주일대에 수백년째 세거하고 있다. 1300년대 후반 고려의 왕권이 추락하고 권문세가의 횡포에다 홍건적, 왜구의 침범 등으로 누란의 위기에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500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전주에 뿌리를 둔 사람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1380년 태조가 남원에서 왜구를 격파하고 개경으로 개선하던 길에 전주의 종친들을 모시고 잔치를 베풀었다는 오목대를 비롯하여 해마다 1000만명이상이 즐겨 찾는 한옥마을 중심에 있는 경기전과 그일대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전주 이씨의 시조이자 태조의 21대조인 이한 공의 사당인 조경묘, 단각인 조경단, 태조의 고조부인 이안사가 삼척, 함경도로 이주하기 직전까지 오랫동안 살아왔던 곳인 이목대, 객사의 풍패지관 현판 등이 이곳 전주가 조선왕조의 발상지라는 상징들이다. 이상과 같은 조선개국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만 보더라도 우리 고향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역동적으로 우리 민족역사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는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바, 이러한 긍지와 자신감이 특별자치도로 새 출발하는 우리 전북의 미래 창조에 크나큰 원동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대석 변호사∙전 전주지검 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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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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