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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주택이 있어도 비과세를 받을 수 있을까?

주택을 비과세 받기위해서는 기본적으로 1주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요즘에는 시골에 주택을 가지면서 별장처럼 쓰거나 앞에 텃밭을 일구는 삶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이외의 주택을 보유하게 되면 2주택으로서 양도시 비과세를 받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섣불리 시골에 주택을 구매하는 것에 많은 고민들이 있을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농어촌지역의 활성화를 위해서 농어촌지역에 주택을 구매하고 일정요건을 갖추게 된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주택을 매도시 농어촌지역의 주택을 주택수에 포함을 안시키게 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일정요건이 어떠한 것인지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농어촌주택은 읍이나 면소재지에 있거나 인구20만이하의 시지역에 속하는 동에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외 되는 지역도 있습니다. 수도권지역이나 조정대상지역 그리고 관광단지지역등에 주택이 소재한다면 해당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취득당시 기준시가가 3억원 이하이어야 합니다. 22년도까지는 취득시 기준시가가 2억이었데 가액이 점점 상향되고 있습니다. 이는 농어촌주택에 대한 규제를 완화가 되는 뜻이며 농어촌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정책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소재지와 같은 지역에 있어서는 안되며, 3년간은 보유하여야 농어촌주택이 주택수에 포함이 되지는 않습니다. 만약 농어촌주택을 취득한지 3년이 되기전에 기존주택을 양도해도 1주택으로 판단할 수는 있지만 사후관리대상에 포함되어 3년의 기간을 채우지 못한다면 추징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시골지역에 주택을 가지고 있다면 농어촌주택 뿐아니라 고향주택 취득에 따른 특례가 있으니 주택이 2개이더라도 전문가와 함께 비과세 검토는 꼭 해보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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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4 18:32

청춘의 봄

관광명소가 되어버린 한옥마을. 옹기종기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다 보면, 가사 없는 감미로운 음악이 배경음악처럼 깔리면서 시선은 멍해지고 담장 밖 칼국수 냄새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다. 뒤에선 웃음 한껏 머금은 목소리로 희미하게 나를 부르는 애칭이 들린다. 알고 있다. 지금은 사랑하는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겨우 2살짜리에게 좋은 추억이 되리라 굳건히 믿고 한옥마을을 구경 온 관광객임을. “왜 멍때려. 어디 보고 있어?”라는 물음에 모든 오감이 그 시절 나에게 가 있는 것을 눈치라도 챌세라 ”추억 여행 중이었지- 와 애들 참 청춘이다. 나도 저랬을 때가 있었는데.“라 횡설수설한다. 나는 제로웨이스트숍을 운영 중임과 동시에 환경 활동가로서 지역 내에서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숍이란,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환경에 이롭게 하기 위한 물건을 구입하기도 하며, 또 버리면 쓰레기지만 모이면 자원임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 생활 속에 나오는 자원들을 모아 자원 순환을 실천하러 오는 그런 곳이다. 그렇기에 주 손님은 환경 실천가, 환경 활동가, 환경 운동가들이다. 이 불모지 같은 환경 활동지에서 함께하는 동료들이지만, 곧 그 동료들이 고객님이 된다. 그 동료들을 조금 더 소개하자면, 그들은 현재의 나에게 가장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들을 먼발치에서 보면, 지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많은 활동들을 기획하고 실천에 옮겨 행동한다. 함께 시작했던 그들은 이제 뿌리내리라기 시작해서, 깊은 뿌리들과 얽혀 설켜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번영되고자 한다.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시간 안에서 혼자 그리고 또 여럿이 함께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준비를 함께 도모한다. 그들을 보면 '청춘'이라는 단어는 그들을 가장 잘 묘사한 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한다. 그들과는 조금 다른 '서늘'을 보자면, 멀티 페르소나 그 자체다. 온전하게 혼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8시간. 그 8시간은 환경활동가로서 활동한다. 오후 6시가 되면 "어린이집 재미있었어?", "오늘은 어떤 게 행복하게 했어?",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요?" 재잘재잘 일방적인 독백을 늘어놓는 수다쟁이 엄마로 변신한다. 커뮤니티 활동은 나름 잘 한다. 그들과는 다르긴 하나 살고 있는 아파트의 감사와 동대표를 하고 있으며, 22년생 호랑이띠 아기 엄마들 모임에서 2년째 리더를 맡고 있다. 아줌마로 구성된 볼링 모임도 수년째 함께하고 있으며, 또 어린이집 엄마들과 함께 공동 육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청춘예찬' 칼럼의 제의가 왔을 때, 0.1초 정도 망설였다. ‘36살도 청춘일까?’ 짧은 시간이지만 곱씹은 질문에 ‘서늘은 청춘이지.’라는 답으로 “좋은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 응했다.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청춘’이라는 단어, 사실 나는 언제나 봄이다. 벚꽃을 보면 설레고, 피어나는 아지랑이에 마음도 간지럼 타곤 한다. 또 힘든 고민이 있을 땐 겨울이 지나면 봄이 와. 라는 문장은 10대부터 지금까지 용기 나게 한다. 가끔 한 해 한해 변하는 숫자가 나를 기성세대로 끌고 가듯 가로막기도 하고, 또 ‘엄마’라는 단어가 나를 잡아당기지만, 그래도 봄이 좋은 청춘이다. 빛나는 나의 청춘을 함께 하고 있는 환경 이야기를 상반기 동안 소개할 예정이다. /서늘 제로웨이스트숍 늘미곡 대표 ] △서늘 대표는 전주시 자원순환정책포럼 부위원장, 환경기술인, 전주 SDGs 강사, 전주시 청년희망단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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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4 18:32

유세(遊說)의 시대

새해가 바뀌자마자 국회의원 예비 출마자들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달라는 문자와 전화가 빗발친다. 그러고 보니 올해 가장 큰 이슈는 3개월 남짓 남은 22대 국회의원 선거다. 총선을 준비 중인 정당 대표들과 당직자들은 벌써 전국을 오가며 민심의 주도권을 잡으려 분주하고, 총선에 나갈 예비 후보들은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며 자기 이름을 한 사람이라도 더 알리려 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4월 10일 이전까지는 온통 선거 이야기로 뒤덮일 기세다. 바야흐로 선거 정국이라는 큰 장이 대한민국에 서고 있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유권자의 표다. 유권자를 설득하여 마음을 얻는 과정을 유세(遊說)라고 한다. 유(遊)는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라는 뜻이고, 세(說)는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말하여 ‘설득한다’라는 뜻이다. 유세의 기원은 강태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폭군 주(紂)의 신하였던 강태공은 자기 뜻이 받아들여 지지 않자, 다른 제후들에게 돌아다니며 자기의 정치적 이상을 유세하였다. 결국 문왕(文王)에게 유세하여 문왕의 신하가 되었고, 은(殷)나라를 멸하고 주나라 건국의 주역이 되어 제(齊)나라 제후로 봉해졌다. 유세의 성공으로 부와 지위를 얻은 것이다. 최초의 유세는 일반 백성이 아니라 귀족이나 왕족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지금 유권자를 설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대상이다. 공자나 맹자를 비롯하여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들은 모두 귀족을 상대로 한 유세객이었다. 그들은 귀족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유세하였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들이 원하는 청사진을 제시하여야만 유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유세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자는 유세 도중 봉변을 당해 제자들과 고난을 겪기도 하였다. 유세의 결과는 둘 중 하나다. 성공과 당선, 또는 실패와 낙선이라는 결과다. 성공과 당선은 높은 지위와 부를 보장해주고, 실패와 낙선은 가혹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당선된 사람과 낙선한 사람으로 나뉜다. 처음에는 똑같은 유세객이었지만 결과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인다. 당선하자마자 초심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성공에 취해 이상한 사람으로 변해가는 사람도 있고, 낙선과 동시에 폐인이 되어 하늘을 탓하고 사람을 원망하는 사람도 있다. <맹자>는 유세에서 성공과 실패의 결과를 만났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당시 유세객이었던 송구천(宋句踐)에게 이렇게 당부하였다. ‘성공해도 효효(囂囂)하고, 실패해도 효효(囂囂) 하시게.’ ‘효효’는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 상황을 인정하며 최선을 다하는 자득(自得)의 모습이다. 당선되면 나라와 백성을 위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효효하게 갈 것이며, 낙선되면 마음의 흔들림 없이 나를 수양하며 효효하게 살라는 당부였다. ‘선비는 실패해도 원칙을 버리지 않기에 당당한 자신을 얻고(窮不失義士得己焉, 궁불실의사득기언), 성공해도 자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백성들이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達不離道民不失望, 달불리도민불실망).’ 실망(失望)이란 당선되기 전에 그토록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던 사람이 당선되면 돌변하여 사람들의 희망(望)을 잃게(失) 한다는 뜻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때론 찬밥과 나물을 뜯어 먹으며 살수도 있고, 비단옷을 입고 음악을 들으며 안락한 생활을 누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찬밥에 나물국을 먹든, 비단옷에 화려한 음악을 듣든,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 후에 당선과 낙선을 만날 후보자들에게 한마디 미리 전하고 싶다. 낙선되면 남을 원망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고 수양하며 효효하게 살 것이고, 당선되면 부디 초심을 잃지 않아 국민을 실망(失望)시키는 일은 없게 해야 할 것이다. 실망하는 국민을 보는 일은 공직자로서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니겠는가? /박재희 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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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4 18:32

공공의대 실패의 교훈

남원 공공의대가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옛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한 관련 법안이 지난 연말 법사위에서 좌절됐다. 여야 합의 사항이 아니면 통과 자체가 어려운 법사위 불문율을 감안할 때 무작정 밀어붙인다고 될 일도 아닌데 왜 자꾸 희망 고문만 하는 것인지 마뜩지 않다. 상임위 통과를 애드벌룬처럼 띄워 여론전을 펼쳤지만 결국엔 실패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숱한 과정을 거쳤지만 고비를 못 넘기고 급기야 자동 폐기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추진 과정도 간헐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 법안에 대한 본래 취지가 크게 퇴색한 느낌이다. 지역구 의원 전체가 불퇴전의 각오로 응집력을 발휘해도 결코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뭔가 뒷심이 부족한 모양새다. 일각에선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면피용으로 선전 효과만을 노린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간 공공의대 입법 과정을 되짚어 보면 전북 정치권의 역량과 한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이번 경우에도 정부 여당 반대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최대 관문인 법사위 통과는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던 터라 정부 여당을 상대로 사전에 최소한의 조율이 전제돼야 한다. 물론 법사위 규정상 본회의 직행 가능성이 남아 있어 불씨는 여전하지만 이런 문제는 떠들썩하게 기자회견을 통해 분위기를 몰아가면 역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것이 공공의대가 자치단체의 먹잇감으로 둔갑, 전국 10곳 이상이 노리는 까닭이다. 과거 공공의대 남원 개교를 2024년으로 공식화하고 집권 여당으로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민주당 찬스' 를 놓친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공공의대는 지방의 의료 공백과 맥락이 같다. 수억대 연봉을 보장해도 의사들의 도시 선호 현상 때문에 지역의 의료 현실은 암울한 지경이다. 필수 의료 과목 진료는커녕 응급실 환자도 제때 치료를 못 받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정부가 나서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료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부터 남원의료원에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의사가 파견돼 환자 진료를 보게 된다. 전라북도와 업무 협약에 따라 안과, 감염내과 의사들이 매주 한차례 방문해 의료 공백을 메울 예정이다. 전체 의사 30%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지방 의료 공백의 대안으로 공공의대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농촌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그에 따른 환자 비중도 급격한 증가추세다. 이 같은 의료 악순환 구조를 뻔히 알면서도 지금 상태에선 극약처방조차 쉽지 않다. 갈수록 당위성이 커지는 공공의대 법안의 추진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의원들의 원팀 정신과 전투력 무장이 급선무다. 21대 국회 회기 마지노선인 5월까지 법안 통과의 히든 카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지역구 의원 10명의 몫이다. 총선 출마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막판 반전 드라마를 기대한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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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1.04 18:31

[금요수필] 정복된 냉장고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왠지 내키지 않는 것들로 가득한 곳, 그건 냉장고가 아닐까? 이즈막, 무슨 까닭인지 몸을 놀려 뭔가를 치우고 정돈하는 일들이 끔찍이 싫다. 힘들고 피곤하다는 이유만으론 딱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 게으름 같은 것인데, 사람들은 이런 증상들을 늙어가는 징조라고 말한다.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모든 게 시들하고 신선하게 자극을 주는 일도 별로 없는 요즘 시간들은 마치 사막을 건너는 것처럼 아득하고 위태롭다. 사람들은 또 이런 말도 한다. 집안일은 하고 싶을 때 해야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 병 생긴다고 그래, '짓'이 날 때까지 내 버려두자. 좀 지저분하다고 죽기야 하겠는가? 하면서 아무리 자기 합리화를 시켜도 마음 한쪽이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려면 자신이 사는 곳을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고 닦달하던 내게 온통 버릴 것으로 가득한 냉장고는 문을 열 때마 다 내 자존심을 건드리며 스트레스를 준다. 비좁아진 냉장고에 수박을 넣으려고 애를 쓰다 극도로 짜증이 나던 어느 날 밤, 내 야행성이 발동해 냉장고 앞으로 갔다. 그리고 버렸다. 버리고 또 버렸다. 두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발효식품까지 모두 버렸다. 마치 냉장고가 알라딘의 램프라도 된 양 버려도 버려도 뭔가가 꾸역꾸역 나왔다. 치우고 정리한다는 건 버리는 작업이었다. 내용물을 버리고 난 그릇들을 씻고 쓰레기를 모아 밖으로 내놓고 나니 새벽 두 시가 넘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냉장고를 열어 본 순간, 그 뿌듯함이라니, 잘 정리된 공간들이 마치 내가 정복한 땅들처럼 자랑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거기다가 내가 내 게으름을 이겼다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해졌다. 너무 피곤한 탓인가, 잘 시간이 지났는데도 잠이 오질 않았다. 주방으로 나가 다시 냉장고를 열어 봤다. 내게 정복당한 냉장고가 하얀 여백을 보이며 반짝반짝 윤까지 났다. 너무도 개운하게 비워진 냉장고 속을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니 모든 걸 버리고, 놓아버리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아 그걸 지키려고 버둥대며 안간힘을 쓰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시 숨이 막혔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다가 중요한 현재를 놓쳐버리는 소모적인 삶이야말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거 나 뭐가 다르겠는가. 그러나 어디 사람의 욕심이 냉장고 속의 음식들 처럼 가볍게 버리고 비워버릴 수있는 것이던가. 때때로 모든 불편을 감수하며 가구 하나 없는 방에서 함부로 뒹굴며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빼곡한 가구들로 좁은 공간을 불편해하면서도 그 여백의 허전함을 못 견디고 또 뭔가를 채우려는 우리의 욕심은 얼마나 모순인가. 평범하고 일상적인 냉장고 청소를 하다가, 잔뜩 가진 것보다 더 편안한 비움의 미학을 알았으니 행운이지 싶다. 다른 생각 없이 한곳으로만 치닫는다는 것, 그 거침없음이 단순과 치열함을 함께 보여주듯 비움이야말로 욕심의 부질없음과 홀가분한 자유를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울수록 가벼워져 높이 날 수 있을 것이다. 가벼워진다는 것, 그것은 복잡함이 없어지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 짐스러운 복잡함을 버리지 못하고 피곤에 절어 비명을 지르며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이야말로 혹시 버거운 짐에서 해방되면 허전해서 더 못 견딜 것 같은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아! 웬만하면 다 비우고 좀 가벼워지자. △최화경 수필가는 <좋은문학>으로 등단했다. 행촌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전북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문학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수필집 <낮술 환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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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4 17:15

특자도 출범 원년 단합해야 전북 도약한다

대망의 갑진년 새해를 맞는 전북의 지도급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단합해서 어려움을 함께 풀어갈 것을 다짐했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가 주관하고 전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024년 신년 인사회 및 제18회 전북경제대상 시상식'이 지난 3일 전주 라한호텔에서 열렸는데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각자의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 2024년을 전북특별자치도의 해로 만들것을 다짐했다. 맞는 말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첫해인 올해 전북은 도약하느냐, 아니면 과거처럼 그대로 침체하느냐의 기로에 섰다. 국제환경 등 대내외적 여건이 어느 것 하나 좋을게 없다. 분명한 것은 단 한가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거다. 일찌감치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했다. “분열된 집안은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반쪽은 자유주, 반쪽은 노예주로 영구히 지탱할 수는 없다” 아주 오래전 먼 나라에서 벌어진 극한 갈등의 와중에 터져나온 명연설인데 시대가 바뀐 지금 전북의 상황에 딱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가. 이번 신년하례회의 모토는 보합대화(保合大和)이었다. 한마음을 가지면 큰 의미의 대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전북특별자치도 원년, 도민 대화합을 이뤄내자는 절실하면서도 간곡한 바람을 담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력 여부다. 제아무리 입으로 좋은 소리를 한들 실천이 없다면 현실은 결코 변화하지 않는다. 오는 1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 장장 128년이나 된 전라북도라는 이름이 사라진다. 대신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발한다. 그래서 도내 기업인들과 기관·단체장 등 각계의 단합된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핵심은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으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단합하면 2024년은 전라북도의 해가 될 것이고, 분열되면 소외와 정체의 구태를 벗을 수가 없다. 올해는 특히 국내외 기업인이 참여하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전북에서 열리는 뜻깊은 해다. 침체된 전북 경제 활성화에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도민의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새해 벽두의 다짐은 결코 작심삼일이 돼서는 안된다. 단합은 침묵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음 깊은 곳에서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해 서로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하는 마음이다. 오는 4월 10일 총선은 치열하게 경쟁하되 전북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용광로가 돼야 한다. 도민의 적극적인 참여의식과 단합된 마음, 이게 바로 지역 발전의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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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1.04 14:40

남원 노부부의 참변…사회안전망 더 촘촘하게

새해 벽두부터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다. 3일 새벽 남원의 한 단독주택에서 80대, 60대의 노부부가 화마에 휩싸여 참변을 당했다.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가 이른 새벽 갑작스럽게 번진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질병으로 인해 평소 집안에서 주로 생활해온 부부가 겨울철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보일러 대신 난방매트를 겹쳐 사용하다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고령화 시대, 65세 이상의 노부부만 거주하거나 고령자가 홀로 사는 노인가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새해 벽두 남원의 이 노부부에게 닥친 참변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이미 한참이나 늙어버린 우리 사회를 뒤로 돌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거스를 수 없는 초고령사회,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고령 친화도시 정책을 펼쳐할 때다. ‘고령 친화도시’는 노인이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과 사회 인프라, 서비스 등이 완비된 도시를 말한다. 이 같은 고령 친화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노인을 위한 사회안전망부터 더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다방면에서 복지서비스를 확대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노인 복지서비스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족의 보살핌 없이 혼자 살아가는 독거노인과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여생을 사는 노인이 갈수록 늘고 있어 고독사 위험성도 높다. 노인들은 질병과 빈곤, 고독, 그리고 사회적 역할 상실에 따른 무위(無爲) 등 4가지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행여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돼 위기 상황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노인돌봄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크고 작은 질병을 안고 있는 노인들이 생활 속에서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이중 삼중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전북은 다른 시·도에 비해 노인 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 만큼 노인돌봄 서비스 확대와 빈틈없는 사회안전망 구축의 필요성도 높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과 함께 지역사회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1.04 13:02

'이전투구' 전주상의 회장 선거 '환골탈태' 하라

차기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전주상공회의소가 또 다시 진흙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3년 전 제24대 회장선거의 여파가 그대로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선거는 현 윤방섭 회장과 김정태 수석부회장 등 3명이 경쟁했으며, 2차 투표에서 45 : 45 표가 나와 연장자인 윤 회장이 당선된 바 있다. 현재 상황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거에서 윤 회장이 당선됐지만 많은 논란이 일었다. 당시 368개에 불과하던 회원사가 선거를 앞두고 1500개에 육박해 매표 논란이 불거졌다. 급증한 신규 회원사들은 1년 회비의 절반인 25만원을 납부했으며 이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느냐를 두고 임시총회가 열린데 이어 법정공방으로 비화했다. 광주고법은 2022년 8월 회장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양측은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남은 임기를 보장하고, 차기 회장으로 김정태 부회장이 선출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합의문을 작성했다. 그런데 이게 다시 선거를 앞두고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2일 '조병두 의원 외 56명' 의 회원들이 전주상의 정상화를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윤 회장이 선관위 구성에 관여하고 의원총회 개최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또 "윤 회장이 합의내용을 뒤집고 차기 회장에 나설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며 합의내용 준수를 촉구했다. 윤 회장 측은 이를 반박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진흙탕 싸움을 보면서 통탄을 금치 못한다. 전북 경제는 끝없이 추락하는데 개인의 명예와 영달, 자신의 기업 보호를 위해 상의 회장 자리를 이용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전주상의가 어떤 곳인가. 1935년 출범한 이래 전주를 비롯해 남원 등 8개 시군의 상공업계를 대표하고 전북상의협의회장을 겸하는 막중한 자리가 아닌가. 상공인들을 지원하고 정치인 및 행정기관과 협력해 지역기업들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서로 회장 자리를 차지하려고 두쪽으로 갈라져 싸우는 것을 도민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이번 기회에 전주상의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회장 자리가 개인의 소유물인양 서로 나눠먹기해서는 안된다. 나아가 구태의연한 세대는 물러가고 좀더 참신하고 유능한 새로운 세력으로 교체되었으면 한다. 전주상의가 거듭 태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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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3 18:21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새기는 2024년을 기대하며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저물고 번영을 상징하는 청룡의 해 2024년이 밝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중한 사람과 만나지 못하고 멀리서 안부를 물어야만 했던 불편함도 묵은해에 다 담아두고, 새해에는 자유롭게 따스한 인연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덕담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좋은 이야기만 하기에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매우 어수선하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2023년 한국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가 ‘견리망의(見利妄意)’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2022년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가 선정되기도 하였다. 지난 23년 동안 선정된 사자성어 중 가장 직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리더들의 행태가 대한민국을 책임지기보다는 소수 권력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정책을 결정하고, 언론을 유린하기 때문임은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잘못이 있으면 이를 인정하고 정책의 전환을 꾀해야 하는데 ‘염치’까지 없으니 대한민국 사회가 위기의 소용돌이에서 표류하며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이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웃음을 주는 말이지만, 이런 말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향을 정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이런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무엇을 본받고, 어떤 가치관을 형성하며 성장할지 걱정되는 것은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오피니언 리더들의 행동변화를 촉구하고, 시대변화를 일으키도록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민초들이 작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대표적으로 연말연시에 상징처럼 존재하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운동’이나 매년 100도를 넘겼던 ‘사랑의 온도탑’, 1997년 외환위기 시절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해 온 돌반지를 내어 놓았던 ‘금모으기 운동’이 그것이다. 민초들은 항상 내 눈앞의 이익을 탐하지 않고, 서로 협력하며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성장시켰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왔던 가장 큰 힘이 되었던 배경은 ‘공공의 선’과 ‘의(義)’를 실현하기 위한 협동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위기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국민들이다. 유례없는 물가상승, 고금리, 고유가로 인한 서민경제의 큰 어려움이 국민들로 하여금 생존 이외의 다른 것에 관심을 둘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시대는 국민들에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다시 주고 있다.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펼치는 입지자도 있으며, 여당과 야당에서는 국민들에게 공감받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검증을 시작했다. 우리는 3개월 간 진행되는 이 기회를 반드시 잘 활용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나노시대가 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지탱해왔던 기본골격은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마땅히 존중받을 것이다. 2024년은 다시 민초들의 협력으로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올해 연말에는 이익을 보면 옳음을 먼저 생각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를 말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 /나인권 전라북도의회 농산업경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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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3 16:14

2024년에 주목해야 할 상위 5가지 ESG 트렌드

2023년에 여러 국제기구와 정부가 기후 관련 법안과 ESG 보고 사항들을 법으로 통과시켜2024년은 ESG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있어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기업들의 근본적인 경영 변화를 가져올 2024년 상위 5가지 ESG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먼저, ESG 공개가 자발적 방식에서 의무적 규정을 준수하는 해가 될 것이다. 새로운 보고와 공개 요구 사항이 2024년 이후 지속가능성 및 ESG 의무적 보고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것이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공개원칙은 미국 상장 기업의 보고를 의무화 할 가능성이 높아서 보고 및 공시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국제기구의 규정 지침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정 및 보고 사항을 강제하여 궁극적으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탄소 배출량 영향을 보고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둘째,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을 막는 ESG 공시이다. EU는 그린워싱을 금지하는 합의에 도달했고 2024년 이후에는 더 강력한 법적 정의와 결과가 뒷받침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ESG 관련 부서는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며, 환경 관련 요구 사항을 준수하도록 커뮤니케이션 및 마케팅 부서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셋째, 기후 관련 재무공시가 의무화됨에 따라 ESG가 점점 더 기업 내 재무전문가와 지속가능성의 긴밀한 통합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석유 회사들이 석유 및 가스 매장량과 재고를 재무제표에 기록한 내용과 미래의 탄소 배출세와 화석 연료 생산으로 인한 단점을 계산해야 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현재까지 많은 기후 관련 보고서는 Scope 3(공급망 배출)을 피했지만 기업의 총 탄소 발자국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제품의 탄소 발자국과 수명 주기에 대해 더 나은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면화 생산자부터 섬유 제조업체, 해상 운송, 트럭 물류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의 모든 측면은 Scope 3의 일부이다. 직접적인 제품 생산 외에 협력업체와 물류는 물론 제품 사용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외부탄소 배출량을 말한다. 이는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탄소 회계를 시작하거나 개선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2024년은 지속가능성 보고가 공기업 및 상장 기업의 영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의 기후 공개 관련 SB 253 및 261 법안과 EU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지침은 공공 및 민간 기업을 모두 포함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즉, 공공 또는 민간 기업 제품을 공급하는 모든 기업은 ESG 공시 여부에 관계없이 탄소 계산을 시작해야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모든 산업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의 기초가 될 것이다. 2023년에 ESG가 주류 기업 경영에서 도전 받는 해였다면, 2024년은 ESG를 결정짓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기업은 ESG를 단순히 규정 준수 및 실행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부터 재설계해야 하는 기회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하고, 더 이상 기업 경영에 추가 기능이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 부분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한다. 따라서 2024년은 기업들이 공급망에 더욱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모든 산업에 걸쳐 심층적인 변화의 기반이 될 것이다. /지용승 우석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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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3 16:14

갑진년 새해 아침에

갑진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올해는 전라북도가 128년 만에 전북특별자치도로 출범하기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특별자치도는 기능적으로는 이전의 도와 별 차이가 없지만 법에 의해 자치권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이고 중앙정부로부터 다양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위기를 겪고 있는 전라북도로서는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린 셈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반기는 것은 필자가 전북을 사랑하는 출향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면한 위기를 낭비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해 9월부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새로운 슬로건과 디자인을 개발하는 브랜드위원회에 위원장으로 참여한 바 있다.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이었다. 전라북도가 과거 호남평야를 기반으로 천년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축적한 농경사회의 핵심적인 거점 공간이자 뿌리 깊은 정체성의 기반이 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전북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물결 속에서 인구 유출과 산업구조의 취약성으로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에 직면한 지 오래다. 디지털 사회의 진전으로 현대인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이 변하고 산업의 근간이었던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되자, 우리의 미래인 청년세대의 취업 기회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들은 앞다퉈 미래 신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소이다. 전라북도도 예외가 아니다. 새만금과 신산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전라북도는 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새 시대를 상징하는 브랜드 개발이 필요했다. 오랜 역사와 문화를 보유한 정체성을 고려하면서 새로운 미래 비전을 담아야 하고 독창성까지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위원회 간담회, 도민 참여단 원탁회의, 전 국민 대상 아이디어 공모전, 토론회, 공청회, 후보안 선호도 조사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두려움은 사라졌다. 16세기 어느 정치철학자의 말처럼, 리더의 의지와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크고 강하면 다가오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덕분이었다. 민주적 과정과 치열한 숙의를 거쳐 탄생한 슬로건은 ‘새로운 전북, 특별한 기회’이다. 이 슬로건은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전북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전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전북 그 자체’를 내세움으로써 천년 역사를 가진 전북의 정체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또한 새로운 전북은 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전북의 새 변화를 알리고 새 시대, 새 지평을 열어갈 글로벌 생명경제도시를 표방하는 전북의 미래 비전을 암시하고 있다. 특별한 기회는 슬로건 중앙에 창(窓)을 시각화하여 새로운 미래를 여는 창의 이미지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적으로 열어가고자 하는 전북의 열망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시작의 기술이다. 아무리 정성 들여 만든 도시브랜드라 할지라도 잘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고 새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와 캠페인을 벌이는 등 브랜드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전략적인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자주 하는 말과 생각은 삶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자주하는 생각이 뇌의 물리적 구조를 바꾼다는 신경가소성 이론에 근거한다. 새로운 미래를 여는 해답은 타인이나 환경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더 나은 전북의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서순탁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전 총장 △서순탁 교수는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에 재직 중이며 서울시립대학교 제9대 총장을 지냈다. 한국도시행정학회장, 경실련 정책위원장, 서울시 출연기관 경영평가단장,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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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3 16:14

특자도 출범과 전북바로알기

김동연 경기지사는 3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총선 전 주민투표가 사실상 무산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통해 커다란 아쉬움을 표시했다. 경기도의 경우 이미 서울보다 더 커진데다 상대적으로 낙후지역인 북부권에 대한 배려 등의 이유로 그동안 야심차게 북부특자도 추진에 주력해왔으나 총선전 투표가 무산된데 따른 소회를 피력한 셈이다. 그는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경기북부 지역에서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공통 공약으로 내걸고 민의를 확인받도록 하겠다"며 "특별법 제정을 관철해 35년 동안 정치적 손익에 따라 호출됐다 사라지기를 반복한 희망 고문을 끝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기도의 사례는 만일 전북특별자치도가 무산됐더라면, 또는 법 개정에 실패해 허울뿐인 전북특자도로 남게됐다면 얼마나 아쉬움이 컸겠는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고 단지 지금부터 도전할 기회가 전북특자도민들에게 주어졌다는 것에 불과하지만, 경기북부특자도의 무산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런데 오는 18일 전북특자도 출범을 앞두고 전북도, 도교육청, 도내 대학들이 하루빨리 해야할게 있다. 지극히 사소한듯 해도 전북바로알기 교과목을 당장 운용해야 한다는 거다. 타 시도의 경우 벌써 수년째 대학에서 지역 애착심 고취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곳이 있으나 전북의 경우 대학 이전 단계에서 일부 사회과목에 지역 관련 프로그램이 조금 포함된 정도다. 전북이웃청년웰컴활동 지원사업의 경우 전북 신규 전입청년과 학업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도내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역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에 대한 애착심을 갖도록 하고 있으나 이것으론 부족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도내 10개 종합대학, 9개 전문대학, 2개 기능대학에서 가칭 전북바로알기 교양 교과목을 개설해 운용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례로 전북현대를 들어보자. 전북현대 인스타 공식팔로워 수는 무려 23만5천명이나 된다. 1천만명의 도시를 연고로 하는 FC서울은 6만8천명, 2년 연속 우승팀인 울산현대가 9만8천명인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인다. 전북현대가 좋아 전북을 찾거나 심한 경우 진학을 전북으로 하는 학생까지 있는 것을 보면 ‘전북의 스포츠산업과 전북현대’를 주제로 한 강의를 전북바로알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도입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지난해 5월 전북대는 ‘전대인의 날’ 행사를 통해 경기관람을 실시했는데 이후 찐팬이 되고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지역에 대한 애착심 고취를 통해 청년들의 지역정착을 유도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상당수 지역에서 시행중인 청년들에게 사소한 금전적 혜택을 주는 것은 청년 인구유출을 일시적으로 늦추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에 불과하다. 청년들이 지역을 제대로 알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심을 갖게하는것, 그게 바로 전북특자도 성공의 첫 걸음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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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1.03 14:37

무주 ‘태권도 성지화’, 언제까지 말잔치만⋯

지난 2014년 태권도원 개원을 계기로 무주는 태권도 세계화의 중심이자 지구촌 태권도 성지로서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렸다. 산골 무주에 새 꿈을 안긴 태권도원이 새해 개원 1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전북도와 무주군이 역점 추진했던 ‘태권도 성지화’ 계획은 표류를 거듭했고, 그 사이 태권도 종주도시 무주의 위상은 크게 흔들렸다. 민자유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태권도원은 제 모습을 갖추지 못했고, 관련 기관 및 단체 이전·집적화 계획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국내 유일의 IOC 국제기구인 세계태권도연맹(WT) 본부 유치를 내심 기대했지만 실패했다. 세계태권도연맹 본부는 지난해 춘천 유치가 확정됐다. 세계태권도연맹이 2022년 본부 이전 사업을 추진하면서 각 지역으로부터 유치의향서를 받았지만 무주군은 유치의향서조차 내지 않았다. 태권도 성지화를 외쳤던 무주군과 전북도가 태권도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손을 놓고 방관한 것이다. 또 상징성이 큰 국기원을 무주에 유치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많지만 이 역시 물 건너가는 모양새다.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이 말로만 ‘태권도 성지화’를 외친 데 따른 안타까운 결과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공약으로, 전북도와 무주군에서 큰 기대를 건 국제태권도사관학교 건립 사업도 언제 첫 삽을 뜰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10억원)가 새해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국비를 확보해 지난해부터 타당성조사 용역을 시행하고 있지만, 새해 이 사업과 관련된 예산은 0원이다. 대통령 공약사업이라고 해서 손 놓고 기다릴 일이 아니었다. 국립 대학원대학으로 설립하려면 예산 확보는 물론, 관련 법률도 개정해야 하는 만큼 갈 길이 멀다. 그런데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말잔치만 요란했던 지자체와 지역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스스로 자부해온 ‘태권도 종주도시’라는 명칭이 무색해졌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때도 아니다.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 사업부터 본궤도에 올려놓고, 이를 발판으로 태권도 성지로서의 인프라와 위상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전북도와 무주군, 그리고 지역 정치권이 역할을 나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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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3 14:07

현역 국회의원 교체여론 61%가 의미하는 것

오는 4월 10일은 제22대 총선거 날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날로 침체되고 있는 전북이 새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이와 관련해 본보가 지난달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조사는 도내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몇 가지 특징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현역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률이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다른 인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61%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는 지난해 5월 본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5%보다 6%p가 오른 것이다. 총선이 100일도 남지않은 시점에서 도민의 2/3가 현역 교체를 원하고 있음은 도내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의미다. 중앙당에서 변변한 보직하나 맡지 못하고 지역현안도 챙기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8월 전북은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실패로 새만금 SOC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타격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사업도 불이익을 받았다. 이에 대해 도내 정치권은 삭발과 단식 릴레이 등을 펼쳐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책임져야 할 단체장과 국회의원이 중앙정부만을 탓하며 손가락질하기에 바빴다. 그러는 사이에 전북은 무기력하게 당했고 도민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48%에 이르지만 부동층도 38%나 된다는 점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양당정치에 식상한데다 도내 텃밭정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피로감이 높다는 뜻이 담겨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실망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도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권심판론이 우세하면서도 동시에 야당심판론도 만만치 않은 민심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이번 민주당 공천에서는 대폭적인 교체를 통해 전북정치권이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민주당은 선출직 평가를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은 역대 가장 젊은 비대위를 꾸리고 영남권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도 이에 못지않은 혁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등을 돌린 무당층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다. 민주당 공천에 새로운 바람이 불길 기대한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전북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라북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 간 실시했다. 여론조사 표본은 2023년 11월 기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라 지역별, 성별, 연령별 인구 구성비에 맞게 무작위로 추출했다. 표집틀은 통신 3사에서 제공된 휴대전화 가상(안심) 번호를 활용했다. 조사는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 오차는 무작위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p다. 응답률은 17.1%로 총 5855명과 통화해 그 중 1000명이 응답을 완료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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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1.02 17:07

폐교, 그 이후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간다. 폐교의 위기는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폐교 소식이 들릴 때면 취재로 찾았던 학교가 생각난다. 2006년 2월 문을 닫은 고창 무장면 만화리에 있던 신왕초등학교다. 2월 졸업식이 끝나면 문을 닫게 되는 시골 초등학교의 풍경은 쓸쓸했다. 전교생이라고 해야 열 명. 여섯 명이 졸업하고 나면 네 명 아이들만 남게 된 신왕초등학교는 그해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그동안 열 명 아이들은 두 개로 나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다. 6학년 누나 형들과 함께 공부해야 했던 4학년 득주는 ‘친구가 없어 재미없겠다’고 말을 붙이자 ‘형들과 노는 것이 더 좋았다’고 했다. 같은 교실에서 공부한 2, 3학년 세 명도 싸우지 않고 형제처럼 잘 지냈다. 그해 전북에서는 초등학교 세 개가 문을 닫았다. 그중 하나인 신왕은 10여 년 전부터 통폐합 대상이었지만 ‘학교 지키기’에 나선 주민들의 열정으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왔던 터였다. 그러나 2005년, 1학년 입학생이 끊기자 주민들도 결국 손을 들었다. 폐교를 받아들이는 의견서를 교육청에 제출하면서 교사들은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선물이 없을까 고민했다. 신왕초등학교 30년의 기록이 만들어졌다. 마지막 졸업식을 앞두고 발간된 ‘여시뫼봉의 얼이 담긴 신왕교육 30년’은 100여 쪽. 화려하진 않았지만 70년대 중반, 학교가 문을 열자 아이들이 먼 거리를 걸어 다니지 않고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돼 기뻐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부터 30~40대 중년이 된 어른들의 어린 시절이 담긴 빛바랜 흑백사진, 신왕을 거쳐 간 632명 졸업생 명단까지 크고 작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교사들은 자료를 찾고 사진을 수집하느라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했지만 ‘아이들이 성장해서도 어릴 적 꿈을 가꾸었던 초등학교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그해 2월 16일 오전 10시. 급식실을 꾸며 만든 졸업식장은 끝내 울음바다가 됐다. 농촌의 아름다웠던 초등학교는 그렇게 소중한 이름을 잃었다. 올해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홉 곳이 문을 닫는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들 말고도 폐교 위기에 처해있는 학교는 이미 스무 곳이 넘는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을 시행하겠다면서도 아예 폐교 관련 조례를 개정해 절차를 간소화했다. 사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환경에서 학교 통폐합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서 더 우려되는 것이 있다. 공간과 이름을 잃게 된 폐교의 쓰임이다. 오랫동안 마을의 중심이 되었던 이 공간이 소멸 위기의 마을을 일으키는 거점이 될 수는 없을까. 교육기관이 앞장서 길을 열어주었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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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01.02 17:07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리더십이 전북의 활로

새해 첫 날인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자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는데 눈길 끄는 장면 하나가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두 사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조우한 것이다. 여야 대표가 새해 벽두 전직 대통령을 예방하거나 묘소를 참배하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참으로 묘한 장소에서 묘하게 이뤄졌다. 4월 총선때 승자는 살고 패자는 죽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여야 총선 사령탑들이 통합의 가치를 강조한 DJ 묘소에서 조우한 때문이다. 오는 6일은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되는 날이다. 이를 즈음해 각종 서적 출간이나 서사 음악회 등 전국 규모 행사가 다채롭게 준비되고 있는데 그중 관심을 끄는 것은 오는 10일 개봉 예정인 고인의 정신을 담은 다큐 '길위에 김대중'이다. 고인의 탄생 백주년을 앞두고 제작된 영화는 청년 사업가 김대중이 정계에 입문해 1987년 대선 후보로 나서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후광 김대중, 그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사람이다. 현실 정치에 몸담으면서 두번이나 야권통합에 실패해 결과적으로 민주세력의 집권을 늦춘 책임의 절반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 재직때 아들 관리를 잘 못해 자식이 구속되는 불명예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일부의 과오에도 불구하고 DJ는 전무하고 또 후무한 현대사의 거목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원한과 갈등을 없애려고 한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동서갈등과 보혁갈등을 없애려했고, 남북갈등과 한일갈등을 없애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한일 관계가 가장 좋았다고 평가받는 김대중 시대를 열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요즘 정치권 안팎에서 너나 할것없이 김대중 리더십을 강조한다. 여와 야가 극단적인 갈등을 빚는 현 정국은 통합의 정치를 펼쳐온 김대중 테제가 그립기만 하다. 자신을 죽이려했고, 동지와 자식을 고문하고 학대했던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에 대해서도 끝내 용서를 했던 후광의 리더십이야말로 감히 정객들이 함부로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경지임에 틀림이 없다. 한편에선 DJ의 '가치'와 '리더십'으로 단련된 '젊은 김대중'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DJ는 일찌감치 “용기란 성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책임감에서 나온다”고 했다. 행동하는 양심은 바로 지금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가치인지도 모른다. 128년동안 사용해 온 전라북도 명칭이 오는 18일부터 전북특별자치도로 바뀐다. 특별자치도 도민이 되는 전북인들은 작금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2022년 도지사, 교육감, 전주시장을 비롯한 지방권력의 상당 부분을 교체했으나 전북의 변화 속도는 생각보다 느리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중앙정부의 홀대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확실히 크다. 하지만 전북의 내재적 문제 또한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도전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도민의식이 필요하다. 1988년 황색돌풍이 분 제13대 총선 이래 무려 40년 가까운 세월을 특정 정파, 특정 집단이 독식해오면서 지역 살림을 망친 측면이 없지 않다. 오는 4월 10일 총선때 도민들이 특별한 대접을 받으려면 리더십 교체를 해야한다. 현 정치상황을 보면 전북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보인다. 그렇다면 적어도 전북에서는 역량부족인 사람은 확실히 바꿔야 한다. 민주당 후보 얼굴만이라도 좀 바꿔서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 그게바로 혁신이다. 김대중 리더십은 다른게 아니다. 전혀 다른 정파에 대해서도 포용하고 화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현상에 대해서는 침묵하지 말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직접 나서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총선과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새해벽두 전북도민들에게 던져진 화두가 바로 그것이 아닌가.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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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1.02 15:42

군산항의 특수성 고려한 항만행정 요구된다

국가관리무역항인 군산항은 항만의 개발과 운영이 국가 주도로 이뤄진다. 문제는 군산항의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항만 행정이 이뤄져 항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금강하구에 위치한 군산항은 1990년 금강하구둑 건설 후 토사 매몰 현상이 극심하다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같은 특수성이 반영된 항만 행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항만 운영은 삐걱대고 관련 기업들은 불필요한 부담을 겪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매년 300여 만㎥의 토사가 항내 쌓이지만 이의 1/3만 준설될 뿐이다. 2/3의 토사는 그대로 항만 내 축적된다. 수심은 해가 갈수록 악화돼 군산항의 31개 선석 중 계획 수심을 만족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군산항은 연간 3000만 톤의 하역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하역은 2000만 톤 안팎이다.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부두운영회사들의 '준설 아우성'은 더욱 커가고 도선사들과 해운 대리점들은 변동이 잦은 수심에 '불안, 불안∼'해 하고 있다. 부두를 건설, 운영하는 기업들은 1년도 안돼 준설 공사를 반복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별다른 오염 요인도 없는 종전과 동일한 해역에서 같은 계획수심으로 준설공사를 하려면 수천 만 원의 자금과 시간을 낭비해 가면서 획일적인 규정에 의해 또다시 실시설계도서를 제출하고 오염도 조사를 해야 한다. 불필요한 번거로운 절차로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또한 군산항은 1만 톤급이하의 소형 무역선들이 전체 외항 선박의 절반 정도를 차지, 저마력 예선의 수요가 높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예선의 마력 규모를 고려치 않고 군산항의 예선 적정 척수를 6척으로 못박아 놓고 있다. 해양환경공단 소속 1000마력대 저마력 예선이 지난해 7월 감선되면서 선박의 안전이 위협받고 대기 선박 증가 등 원활한 항만운영이 우려됐다. 도선 업계와 해운 대리점 업계는 저마력 예선의 증선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는 준설 의무는 다하지 않는 반면 부두 임대료는 매년 꼬박 꼬박 징수하고 있다. '전국 항만중 가장 심각한 토사매몰현상', '예산 부족에 따른 정부의 준설의무 이행 미흡'이란 군산항의 특수성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임차 부두의 선석에 대해서는 해당 부두운영회사가 투자비가 보전되는 비관리청 준설공사를 하도록 부두 임대차 계약서에 명시하자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메아리가 없다. 해양수산부는 각종 항만 법규를 획일적으로 고집할 게 아니라 법의 테두리내에서 훈령(訓令)을 통한 지침으로 항만별 특수성에 맞게 행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군산청이 일선 항만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양수산부는 이를 근거로 군산항의 특수성에 맞게 항만 관련 법규의 훈령을 제정, 시달하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민생 문제의 해결과 정책 추진에 힘을 쏟아 줄 것"을 당부했고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 행정의 목소리가 반영된 살아있는 정책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군산항의 현장 행정에서는 이같은 당부와 주문의 울림이 없는 것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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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24.01.02 15:35

발칙한 상상 1.  - 추첨제 민주주의를 허하라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인가 보다. 여기저기서 마음 바쁜 정치지망생들의 출판기념회가 손짓한다. 후원금도 걷고 사람도 모아 얼굴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출판기념회마다 저자에게 눈도장을 찍는 사람들이 책 한 권씩 들고 나선다. 애써 만든 책은 아마 한 번 쓱 훑어보다가 재활용 박스로 직행할 것이다. 정치지망생이 저마다 꿈과 비전을, 그리고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지만 그다지 울림이 없고 그밥에 그나물인 능력과 인물군에 정치 무용론이 나오기까지 한다. 그놈이 그놈 같고, 좀 새 인물로 바꿔도 보지만 여전히 함량 미달이다. 어떤 정치 평론가는 인물을 안 키워서 그런다고 하고, 어떤 평론가는 일당 독식하는 정치지형 때문이라고 한다. 이유라면 정말 이게 다인가? 선거는 정말 민주주의 꽃인가? 선거는 정말 최선의 정치 제도인지 의심해본 적 있는가? 선거제 자체가 한계에 다다르지는 않은지 생각해본다. 정치인들만 욕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나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굴을 바꾸고 당을 바꾼다고 해서 정치가 나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동안 각 정당에서 선거를 앞두고 얼마나 많은 젊은 피들을 수혈해왔는가? 1992년, 현역장교로 군 부정투표를 양심 선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정한 선거제도를 이끈 이지문 박사는 대안으로 추첨제 민주주의를 제시한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추첨은 민주적이요, 선거는 귀족적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맞는 말이다. 선거 한 번 치르자면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데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전북 광역단위만 해도 도내에 플래카드 한 번 거는데 수천만 원이 든다. 그걸 한두 번 해서는 얼굴 알리기가 힘들다. 문자 발송비도 한 번에 수천만 원씩 드는데 아무리 돈 안 쓰는 선거를 한다 해도 수억 원이 금방 바닥난다. 이러니 정책경쟁보다는 죽기살기로 선거투쟁에 뛰어들고 패자가 되는 순간 엄청난 빚을 지게 된다. 따라서 돈 없는 사람은 선거에 나오기 어려우니 현행 선거제도는 당연히 귀족적이다. 더구나 막강한 자본을 배경으로 한 시장과 언론이 여론을 조작하고 선동하기까지 한다. 또한 사람들은 뇌 구조상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대신 판단하기를 좋아하기에 선거제도의 맹점이 있다. 합리적 판단 대신 진영논리에 의한 확증편향과 이미지 정치에 놀아나기 쉬운 현실을 지금도 보고 있지 않은가? 모두가 평등한 1인 1표를 통해 공직자를 선출한다고 민주주의는 아니다. 유럽 내 가장 지적이고 민주적이었던 바이마르 시대에 선거로 선출된 독일의 히틀러가 그 증거이다. 이미 추첨제 민주주의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법원의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추첨이 그러하다. 재판 결과가 기존의 판사 결정과 80% 유사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추첨제로 뽑는 것이 어렵다면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정상적인 시민을 대상으로 추첨제를 실시해보는 것이 어떤가? 지구당 당협위원장에 줄을 안 서도 되고, 돈도 들지 않는다. 상갓집마다 좇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정치를 꿈꾸어보자. 재선을 꿈꾸지 않기에 부패할 필요가 없고 상식과 소신으로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정말 민주적인 지방자치를 만들어보자. 중앙의 정치 풍향에 눈치나 보는 정치. 영향력 있는 지방의 건달이나 토호들에게 돌아가는 이 비민주적인 정치를 끝장내는 발칙한 상상, 새해 벽두에 꿈꾸어 보는 것은 어떤가? /문상붕 도서출판 파자마 대표 △문상붕 대표는 전북국어교사모임 회장∙정읍고등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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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01.02 15:32

전북특별자치도 성패 의식 개혁에 달렸다

오는 18일 전라북도는 전북특별자치도로 재탄생한다. 당연히 전북도민은 특별자치도 도민이 된다. 특별이라는 의미는 일반적인 것과 아주 다르다는 것이다. 전북특별법 131개 조문은 전북특별자치도의 얼개나 마찬가지다. 재정특례 등이 빠져 아직 엉성하기는 하지만 소위 ‘전북형 특례’로 꼽히는 42개 조문, 103개의 특례가 담겨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타 시도와의 무한 경쟁 레이스가 펼쳐질때 전북은 선두권 무리에서 이탈했다. 그 결과 빈약한 기업체와 일자리 부족, 인구 감소, 낙후와 소외로 점철된게 오늘날 전북의 현실이다. 전북은 그동안 호남평야를 기반으로 곡창지대 역할을 해오면서 식량주권을 책임져 왔으나 국가경제에서 농업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인구와 경제 규모가 급전직하 추락했다. 그래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도민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벅찰 수밖에 없다. 뭔가 특별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닌게 아니라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다수의 전북형 특례와 국가 전체적으로 수행하기 전에 특정 지역에 시범실시를 위한 테스트베드 특례들이 전북에서 시작되기에 특별도민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특별법은 불과 28개 상징적 조항으로만 돼 있었다. 특별자치도에 걸맞는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생명산업 육성, 금융 인력 양성, 국제 케이팝 학교 설립 등 232개 조문을 담은 전부개정안을 마련해 노력한 결과 어쨋든 131개 조문을 만들어냈다. 아쉽지만 의미있는 성취였다. 하지만 전북이 진정한 특별자치도로 도약하려면 제도적 뒷받침 못지않게 도민 의식의 혁명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잘 되는 집안은 잘 될만한 이유가 차고 넘치며, 반대로 망하는 집안은 속내를 보면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핵심은 구성원 각자의 문제 의식이다. 부지런하고 단합하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이야기하는 집안은 지금 어려워도 앞날을 기약할 수 있으나 당장 풍족해도 식구들끼리 아귀다툼이 계속되고 게으름 속에서 시대적 변화를 외면했을때 그 집안이 망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특별도민이라는 자부심과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갖는 사명감으로 충만할때 전북특별자치도는 성공할 수 있다. 갑진년 청룡의 해 전북특별도민 개개인의 의식 변화가 중요한 이유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1.0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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