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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특별자치도 출범…도약의 기회로 삼자

전북특별자치도가 18일 기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제주, 세종, 강원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다. 도민과 함께 특자도 출범을 축하한다. 그동안 수고를 아끼지 않은 전북도와 정치권의 노고를 치하하며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전북특자도가 출범했다고 해서 전북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조그마한 희망의 단초를 열었다는 의미를 가질 뿐이다. 앞으로 특별법 개정을 통해 재정분권을 가져와야 하는 등 할 일 이 많다. 전북은 고려 현종 때인 1018년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따서 전라도라 불렸다. 이후 1896년 갑오경장 때 전북과 전남으로 나뉘었다. 이때로부터 128년이 지난 오늘, 전북특별자치도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특별’자가 붙었다 해서 전북의 현실이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인구가 줄고 경제는 바닥을 긴다. 1966년 252만명이던 인구는 지난해 176만명도 허물어졌다. 사람들이 떠나 빈집도 1만6000채가 넘는다. 본보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도민 94%가 전북의 지방소멸이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출범하는 전북특자도에 이제 희망을 담아야 한다. 그동안 전북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영남과 호남, 호남 내부, 광역시 없는 차별 등 4중의 차별을 받아 왔다. 이를 벗어나 지역 주도의 자치권을 확보함으로써 ‘희망의 전북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첫째 특별법 2차 개정 등 후속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전북특자도법은 2022년 제정 당시 28개 조항이였으나 지난 연말 국회에서 131개 조항으로 확대되었다. 여기에는 외국인 근로자 체류 비자, 사립대 정원, 절대농지와 도립공원 변경·해제 등의 특례가 들어갔다. 그러나 전북과학기술원 설립 등이 정부부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들 외에 전북만의 고유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특례를 담아야 한다. 둘째, 다른 특자도와 협력과 함께 차별성을 갖는 일이다. 지난해 11월 강원 등 4군데 특자도는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이들과 함께 특별지방정부의 위상 제고, 제정·세제분야 제도 개선, 특별법 공동 대응 등 구체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어렵지만 재정분권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북만의 특화된 분야를 찾아야 할 것이다. 거듭 도민과 함께 특자도 출범을 축하하며 이제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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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1.17 18:22

전북특별자치도 시대, ‘더 특별한 전북교육’을

전북특별자치도가 18일 공식 출범했다. ‘글로벌 생명경제도시’라는 비전과 함께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재정특례를 비롯해서 함께 풀어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지역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교육혁신을 통해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양성의 토대를 탄탄하는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각종 지원을 통해 지역의 산업을 발전시켜도 교육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면 해당 지역의 인구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새 희망을 안고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의 발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지역 맞춤형 교육혁신이 요구된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맞춰 오는 22일에는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출범식이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다. 전북교육의 슬로건도 새로 정했다. ‘더 특별한 전북교육, 학생중심 미래교육’이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는 △자율학교 운영 △유아교육 △초·중등 교육 △농어촌 유학 등 4개 조항의 교육특례가 포함됐다. 기존 교육부장관의 권한 중 극히 일부를 교육감에게 이양하거나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교육청에서는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출범으로 고도의 교육자치권이 확보되고, 자율권이 강화돼 지역 상황에 맞는 특별한 교육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더 특별한 교육으로 전북을 한국 교육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엄격히 따지면 많이 부족하다. 고도의 교육자치권을 확보했다고 볼 수 없다. 지자체와 함께 교육청에서도 교육자치권을 확대할 수 있는 특례를 추가로 발굴해 특별법에 반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교사 등 각 교육주체와 소통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우선 신청 마감을 앞둔 교육부의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공모사업’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교육발전특구는 기회발전특구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이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발전 전략과 연계한 교육발전특구 운영 방안을 마련해 공모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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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1.17 18:21

닻 올린 전북특별자치도, 기업유치에서 답을 찾자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졸업식이 한창이다. 예전에는 2월에 졸업식을 했지만 봄방학 등 학사일정에 대한 고려와 함께 12월 말이나 1월초 졸업식을 학교와 학부모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불현듯 이러한 졸업식을 언제까지 볼수 있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출산의 여파로 학령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신입생이 없는 학교, 졸업생이 없는 학교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을 비롯해 정부와 지자체모두 큰 고민에 빠지게 된 셈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이 0명인 학교가 무려 32개교에 달한다고 한다. 2020년 9개교, 2023년 20개교였던것에 비하면 정말 큰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의 폐교 문제는 자연스럽게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이어지고 지역소멸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전라북도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해결해야 할 1순위의 과제이기는 하지만 유독 전북특별자치도의 속도가 빠르고 심하다는 점을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10년간 전라북도의 인구 동향을 살펴보면 2014년 187만여명에서 2015년 186만 9000여명으로 1800여명 줄어들더니 그 이듬해인 2016년에는 5000여명이 줄었고, 2017년도부터는 그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며 매년 평균 1만6000여명씩 줄어들어 지난해 175만명까지 줄어든 상태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사망자가 신생아 수보다 높아 생기는 자연감소 뿐만아니라 매년 5000여 명 이상의 인구가 외부로 급격하게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장례인구 전망은 더 암울하기만 하다. 2022년 177만 명에서 2050년 149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전국 평균 감소율(-8.0%)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전북특별자치도는 어떠한 노력들을 해야 할까? 필자는 결국엔 기업 유치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마련이 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도 화성시의 경우 2014년 54만에 불과 했으나 매년 5만 명에서 6만 명 규모의 인구가 증가해 지난해 94명에 달하고 있다. 1기~2기 신도시의 영향도 있겠지만 기흥과 동탄에 집중된 삼성전자와 그 협력업체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전북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전라북도 20대~40대 전입자들에게 향후 전출 의향 이유를 물었을 때 1순위로 대답한 것이 바로 취업(34.2%)이며, 2순위가 자녀 교육(24.1%)이라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간 기업 유치의 중요성과 절실함을 알기에 조직개편을 통해 국단위 기업유치지원실도 만들고 과 단위의 기업유치추진단도 만들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는 없었다. 이제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는 만큼 과감한 규제혁신과 특례를 바탕으로 많은 기업들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전북특별자치도와 14개 시․군이 협력해 사생결단의 각오로 나서야 한다. 갑진년 청용의 해! 닻을 올린 전북특별자치도에 투자를 위한 기업과 사람이 많이 승선해 성공의 길로 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김이재 전북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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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7 18:21

전북특별자치도 건도(建道)와 조선 건국자 ‘태조 이성계’ 자산 선점

이승만부터 가까이는 칭기즈칸, 미국의 워싱턴과 스웨덴의 구스타프 1세 바사, 그리고 앙골라의 네토까지...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국가의 건국에 깊게 관여한 이른바 건국자라는 점이다. 그리고 다음 공통점은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화폐가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국가의 건국자는 그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에 상징적인 존재이다. 모두에게 잘 알려진 워싱턴 D.C.와 로마의 건국자인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의 이름을 딴 로마, 불가리아 건국자의 이름을 딴 부다페스트까지 삶의 공간 그 자체를 건국자의 이름으로 바꾼 예도 쉽게 확인된다. 이렇듯 국가의 건국자는 상징적인 존재인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과 역사적 시공간을 공유하는 한반도에는 어떤 건국자들이 있었을까? 고조선의 단군왕검에서 시작하여 고대의 온조, 비류, 주몽, 박혁거세, 김수로, 후삼국의 견훤과 궁예 그리고 태조 왕건과 태조 이성계까지, 이들은 모두 한반도에 성립된 국가들의 건국자로서 많은 이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건국자들 중 가장 많이 인구에 회자되는 인물은 누구일까?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서 제공하고 있는 검색어트렌드 서비스를 통해 1년 동안 대표적인 건국자인 ‘이성계, 온조, 박혁거세, 견훤, 왕건’의 키워드 검색 추이를 각각 살펴본 결과, 태조 이성계는 이들 중에서 가장 높은 검색량(33.5%)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이어 왕건(25.9%), 박혁거세(21.6%) 순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대중들에게 가장 각인되어 있는 건국자가 태조 이성계라는 결과를 도출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태조 이성계를 일상 속에서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 ‘함흥차사’는 일상적인 사자성어가 되었으며, 이성계와 연관된 다양한 설화는 우리의 삶 속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전북에는 이성계의 모든 흔적이 남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태조 이성계의 기상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그의 어진과 경기전, 마이산과 황산대첩, 뜬봉샘 등 전북은 태조 이성계를 오롯이 품고 있는 지역이다. ‘이성계 리더쉽 센터’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태조 이성계 관련 유적의 약 76%가 전북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이성계와 전북의 가까움을 넘어 필연적 관계를 잘 보여준다. 2024년, 전북은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로운 ‘建道’를 준비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조선 건국의 상징인 ‘이성계’가 주목되는 것은 필연적 관계의 연장선일 것이다. 새로운 역사를, 그리고 도약을 준비하는 전북특별자치도와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고 새로운 왕조를 개창한 이성계는 同色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른 지역이 염원해도 얻을 수 없었던 이성계와의 필연적 관계를 가진 전북이, 앞으로 이성계 자산을 선점할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태조 이성계, 이들이 함께 걸어가게 될 새로운 역사가 기대된다. /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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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7 18:20

'남원문학관' 창설을 위한 제언

남원시 춘향골은 예로부터 예향(藝鄕) 또는 ‘충절의 고장’으로 일컬어져왔다. 남원 고을은 전통 판소리 가운데 <춘향가>와 <흥보가> 및 <변강쇠타령> 등 세 마디의 발상지이고, 판소리 동편제의 가왕(歌王) 송흥록 대명창의 탯자리가 운봉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달에도 해마다 열리는 그 풍성한 <남원춘향제>는 94회째를 맞이하며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민속예술 축제를 자랑할 것이다. 그리고 ‘충절’(忠節)은 나라와 백성에 대한 충성과 절개를 뜻한다. 16세기 왜적 일본의 무도한 침략과 임진국난을 당하여 1597년 정유년 싸움에서 민관군 1만여 명이 옥쇄한 비극의 남원성 함락을 기리는 ‘만인의총’이 시내 향교동에 있으며, 19세기 동학농민혁명 때는 김개남 장군이 남원에 대도소를 설치하고, 무주 진안 장수 순천 낙안 고흥 등 전라좌도를 호령하였던 곳이다. 남원은 또한 문학예술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조선왕조 초기에 매월당 김시습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 속에 등장하는 <만복사저포기>는 남원 왕정동이 그 소재이다. 이승과 저승의 생사를 초월하는 젊은 남녀간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그 줄거리. 조선 중기의 삼의당 김씨(三宜堂金氏)도 남원 태생으로 유명한 허난설헌과 쌍벽을 이루는 여류시인. 그녀는 소박한 살림살이의 여염집 아낙네로서 평범한 일상적 삶과 전원생활의 풍치를 아름답게 묘사한 한시(漢詩)와 산문을 260여 편이나 남기고 있다. 이와 같이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남원 고을은 수많은 문화재와 유적지와 기념관을 가지고 있다. 최명희의 장편소설을 기리는 사매면 노봉마을의 <혼불문학관>과 요천강가 함파우길의 <김병종미술관>, 향단로의 <남원고전소설문학관> 및 판소리 <춘향가> 국가무형문화재의 명창 <안숙선기념관> 등등. 그런데 『문학관』은 없다. 음악 미술 건축 등 모든 문화예술 중에서 가장 중추이자 앞자리에 서있는 것이 바로 ‘문학관’ 아닌가. 문학이란 시와 소설 희곡 수필 아동문학 전부를 아우르는 문화예술 장르이다.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을 덧붙이자면, 현재 한국문인협회의 남원지부 회원숫자는 40여 명, 고향 남원을 떠나서 서울 등 외지에서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재경남원문인협회』(손해일 회장)도 70여 명에 이른다. 그러고 보면 춘향골 남원 태생의 문학인은 1백여 명을 훨씬 뛰어넘는 숫자이다. 아마도 서울 부산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전국의 시군읍 중에서도 가장 많은 문학인을 배출하고 있는 곳이 전라북도의 남원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언필칭 ‘예향남원‘이라고 큰소리치는 고을에서 지금껏 순수 문학관 시설 하나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은 스스로 미안하고 안타깝고 부끄럽다는 생각이다. 바야흐로 재경남원문인협회가 『남원현대문학관』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니 뜻있는 인사들의 적극적인 성원과 수많은 협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늦는 것이 빠른 것이다. 18세기의 대실학자 연암 박지원님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과 정신으로 기쁘고 행복한 그날이 하루 빨리 성취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노경식 극작가 △노경식 극작가는 남원에서 태어나 경희대를 졸업했고 대학로연극인광장 초대회장과 한국연극협회∙한국문인협회∙한국작가회의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수많은 희곡작품과 희곡집∙산문집∙역사소설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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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7 18:20

프로레슬러 김일과 전북특자도

”여수에서 돈 자랑 말고, 벌교에서 주먹 자랑 말고, 순천에서 인물 자랑 말라”는 얘기가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벌교 가서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말은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가 벌교장에서 아낙을 희롱하는 것을 보고 안규홍 의병장이 순사를 한 주먹으로 때려눕힌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보성 사람들의 패기에 놀란 일본의 두려움이 ‘벌교 가서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표현으로 굳어졌다고 보성군은 설명했다. 바로 아래에 있는 고흥반도에서 내륙으로 진출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벌교였기에 내로라하는 주먹들도 벌교에 와선 명함조차 제대로 내밀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체육계에서 진짜 힘센 사람들은 고흥이 대표적이다. 프로레슬러 김일, 프로복서 유제두와 백인철, 축구선수 박지성, 김태영, 김영광 등 셀수 없이 많다. 체육계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한때 어깨에 힘 좀 줬던 사람들 중 고흥반도 출신은 의외로 많다. 강기정 현 광주시장, 송영길 전 민주당대표, 박상천 전 법무부장관, 장세동 전 안기부장, 화가 천경자, 언론인 추성춘씨 등 일개 군단위 치고는 유명 인물들이 매우 많은 편이다. 고흥군은 1966년 23만여명에 달했으나 이후 급감하면서 지난해말 현재 6만1113명으로 떨어졌다. 전북의 시군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흥을 말할때 빼놓을 수 없는게 있으니 바로 프로레슬러 김일이다. 스승인 역도산에게서 기량을 익힌 그는 자이언트 바바, 안토니오 이노키 등과 더불어 1960~70년대 프로레슬링의 인기를 주도했던 3인방중 하나다. 좌절과 패배에 빠져있던 어렵던 시절, 구척장신 외국의 유명 레슬러를 통쾌한 박치기 하나로 쓰러뜨리는 장면에 국민들은 환호하고 열광했다.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레슬링 가운을 입고 등장하는 김일의 모습은 전율, 그 자체였다. 그의 고향인 고흥군 거금도에는 ‘김일 기념체육관’이 있는데 여기엔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레슬링 가운이 전시돼 있다. 그런데 진짜 김일의 아름다운 인간적 면모는 지극한 고향사랑이다. 1960년대 말, 열성 팬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김일 선수를 청와대로 자주 초청했다. 어느 날, 박 전 대통령은 “임자, 소원이 뭔가”라고 물었다. 당시만해도 밤엔 등잔불에 의존해 김을 따야할 정도로 상황은 열악했다. 김일은 “고향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주민들이 김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제 레슬링 경기를 TV로 볼 수 없다”며 소원을 얘기했다. 불과 반년 뒤 거금도에는 제주도를 제외하곤 전국 섬에서 맨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다. ‘역사(力士)의 고장’ 고흥군이 고 김일(1929~2006)을 기리는 동상을 세운 것은 다 이런 고향사랑에 대한 보은의 의미가 담겨있다. 1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또 한편으로 고향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실천하는 특별도민이 쏟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게 바로 전북특자도 출범을 지켜보는 도민들의 희망이자, 기대가 아닐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1.17 15:45

글쓰기의 본질과 신춘문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등단의 문을 통과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해마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등단 관문은 신춘문예다. 올해도 여러 개 일간지가 신춘문예를 통해 오랫동안 등단의 열병을 앓아온 문학도(?)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신춘문예의 역사는 길다. 신춘문예 시원은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다. 매일신보는 1914년, 문학작품을 공개 모집해 당선작을 뽑는 ‘신년문예모집’ 공고를 냈다. 신춘문예와는 이름도 다르고 형식도 다소 달라 신춘문예 역사의 정통 갈래로는 분류되지 않지만, 매일신보의 시도는 문학작품 현상공모를 확산하는 기반이 됐다. 본격적인 신춘문예는 1925년, 동아일보가 처음 문을 열었다. 첫해 당선작은 아동문학가 윤석중과 시인 김창술을 비롯해, 소설과 시, 동화 부문의 일곱 명 신작이었다. 김창술은 전주 출신이다. 1920년대 활발한 시작 활동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생애나 문학 세계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은 연말에 공모해 새해 첫날 당선작을 발표하지만, 당시에는 연초에 공모해 3월에 당선작을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봄이 열리는 3월에 당선작을 발표하는 특성을 살려 공모 사업 이름을 ‘신춘문예’로 붙였을 터인데 형식이 달라진 지금도 이름을 지켜가고 있으니 그 자체로 고유명사가 된 셈이다. 동아일보의 뒤를 이은 것은 1928년에 시작한 조선일보 신춘문예다. 당시 수많은 잡지가 창간과 폐간을 거듭하면서도 문예 작품을 공모해 발표 공간을 넓히고 있었지만, 일간지 신춘문예는 그들과는 또 달리 파급효과가 커서 인기가 높았다. 그 세에 힘입어 50년대부터는 서울신문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이 뒤를 이어 신춘문예를 만들었다. 전북일보도 그즈음 신춘문예를 운영했으나 60년대에 중단했다. 지금의 신춘문예는 1988년 말, 새롭게 형식을 다시 갖추어 부활시킨 것이다.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시와 소설, 수필과 동화 부문에 네 명의 신인을 배출했다. 당선자들은 모처럼 성별도 연령대도 다양하다. 문학 인구의 층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가 우선 반갑지만, 뜻밖에도(?) 심사평은 고르지 않다. 심사위원들은 오랫동안 갈고 닦은 글쓰기 공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글의 본질보다는 화려함에 무게가 쏠려 있는 문장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얼어붙은 마음을 열어 주는 작품을 많이 써달라’는 주문도 있다. 문학의 진정성보다 작가가 되겠다는 과도한 열망이 앞서는 환경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돌아보니 어지러운 시절, 정신적 위안을 주는 문학의 힘이 새삼스러워진다. 새롭게 출발하는 신춘문예 작가들의 분투를 기대한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1.16 17:45

국민의힘, 전북 총선 포기했나

4·10 총선거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리고 인재영입에 나서는 등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후보자들도 예비후보에 등록하는 등 자신을 알리기 위해 안감힘이다. 전북은 지역구별로 3∼10명의 입지자들이 뛰어 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향하고 있고 국민의힘 후보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국민의힘 전북도당 관계자는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누가 나가려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도민들이 표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식은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다. 역으로 그러면 “국민의힘은 도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했는가”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거대 양당 구조에 기인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진보와 보수, 호남과 영남에 뿌리를 둔 중앙정치로 인해 지방마저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고리 깨기는 도민도 함께 해야 하지만 당이 먼저 나서야 한다. 진심을 갖고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 또 지금은 좋은 시기다. 우선 도민들은 지역의 텃밭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식상해 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평화민주당이 싹쓸이 한후 40년 가까이 독무대였다. 지난 21대의 경우 10석 중 9석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들은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무능력과 각자도생 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으로서 전국정당화의 책임이 막중하다. 일찍이 2004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은 지역화합·발전특위를 만들어 호남에 제2지역구 갖기운동을 벌였다. 2020년에도 국민화합특위를 구성해 예산을 챙기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은 호남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말 취임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지난 4일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정말 당선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렇다할 행동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북은 현재 유일한 국민의힘 출신인 이용호 의원(남원 임실 순창)이 서울로 떠났고, 비례대표인 정운천 의원이 전주을에 나선 정도다. 조배숙 도당위원장마저 출마를 망설이고 있다. 이제 국민의힘은 표를 주지 않는다고 할 게 아니라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를 냈으면 한다. 그래야 정치 다양성에 목말라 있는 도민들이 응답할 게 아닌가.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1.16 17:45

사활 건 기업 유치, 공무원 의지에 달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얼마 전 현대차그룹 울산 전기차 공장의 인허가와 관련해 행정 혁신 서비스의 모범을 보인 울산시청 공무원을 극찬했다. 한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칭찬하고 박수치고 싶은 일이 있어 소개한다” 며 최금석 사무관의 남다른 기업 유치 마인드를 함께 공유했다. 최 사무관은 공장 착공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행정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됐다. 그는 울산 시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통상 3년 정도 소요되는 인허가 기간을 10개월 만에 끝냈다. 연 매출 15조원을 예상하는 이 공장의 착공을 2년 정도 앞당김으로써 3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 유치에 전국 자치단체마다 사활을 걸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탈출구로 인식한 때문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인데도 아직도 기업 유치를 둘러싸고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몸 사리기 일쑤다. 민원 발생 소지가 있거나 반대 기류가 조금만 포착되면 사업추진 자체를 꺼린다. 지역 발전과 주민 이익이 담보되면 가급적 기업 입장을 배려해서 인허가 절차를 지원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한 총리가 “이런 시장님, 이런 사무관님들이 공직에 더 많이 있어야 한다” 며 애써 강조한 것도 무사안일에 젖은 공무원에게 경종을 주기 위함이다. 최근 착공한 울산 전기차 공장은 인허가 조건이 워낙 까다로운 상황에서 신속한 결정이 이뤄져 숱한 화제를 모았다. 오래전 분양된 노후 국가산단에 당시는 적용되지 않았던 환경·교통·재해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등 소급 적용해야 할 법규들이 수두룩해 어려움에 봉착했다. 더욱이 인허가 절차에 따른 30개 관할 부서가 모두 다르고 흩어져 있어 한 군데라도 문제가 생기면 올스톱 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자리 2000개를 만들기 위한 김두겸 시장의 공장 추진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고질적 인허가 리스크에 머뭇거리던 회사 측을 끈질기게 설득해 전폭적인 행정 뒷받침을 약속했다. 동시에 민간 기업에 전담 공무원을 파견해 인허가 행정 업무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국 첫 사례를 남겼다. 기업 유치가 자치단체장과 담당 공무원의 추진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번 사례가 여실히 증명했다. 그동안 일선 현장에선 인허가 공무원의 발목잡기식 규제 행정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담당자의 업무 숙련도가 미흡해 그에 따른 혼선, 적용 법령 해석의 오류는 물론 주관적 판단 등으로 업무가 막히는 일이 적지 않다. 특히 관련 법률과 시행 규칙의 엇박자 상황에서 공무원의 책임 회피성 태도가 걸림돌 역할을 한다. 같은 사안인데도 다른 시군에선 이미 인허가를 통해 사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애매한 규정을 트집 잡아 계속 골탕 먹인다. 딱히 꼬집어 행정적 규제라고 말하긴 곤란하지만 공무원의 순발력이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지방의 인프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기반 시설과 물류 시스템이 대부분 수도권과 대도시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 고장에 공장 신설을 추진할 경우 자치단체장과 공무원 입장은 보다 명확해진다. 과거 혐오 시설로 기피했던 폐기물 소각장, 장묘 시설 유치에 자치단체 경쟁이 치열해진 요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민선 8기 김관영 도정이 시행한 1기업-1공무원 전담제를 통해 그와 같은 기류를 파악했다. 기업 500곳을 조사한 결과 81%가 경영에 도움이 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고, 공무원 친절도에 대해서도 89%가 긍정적이다. 기업 유치에 대한 공직사회 인식 대전환이 절실해지는 이유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1.16 17:41

영혼없는 새만금 신항 건설기본계획 경계한다

항만은 건설에 앞서 건설기본계획이 수립된다. 이 기본계획은 항만건설의 기본 방향, 건설 계획의 개요, 중장기 개발 계획 등을 담는다. 이 기본 계획의 생명은 공신력이다. 그러나 새만금 신항 건설 기본계획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민간 자본 조달과 항만 건설 공정을 고려해 볼 때 공신력을 의심케 한다. 신항은 2010년에 이어 2019년 2차 건설기본계획이 고시됐다. 당초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2만 톤급 등 18개 선석의 건설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2차 기본계획에서는 목표년도가 2040년으로 10년이 늘어졌고 선석 건설 계획도 5만 톤급 9개 선석으로 변경됐다. '선박의 대형화 추세'가 이유였다. 그러나 애당초 '선박 대형화 추세'를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다. 변경된 기본계획의 골자는 2030년까지 1단계로 5만 톤급 6개 선석에 이어 2040년까지 3개 선석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또한 호안과 방파제 등 외곽 시설과 5만 톤급 2개 선석에는 정부 재정이 투입되지만 나머지 접안 시설은 민간투자로 건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 신항 건설의 총 사업비는 총 3조 2477억 원. 이 가운데 민간투자는 1조 2901억 원이다. 이 계획도 초기에 민간투자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제로(0)에 가까운 점을 감안할 때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현 공사 상황을 살펴볼 때 1단계 계획 목표 달성은 공허한 청사진에 불과하고 2026년 개장될 5만 톤급 2개 선석의 운영마저 삐걱거릴 공산이 높다. 5만 톤급 6개 선석을 건설하려면 배후부지 축조를 위한 가호안과 배면 호안 등이 재정으로 축조돼야 하나 2000억 원이 넘는 사업비가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설계, 시공, 매립까지 7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일찌감치 신항 1단계 건설 계획은 물건너 간 셈이다. 특히 5만 톤급 2개 선석이 완공과 함께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배후부지 118만 2000㎡(36만 평)가 짜임새 있게 개발돼야 한다. 그러나 2000억 원이상의 사업비를 민간 자본으로 충당토록 돼 있어 언제 이 부지가 조성될 지 알 수 없다. 특히 강한 남서풍을 대비한 방파 호안은 항내 정온수역 확보를 위해 가장 먼저 축조됐어야 하나 축조 계획마저 없다. '정치적으로 마지못해 수립한 영혼(?)없는 기본계획'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수익성 담보없이 민간자본으로 거의 모든 접안시설이 건설되고 배후부지가 조성될 수 있을까. 강한 남서풍에 대비하지 않더라도 정온수역이 확보돼 안정적인 항만운영이 가능할까. 현재의 건설공정은 순리에 맞아 예산 낭비 요인은 없을까 등등..... 관련 공무원들은 이같은 질문을 던지고 신뢰성 있는 기본계획을 만들었어야 한다. 신항 건설에 그동안 8138억 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추후 예산 낭비 논란에 직면할 게 뻔하다. 실현가능성의 공신력 있는 기본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그동안 기본계획을 믿고 2030년까지 5만 톤급 6개 선석이 건설된다며 자랑스럽게 홍보를 하고 다닌 나는 거짓말쟁이가 됐다"며 한 항만인들은 허탈감을 토로했다. 지키지도 못할 기본 계획을 수립해 놓고 떠벌리는 '행정의 오만함'은 이제 그만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4.01.16 17:37

진안다움

‘-다움’이란 가치, 정체성, 특징 등을 담아내고 있는 용어이다. ‘인간다움’ ‘나다움’ ‘우리다움’ ‘아름다움’ 등 ‘다움’을 붙이면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고 정체성과 특징을 결정지어 준다. 흔히 이야기하는 ‘인간다움’은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질이나 덕목을 일컫는다고 한다. 최근 어느 철학자는 인간다움에 대하여 공감, 이성, 자유가 공존할 때 인간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연하자면 “인간다움이란 공감을 연료로 하고 이성을 엔진으로 하여금 자율적인 공동체적인 규범을 구성해 공존하는 성품”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농촌다움’ ‘도시다움’ 등 공간적 의미도 그 특징과 정체성을 분명하게 해준다. ‘농촌다움’은 오래된 전통과 마을공동체를 떠올리게 한다. ‘도시다움’은 세련되고 현대화된 문화를 생각하게 한다. 진안고원에 자리 잡고 있고, 마이산이 있는 진안군의 ‘진안다움’은 무엇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필자는 생태자연과 마을공동체, 정여립 선생의 대동사상을 담아내는 것 이라 생각한다. 한국 풍수사상을 학문적으로 체계를 이룬 풍수학자 최창조는 용담댐이 완공되기 전 진안군 일대를 답사하면서 진안군을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려도 될 정도로 자연 생태가 잘 보존된 지역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마치 오래된 미래 같은 곳이 ‘진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무산되기는 했지만 최창조 풍수학자를 진안에서 거주하면서 집필과 강연할 수 있는 인문학 장소를 기획하기도 했었다. 이는 진안군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진안군을 한국 풍수의 메카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최근 진안군은 ‘진안고원’을 널리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요즘 같은 기후변화 와 관련하여 적절하고 잘 어울리는 브랜딩이라 생각한다. 마이산 역시 놓칠 수 없는 진안군의 보물이다. 진안군은 잘 몰라도 마이산은 대한민국 국민이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다. 여기에 진안군 70여개 마을에 분포한 ‘마을숲’이 미래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진안의 생태자원으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여기에 진안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공동체의 모습은 진안다움을 더해 준다.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격언인 우분투(ubuntu)는 “네가 있어 내가 있다” (I am Because you are)는 의미는 진안군 마을공동체 정신과 통한다. 진안군은 예로부터 마을에서 당산제를 비롯하여 공동체 행사가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마을마다 송계, 서당계, 장학계 등 소중한 기록이 남겨진 공동체 연구의 보고이다. 특히 최근 배수호 교수(성균관대)의 진안 중평 공동체 연구의 기본 자료인 진안군 중평마을의 산림계 정관과 산림계 수계기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진안군의 마을공동체는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된 자산이 된 것이다. 현재도 진안군 마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 공동체 사업은 단언하건데 진안다움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진수이다. 진안다움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핵심은 진안 정신이다. 진안 정신은 지역과 관련된 수많은 역사적 인물이 있지만 정여립 선생의 ‘대동 정신’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천반산 주변에 그의 수많은 전설은 진안군민 면면에 스며들어 있다. 그의 대동사상은 진안군민의 품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푸른 용의 해 병진년 진안만의 가치를 만드는 ‘진안다움’을 이루는 원년이 되길 소망한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이상훈 부원장은 현재 전라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으로서 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진안문화원의 부원장으로서 지역문화와 농촌교육에 대한 연구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저서 『이상훈의 마을숲 이야기』『진안 가슴으로 담다』『우리마을』『진안의 마을신앙』『진안의 마을 유래』『진안지역 돌탑』.

  • 오피니언
  • 기고
  • 2024.01.16 17:33

농어촌마을 주택 화재 특단대책 마련을

전북지역 농어촌마을은 인구절벽뿐 아니라 급격한 노령화 추세로 인해 노인 혼자 생활하는 경우가 수두룩 하다. 이때문에 더 많은 신경을 써서 이들을 잘 보살펴야 하는데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 '화재 발생·인명피해 안전 사각지대'가 가장 큰 문제다. 상대적으로 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주거환경마저 화재에 취약한 경우가 많기에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농어촌지역 화재사고 및 대책에 대해서는 자치단체와 소방당국이 심혈을 기울여 실효성있는 대안을 당장 제시해야 한다. 며칠전 익산의 한 시골마을에서 불이 나 80대 노부부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고 비슷한 시기 남원에서도 노부부가 숨지는 등 최근 노년층 화재 피해가 발생, 충격을 주기도 했다. 농어촌 지역에 노인들만 남으면서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치매를 앓고 있는 등 몸이 불편한 경우 대피가 쉽지 않기에 피해 양상은 더욱 심각하다. 더욱이 도시와 달리 농어촌은 소방서와 거리도 멀어 초기 대응도 잘 안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전북지역 화재 사망자 36명 중 60세 이상 고령자가 22명으로, 60%가 넘는다. 특히 도시의 경우 신고 접수 후 골든타임인 7분 이내에 소방차가 도착하는 비율이 90%에 달하지만, 시골은 절반인 45%에 그쳐 초기 대응도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화재현장 모두 화재가 가장 큰 최성기 상태일 때 도착하거나, 거주민이 불을 껐을 때나 도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람의 왕래가 적어 신고 자체가 늦어진 것도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화재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설비로는 무엇보다도 화재경보기가 첫 손에 꼽힌다. 전북에서는 화재경보기 보급 사업을 기초생활수급자, 취약계층 등에 한정하고 있는데 대전의 경우, 관련 조례를 제정해 주택에 대한 100%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 그런데 고령층이 많은 시골에서는 그 효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현실적으로 119안심콜이 매우 중요하다. 화재 발생 시 가까운 곳에 버튼 장치를 마련해 곧바로 소방서로 신고가 접수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가입률이 매우 저조하다는 점이다. 전북 119안심콜 가입자 수는 4만 800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무료 서비스임에도 이처럼 가입률이 낮기 때문에 소방당국과 자치단체 등이 합심해서 더 많은 이들이 참여토록 독려해야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1.16 12:39

총선 선거구 개편 깜깜이…신인만 불리하다

4·10 총선거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여야가 선거제와 선거구 획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보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음은 물론 유권자들도 참정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특히 정치 신인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태다. 여야는 구태를 버리고 하루속히 ‘선거 룰’에 합의했으면 한다. 여야는 다음달 8일까지 임시국회를 열고 있다. 총선일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21대 마지막 회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번 회기에도 선거제 논의 및 선거구 획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과 50억 클럽 특검 등 소위 쌍특검 재표결을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는데다 ‘제3지대’ 정당 등장으로 어수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거대 양당은 총선 공천업무를 관장할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리고 인재영입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거 룰도 정하지 않고 선거체제에 돌입한 셈이다. 우선 선거제는 비례대표 47명을 어떤 방식으로 선출할 것인가가 관심이다. 국민의 힘은 지난해 9월 일찌감치 의원총회에서 병립형 회귀로 결정했다. 반면 민주당은 병립형과 준연동형을 두고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21대 총선 전까지 적용된 병립형 비례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방식이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고,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그보다 모자라면 모자란 만큼 절반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지난 총선 때 '꼼수 위성정당'이 난립해 문제가 되었다. 다음으로 선거구는 지난달 5일 중앙선관위가 국회의장에게 획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여기에서 선거구 조정을 권유한 지역구는 80곳에 달한다. 전북의 경우 10석에서 9곳으로 줄었다. 당초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구는 총선 1년 전에 획정토록 하고 있어 이미 국회는 법을 어겼다. 이번에도 막판에 벼락치기로 야합을 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21대는 39일, 17대는 37일을 남기고 선거구 획정을 마쳤다. 이러한 깜깜이는 유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다. 더욱이 정치 신인의 경우는 크게 불리하다. 현역 국회의원은 당원명부 선점, 의정보고서 발송, 정당 홍모물 게시 등을 할 수 있으나 정치신인들은 지명도도 낮고 능력 검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여야는 범법행위를 그치고 선거제와 선거구에 조속히 합의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1.15 17:46

‘백년도서’를 선정하자

매년 수많은 책이 출간되고, 그만큼의 책이 버려진다. 힘겹게 모았을 연구자의 책장과 장서가의 창고도 맥없이 사라지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책도 상당하다. 책이 쉽게 없어지는 세상. 전라북도와 14개 시·군이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책은 어떻게 지켜야 할까. 영구 보존 도서에 관한 생각은 2007년부터 ‘전라북도 작고 문학인 추념 행사’를 치르며 더 뚜렷해졌다. 이 행사는 높은 지명도보다 전북 문학사에 윤기를 더하며 자존을 세운 문학인들을 대상으로 연 소박한 세미나다. 초기에는 연구자들을 설득해 발제를 맡긴 후 학술지 발표를 유도했다. 이를 통해 작고 문학인의 삶과 작품 연구가 확산하기를 바랐다. 몇 년 전부터 틀을 바꿨다. 모든 작품을 후배 문학인이 나눠 읽은 뒤 언론매체에 서평을 발표하고, 함께 모여 감상을 이야기했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작품을 읽고 일상의 아름다움과 고운 인연을 느꼈으며, 느슨하면서도 끈질기고, 깐깐하면서도 찰진 선배들의 글쓰기를 통해 삶과 글이 진실했던 문학인의 참모습을 만났다. 그러나 이 사업에는 큰 걸림돌이 있었다. 문학인들이 쓴 책들의 행방이다. 서점과 헌책방, 인터넷 서점, 원로 문학인의 서재, 학교·지역 도서관 등 어디에서도 개별 문학인의 작품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는 없었다. 기댈 곳은 출신지와 거주지의 도서관. 전북 1세대 수필가인 목경희(1927∼2015)·김순영(1937∼2019)의 수필집·서간집 열세 권은 전주의 도서관 곳곳에 있었다. 아쉬움도 남는다. 전주시립도서관에는 ‘전북의 살아있는 역사’라 불리던 작촌 조병희(1910∼2002)의 『완산고을의 맥박』이 없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 유적 등을 찾아다니며 그것의 의의와 가치를 조명한 향토사학자의 노고가 담긴 책이다. 부안군립도서관에는 신석정(1907∼1974), 정읍시립도서관에는 정렬(1932~1994), 익산시립도서관에는 이광웅(1940∼1992) 시인이 생전에 낸 시집이 없다. 전라북도교육청 진안도서관에는 백운면 출신 문정희(1961∼2013)의 유고 시집이, 전북대학교 중앙도서관에는 1956년부터 20년 동안 대학에 근무하며 전북연극의 초석을 다진 박동화(1911∼1978)의 유고 희곡집이 없다. 1987년 6월항쟁부터 전주의 민주화운동을 서사시로 형상화한 최형(1928∼2015)의 『다시 푸른 겨울』은 시인의 출생지인 김제와 말년을 보낸 익산의 도서관에는 있지만, 정작 시집의 배경지인 전주의 도서관에는 없다. 이 책들이 처음부터 없지는 않았을 터. 세월에 바래고, 찾는 이가 없으니 자연스레 폐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년 동안 아무도 찾지 않는다고 그 책의 가치가 사라지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의 도서관은 도·시·군과 인연이 깊은 책을 뚝심 있게 간직해야 한다. 이 땅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역사와 문화, 풍경과 감성, 언어를 오롯이 담은 책, 삶터의 자존을 올곧게 세운 책. 후손에게 물려줘야 마땅한, ‘백년도서’를 선정하고 알리고 보존하는 것은 도서관의 분명한 사명이다. 백 년 전 선조들이 후손을 위해 작정하고 남겨준 책이 많이 있었다면 우리 역사는 조금 더 당차고 꼿꼿해졌을 것이다. 아! 책 선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은 저작권자의 무조건적인 협조다. 작가와 작품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다양한 활동 속에서 공공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소불위의 권력만 휘두르려는 안하무인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최기우 극작가 △최기우 작가는 다수의 희곡집과 인문서를 냈으며, 전북일보사 기자와 전주대학교 겸임교수, ㈔문화연구창 대표, 전북작가회의 부회장, 한국문학관협회 이사, 최명희문학관 관장 등으로 활동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1.15 17:15

정치의 극단적 대립은 대 재앙을 초래한다

얼마 전에 일어난 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행위를 보고 우리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이미 이 사건이 터지기 전에 나는 계속되는 여·야의 극한적 대립을 보면서 종편(綜編)들의 시사평론 시청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 이유는 일차적으로 여·야 정치인들이 격렬히 대립하고, 이어서 당 대변인들과 당에 속한 정치 평론가들이 TV 방송에 출연하여 현란한 언변으로 상대방을 비방·공격하며, 논쟁에서 몰리면 과거의 잘못까지 들추어내어 시청자들을 분노케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글로벌 시대인 만큼 극단적 대립이 대 재앙으로 이어진 세계사적 사건들의 예를 들고자 한다. 첫째로, 우리에게 신곡(神曲)의 저자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유명한 시인 단테(Dante Alighieri)는 피렌체의 정치에 적극 참여하여, 피렌체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서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가(전체 900여 년 가운데 약 600년 동안 통치한) ‘신성로마제국’에 예속되어야 한다는 제정론(帝政論)을 내세우면서 교황 중심의 정치사상을 편 교황파와 극단적으로 대립했는데, 후자가 집권하자 사형선고를 받았고 평생 동안 모국 입국을 금지시켰다. 다음으로는, 아돌프 히틀러(A. Hitler)와 그의 모국 정부 간의 극한적 대립에 관해서이다. 히틀러는 한동안 비엔나에서 룸펜생활을 하다가 독일로 들어가 나치즘을 중심으로 정권을 쟁취한 후 모국정부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요구조건을 내세웠고, 오스트리아 정부는 강력한 저항의 표시로 ‘국민투표 실시’를 결의 했다. 이에 몹시 화가 난 히틀러의 지령에 따라 오스트리아 내 나치 당원들이 정부청사에 진입하여 대통령·수상·장관들을 살해코자 했으나 수상을 살해하는 것으로 끝이 났고, 수천 명의 나치스 당원들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곧이어 대통령이 사임했고, 실권을 장악한 나치스가 독일과의 합병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합법적으로 통합이 이루어졌다. 그 다음으로는, 히틀러와 체코 정부와의 극단적 대립관계에 대해서이다. 처음부터 히틀러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와 이어진 베르사유 평화 조약의 산물인 체코를 파괴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먼저 슬로바키아를 체코로부터 분리시켰고, 이어서 헝가리·폴란드에 접경지역을 할양토록 했으며,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독일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독일에 합병시키고자 했다. 때문에 독일과 체코는 극한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었고 서방국가들의 유화정책으로 인해 체코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지면 관계상 길고 복잡한 내용을 간략히 줄이면, 독일군이 체코 국경 지역에로 진입하자 체코정부는 ‘군사동원령’ 내렸으며, 이것을 큰 모욕으로 생각한 히틀러는 체코 대통령 하하(Hacha)를 베를린으로 초치하여 프라하 폭격의 위협 하에 잔여 체코를 독일에 넘겨주는 문서에 서명토록 했다. 이로 인해 체코라는 나라는 일시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들은 히틀러의 ‘대 게르만국가 건설’이란 목표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끝으로, 베르사유조약을 통해 독일 영토를 가장 많이 취득한 나라가 폴란드였는데, 독일이 칸트의 탄생지이기도 한 ‘단치히와’의 ‘치외법권적 도로 연결’을 요구했을 때 폴란드 정부가 강력히 반대했고, 또한 영국이 독일의 대륙 패권 장악을 두려워한 나머지 히틀러의 요구를 거부하자 히틀러가 단치히를 공격함으로써 마침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여·야 관계도 이 대표 사건을 계기로 극한적 대립을 피하고 보다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정치로 바뀌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규하 전북대 인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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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5 17:15

업(業)의 개념

1993년 6월 故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新경영 선언’이 나오기 1년 전, 삼성 임직원들 사이에 ‘업(業)의 개념’이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당시 방산(防産) 물자를 수출하던 필자에게도 ‘특수사업부’ 업의 개념과 본질이 무엇인지 답해보라는 뜬금없는 질문이 들어왔다. 당시 우리는 자신이 하고 있던 업무와 프로젝트에 대해 개념이나 본질 따위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그저 선배가 해왔던 대로 관성과 관행에 맞춰 일을 처리(處理)하고 있을 뿐 이었다. 업의 개념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술집 매니저의 업의 개념은 무엇인가?"였다. 이건희 회장의 선문(禪問)에 맞춰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술 취한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다." 등 여러 답변이 나왔지만, 결국 이건희 회장이 생각했던 "외상값을 잘 받아내는 것이다."라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호텔신라 사장에게 호텔업의 개념을 물었을 때 ‘서비스업’이라고 답하자, 이회장은 “호텔업의 본질은 부동산이고 장치산업이 아니냐”고 되물었고 "삼성카드는 외상값을 잘 받아야 한다. 즉, 채권관리가 핵심이고 보험업은 사람을 모집하는 것이 중요하고, 증권업은 상담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백화점은 부동산업, 가전은 조립양산업, 에스원은 단결력이 업의 본질이고 반도체는 시간산업이다.”라는 이회장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서로에게 회자되었고 종국에 자동차산업 또한 화석연료를 대체하여 수소연료나 전기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산업이 전환되면 기계장치산업에서 전기·전장산업으로 업의 본질과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했다고 하니 이회장의 통찰력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전자(前者)를 미뤄 생각건대 백화점은 ‘상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가치'을 팔고 화장품회사는 '화장품'이 아닌 '아름다움과 욕망'을 퍼니처회사는 '가구'가 아닌 '공간과 안락(安樂)'을 크루즈 회사는 '이동수단'이 아닌 '판타지와 위락(慰樂)'을 팔고 있으며 에어비앤비는 단순히 '숙박을 위한 룸(room)'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국에서의 일상적 경험'을 전달해야 하는 것 처럼 ‘업의 본질’은 ‘코디네이팅(coordinating)’이다. 결국 업의 개념은 "사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며, 업의 본질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그 업의 기본 가치를 의미하며, 업의 특성은 시대나 환경 등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업의 속성(屬性)을 의미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업’을 입체적인 사고를 통해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본질과 특성을 이해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정의한 것이다. 업의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조직이 일하는 방식이 결정될 수 있고 각종 시스템과 제도, 구성원의 마인드 등 조직문화가 달라진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업의 개념’은 경영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낡은 사고의 틀을 깨트리고 양(量)에 경도되지 않고 질(質)에 눈높이를 맞춰 끊임없이 산업과 경영 환경의 변화와 흐름을 읽고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모험정신을 갖추라는 독려였던 것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이제 누구라도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본인의 인생을 경영해야 한다. 인생을 주도하며 평생을 살아가려면 자기가 하는 일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며 특히, 조직에서 리더가 되어 변화에 대응하며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업의 개념과 경영의 본질을 연구해보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윤여봉 전북경제통상진흥원 원장 △윤여봉 원장은 익산 출신으로 해성고·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삼성전자 법인장·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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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5 17:15

농촌유학의 산실, 어쩌다가⋯

‘올해엔 몇 명일까?’ 새해 벽두, 농촌학교의 관심사는 단연 입학생 수다. 학교의 명운이 달려 있으니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인구절벽 시대, 교육청에서도 학교별 입학예정 아동 수를 집계하면서 촉각을 세운다. 전북교육청의 ‘2024학년도 초등학교 예비소집’ 자료에 따르면, 올해 도내 취학대상 아동은 1만1523명이다. 해마다 그 수가 큰 폭으로 줄면서 1만명 선 붕괴가 눈앞이다.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작은 학교도 늘었다. 전북에서 새해 신입생이 아예 없는 초등학교가 32곳, 단 1명인 학교가 37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임실 덕치초등학교와 완주 봉동초등학교 양화분교가 눈에 띈다. 최근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농촌유학’이 태동한 곳인데도 학교에 유학생이 사라진 지 오래다. 게다가 올 입학생은 1명뿐이다. 섬진강변 작은 학교인 임실 덕치초에서는 2006년 도시 학생들이 전학 와서 공부하고 돌아가는 ‘섬진강 참 좋은 학교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또 2007년에는 한 시민활동가가 완주 봉동초 양화분교와 연계해 산촌유학센터를 운영하면서 농촌유학의 모델을 정립했다. 당시 폐교 위기에 몰린 시골 작은 학교의 학생수가 갑자기 늘면서 이들 학교는 농촌 작은 학교 활성화의 모델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마침 농촌학교의 위기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시점이었다. 전북도가 즉각 도정에 반영했다. 2012년 ‘농촌유학 1번지’를 선포한 뒤 전국 최초로 ‘농산어촌유학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농촌유학지원센터도 설립했다. 하지만 반짝 성과에 그쳤다. 동력을 이어가지 못해서다. 그렇게 잊혀져가던 농촌유학 정책이 최근 부활했다. 민선 8기, 전북교육청이 적극 나섰다. 2022년 서울시교육청, 전북도, 재경전북도민회와 ‘농촌유학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서울 등 도시지역 학생을 유치했다. 새해에는 도내 13개 시·군, 31개 학교에서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농촌유학 운영 학교와 참여 학생수가 대폭 늘었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기상황에서 나온 비상대책이다. 차분하게 짚어보면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교육을 통한 귀촌’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농촌학교가 도시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수도권 아이들을 위한 대안교육기관이나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인식될까 걱정이다. 그것도 농촌지역 교육청과 지자체에서 그들에게 매월 50만원의 체재비까지 지원해주면서 말이다. 지속가능성도 문제다. 전북교육청이 농촌유학 정책에 다시 불을 지폈지만 정작 이 정책의 산실인 임실과 완주의 두 학교는 참여하지도 못한 채 다시 위기를 맞았다. 농촌유학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되면서 그 기반과 동력을 진작 잃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농촌유학이 서울 등 도시 아이들이 아닌, 농촌과 지역사회 작은 학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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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1.15 16:56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무책임한 행정 개선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농업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농촌진흥청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지난 2009년 농업 과학 기술 분야 연구개발성과의 신속한 영농현장 실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됐는데 기술사업화, 창업 성장, 종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하나를 보면 열가지를 안다는 말처럼 한국농업기술원의 무책임 행정이 도마위에 올랐다. 익산에 있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사택의 채권을 확보하지 못해 전세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때문이다. 실무자의 사소한 실수로 볼 수도 있으나 “만일 이게 자기 개인 재산이었더라도 이렇게 불성실하게 처리했겠는가” 생각해보면 한심하기 짝이없다. 농촌진흥청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종합감사를 통해 용역과제 수행, 직무발명 심의, 겸임 허가자 복무 처리, 시설공사 계약 체결, 국외여비 지급 등 총 18건을 지적하고 문책, 변상 명령, 시정 등의 처분을 요구했다고 한다. 감사를 하다보면 크고작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농진원이 사택 채권 확보 조치를 하지 않아 전세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농진원 임시사택운영규칙에 따르면 임시사택은 채권 확보가 가능한 주택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설혹 규칙이 없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다. 임시사택의 채권 확보는 전세권이나 근저당권 설정 또는 전세금보장 신용보험가입 등을 통해 마땅히 해야할 사항이다. 하지만 계약담당자 등은 2021년 5월 부원장 거주용 임시사택 계약을 체결한 뒤 규정에 따른 채권 확보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전세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한다. 농진청은 재산상 손해를 끼친 관련자들에게 징계 처분을 하고 변상 명령을 내렸는데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공사 예정금액 1500만 원 이상인 전문공사를 발주할 때는 건설업 등록을 한 업체에만 도급을 해야 하나 농진원은 전문공사 4건에 대해 전문공사 면허 미등록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는가 하면 주무부처 소속 공무원에게 위원회 참석비도 지급했다. 조금만 고민해보면 너무나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을 하지않은 무성의와 무능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사소해 보여도 이번에 적발된 관련자는 엄히 조치해서 다시는 유사 사례가 발생치 않도록 해야만 한다. 농촌진흥청의 평소 열정과 노력을 실망감으로 바꾼 이번 행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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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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