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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늘리기' 빛과 그림자

몇 달 전 속초와 산청의료원에서 연봉 4억, 3억을 보장했는데도 응급실 의사를 구하지 못했다는 뉴스가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귀하신 몸’ 의사 모시기 전쟁은 이 곳뿐 아니라 전국 지방 어느 지역이나 다르지 않다. 수 억대 연봉에도 이들이 아랑곳하지 않는 건 지역 소멸 위기에 따른 열악한 생활 환경 탓이다. 이런 기류는 워라밸 선호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개인 병원 공백이 커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파격적으로 의대 정원의 확대 방침을 밝히자 보기 드물게 여야가 환영 입장을 낸 것만 봐도 의료 공백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방의 의료시스템 붕괴는 막지 못할 거란 시각이 여전하다. 의사 수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삶의 질 관점에서 지방이 이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한 데 있다. ‘뺑뺑이 사망 사고’ 는 지방 의료 공백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치료를 못 받고 길거리에서 죽는 경우다. 의사를 대폭 늘리고 공공의대를 신설해 강제 배치를 한들 그들이 원하지 않는 곳에서 사명감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당장 의사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불가피하고, 공공의대를 통해 지방 필수 의료 인력을 확보함은 선택 여지가 없다. 그러면서 의사 스스로가 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 마련도 필수적이다. 실제 지방의료원 병상 가동률이 코로나 이전보다 평균 41% 줄어 월급조차 못 주는 데가 속출하고 있다. 지금 의료계의 냉철한 판단과 성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 의대 정원 확대에 맞서 총파업 불사를 외치며 으름장을 놓고 정부와 국민을 압박하는 그들에게 이성을 촉구한다. 심지어 종합병원조차 진료 과목에 따라 의사 쏠림이 심해 수술할 의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이대로 놔둘 텐가. 그리고 의사가 절대 부족해 의료 생태계 파괴가 현실로 다가온 지방의 응급 의료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겪는 건 환자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뒤틀린 의료계 현실을 외면해야 하는 것인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의사협회가 확고한 명분을 내세워 반대 투쟁을 해도 국민들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밥그릇 싸움’ 으로 인식하는 게 문제다. 전체 의사의 30%가 서울 지역에 몰린 상황을 감안하면 강제적 의무복무 기간이라도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는 공공의료 인력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공의대의 뿌리는 지난 2018년 폐교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에서 출발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4년 남원 개교 약속까지 했으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그 뒤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법안은 15개로 지역 간 쟁탈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의대가 지역에 없는 전남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환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대목은 공공의대 초기 남원에 기득권이 있을 때 상황이 우호적이었는데 기회를 놓친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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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10.19 17:35

[금요수필]공들이기

어머님은 내가 어릴 때부터 “매사에 탑을 쌓듯 공을 들여야 한다.”고 귀에 옹이가 박히도록 말씀하셨다. 그리고 4월 8일 부처님 오시는 날이면 나를 데리고 고향에 있는 절에 가서 조상의 영가등(靈駕燈)과 가조의 연등을 켜고 몸소 공들이기를 실천하셨다. 절 부처님과 불탑뿐 아니라 산기슭 서낭당의 돌탑에도 작은 돌을 올려놓고 가족들의 소원을 비셨다. 내가 고향을 떠난 뒤도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 놓고 가족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셨다. 아내도 틈만나면 기린봉의 선린사에서 불공을 드렸다. 올해는 어머님이 돌아가신 뒤 처음 맞는 사월 초파일에는 아내와 함께 선린사에서 영가등과 연등을 켜고 불공을 드리다가 무심코 아내의 모습을 바라봤다. 아뿔싸, 아내의 모습이 마치 어린시절 절에서 불공을 드리시던 어머님의 환영처럼 다가왔다. '매사에 탑을 쌓듯이 공을 들여야 한다.'는 어머님의 말씀을 가장인 나를 대신해서 아내가 실천하고 있었다. 칠순에서야 비로소 어머님이 말씀하셨던 공들이기의 의미를 톺아보았다. 탑은 승려가 불도를 수행하여 교법을 펴는 사찰에 세워진 불탑과 마을 근처 당산이나 서낭당에서 소원을 빌며 공들여 쌓은 돌탑(石塔)이 있다. 또 학생이나 문학도들이 마음속에 쌓는 글탑(書塔)도 있다. 불탑과 돌탑은 중생들의 번뇌를 벗고 성불하거나 불자들의 소원을 빌기 위함이며 글탑은 학생과 문학도들이 인격수양과 학문에 정진하는데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불탑(佛塔)이 들어오기 전부터 탑을 쌓는 믿음이 있었고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서울 남산타워, 부산 용두산 타워, 대구 두류공원 타워 등 서양식 탑들이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다. 또 서양식 높다란 '망루탑'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서양문화가 우리 전통문화를 압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선조들이 애지중지했던 사찰 불탑이나 서낭당 등 돌탑 쌓기는 우리민족의 정서인데 우리 의식 속에서 잊혀가고 있다. 예컨대 경주 감은사 터에 남아있는 두 개 석탑은 신라 신문왕 때 왜적을 진압하기 위해 사찰 창건과 더불어서 쌓았다. 비록 사찰은 사라졌지만 석탑은 천년이 넘도록 웅장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다.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은 신라 경덕왕 때 쌓았는데 이들도 천년 세월의 강이 흘렀어도 갓 쌓은 탑같이 산뜻한 모습이다. 경주 보리사 3층 석탑도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우리고장 마이산에도 이갑용 처사가 100년 전에 쌓은 진안 마이산 탑사 80여기 돌탑은 천지탑을 중심으로 조화의 극치를 이루며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전주 완산칠봉 정상의 서쪽 산자락에도 몇 년 전부터 어느 아름다운 손길에 의해 공든 돌탑이 하나둘 세워졌다. 그런데 누군가 그 돌탑을 자꾸 무너뜨렸다. 쌓기와 무너트리기가 몇 차례 반복되는가 싶더니 지금은 돌탑 9기가 완산칠봉 명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칠순을 넘기도록 나는 석탑이나 돌탑은 커녕 글탑도 제대로 쌓지 못한 설익은 인생을 살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만시지탄이지만 어머님의 유언을 말없이 실천해 온 아내처럼 마음을 다잡고 서낭당 돌탑과 글탑 쌓는데 공들이는데 매진해 볼까 한다. △김정길 수필가는 2003년<수필과 비평>을 통해 등단한 김정길 수필가는 수필집 <어머니의 가슴앓이>, <지구를 누비는 남자>, <내 마음의 텃밭>, <자연의 속살 그 경이로움> 등을 내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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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9 17:29

보수의 재(再)구성, 여당이 시작이다

‘야당 지지자와 중도층의 분노참여 그리고 여당 지지층의 낮은 참여’가 강서구청장 보선을 결정했다.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다.ARS 조사에서는 대통령 책임론이 절반을 넘는다. 근본원인은 국민의힘에 있다.‘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당’은 그 동안 집권당으로서 인재공급과 국정비전 제시와 주도의 정치적 선도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한 달에 두 번도 만나자”고 했다는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이 지금도 지켜지지 못하는 게 현재 집권여당의 위상이다. ‘무기력한 여당’을 만든 사람은 대통령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주어진) 방침을 잘 따르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여당체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정치의 주체는 정당이고 대통령실을 쳐다보지 말고 국민을 쳐다봐달라는 주문은 오히려 대통령의 뜻”이라며 “국정운영에 있어 때로는 ‘대통령이 이렇게 가시면 안 된다’는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최근 언급은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한다. “총선 전초전”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패배하고 총선을 6개월 앞둔 지금 시점에 윤 대통령은 두 가지 선택 앞에 서게 된다.그것은 ‘대통령의 총선목표’는 무엇인가?‘이다.대통령의 총선목표는 ‘과반 안정 의석’? 아니면 ‘윤석열 친위대’ 확보? 대통령의 선택이 후자라면 ‘지금까지 하던 대로 계속하면 된다.’하지만 여소야대 국회의 윤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 불가피하다.총선 승리의 야권은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의 3연승을 향해 정치공세를 강화할 것인데,만약 대통령도 지금처럼 한다면 그 끝은 ‘대통령 탄핵’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내년 총선에서 과반 안정의석의 확보는 ‘2022년 대선승리의 중도보수연합 복원’을 전제로 한다.그래서 유권자 10명 7명 가까이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전환과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이제 부터 ‘정치 승부사 윤석열 대통령’의 진면목을 보일 때라는 것이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와 국민의힘 지지율 그리고 김태우 득표율이 유사한 수준이다.30%대 박스권이다.거의 모든 이슈에 대한 의견도 ‘6 : 3.5’ 언저리로 나뉜다.이는 ‘윤 대통령을 앞세운 선거가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대통령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으면 총선승부는 어렵다.’보선 직후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의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는 위험신호다.20%대 후반의 지지율은 취임이후 두 번째의 최저치 수준의 접근이다.다음주 여론흐름이 중요한 이유다.특히 ‘70% 전후로 알려진 중도층의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평가’는 결정적이다.. 대통령 지지율 회복과 대선승리의 중도보수연합 복원을 위해서는 국정기조 쇄신이 요구된다. '정체성 복원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국정'은 이제 마감할 때다. 새로운 국정비전과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비서실 개편과 내각쇄신의 인사는 총선승리를 향한 대통령의 변화를 상징하는 첫 걸음이다. 새로운 국정과제와 대안 제시는 국민의힘 몫이다.국민적 요구와 필요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이슈를 제기하고 논의를 주도하는 게 정당이기 때문이다.집권당은 나아가 총리와 내각을 선도해야 한다.총선에서 표를 얻어야하는 여당은 국민 삶의 현장으로 향해야 한다. 출발은 집권여당의 정상화다.“‘누구를 자르십시오.쳐내야 합니다’하는 건 권력다툼에 불과하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언급은 잘못된 정당이해(理解)다.정당은 ‘권력투쟁의 장(場)’이어야 더욱 건강해진다.그 과정에서 새로운 리더십과 시대정신의 어젠다가 정당에 등장한다. 일요일 의총 후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를 중심으로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받들어 변화와 쇄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전당대회에서 선출한 ‘임명직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상명하복의 수직적 공무원 조직 같다면 더 이상 정당이 아니다.여당실패는 정권실패의 전주곡이다. “시한부 연명”의 두 번째 기회,김기현 대표가 할 일은 총선을 앞둔 ‘정치와 정당의 시간’을 위한 마중물이다.‘차분한 변화’가 아니라 ‘요란한 변화’가 필요한 시간의 입구에서 김 대표가 할 일은 ‘자기희생’이다‘심판의 시간’을 향한 역습, ‘보수의 재구성’은 국민의힘에서 시작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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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9 15:35

대학 1학년을 마치고 내년 3월에 일반 현역병으로 입영하려면?

다음 연도(2024년도)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선택’을 하시면 됩니다. 다음 연도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선택’은 올해 3회차로 나누어 신청받아 왔으며, 마지막 3회차 접수가 다음 달 11월 22일 오후 2시에 실시됩니다.(지방청별로 접수일정이 다르며, 일정 변경 시 병무청 홈페이지에 공지됨) 신청 대상은 현역병 입영대상자로서 올해 병역판정검사 결과 현역입영대상으로 판정받은 2004년생, 재학·국외 입영연기 중인 사람입니다. 다만, 1996년 12월 31일 이전 출생한 사람과 입영일자 연기가 종료되어 직권으로 입영일자가 결정될 사람 등은 신청 비대상입니다.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선택’ 시 1~12월의 공석 범위에서 입영일자를 선택하면 입영부대는 전산으로 자동 배정됩니다. 유의하실 점은 선택한 입영일자가 다음의 경우 변경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입영일자 선택 후 전공 또는 자격증 취득으로 적성이 변경될 경우, 선택한 입영일자 및 배정된 부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또한 12월에 상근예비역 선발 작업이 이루어짐에 따라 입영일자를 선택 사람이 상근예비역으로 선발될 경우에도 신청한 입영일자 및 배정된 입영부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신청은 병무청 누리집 또는 병무청 앱을 통한 인터넷 신청만 가능합니다. 병무청 누리집(www.mma.go.kr)에서 신청 경로는 ‘병무민원 – 현역·상근입영 ― 현역병입영 본인선택원(다음연도 입영일자 선택) - 본인인증 – 신청)이며, 병무청 앱은 ’로그인 - 본인인증 – 민원서비스 – 현역·상근 – 2024년도 현역병 입영 본인선택(입영일자 신청)‘을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의무자의 병역사항 등에 따라 신청이 제한되거나 기타 특이사항이 있을 수 있으니, 구체적인 상담은 병무민원상담소(1588-9090)또는 지방병무청 현역입영과로 문의하여 주시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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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9 15:31

너덜너덜 종잇장 발목

연례행사로 행하는 신년 다짐에 '운동하기'라는 다짐은 매년 빠지지 않고 올해 1월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당시에 나는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어 집 근처에서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친구들과 함께 배드민턴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지금도 그 친구들과 함께 꾸준히 배드민턴을 치고 있고 체력과 실력도 그때에 비해 많이 늘었다. 약 10개월을 꾸준히 쳤고 그 사이에 우리가 흔히 '삐었다'라고 표현하는 발목 염좌를 두 번 경험했다. 그중 한 번을 최근에 경험했는데, 나는 발목염좌가 있을 때마다 항상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어난 일이 상기되곤 한다. 18살 가을 즈음 체육시간이었다. 당시 '음악줄넘기'로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나는 이미 중학교 3학년 때 '블락비'의 'Very Good'라는 노래로 조를 만들어 안무를 완성시켰었다. 평소에 지금과는 다르게 슈퍼 외향적이었던 나는 또 마음속에서 깊이 까불거리기 시작했다. 같은 반 친구에게 "야, 나 이거 할 줄 알아. 나 중학교 때 해봤어. 한 번 봐봐"라며 안무를 선보였다. 안무를 선보이던 중에 노래의 가장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줄넘기를 뛰어넘으려던 그 순간, 친구는 본인의 시야에서 내가 사라졌다고 표현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져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나는 발목을 접질린 것이다. 문제는 발목이 꺾여있던 상태에서 고등학생을 이유로 한껏 불어있던 내 몸이 발목 위로 앉아버려 발목 문제만이 아닌 근육이나 인대 손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어 소리도 못 내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체육 선생님은 한 번 일어나 보라고 하셨지만 나는 일어날 수조차 없었고 그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발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반 실장에게 부축을 받으며 양호실로 갔고 양호선생님께서는 병원을 바로 가보는 게 좋겠다며 간단한 치료와 함께 돌려보내셨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엄마가 나를 당장 데리러 올 수가 없다고 하셔서 엄마가 오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나는 발을 디디는 것조차 어려워 원기둥 모양의 돌돌이 청소기에 무릎을 대고 움직여야 했다. 아마 이날 우리 반 친구들은 저런 모습을 하고 돌아다니는 나의 모습이 뇌리에 박혀있을 것이다. 엄마가 오고 병원에 함께 가서 발을 확인하는데 엄마는 매우 놀라시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고 나도 생전 이런 발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복숭아뼈를 중심으로 발가락까지 보라색이었고, 퉁퉁 부어 코끼리 발 같았다. 나는 속상한 마음에 엉엉 울기만을 반복했고, 엄마는 괜찮다며 나를 달래주었다. 그 이후로 병원에서 여러 차례 치료를 받으며 재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나는 발목 자체도 원체 가늘고 발목은 한 번 삐끗하면 그 이후로는 쉽게 삐끗하기 때문에 발목염좌는 그 이후로도 나에게 연중행사가 되곤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내 발목이 가늘고 잘 접질리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운동하기 전후로 스트레칭을 잘 하지 않았고, 테이핑이나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염좌를 경험했을 때는 생각보다 통증이 오래갔고 부기도 잘 가라앉지 않아 고등학교 때 겪었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게 해주었다. 모든 질병과 사고에서 예방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테이핑을 주문하러 가며 글을 마친다. /유세현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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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9 15:31

지역농업·청년농 육성 사업 예산 감축 안 된다

정부가 지역농업 육성을 위한 농촌진흥청의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미래 농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소속 이원택 의원이 농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예산 심사를 통해 재편성한 내년도 농촌진흥청 R&D 사업 예산은 7174억원으로 올해 9022억원에 비해 20.5% 줄었다. 국가 주요 R&D 분야 예산을 줄이겠다는 정부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 R&D 예산 평균 삭감률(16.6%)보다 3.9%p나 높은 수준이다. 특히 농진청의 유일한 지역농업 R&D 사업인 ‘지역농업 연구기반 및 전략작물 육성사업’의 경우 사업비가 무려 79%나 삭감돼 지역농업 육성을 위한 연구사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사업은 지역별 전략특화 작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 개발 및 현장 확산을 지원하는 사업이어서 지역농업과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고령화 시대, 농업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청년농 육성 사업도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는 올해 진행했던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 청년농업인 협업모델 시범 구축 등 농촌진흥청 소관 청년농 정착사업 예산 67억57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윤석열 정부는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을 기치로, ‘청년농 3만명 육성’ 공약을 내놓았다. 농촌 고령화에 적극 대비해 청년농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선거 과정에서는 “농업인에게 안정적 소득과 행복한 삶을 제공하고 기후변화·디지털화에 대응해 미래형 농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그래놓고서 농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인 농진청 R&D 예산과 청년농 육성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농업 분야의 R&D 예산이 정부안대로 확정된다면 농촌진흥청에서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연구과제부터 줄일 게 뻔하다. 이렇게 단기적인 성과가 보이는 곳에만 투자한다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또 청년농 육성 정책까지 포기한다면 농촌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를 막을 수 없게 된다. 우리 농업의 미래, 지역의 미래, 국가의 미래를 위해 삭감된 예산을 원상복구하고, 필요성이 높은 신규 사업은 반영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0.19 13:04

도로위 싱크홀 날벼락 예방 대책 서둘러야

싱크홀은 땅 아래에 생긴 빈 공간 때문에 커다란 웅덩이나 구멍이 생기는 땅 꺼짐 현상을 말한다. 과거엔 싱크홀이 발생하면 나와는 아무런 관계없는 먼 이야기로 여겼으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일이됐다. 가까운 사례로 전주에서 군산을 오가다보면 싱크홀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밤에 운전을 하거나 초행길인 경우 단순한 교통사고에 그치지 않고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도로뿐만이 아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도심에서 싱크홀이 발생하면 훨씬 더 참담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차량이나 주택, 또는 사람을 심키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싱크홀이 발생한 것만 봐도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결론은 인력과 전문장비를 확충해서 싱크홀을 예방해야 한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총 879건이다. 2019년 192건, 2020년 284건, 2021년 136건, 작년 177건, 올해 1∼6월 90건이다. 4년 6개월간 1.9일마다 발생한 셈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88건으로 가장 많은데 광주(110건), 부산(74건), 서울·전북(각 70건), 대전·강원(각 62건) 순이다. 전북에서 발생한 싱크홀이 서울과 같은 70건 이라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같은 기간 전북에서는 2019년 6건, 2020년 7건, 2021년 14건, 2022년 40건, 올 상반기 3건 등이다. 싱크홀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하수관 손상이다. 새어나간 물이 주변의 지하 토사를 쓸어내면 공간이 생기고 땅이 꺼지기 때문이다. 전체의 절반 가량된다. 이밖에도 공사 구간 다짐 불량, 굴착공사 부실, 기타 매설물 손상 45건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싱크홀을 예방하려면 지반 탐사가 필요한데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게 엄연한 현실이다. 전북의 경우 보유한 전문 장비는 도로용 차량형(3D) 2대, 협소 지역용(핸디형) 자동형(3D) 1대, 수동형(2D) 2대 등 총 5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지하공사가 워낙 잦아 싱크홀 발생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조속히 전문인력과 장비를 확충해서 그때그때 지반조사를 해야만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0.19 11:52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의료 확충 계기로 삼자

여야가 의대 정원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전북대병원을 비롯한 호남지역 국립대병원장들도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 17일 전북대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의 전북대·전남대·제주대병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한 목소리로 호응한 것이다. 이번에는 여야와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한 만큼 반드시 의대 정원 확대가 관철되었으면 한다. 사실 의대 정원 확대는 의사 본인들만 빼고 대부분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이다. 이것처럼 모든 국민들이 한결 같기도 힘들 정도다. 그만큼 의대 정원 확대가 절실하다는 반증이다.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OECD 등 국제적 비교를 하거나 지역의료 붕괴 등을 거론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고령화로 인한 수명 연장과 생활 수준 향상에 따른 의료 수요 급증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의사단체의 반대에 밀려 무려 18년 동안 의대 정원이 동결되었다. 2000년에는 의약 분업 시행에 대한 의사단체의 반발로 의대 정원을 3507명에서 2006년 3058명으로 줄였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매년 400명씩 10년 동안 4000명을 늘릴 계획이었다. 이마저 코로나19를 방패로 한 의사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제 의대 정원 확대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에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두 손 들어 환영하고 있는 판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아직도 강력 투쟁, 파업 등 구태의연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원을 얼마나 늘리며 어떤 부분을 보완할 것인지에 모아져야 한다. 우선 정원을 파격적으로 늘려야 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에 우리나라 의사수가 2만7000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마다 1000명씩 늘려도 부족하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대와 지방 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필수인력 확보 등 진지하게 논의할 부분이 많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도 지적되었듯 지방의대에서 배출한 인력의 수도권 유출문제는 심각하다. 전북의 경우 전북대와 원광대에서 배출한 인원의 36%만 이 지역에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나라를 위해 필요한 일은 욕을 먹더라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바로 그 일이며 지금이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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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8 18:06

중소기업 손절한 윤석열 정권

제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봐주기에 급급한 윤석열 정부의 민낯을 지적했다. 중소기업에게 최후의 보루와 같은 ‘의무고발요청제도’가 윤 정부 출범 이후 1년 5개월 간 2건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별로 연평균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고발요청 건수의 편차가 크다. 제도가 도입된 박근혜 정부에서는 연평균 3.5건, 문재인 정부 6.8건, 윤석열 정부 1건이다. 고발요청 건수뿐만 아니라 심의위 상정 안건 대비 고발요청률도 정부별로 큰 차이가 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상정시킨 안건을 모두 고발요청 했다. 문재인 정부는 19.5%(169건 중 33건 고발요청), 윤석열 정부는 2.2%(89건 중 2건 고발요청)에 그쳤다. 올 1월, 제도에 큰 변화가 있었다. 고발요청기한을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고발요청제 관련 기관 간 업무협약(MOU)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중기부, 조달청이 개정했다. 고발요청기한은 도입 당시 60일에서 2015년 1월 90일, 2016년 12월 6개월이 됐다. 계속 기한이 늘기만 했는데, 윤 정권 들어 처음 줄었다. 해당 기업의 고발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명분이다. 실제로 한국토지공사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건은 조사하는데 694일(22개월)이 걸렸다. 결국 15개 중소기업에 3억 1,900만원 피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돼 법원은 벌금 500만원 형을 내렸다. 또한, 징역형으로 가장 처벌이 강력했던 아모레퍼시픽 사건은 187일(6개월)이 소요됐다. 결론적으로 4개월은 택도없다는 소리다. 한 사건당 소요되는 조사기간은 평균 약 9개월이다. 의무고발요청제가 시행되고 고발요청 결정이 된 48건 중 31건인 64.5%가 사건 접수부터 고발요청까지 6개월 이상 걸렸다. 공정위와 달리 중기부는 기업에 자료요구권이 없어 조사하는데 애로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기부의 기소율은 의무고발요청제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기관(조달청, 감사원)보다 월등히 높았다. 공정위 조사를 1단계로 거쳐 시정조치만 하고 넘어온 사건임에도 중기부는 79.2%, 조달청은 56.5%의 기소율을 나타냈다. 높은 기소율 수치는 공정위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도 해석될 수 있다. 결국 대기업 봐주기로 고발요청기한을 줄인 셈이다. 기업활동 위축을 막으려 도입된 전속고발권은 기소권 행사가 공정위 고발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특혜 시비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는 2013년 4월 22일 불공정거래행위 대한 고발요청권을 감사원장, 조달청장, 중기부장관으로 확대하고 공정위가 고발을 하지 않더라도 이들 기관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결하게 된다. 그리하여 2014년 박근혜 정부인 보수 정권에서 ‘의무고발요청제도’가 도입됐다. 보수 정권에서 필요에 의해 도입했고, 유명무실이던 제도를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힘이 되도록 키워왔다. 중기부는 고발요청기한을 4개월로 단축하는 대신 공정위가 조사한 자료를 모두 넘겨받기로 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공정위와 조사 방향이 달라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는게 실무자 이야기다.‘뒷북 고발’이라며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인 대기업은 시간끌기로 대응해 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중기부는 중소기업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정부 부처다. 윤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중소기업에 해가 된다면 반대입장을 밝히고 당장 다시 원상 복구해야 한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중소기업을 손절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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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8 18:06

겸손(謙遜)은 최선의 처세술이다

오늘날 지구상의 인구는 약 80억명으로, 우리인간은 가족과 더불어, 사회와 더불어 생을 유지하고 있어, 인간을 사회적동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간의 교류와 접촉을 통하여, 살아가는 과정에서, 서로가 인간의 도리와 예절을 지킴으로써, 원만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형성되고,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도리와 예절이 지켜지지 않을 때, 사회가 무질서하게 될 것이고, 더구나 사회가 복잡하여지고 있는 가운데, 남이야 어찌되든,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범법자가 속출하여, 사회가 불안하고 혼란 속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혼란사회를 방지하기 위하여, 강제성을 지닌 법과 규약을 만들어 사회를 안정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문 법(法)자를 파자하여 보면, 삼수 변에 갈 거로 구성되어 있어, 사회가 물같이 흘러 가도록 하여,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법의 목표라고 생각된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말 가운데에, 예의바른 사람에게 “법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호평(好評)함과 동시에 존경하고 인정하는 것을 보면, 예의범절을 지키는 것이 우리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된다. 그럼 올바른 예절의 기준은 어디에 둘 것인가? 예절은 생활규범으로 오랜 관습을 통하여, 개선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변천 발전해나갈 것이다. 필자가 감히 예절에 대하여 쉽게 표현하면, “나 자신을 제외한 주위사람에게 폐해, 피해 부담을 주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며, 폐해, 피해 부담의 기준은 상식(常識)이라는 잣대로 진단하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요즈음 예의범절과 법을 지키지 않고, 잔인무도한 범죄행위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탄식이 저절로 나오고 있다. 요 며칠 전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일어난 '묻지마' 살인사건, 부모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패륜아 사건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하루속히 사회가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이러한 패륜적인 범죄가 빈발하는 원인은, 부족한 인성교육을 주요원인으로 꼽고 싶다. 옛날에는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을 통하여 인간성을 길러주고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교육시켜왔으나, 작금은 이러한 교육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 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 인간이 겸손(謙遜)하지 아니한 것도 범죄발생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겸손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여 줌으로써, 사회가 화합되고 정의롭게 될 수 있다. 필자는 겸손 교육의 주요 내용으로, 노자의 수류육덕(水流六德)을 주목하고 싶다. 즉 물방울이 인내와 끈기로 바위를 뚫고, 어떤 그릇에나 담기는 융통성, 구정물도 받아주는 포용력, 막히면 돌아 갈줄 아는 지혜, 낮은 곳 을 향해 흘러 바다에 이르고 대의(大義), 넘치도록 채우지 않고, 적당할 때 멈추는 겸손이 물의 육덕(六德)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수류육덕을 거울삼아, 인성교육을 함에는 효심에 중점을 두고, 윗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을 기르고, 예의범절을 잘 행하도록하고, 팽배된 이기심을 줄이고 도덕심을 일깨우고, 이타심을 극대화하여, 온 사회가 겸손한 마음으로 충만 될 때, 사회가 화합되고 안전하고 평화롭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현건 전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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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8 18:06

폭풍우 치는 교실

2023년 여름은 폭우와 불볕더위, 그리고 교사들의 마음을 휩쓸고 간 거대한 폭풍이 하나 있었다. 폭풍은 어느 한 개인이 아니라 교사 집단을 제대로 강타했다. 여름 방학을 앞둔 어느 날 신규교사는 교사의 역할 그뿐만 아니라 세상을 포기했다. 그렇게 터져 나온 교실의 속앓이는 기후변화가 심각했던 여름날만큼이나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마음을 관통하여 지금까지도 흔들고 있다. 교실 붕괴, 교사와 학부모, 학생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는 방법이 가혹했을 뿐이다. 서이초 사건은 참으로 안타깝고 혹독하게 알려졌다. 사회경제적으로 안정적이라던 ‘교사’ 집단이 막상 들춰보니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학생의 폭력, 아동학대의 가해자라는 오명, 교권 침해로 인해 교직을 떠나는 교사, 심지어 세상을 등지는 교사가 늘어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과연 ‘교권(敎權)’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교사가 지니는 권위나 권력’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권위나 권력이란 말이 교사와 양립할 수 없다. 2023년에 말하는 교권은 최소한의 인간의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어떠한가? 교사는 아동학대의 의무 신고자인데 아동학대범으로 지목당하는 1순위가 되어 버렸다. 여기에 교권마저 방어할 수 없게 ‘아동학대처벌법(2014년 개정)’이라는 오랏줄로 손발을 묶어버렸다. 뭉치기 어렵다던 교사 집단은 지난 2023년 9월 2일 토요일,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에 무려 30만 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이는 서이초 선생님의 49재와 더 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은 용기였고, 죽어버린 공교육에 대한 애도였다. 교사들은 이틀 뒤인 9월 4일 월요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상당수가 병가, 연가로 공교육의 멈춤을 실현하고자 현장의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전례 없는 일이라 혼란이 생겼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들에게 9월 4일이 되기 전부터 ‘파면’, ‘해임’ 등으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학교 현장은 다시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다. “공교육을 멈춰서 이 기회에 교권을 바로 잡아야 한다.” “공교육을 지키면서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 혹은 이래서 바뀔 수 없다는 회의적인 입장, 관리자도 교사도 서로의 입장들로 상충했다. 분명 같은 아픔에서 비롯된 일들인데 다른 관점 다른 생각들로 삽시간에 많은 가지들이 뻗어버렸다. 마치 뿌리가 제각각인 듯 자라서 어떤 가지를 어떻게 쳐내야 할지 걱정이 될 정도다. 학교는, 9월 4일 이후로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교사 집단이 파면 혹은 해임되었을까? 집회 다음 날 교육부는 30만 교사의 집회를 보았는지 징계를 철회한다. 그런데 현장에는 집회에 참석하여 목소리를 낸 교사들과 9월 4일 정상 출근한 교사들 간에 묘한 기류가 일었다. 관리자와 교사 사이에도 이상 기류가 흘렀다. 우리는 분명 우리를 하나로 뭉쳐지게 한 사건을 알고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서 각자의 신념 또는 가치관을 좇아 가지를 뻗어 버렸다. 결국, 멋대로 뻗은 가지들은 하나의 뿌리를 두고 자란다는 것을 잊은 채 말이다. 교육부, 혹은 교사 단체들, 교사, 학부모, 학생에게 묻고 싶다. 초심을 기억하느냐고...... 아픈 상처는 서로 보듬고 위로해주는 것이 세상의 도리다. 적어도 나의 날선 가지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는지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 이상덕 전북교육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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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8 18:05

백영훈 박사와 새만금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30년 가까운 군사독재 시대를 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생전 언론인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숱한 반대에 직면할 때마다 당장은 강한 저항이 있지만 훗날 평가는 옳은 결정이었음을 확신하면서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엊그제 15일은 전세계에서 5번째 규모라는 소양강댐이 준공된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었다. 60년대말 70년대초 대한민국의 3대 국책사업은 소양강댐, 경부고속도로, 서울지하철 등이었다.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원동력인 소양강댐 건설과 독일 아우토반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경부고속도로, 만원인 서울의 대중교통을 획기적으로 해결한 서울지하철은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이 턱없이 빈약한 후진국 대한민국을 단박에 중진국 반열에 올려놓는 일대 전기였다. 1961년 어느날, 한국의 한 젊은이가 서독 에르하르트 경제장관과의 면담을 주선해달라며 대학 때 은사를 찾아가 1주일째 애원하고 있었다. 우여곡절끝에 장관은 아니지만 차관과의 면담이 이뤄졌고 그 결과 3000만 달러의 빚을 얻게된다. 그가 바로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어 통역관이자 대한민국 제1호 독일 박사인 김제 월촌 출신 백영훈 박사다. 하지만 지급보증 없이는 차관을 얻을 수 없게되자 그는 독일 지인의 조언에서 힌트를 얻어 광부와 간호조무사 파견방안을 기획한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서막을 연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 원장, 그가 지난 16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1930년 김제 월촌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상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국비장학생으로 뽑혀 독일에서 박사를 취득했다. 훗날 교수와 장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11월 서독을 방문할때도 통역관으로 동행,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에 필요한 차관을 얻어내면서 조국 근대화에 뚜렷한 공헌을 하게된다. 재경 전북도민회 신년하례회 등에 참석하기도 했던 그는 지인들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할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는 경우가 많았다. 전형적인 독재자와 산업화의 기수라는 극단적 평가를 받고 있으나 어쨋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장은 욕을 먹어도 후세의 사가들이 제대로 평가해줄 것이라며 국가발전 전략 등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반세기 이상이 지난 요즘 새만금사업은 과거 박정희 정권때 소양강댐이나 서울지하철, 경부고속도로에 못지않은 중요한 국책사업이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결심을 해야한다. 작금의 상황은 분석과 검토, 논란을 거듭하면서 고르디온의 매듭을 풀어야 할 때가 아니다. 단칼에 끊어서 매듭을 풀어야 할 시점이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결단했던 것처럼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이때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의대정원 확대나 새만금사업 만큼은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통 큰 결단을 해야한다. 때로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하면서 정치논리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통수권자의 일대 결단이 필요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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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10.18 14:31

모집난에 중도이탈까지, 지방대 위기 해법을

지방대학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신입생 모집난이 이어지면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후 정부에서도 지방대 살리기 정책을 다방면에서 추진했다. 지방대육성법(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까지 제정해 시행하면서 각 대학에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고, 지방대 살리기는 여전히 우리 시대의 과제로 남았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시대,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고 ‘수도권 1극제체’가 강화되면서 지방대의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17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지방 거점국립대 위기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거점국립대마저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고, 여기에 중도이탈 학생까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제시한 ‘최근 3년(2020~2022)간 지방 거점국립대 중도탈락 학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개 지방 거점국립대의 중도탈락 학생은 총 2만 5179명이다. 대학별로는 경북대(3469명)가 가장 많았고, 이어 부산대(3101명), 전북대(3042명), 충남대 (2618명) 순이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방 거점국립대가 처한 위기 상황에 공감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누구도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만큼 현재의 지방대 위기는 풀어내기 쉽지 않은 우리 사회 현안 과제임이 분명하다. 역대 정부가 균형발전을 외칠수록 지방은 오히려 소멸로 다가갔고, 지방대 살리기를 외칠수록 지방대학은 더 쪼그라들었다. 중앙정부가 근본 원인을 애써 외면한 탓이다. 인구절벽 시대, 지방의 인구와 재화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된 수도권의 흡인력을 약화시키지 않고서는 지방도 지방대학도 스스로 살아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3기, 4기로 이어지는 수도권 신도시 정책, 1기 신도시 재개발, 그리고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 등을 통해 수도권 1극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곧 지방의 위기고, 나아가서 국가의 위기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대를 살려낼 수 있는 근본 해법을 다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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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18 12:47

안전사고 급증 노인일자리, 인력·예산 늘려라

고령화로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의 수가 크게 늘면서 안전사고와 산업재해 피해자도 증가하고 있다. 나이 들수록 안전에 취약하기 때문에 인력과 예산을 늘려 노인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회활동지원사업을 포함한 전국의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2018년 59만2022명에서 지난해 97만1495명으로 1.6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안전사고도 최근 5년간 총 7135건이 발생했으며 3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 유형은 골절이 56.5%로 가장 많고 타박상 12%, 염좌 6% 등이었다. 전북지역의 안전사고 발생 건수는 모두 380건으로, 2018년 38건에 불과했으나 2022년 83건으로 늘어났다. 사망자도 4명으로 부산·전남 각 5명에 이어 세 번째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노인일자리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급격한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건강하고 젊은 노인인구가 계속 늘어 노인일자리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노인일자리 사업은 비용 대비 효과도 큰 편이다.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은 소득 보충은 물론 건강 개선과 사회적 관계 증진 등 효과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비 지출의 경우 일자리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노인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이 들어 집에만 박혀 있다 우울증에 걸리기 보다 일터에 나가 돈도 벌고 활력도 얻는 1석3조 사업이다. 그렇다면 안전사고를 줄일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는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일이다. 현재 노인일자리 안전교육은 해마다 5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동영상 강의로 대체하는 등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실을 기했으면 한다. 둘째는 인력과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 2022년 기준 안전관리 예산은 6300만원으로 1인당 65원 수준이다. 수행기관의 담당자도 1명이 유형별로 100∼140명을 맡고 있다.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앞으로 노인일자리는 계속 늘 것이다. 이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안전사고가 나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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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17 18:21

‘작은 할매’ 마가렛 수녀의 헌신

소록도는 전남 고흥반도의 끝, 녹동항 건너편에 있는 섬이다. 이 섬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일제 강점기,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격리 수용해 이곳을 고립된 땅으로 만들면서다. 1962년, 한센인들이 격리되어 있는 이곳 소록도에 한 외국인이 들어왔다. 반인권적인 탄압과 차별을 받으며 살고 있는 한센인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한국에 온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였다. 영아원에서 한센병 환자의 아이들을 돌보았던 마리안느 수녀는 한센병 치료 전문교육을 받기 위해 인도로 가 치료법을 공부하고 다시 돌아왔다. 4년 뒤, 또 다른 외국인 수녀가 들어왔다. 마가렛 피사렉 수녀였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같은 학교(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간호학교)를 다닌 기숙사 룸메이트였으며 가톨릭 소속 단체도 같았다. 간호사였던 이들은 당초 소록도에서 5년 동안 봉사하고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들의 일상은 오로지 한센인들을 돌보는 일. 한센인들의 고통을 나누며 치료하기 위해 쏟는 헌신은 눈물겨웠다.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것은 2005년. 노인이 되면서 몸이 약해져 일상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자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귀국을 선택했다. 40년 넘게 살아온 소록도를 떠날 때도 이들은 주민들에게 편지 한 장만을 남겼다. ‘큰 사랑과 신뢰를 받아서’, ‘부족한 점이 많은 외국인인 우리에게 큰 사랑과 존경을 보내주어 감사하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감사 편지였다. 떠나는 뒷모습까지도 아름다웠던 소록도 천사들의 숭고한 삶의 이야기는 2017년,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 그해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에게 선물과 친전으로 감사를 전하며 근황이 전해지기도 했다. 당시 병을 얻어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던 소록도의 천사 마가렛 피사렉 수녀가 지난달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봉사하며 살았던 그가 남긴 마지막 선물도 세상을 향한 헌신이었다. 그는 자신의 주검까지도 의대에 기증해 좋은 연구에 쓰이도록 했다. 건강이 악화되기 전 스스로 세웠던 뜻이었다. 1966년에 소록도에 들어와 40여 년 동안 한센인을 돌봤던 마가렛 수녀는 소록도 주민들에게 ‘작은 할매’로 불렸다. 새벽마다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해 우유를 만들어 나누고, 환자들의 상처를 망설이지 않고 맨손으로 약을 바르며 웃음으로 주민들을 대했던 ‘작은 할매’.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찍었다는 사진 속에서 그는 합죽선 선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랑으로 헌신했던 그의 생애에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10.17 18:21

동학농민 혁명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역정을 볼 때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동학농민혁명이라고 할 수 있으며, 프랑스 대혁명, 멕시코 혁명, 쿠바 혁명, 러시아 혁명 등 세계 유수의 혁명 역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민중혁명이다. 동학농민혁명은 항일 전쟁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밑거름이 되었고 해방 이후에는 이 땅의 민주화운동과 민족 통일운동의 정신적 토대가 되었다. 동학농민혁명이 추구하는 반봉건·반침략 사상의 현대적 의미는 민주·자주·평화로 상징되며 그 내면에는 천부인권을 담고 있으며,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인류의 위대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3·1운동 104주년이며 동학혁명 129주년이다. 3·1운동 당시 한반도 전역에서 남녀노소와 빈부귀천, 지역과 직업 여하, 국내·국외를 망라한 전체 한민족이 궐기하였던 그 경험과 그 마음이 시민의식으로 싹터서 발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씨앗이 뿌려진 것이 갑오년의 동학혁명이었다. 1893년 11월 사발통문 작성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던 “동학농민혁명”은 조선의 봉건사회와 부정·부패 척결 및 반외세의 기치를 내걸었던 대규모 민중혁명이었다. 개화파가 주도했던 갑신정변이나 독립협회, 유생이 주도했던 의병 항쟁 등은 위로부터의 개혁이었으나, 동학농민혁명은 일반 민중을 중심으로 한 아래로부터 진행된 민중혁명이었다. 또한, 군·현 단위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던 혁명을 전국 차원의 항쟁으로, 일시적 투쟁에서 장기 지속적 혁명으로 발전해 나갔으며, 조선 후기 빈발했던 농민 봉기 단계에서 나타난 민중의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 의지를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대규모 농민 대중에 의한 혁명이기도 하였다. 일본의 침략 야욕과 부패하고 무능한 조선왕조 봉건 지배층의 외세 의존 및 유생의 체제 수호의 벽에 막혀 동학농민혁명은 좌절되었으나, 1894년 이후 전개된 병오창의 등의 의병 항쟁과 3·1운동과 6·10 만세운동, 항일무장 독립 투쟁으로 이어지며 한국의 근대화와 민족 민중 운동의 근간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19세기 후반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를 변화시키고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3·1운동, 4·19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촛불 시민혁명의 모태로서 오늘날 평등사상과 자유민주화의 지평을 연 근대 민족사의 대사건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보면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한다. 동학농민운동이 있었기에 의병 활동이 있었고, 항일 독립운동과, 3·1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촛불 시민혁명까지 이어졌다. 동학농민혁명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다시 명확하게 정리하고 규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민족의 역사적 혁명 사건을 헌법 개헌 시에 헌법 전문에 포함하는 일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역사적 사실과 의의만 보더라도 헌법 전문 개정의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이 헌법 전문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국가와 민족, 그리고 순국 영령 앞에 부끄러운 후손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잘사는 인내천을 구현하기 위한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하도록 반드시 헌법 전문이 개정되어야 한다. /고경윤 정읍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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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10.17 18:20

<특자도 기획 기고> 지방과 지방대학을 살리는 길이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이다. 이는 지역적으로 지방소멸과 지방대학의 붕괴와 연결이 된다. 전북 지역은 특히 이러한 문제의 최전선에 있으며, 14개 시·군 중 10개 지역에서 인구가 감소하고, 13개 지역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미래 20년 동안 우리나라 전체 대학 중 약 50%만이 존속할 것으로 예측되며, 전북 지역의 경우 생존율이 30%에 불과한 암울한 전망도 있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구 증가가 절실하다. 인구를 증가시키는 두 가지 주요 방법은 출산율을 높이거나 이민자를 늘리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7년간 약 32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2006년의 1.13명에서 2022년의 0.78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지역의 인구를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민자를 더 많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OECD 국가의 평균 출산율은 1.59명으로, 이는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의 출산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자 유입정책을 오랫동안 추진해왔으며, 이로써 대부분의 선진국은 전체인구를 증가시키고 생산인구를 확보하며 고령인구 비율을 감소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대도시로의 이민자 집중으로 인한 인구과밀, 주택 부족, 환경오염, 인프라 부족, 내국인과의 일자리 경쟁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같은 시기에 지역에 거주하던 청년층의 대도시 이동으로 지역의 인구 고령화와 지방소멸이 더욱 악화되었다. 호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6년에 '지역비자(Regional Visas)' 제도를 도입하여 이민자들을 지방으로 분산시켰으며, 이를 통해 전체 이민자의 약 30%가 지방에 거주하게 되었다. 이로써 대도시의 이민자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호주에서도 지방대학의 붕괴 문제 또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지방의 청소년 인구 감소로 지방대학의 입학생 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지역 산업체는 노동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호주는 '지역유학비자(Regional Study Visas)' 제도를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방대학에 유학생을 유치하고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격려하며 해당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호주의 성공적인 이민정책 사례의 공통점은 중앙정부가 이민정책의 일부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한 것이다. 이유는 지방의 문제는 해당 지방정부가 가장 잘 알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북 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서도 지방소멸, 지방대학의 위기, 지역 산업 생태계 붕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이민정책의 수단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하는데, 전북특별자치도가 주도하는 이민정책으로 지방인구의 증가, 지방대학의 활성화, 지역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10.17 18:20

전북정치권 최강팀으로 짜라

도민들이 전북의 현실을 잘 아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매일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까 변화해 가는 모습을 잘 모른다. 생업으로 바쁜 서민들은 먹고 살기가 힘들다 보니까 세상 돌아가는일에 관심이 덜하다. 하지만 지금 전북이 처한 상황이 어떤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대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도내서 전북의 경제상황을 보면 우리의 모습을 정확히 알기가 쉽지 않다. 밖에 나가 눈을 크게 부릅뜨고 남과 견주어 볼때 우리의 모습을 잘알 수 있다. 코로나가 풀리면서 하늘길이 열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국 나들이를 가는 도민의 수가 부쩍 늘었다. 관광이나 비즈니스 관계로 공항을 이용하는 수가 예전 수준으로 가고 있다. 서울역이나 용산역 강남권 김포공항 청주공항 무안공항 부산 대전 광주 제주도 등에서 전북을 바라다보면 답이 쉽게 나온다. 이곳에서 생각하면 얼마나 전북의 도세가 뒤쳐져 있는가를 알 수 있다. 70년대만해도 전국 7대도시안에 들었던 전주가 20위권으로 밀려 났고 익산 군산시의 경제적 위상이 호남권에서 조차 순천 목포 여수에 밀린다. 왜 이렇게 전북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해 전국 꼴찌를 차지할까. 산업화 때 산업생태계를 과감하게 바꾸지 못하고 농업 일변도로 그대로 갔기 때문에 전북낙후가 이어졌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다른 광역단체들은 혁신을 거듭, 구조조정을 이뤄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전북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SOC 등 인프라 구축이 미진해 기업유치도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민선자치 이후 일부 역량이 떨어진 사람들이 민주당 공천을 받아 시장 군수가 된 관계로 더 지역발전이 더뎠다. 국가예산을 확보해서 비전있게 지역을 특화시키고 기업유치에 앞장섰서야 했지만 3선을 끝마치고도 업적이 별로였다. 전북낙후는 정권이 외면한 탓이 컸지만 내부역량을 결집시키지 못한 내부 탓도 만만치 않았다. 그 가운데는 각종 선거때마다 민주당 일변도로 간게 문제였다. 특히 DJ를 대통령으로 만든 이후 그 동력을 지역발전으로 연결시키지 못한게 패착이었다. 강원도나 충청도 등은 여야간에 경쟁관계가 형성돼 지역발전을 이룩했지만 전북은 민주당 일당독식구조가 만들어지면서 현상유지 하기에 급급했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가 30년 이상 계속이어지다 보니까 유능한 인재들이 현실정치에서 배제,오늘과 같은 존재감 없는 최약체 전북정치권이 만들어지면서 무기력증인 전북병이 고질병이 돼버렸다. 국회의원들이 똑똑하고 실력이 있었으면 새만금관련예산 삭감이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정부 여당이 전북정치권을 같짢게 봤으면 잼버리 대회 실패를 뒤집어 씌워 새만금관련예산을 삭감했겠는가. 한국정치의 중심에 서서 한국정치를 호령했고 전북몫을 찾아왔던 선배정치인들의 혼령이 무섭지도 않은가. 지금까지 타 지역들은 공항은 물론 SOC를 확충하고 공단조성을 통한 기업유치를 통해 청년일자리를 마련, 전북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제는 도민들이 전북정치권을 환골탈태하도록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유능한 인재들이 민주당이 쳐놓은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유입되지 못하는 구조를 깨줘야 한다. 말로만 물갈이를 외칠 게 아니라 사정없이 갈아 엎어야 한다. 지금 삭감된 새만금관련예산을 복원시키기 위해 도나 정치권이 백방으로 뛰지만 대응전략이 일사분란하지 못하고 각자도생하기에 바빠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이 강서구청장 승리를 계기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이재명 사법리스크 때문에 제코가 석자인 관계로 지지세가 확대되지 않고 있다. 전북은 내년 총선 때 OB들도 소환해서 전북정치권을 최강팀으로 짜줘야 전북몫 찾기를 통해 살길을 마련할 수 있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10.17 18:19

전주시의회 시민 접촉 꺼리면 안된다

지방자치는 한마디로 풀뿌리 민주주의다. 특히 지방의원과 지방의회는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잘 담아내서 지역살림을 꾸려가는데 참고해야만 한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래 제도적 한계 속에서도 대다수 지방의원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음을 부인키 어렵다. 그런데 전주시의회가 최근 보여준 하나의 사례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일부 비품이나 기념품 등이 사라지는 등 사소한 도난이 빈번하다는 이유로 인해 의회에 차단 게이트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민원을 들고 어렵게 찾아온 지역구 주민들을 만나지 않겠다는 또다른 형태의 특권의식이라고 할 만하다. 전주시의회는 지난 8월부터 이달까지 18억 원을 들여 현 청사에 의원별 개인 연구실 등을 마련하는 공사를 마무리 했다. 그런데 공사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다. 3층과 4층 의원 연구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검찰과 경찰 등 주요 수사기관 청사에서나 볼 수 있는 유리벽과 유리 게이트, 비밀번호 입력기 등이 설치된 것이다. 시의회측은 의원 연구실에 놓인 비품이나 각 단체들로부터 받은 기념품 등을 민원인이 아닌 사람이 불쑥 들어와 훔쳐가는 일이 빈번했고, 일부 여성의원들이 불안해하기에 설치했는데 의회 회기중이나 업무시간 등에는 개방할 계획 이라고 설명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럴법도 하다. 그런데 시정을 꾸려가는 집행부도 아닌 의회가 과연 이렇게 하는게 옳은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유리 게이트 설치과정에서 전주시의회 내부에서조차 고개를 갸우뚱 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과거 여러 의원들이 함께 사용해 출입이 개방돼 있던 상임위원회별 연구실과 달리 이번에 새로 마련한 의원 개별 연구실은 해당 의원의 동의없이 다른 사람들은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열린의회와 주민과 함께하는 의회를 표방한 것은 그저 말뿐이란 말인가. 의회는 늘 개방돼야 하고 때로는 불편한 저변의 목소리를 들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멀리 갈것도 없이 전북도의회를 비롯해 도내 시군의회, 또 타 시도의회의 경우 의원 연구실 앞에 이 같은 유리게이트를 설치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필요할 경우 1층 로비 등에 스피드 게이트를 설치하는 정도다. 올 상반기 전주시가 시청 로비에 스피드 게이트를 설치하자 일부 시의원들은 이를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를 시청 로비에서 벌인 바 있다. 전주시의원들은 과연 이번 일을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지 참으로 의문스럽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0.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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