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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진청 수도권 이전 발상 책임자 누구인가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회심의 카드로 제시한 것이 바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다.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사실 국가 균형성장 정책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임에 틀림없다. 국토부는 올 하반기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 전수조사와 이전 후보지에 대한 기술 검토를 추진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이전 범위와 대상을 구체적으로 확정해 속도를 붙이기 위한 절차다. '51번 국정과제'로 선정된 이번 정책은 단순한 물리적 이전을 넘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2차 이전 주요 기관은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법상 300~500개 기관이 대상이다. 앞서 지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추진된 1차 공공기관 이전때 153개 기관, 4만 1000여 명이 움직였다. 그런데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농촌진흥청이 일부 기능을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해 현 정부 정책과는 정반대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마디로 개탄스런 일이다. 농촌진흥청 수장 자리에 8년 만에 내부 출신 인사가 임명돼 눈길을 끌었는데 첫 작품이 새 정부 기조에 반하는 것을 들고 나왔다. 그 배경이 참으로 의아할 뿐이다. 이승돈 신임 농촌진흥청장은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향후 농진청의 혁신과 농업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2월 농진청은 연구 효율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역별로 분산돼 수행하는 연구를 통합∙재편하면서 일부 인력을 불가피하게 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신임 청장 부임 첫발부터 이 문제로 파문이 일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조직 기능 조정을 위해 일부 식품 바이오 연구 부서를 수도권(수원)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당연히 이전 계획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성명을 통해 "(일부 연구 부서의) 수도권 이전 계획은 국가 비전과 국정과제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강한 톤으로 질타했다. 아닌게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려는 정부 정책 기조와는 정면 배치되는 이런 발상을 과연 누가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 정책기조를 따를 수 없는 사람이나 기관에 대해서는 응당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농진청은 "조직 기능을 통합 조정하는 과정에서 국립식량과학원 소속 일부 식품 연구 부서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작물 병해충과 재배 환경 연구 부서 일부가 전주로 이전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궁색한 변명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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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21 19:04

[사설] 전북, ‘대한민국 피지컬 AI 거점’ 기대 크다

바야흐로 AI(인공지능) 시대다.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산업 전반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또 AI는 사회구조와 경제시스템, 그리고 개인의 삶까지 재편하며 우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단순히 컴퓨터나 서버에서 실행되는 AI가 아니라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기기 등과 결합되어 실제의 환경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작동하는 ‘피지컬 AI’가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최근 피지컬 AI를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정하고, 산업현장에 실증 가능한 대형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AI산업 육성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올해 피지컬 AI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피지컬 AI 기반 핵심기술 실증 거점을 구축해 ‘대한민국 AI 산업의 수도’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2030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등 총 1조 원을 투입해 연구개발, 실증 인프라 구축, 인재양성, 기업유치까지 연계하겠다는 세부 청사진도 그렸다. 이 같은 전북의 야심찬 계획에 최근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협업지능 피지컬 AI 기반 SW 플랫폼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대상으로 의결했다. 또 올해 인공지능 산업을 선도할 4대 지역으로 전북, 광주, 대구, 창원을 지정했다. 이와 함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실시설계 예산이 반영되면서 전주시 덕진구에 들어설 ‘AI 신뢰성 허브센터’ 조성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총사업비 1조원이 투입되는 피지컬 AI 실증사업과 연계하면 검증과 실증, 상용화 등 AI 산업의 전(全)주기적인 체계가 전북에 완성되는 것이다.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연간 최소 5000억 원 이상의 경제유발 효과와 수천 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북이 모처럼 도약의 기회를 열었다. 산업생태계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소외와 낙후의 굴레 속에 갇혀 있던 전북이 대한민국 국가 경제를 이끄는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지자체와 정치권, 대학과 관련 기업이 하나로 뭉쳐 전북에서 대한민국 AI 산업의 꽃을 활짝 피워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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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21 19:04

[청춘예찬] 골목문구생활 ②고물자골목이라는 세계

문구점을 어디에 열지 고민했을 때 우리가 생각했던 몇 가지 조건들이 있었다. 번잡한 도로나 상권보다는 사람들이 걷다가 자연스레 방문할 수 있는 길 안쪽.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 편안한 공간. 또 기왕이면 전라감영과 도보로 멀지 않은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조건들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구도심으로 이어졌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임대’가 붙은 건물들, 오래된 상가들, 빈집들을 보러 다녔다. 몇 개월간 이어졌지만 딱 여기다 싶은 곳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우연히 오랜만에 ‘고물자골목’에 들렀을 때, 오래전부터 눈여겨보던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물 코너에 자리 잡아 입체적이고 특이한 공간 구조, 내실이 딸려 있어 쓰임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 할 가능성, 무엇보다 오래된 골목이 주는 편안함. 우연처럼, 아니 운명처럼 우리는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고물자골목’. 도대체 무슨 뜻인지 가늠조차 어려운 이 골목은 오랜 시간을 품고 있다. 풍남문에서 전주보건소로 이어지는 이 지름길은 조선시대 고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세기 전라감영이 있었던 시절에는 ‘은방거리’로, 한국전쟁 이후 미군의 구호물자가 활발히 유통되며 ‘구호물자골목’이 되었고 빠르게 발음하며 줄이다 보니 ‘고물자골목’이 되었다는 말이 전해진다. 구호물자와 함께 흘러온 청바지를 수선하고 판매하는 가게들이 자연스레 생겨나 한때는 ‘청바지골목’, ‘양키골목’이라고도 불렸다. 강정을 만드는 ‘오꼬시’가게들이 여럿 생기며 ‘오꼬시골목’이라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또 1970년대에는 남부공동배차장이 골목 인근에 있었기 때문에 ‘배차장골목’이라고 불렸다. 남부시장에서 배차장으로 이어지는 길이었기 때문에 오가는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부딪칠만큼 번잡한 골목이었다. 한복을 만들던 크고 작은 집들이 많이 있었을 때는 ‘한복골목’, 1980년대 초반 교복 자율화 정책 전까지는 교복을 짓고 수선하던 집들도 많아 ‘교복골목’, ‘수선골목’이라고도 불렸다. 골목은 그때그때 이름을 덧입으며 변해왔다. 2000년대 이후 이 골목은 거의 멈춰있는 듯했다. 남은 건 오래된 한복집, 몇 채의 주택들. 그러다 ‘바늘소녀공작소’가 먼저 골목에 자리를 잡았고,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며 ‘공유공간 둥근숲’이 문을 열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세와 구도심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에 이끌린 젊은 사장님들이 인근에 카페와 소품 가게, 작업실을 하나둘 내면서 골목 밖에도 변화가 생겼다. 문구점을 고물자골목에 내고 나니, 우리가 상상했던 가게의 분위기와 골목이 똑 닮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묵묵하게 자신들만의 속도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 신도시나 상권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낡았지만 따뜻한 분위기까지. 시대에 따라 매번 조금씩 달라진 얼굴을 하며 이어져 온 곳. 시대의 풍경과 함께 자신만의 리듬으로 조용히 살아온 거리. 우리는 그 사이에 들어와 있다. 오래된 흔적들이 걷히지 않은 채 남아, 모든 것이 또렷하지는 않지만 다정한 분위기를 만드는 곳. 골목의 시간을 너무 빠르게 바꾸지 않으면서 이곳의 결을 따라 조심스레 살아가고 싶다. 낡았지만 견고하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온전한 공간 속에서. 그렇게 우리는 지금 오래된 것들과 새로운 일상이 겹쳐지는 이 세계에 스며들고 있다. 그 이름은 ‘고물자골목’이다. 김채람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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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21 19:04

[금요칼럼] 사랑과 도움의 선순환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고, 나눔은 돌아올 때 진짜가 된다.’ 예전에 한 선배가 해준 말이다. 그저 멋진 말이라 여겼지만, 나이가 들어 과거를 돌아볼 때 그 의미가 마음 깊이 와닿는 장면들이 있다. 그중 한 장면이 떠오른다. 독일 유학 중이던 당시, 동료들이 부르던 필자의 별명은 하우스마이스터(House Meister), 커피마이스터(Coffee Meister)였다. 이른 아침 연구실 문을 열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문을 닫고 돌아가는 ‘건물관리인’의 모습, 아침마다 연구실 동료들 간에 ‘누가 커피를 내릴 것인가?’에 대한 보이지 않는 긴장감 속에서 잠을 이겨내야 하는 필자가 아침에 출근하여 곧바로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지켜본 주변 동료들이 지어준 별명이었다. 논문을 마무리할 즈음엔 거의 밤을 새우며 작업에 몰두했고, 새벽에 동이 트고 나서 몇 시간 지난 후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료들을 보며 겨우 정신을 차리곤 했다. 한참 분주한 시간을 보내던 필자는 다니던 한인교회로부터 뜻밖의 부탁을 받게 되면서 고생의 강도가 2배로 불어났던 기억이 난다. 당시 교포사회에서 2세 자녀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 부모와 불화를 겪는 가정이 많았다.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우등생으로 부모님의 자랑거리였던 자녀가 고학년에 접어들면서 백인사회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다. 모든 원인을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게 돌리고 원망하는 자녀들이 꽤 있었다. 이 청소년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멘토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논문 마무리라는 큰 숙제가 있는 필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독일어로 글을 쓰거나 전공과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는 것쯤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었지만, 독일어가 모국어인 교포 2세들에게 자연스레 감정을 이입하여 상담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1~2시간씩 그들을 만나 어려움을 듣고 가슴으로 상대방을 품는 일은 학위 논문을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들과 만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독일의 어두운 저녁 날씨처럼 우울했다. 귀국을 앞둔 상황에서 청소년 중 누구도 변한 모습이 보이지 않아 내심 아쉬웠다. 하지만 한국에서 한 학기 강의를 마치고 최종 논문 심사를 위해 다시 독일에 방문하였을 때 아이들은 많이 성장하고 변해있었다. 어떻게 보면 등 떠밀리다시피 한 봉사였지만 그 시간만큼은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했고 그 진심이 통해서였는지 아이들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후일에는 그들 중 아프리카 오지에 의료봉사를 떠나거나 후진국 자원봉사로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논문과 청소년들을 돌봐주는 두 가지 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필자를 곁에서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본 연구실 동료들이 필자가 학위 논문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누고,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연구실 동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되돌려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내가 보여준 작은 사랑이 또 다른 도움으로 되돌아왔던 ‘사랑과 도움의 선순환’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국경 사이에는 세계에서 가장 염도가 높아 생물이 살 수 없는 ‘사해’가 있다. 산맥에서 흘러 내려온 물은 갈릴리 호수에 생명체를 자라게 하고,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그 물은 요단강을 타고 사해로 흐르지만, 사해에 이르러서는 더 흐르지 않고 갇혀버려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된다. ‘사랑과 도움’도 이와 같지 않을까? 내가 사랑과 도움을 받고 나에게서 끝이 나면 생명이 살 수 없는 짠물, 썩은 물처럼 되지만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 맑은 물로 선순환이 될 때, 나도 살고 상대도 살리는 생명수가 된다. 필자가 젊은 시절 겪었던 ‘사랑과 도움의 선순환’의 경험, 흐르지 못하고 갇힌 사해에서 생명체가 존재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주변 사람들과의 짧은 인사, 커피 한잔과 함께하는 가벼운 대화가 따뜻한 정을 나누는 시발점이 된다. 그렇게 시작된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이 타인에게 작은 울림이 되고, 언젠간 나에게 축복으로 돌아올 것이다. 오늘도 ‘사랑과 도움의 선순환’이 나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해본다. 오덕성 우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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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21 19:03

[병무상담] 병역판정검사에서 7급 재신체검사 대상자가 되었는데 외국에 1년 정도 출국할 계획입니다. 이런 경우 7급 재신체검사 일자에 귀국해야 하나요

병역판정검사 대상자는 기본검사(병리검사, 방사선검사 등) 결과와 질병상태문진표상 수검자가 진술한 질병 및 지참한 병무용 진단서 등을 참고하여 각 과별 병역판정검사의사가 정확하게 검진하여 이학적 소견에 따라 「병역판정신체검사 등 검사 규칙」에 정해진 판정 기준에 의거 1급∼3급 현역, 4급 보충역, 5급 전시근로역, 6급 병역면제, 7급 재신체검사 대상으로 판정하고 있습니다. 병역판정검사 결과 신체등급 7급 재신체검사 대상자(현역병 지원 신체검사를 받은 18세인 사람 제외)로 판정되면 치유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통지서에 기재된 지정된 날짜와 시간 및 장소에서 반드시 재신체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다만,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서 신체등급 7급으로 판정된 사람은 지방병무청에서 자체검사가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바로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서 재신체검사를 실시합니다. 입원, 국외 출국, 수감 등의 정당한 사유로 신체검사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재신체검사를 연기 처분하되 연기 사유가 해소되면 즉시 재신체검사를 실시합니다. 이 경우 연기 기간은 동일 질병 신체등급 7급 치유 기간에 산입하지 않고, 재신체검사일로부터 연기 기간이 2년을 경과하면 해당 과목의 병무청 자료를 참조하여 판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병역판정검사 통지서를 수령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판정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는 병역법 제87조 병역판정검사 기피 등으로 소속기관 특별사법경찰관에게 통보하여 수사하도록 하고 형사처분(수사종결, 수사중지 또는 기소중지 포함) 종료 시에는 해당 과목의 병무청 자료를 참조하여 판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7급 재신체검사 기간에 국외 출국으로 확인 시에는 출국 사유로 재신체검사는 연기 처리되며 입국 후에는 연기사유가 해소되어 바로 재신체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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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21 19:03

[기고] 국회와 국회의원의 본분(本分)을 음미하며!

국민이 안전하고 국가가 발전하려면 여러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국회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국회가 항상 국익을 우선으로 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추구 할 수 있도록 훌륭한 입법 활동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회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발전 즉 국익(國益)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이씨 조선에서도 이름은 달랐지만 오늘날 국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의정부라는 기구를 두었다. 의정부는 나라 정책을 심의 토론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한편, 왕권을 보좌하면서 왕의 독단적 실행을 견제하는 기능도 있어 조선의 국정이 잘 운영되었다고도 생각한다. 조선시대 의정부나 현재의 국회나 다 같이 국가가 잘 운영되도록 하는 목표는 같았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날 국회를 쉽게 설명하면 나라 국(國) 모일 회(會) 즉 명칭 그대로 국사(國事)를 의논하고 결정하는 국가의 기본 체제이다. 그런데 왕왕 보면 국사를 의논한다는 기본 책무를 망각하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자기 출신 지역만을 위하고 자신의 당과 자신의 영달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헌법 제40조에는 입법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으며, 동법 44조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 되지 않도록 되어 있다. 또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 되었다 하더라도,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석방되도록 헌법에 규정하여 신분을 확실하게 보장받고 있다. 반면 의무 조항으로 제46조에는 국회의원의 청렴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토록 하는 의무 조항을 두고 있다. 이렇게 막중한 권한을 부여받은 국회의원이, 일부이긴 하지만 헌법으로 보장받은 권한을 국가이익이 되는 업무에 쓰지 않고 본인의 영달에 남용한다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청렴의무를 망각하고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뇌물을 받는 사례가 적발되었다는 언론보도도 끊이질 않는다.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다. 입법 활동은 국가이익과 국민의 권리를 신장하거나 의무를 지우는 활동이다. 한번 법이 제정되면 오래도록 효력이 지속되기 때문에 백년대계를 내다보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입법 활동은 국회의원의 몫이므로 국회의원의 품격과 자질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은 도덕성, 책임감, 언행에 있어 절제된 품위가 요구되며 자질로 보면 소통력과 입법능력, 정책에 대한 분석능력도 갖추는 등 그야말로 엘리트적인 품격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국회의원의 품격과 자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구체적이고 실용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국회의원 자격시험이라도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기에 국회의원 입후보자 자격 기준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전문가를 초빙하여 연수, 세미나 등을 통해 전문적인 식견과 입법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특히 국회의원 공천시스템을 상향식 공천 시스템으로 탈바꿈하고 국민이 의정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를 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품격과 자질이 향상되도록 하여 국민이 바라고 신뢰하는 국회의원들로 구성될 때, 명칭 그대로 국사를 논하고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국회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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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21 19:03

[오목대]고령층의 AI·디지털 소외

세상이 온통 AI(인공지능) 얘기다. 일상생활에서부터 교육이며 산업현장, 미디어, 의료, 투자결정에 이르기까지 관련되지 않은 분야가 없다. 음식점에서 키오스크 주문을 못하면 ‘밥도 굶게 생겼다’는 우스개 말이 나온지 얼마 안됐는데 그건 고전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AI가 나오고, 한 걸음 더 나간 피지컬AI가 거론된다. 요즘 전주시내에는 피지컬AI 국가예산을 확보했다는 홍보가 요란하다. 노인들 입장에선 세상이 어지럽다. 눈만 뜨고 일어나면 확 달라져 있어 무서울 정도다. 그 속도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얼마 전까지 손만 흔들면 잡을 수있던 택시도 이제 호출앱을 깔지 않고 타기 힘들어졌다. 노인들이 많이 타는 시내버스 요금도 현금 결제 비율이 1%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년층을 비롯해 저소득층, 장애인, 농어민 등 정보취약계층은 더욱 소외되고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가 19일 공개한 ‘1차 성인 디지털 문해능력조사’는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9∼10월 만 18세 이상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내용은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을 측정했다. 예컨대, ‘카카오톡으로 받은 온라인 청첩장 확인해 결혼식장 찾아가기’ ‘기차표 앱으로 부산에서 서울 가는 표 예매하기’ ‘키오스크를 이용해 음식 주문하기’ ‘은행 앱으로 송금하기’ 등이다. 이러한 디지털 기기 활용능력을 수준1부터 수준4까지 4단계로 구분했다. 수준1은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디지털 기기 조작을 어려워하는 수준’이며 수준4는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활용해 다양한 문제 해결이 원활한 수준’이다. 조사에서 ‘수준 1’에 해당하는 사람이 8.2%였다. 100명 중 8명이 디지털 문맹인 셈이다. 전체 성인 가운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한 사람은 40.4%였는데, 60대 이상이 77.7%였다. 학력이나 소득이 낮을수록 디지털 문해능력이 떨어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그러면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개인의 디지털 역량 차이는 소득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의 건전성과 국가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초중고 교육은 물론이려니와 정보취약계층에 대한 교육이 절실해졌다. 노인복지관이나 거점 경로당, 대학 평생교육원 등을 활용해 AI와 디지털 교육을 지원했으면 한다. 학습장과 강사 확보, 취약계층에 대한 바우처 지원 등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을 표방했다. 이 목표도 디지털 격차를 극복해야 가능하지 않을까.(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8.21 17:27

[기고]완주의 오징어게임

70년대의 아이들은 전봇대나 가로등을 붙잡고 술래잡기, 나이먹기 게임을 하거나 맨바닥에 금을 긋고 오징어게임이나 땅따먹기 게임을 하고 놀았다. 오락실이 성행하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모바일게임이 성행하는 시절에 와있다. 시대가 변하고 게임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승자와 패자가 있는 ‘생존게임’이라는 것이고 거기에는 늘 생존자가 있다. 게임을 하면 자주 이기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방식을 고집한다. 그건 그 방식으로 이겼으니 그 방식이 맞다는 믿음 때문이다. 선출직공직자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생존자는 늘 자기방식을 고집한다. 자기방식의 고집은 정치가와 사업가 출신들에게서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사업가 출신에게 행정은 속도이고 성과이다. 결국 행정은 사업이 되고 모든 공직자의 업무방식도 거기에 맞춰 돌아간다. 그러다보니 공무원노조 그리고 시민단체와 끊임없이 싸우고 생채기를 내고 있다. 정치가라고 다를까. 그들에게 행정은 정치가 되니 사업가와 다를 바가 없다. 완주가 오징어게임장이 되어버렸다. 이제 전주완주통합은 통합의 본질보다 완주에서 벌어지는 오징어게임의 승자가 되기 위한 정치인들의 생존도구로 전락해버렸다. 이 문제의 선택권이 정치가 아니라 주민이라는 걸 이해한다면 이렇게까지 막나갈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완주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 안호영이 지방언론을 통해 통합절차 중단을 요구하였다. 그의 발언요지는 통합의 공론화 과정에 찬반 측의 충분한 숙의로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의 선택이 존중되어야한다는 것에 붙는 전제이기도 하다. 덧붙이자면 그는 전북발전의 로드맵을 권역별성장론으로 전북 전체의 균형발전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언론도 그렇다. 지난 7월16일 완주군의 통합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세종시 행안부를 찾아 대규모 집회를 가졌으나 관심이 없다. 그리고는 완주 국회의원이 절차의 문제를 제기하니 통합반대로 전북발전을 가로막는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비난도 나온다. 그들의 주장대로 안호영 의원이 도지사 출마를 염두 해 뒀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10만 완주 지키겠다고 60만 전주의 심기를 건드리겠나. 일부언론이 그렇게 몰고 가니 완주가 정치인들의 오징어게임장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이다. 이제라도 이성을 찾고 냉정하게 사안을 바라보아야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시도한 전주완주통합이 실패한 원인을 되돌아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설령 통합이 전북발전의 만능키라고 치더라도 반대 측의 주장을 힘이 아닌 논리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인이 밀어붙인 방식은 찬성 측의 주민만을 모아놓고 공론화 과정이 끝난 것으로 치부하였다. 사단이 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인류는 역사를 기록한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개척해야하기 때문이다. 전주완주통합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의 시간들이 해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역사를 답습하는 것은 완주가 정치인들의 생존을 위한 도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완주를 더 이상 당신들의 생존을 위한 도구가 아닌 오징어게임만큼이나 치열한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정치를 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신승기 전 완주군청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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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20 18:34

전주 민간공원 특례사업 난개발·특혜 안 된다

전주시 호성동 건지산 일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 건설사업을 놓고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전주시가 도심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산에 아파트와 공원을 조성하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시행하면서 난개발·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사업자가 도시공원 계획 부지를 매입해 공원을 조성한 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전체의 30% 이하) 부지에 주거·상업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과 관련, 대부분의 지자체가 공원부지를 매입할 재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된 제도로 전국 곳곳에서 특례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공모 방식과 절차상의 문제는 물론 난개발·특혜 의혹 등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주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사업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전주 건지산에서 추진되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공동주택 개발 비율이 29.9%로, 관련 법률(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최대치(30% 이하)라는 점에서 사업자의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같은 사업을 추진한 다른 도시에 비교해서도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물론 전체 부지 면적 등 지역 여건에 따라 그 비율에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민간사업자가 도시공원 조성보다는 개발이익 극대화에 무게를 뒀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우선협상대상자 컨소시엄에 포함된 농업법인의 적법성 여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런 방식으로 개발사업이 추진돼 건지산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사업자가 지자체에 기부채납한 공원은 ‘시민의 공원’이 아닌 해당 아파트 ‘입주자들의 정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주민들의 주장처럼 건지산의 자연경관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교통 혼잡과 일조권 침해 등 주변지역 주거환경을 해칠 우려도 크다. 꺼림칙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주를 대표하는 공원이자 도심 녹지공간인 덕진공원·건지산은 시민 휴식처, 힐링공간으로 온전히 남겨둬야 한다. 무분별한 도시개발이 불러올 재앙을 고려해야 한다. 전주시는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보다 당연히 시민 전체의 공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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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20 18:33

[사설] 방과후 교권침해, 교원지위향상법 개정해야

최근 전북교육계는 교육의 질서와 기강이 와해되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교육수장은 지리한 송사 끝에 자신의 행실문제로 낙마하고 학생이 교사를 능멸하는 엄중한 사건을 해당 교육청은 단순히 행위발생 시간만을 따져 교육활동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을 내리는 등 그야말로 전북교육계의 근간이 물구나무 서버린 당혹스런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사안은 남자 고등학생이 자신의 신체 사진을 여교사에게 전송한 ‘전북 여교사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면서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가 이 사건을 ‘교육활동 시간 내 발생한 행위가 아니어서 교육활동 침해로 볼 수 없다’고 결정을 내리면서 발생했다. 이 결정에 전북사회 교원들과 시민사회에서 이를 ‘비상식적 결정’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논란이 증폭되자 전북교육청은 지난 7월 30일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8월 18일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이번 사안은 행위는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함이 상당함으로 이에 따라 교권침해로 인정된다”며 앞서의 판단을 뒤짚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해당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는 해당 사안을 다시 심의, 번복해야 한다. 이번 ‘전북 여교사 성희롱’ 사건을 계기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의 교원지위향상법 시행령에는 방과후 일어난 사안에 대한 법 적용을 다루지 않고 있다. 결국 방과후 사안은 ‘입맛대로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따라서 방과후 사안을 법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향상법을 개정해 이같은 허술한 대처를 방지해야 한다. 또한 각 시군 교육지원청이 임명하는 교권보호위원회 위원들의 선정 방식도 문제점도 개선해야 한다. 사실상 지역 내 학부모 교원 등으로 구성되다 보니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 모두를 위원들이 알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안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교권보호위원회 위원을 인근 타 지역 인물로 임용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타지역 참여 위원들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지 않도록 제도적 행, 재정적 지원도 적극 추진하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북교육계 전체가 반성하고 분위기를 쇄신해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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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20 18:32

[의정단상] 전북의 교통혁신, 소외와 낙후를 해결할 최선책

고향 전주에 오갈 때마다 전주역은 특별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50여 년의 삶을 되돌아보면 떠나고 돌아오는 일의 연속이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고향을 떠나 상경하던 날에도, 철마다 일이 있어 귀향하던 날에도 전주역은 항상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자리해 있었다. 그 한결같음 덕분에 설렘으로 떠나고 그리움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와지붕을 머리에 인 전주역의 자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과거 기록을 찾아보니 1929년에 전주역사를 옮길 때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가 있어서 건물 모양을 기와집 형태로 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제의 만행이 극심했던 시절에도 전북도민이 굴하지 않고 지켜낸 한옥 양식은 지금의 역사 자리로 옮겨와서도 유지되었다. 그 자체로 우리 전통과 민족정신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전주 근현대 역사의 한 축인 전주역은 이제 ‘면목일신’을 앞두고 있다. 약 900억 원의 총사업비를 투입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증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전북 철도 노선의 중심으로 2023년 기준 연간 350만 명 이상의 여객수송실적을 자랑하는 전주역인 만큼, 역사의 규모를 늘리고 시설을 확충할 필요성이 절실했던 터였다. 기존의 한옥 건물과 유리 외벽의 선상역사가 어우러진 전주역, 그 새로운 모습이 벌써 기대된다. 이제 앞으로가 관건이다. 전주역이 증축되면 연면적이 네 배 가량 증가한다는데, 그에 걸맞게 전주역의 역할과 위상 또한 높아져야 할 것이다. 당장 시급한 현안은 전라선을 증편하고 고속화하는 일이다. 특히 SRT의 경우 전주와 남원에서 수서를 오가는 열차가 하루 왕복 2편뿐이어서 툭하면 매진되기 일쑤다. 게다가 전라선 고속열차는 다른 노선에 비해 속도가 느려서, 여객 입장에서는 고충과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디 전라선 뿐인가. 전북 전역으로 시야를 넓히면 광역교통망 구축이 최우선 과제다.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의 노력으로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서 이 법안이 통과되던 날의 기쁨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천신만고 끝에 법안이 통과된 만큼, 개정안 시행을 두 달 앞둔 지금 미리 채비할 것이 많다. 우선 <제5차 광역교통시행계획>에 전북권 사업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와 중앙정부, 지자체가 뜻을 모아야 한다. 각종 광역교통망 사업 시행에 필요한 예산 확보도 절실하다. 이런 기반이 빠르게 마련되어야 ‘2036 전주 하계올림픽’이라는 큰 목표에도 더 수월하게 도달할 수 있다.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사항은 ‘기반시설’이다. 수도와 전북을 잇고 공항으로 오가는 연결망이 지금보다 더욱 촘촘해지고 빨라져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전북 출신 국회의원이자 당 최고위원으로서 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전북의 교통을 혁신하는 것은 전북의 새 활로를 모색하는 첩경이다. 사람이 모여야 도시가 발전하고, 지역과 지역이 연결되어야 경제가 순환하는 법이다. 주거와 이주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에 ‘교통’이 꼽힌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구소멸 대응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전북의 양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교통인프라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 소외와 낙후라는 현실을 넘어, 다시 풍요롭고 힘있는 전북을 꿈꾼다. △한준호 의원은 MBC문화방송 아나운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거쳐 제21대·22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 중이며, 현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정치행보를 활발하게 이어 나가고 있다. 한준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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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20 18:32

[타향에서] 공론화를 통해 전주·완주 통합의 길을 찾자

타지에서 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지만, 고향 전북에 대한 애정은 되려 깊어가고 있다. 자연스레 숱한 뉴스 중에서도 전북 관련 소식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요즘은 전주와 완주의 행정통합 논란에 눈길이 자주 간다. 그런데,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기대감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지역 발전을 위한 논의가 정작 지역민의 피로와 분열을 키우고, 또 다시 좌절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행정통합은 단순히 행정구역 재조정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정체성과 재정 구조, 주민들 일상의 삶, 공직자의 일자리, 나아가 공동체의 미래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변화다. 이러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주민의 생각과 입장을 정확히 확인하고 충실히 반영해야 하는 일은 민주적 자치 행정의 필수 요건이다. 완주와 전주가 통합을 하든 하지 않든, 시민과 군민이 행정통합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을 이해하고, 논의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과정의 정당성이 확보되고, 결과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진다. 지금까지 행정통합 관련 민심을 파악하는 방식은 주로 여론조사였고, 현재도 여론조사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 완주군에서는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통합 반대 여론을 형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여론조사는 단순 쟁점에 대한 다수의 의견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유용하지만, 깊이 있는 판단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보가 부족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즉흥적으로 답하는 경우가 있고, 왜곡된 정보나 유도성 설문에 기반한 응답 결과도 적지 않다. 여론조사는 순간의 반응을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지, 사실관계와 그의 여파에 대한 진지한 숙고를 반영하는 방법은 아니다. 1997년 첫 시도 이후 벌써 네 번째 추진되는 전주·완주 행정통합처럼 갈등이 누적되고 쟁점이 다양한 난제일수록 단순 여론이 아닌 ‘공론’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론은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를 일반 시민이 충분히 학습하고, 서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과 질서정연하게 토의하고 숙고하며, 스스로 입장을 정돈하는 숙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정제된 여론이다. 공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공론화라 하는 바, 공론화를 통해 생각의 변화와 공감의 확장까지 결합된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우리는 공론화의 모범적인 사례를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완주와 전주 행정통합 공론화를 시행할 경우, 공론화의 목적은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지 않고 정제된 여론인 공론을 확인하는데 있다. 행정절차상 통합 여부는 주민투표나 의회 의결을 통해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행정통합 문제에 대한 주민투표나 의회 의결 여부 판단 및 해당 결과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숙고한 시민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이는 자치 단체장이나 의회 의원이 중심인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숙의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전주와 완주의 행정통합은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다시 그리는 일이다. 시민과 군민이 그 의미와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통합 여부와 상관없이 논의 과정 자체가 완주와 전주를 넘어 전북 공동체를 더 성숙하게 할 것이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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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20 18:32

[오목대] AI 시대의 전북 산업생태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며칠전 "1945년 독립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한 발언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왔다. 한편에선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쪽에선 불편하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조상들의 헌신과 희생정신을 되새겨야 할 광복절에 과연 독립기념관장이 이같은 언급을 하는게 적절한가” 라는 반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제의 항복과 연합국의 승리가 패전국 식민지의 독립으로 이어진 건 사실이나, 그 이면에는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임시정부의 노력, 숱한 민초들의 끊임없는 저항이 있었음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참전이 승리의 결정타이긴 했으나, 유럽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처칠은 어쨋든 스탈린과 더불어 히틀러에게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싸워 베를린을 정복시켰던 인물이다. 1953년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한 처칠에게도 사실은 통렬한 아픔이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장관이었던 처칠은 오늘날 튀르키예 갈리폴리 전투에서 처참하게 패배해 정치생명이 끝나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대는 바로 오스만제국의 무스타파 케말 아타 튀르크가 아니던가. 이스탄불 인근 갈리폴리에서 세계 최강 영국 해군 중심의 연합군은 무려 25만 명의 사상자를 내고 결국 패퇴했다. “유럽의 병자인 오스만 따위가 감히 대영제국 해군의 적수가 되겠느냐”는 오만과 안이한 현실인식이 이러한 참사를 부른 것이다. 한참 시간이 흐른뒤 제2차대전이 터지면서 처칠은 정계에 컴백했으나 갈리폴리 전투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치욕이었음이 분명하다. 천하의 처칠조차도 냉엄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만에 빠지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20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기업성장포럼 발족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는데 이날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발표됐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10대 기업과 수출품목은 대부분 변화가 없는 반면, 미국은 엔비디아·애플 등 혁신기업이 10대 기업을 새롭게 채우며 산업 구조가 역동적으로 재편됐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시가총액 기준)은 20년전 엑슨모빌, GE, 마이크로소프트(MS), 시티은행 등이 10대 기업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AI를 리드하는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알파벳 등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고 모두 바뀐 셈이다. 반면 한국(자산총액 기준)은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등으로 큰 변화가 없었고, HD현대, 농협이 새로 진입하는데 그쳤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시대적 조류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거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낙오한 전북 또한 새롭게 도약할 것인지, 아니면 더 밀려날 것인지 다시 한번 선택지를 강요받고 있다. AI시대를 맞아 전북 산업생태계를 전면 재편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집단지성의 힘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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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8.20 18:31

[기고] 전북의 미래,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설계돼야 - 不患寡而患不均 -

최근 전북도는 전주·완주 행정통합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김관영 도지사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간담회,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도 전주·완주 통합과 그에 따른 인센티브 확대를 핵심 의제로 삼았다고 한다. 이 통합 논의는 단순히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통합청사 건립, RE100 산업단지 조성, 2036 전주올림픽 유치 구상까지 연계되며 전북도정의 역량을 사실상 한 방향으로 쏠리게 하고 있다. 물론, 전북이 진정한 특별자치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만약 전주·완주 통합이 지역주민의 동의와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성사된다면, 이는 분명 전북 발전의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두 지자체 간 통합방식과 시각차는 뚜렷하고,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전주·완주 통합이라는 단일 어젠다에 전북도정이 과도하게 집중됨으로써, 정읍을 포함한 도내 나머지 12개 시·군이 정책적 관심에서 점차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이라는 거대한 담론 아래, 타 시·군은 행정적 외곽으로 밀려나고, 예산 배분의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떠안게 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열린 두 지자체 단체장 간 토론회에서는 통합청사의 위치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졌고, 급기야 전북도청 이전론까지 거론되었다. 통합청사 문제는 양 지자체가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전북도청사의 이전은 173만 도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이처럼 무책임하게 도청 이전을 언급하는 것은 도민의 뜻을 철저히 외면한 언사이며, 도민의 자존을 짓밟는 폭력적 접근이다. 이재명 정부가 천명한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 해소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지역 내부 간의 균형까지 아우르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특정 지역 중심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편향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정읍은 농생명 산업과 문화·관광 자원이 공존하는 전북의 전략 거점이자 중심축 중 하나다. 도 차원의 적극적 투자와 정책적 배려가 절실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읍을 향한 전북도정의 시선은 한없이 차갑기만 하다. 여기에 더해, 호남권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립현대미술관 분원이 없는 지역이다. 지난 2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 통과로 현대미술관 호남권 분원 유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바 있다. 전북도 역시 관련 용역을 추진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유치의 당위성을 분명히 하고,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보다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정부는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오롯이 전북도에 전가하며 도민의 자존심을 훼손했고, 보복성 예산 삭감으로 도내 각 지역의 생존권을 위협했다. 그 여파는 아직도 곳곳에서 회복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무너진 전북의 기반을 복원하고 도내 모든 시·군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 구상과 공정한 자원 배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논어(論語)에는 “백성은 수가 적음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못함을 걱정한다.(不患寡而患不均)”는 말이 있다. 지금 전북도에 필요한 것은 특정 지역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도내 전체를 아우르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발전’이다. 모든 도민이 소외되지 않고 함께 미래를 설계해 나갈 때, 비로소 전북은 진정한 특별자치도로 거듭날 수 있다. 정읍시의회 이상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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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9 19:28

[사설] 제3차 고속도로 건설에 전북 미래 달렸다

지역에 거주할때 겪는 가장 큰 불편은 바로 수도권에 비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각종 인프라가 빈약한 가운데 정치와 경제 중심지인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곧 투자 매력은 말할것도 없고 한마디로 인구감소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정된 재원으로 단기간에 도약을 해야만 했던 대한민국의 경우 오랫동안 불균형 국가발전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으나 이젠 지역간 균형발전을 꾀하지 않고는 더 이상 선진국으로 나갈 수 없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SOC 사업을 중심으로 지역간 균형 발전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전국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각 지역의 교통망 사업의 국가계획 반영을 촉구하고 있기에 전북의 미래는 지금부터 얼마나 인프라 확충을 해내는가 하는데 달려있다. 그 중 핵심은 바로 제3차 고속도로 건설이다. 전북은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총 6개 구간, 총 250.6㎞ 규모의 사업 반영을 요청했다. 사업비는 10조 6077억 원이다. 구체적으로는 △전주~무주(42.0㎞·4차로) △완주~세종(68.0㎞·4차로) △무주~성주(68.4㎞·4차로) △군산~논산(28.0㎞·4차로) △고창~담양(16.0㎞·4차로) 등 고속도로 신설 사업과 호남고속도로 28.2㎞(정읍~김제) 구간을 기존 4차로에서 6차로 확장하는 사업 등이 골자다. 정부가 올 연말이나 내년초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확정 예정인데 여기에 전북 관련 사업이 얼마나 반영되는가에 향후 지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모두 나눠주다시피하는 푼돈 예산 조금 확보했다고 자랑할때가 아니다. 지역발전에 사활이 걸린 제3차 고속도로 건설에 올인하다시피 해야만 한다. 때마침 지역 출신 김윤덕 국토부장관이 재임하기에 절호의 기회일 수 있는데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정치권의 협업과 전북도를 비롯한 행정기관의 탄탄한 논리가 뒤따라야 한다. 단순히 “어려우니까 우리 좀 더 달라”는 하소연은 궁색, 그 자체다. 누가 보더라도 보편타당한 논리를 들이밀어야 가능하다. 예산 확보는 다음 문제고 우선은 최상위 법정 계획인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시키는게 급선무다. 찢어진 우산 10개 보다는 멀쩡한 우산 한개가 필요할 때다. 제3차 고속도로 건설이 바로 멀쩡한 우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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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9 19:25

[사설] 최명희문학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한 최명희문학관이 1년 8개월째 파행을 겪고 있다. 전주시가 부실 운영을 이유로 수탁기관인 최명희기념사업회에 민간위탁 협약 해지를 통보했으나 수탁기관에서 이를 무시하고 계속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해마다 100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명소 한옥마을의 면모를 구기고 있다. 이번 기회에 문학관의 정체성부터 재검토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으면 한다. 최명희문학관은 대하소설 ‘혼불’을 쓴 전주 출신 최명희(1947~1998) 작가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2006년 문을 연 전주시 최초 문학관이다. 개관 이후 18년 만인 지난해 1월부터 문학관 민간위탁 운영자가 혼불기념사업회에서 유족 중심의 최명희기념사업회로 바뀌었다. 위탁기간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으로, 전주시는 인건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해마다 2억 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운영자가 바뀐 후 인력이 수개월째 충원되지 않았고, 각종 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전주시는 수탁기관인 사업회에 협약해지를 통보하며 정산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업회측은 “3년의 권리를 가지고 협약을 맺었다”며 문학관 퇴거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자 전주시가 지난 3월 무단점유라며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전주시 풍남동에서 태어난 최명희는 누구보다 전주를 사랑한 작가다. 그는 소설 ‘혼불’에서 전주를 ‘꽃심의 땅’으로 부르며 지극한 애정을 표했다. 또 한옥마을에는 ‘최명희 길’이 있고 건지산 단풍나무숲길 입구 혼불공원에는 ‘최명희 묘’가 모셔져 있다. 그만큼 전주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증좌다. 그런데 1년 8개월째 최명희문학관이 개점휴업 상태라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유족측은 퇴거시 저작권료 지급을 요구한다는 얘기도 있다. 전주시는 최명희가 전주 출신의 자랑스런 작가임을, 유족측은 그녀를 선양하기 위한 전주시와 시민들의 노력을 새기며 접근했으면 한다. 이제 최명희문학관은 설립 20년째를 맞아 새롭게 탈바꿈할 때도 되었다. 문학관 장소도 비좁은데다 시설도 낡았다. 문학관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수탁자를 물색하든 아니면 인근 부채문화관과 합쳐 전주출신 문인들의 작품을 모으고 활용하는 전주문학관으로 바꾸든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빠른 시일내 명도소송을 끝내고 여러 의견을 모아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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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9 19:25

[이경재의 세상보기] 전주의  자원 ‘전주학’ 언제까지 논의만 할 텐가

지역마다 ‘지역학’ 연구가 활발하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역사‧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본격화됐다. 호남학, 서울학, 부산학, 경남학, 강원학, 충북학, 제주학 등이 그런 예다. 전북학은 1997년 ‘전북학 연구’라는 제목으로 책 3권이 발행됐다. 기초자치단체들의 관심도 높다. 수원학, 화성학, 창원학은 관련 연구센터가 설치돼 있다. 전주학은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지만 이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연구센터는 아직 없다. 지역학이란 무엇인가? “지역학은 역사‧인문의 범위를 넘어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통합학문이자 글로컬(glocal) 학문이다”(오영교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명예교수)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 이미지, 주민 삶 등과 관련돼 있고 생산적 인프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포괄하는 학문이라고 하겠다. 결국 지역을 자원화하고 마케팅할 근거를 과학화하는 것이다. ‘전주학’은 무엇을 담아내야 할까. 전주는 맛과 멋, 소리, 예향의 고장이다. 후백제 수도였고 조선왕실을 세운 이성계의 본향이다. 전라도와 제주를 호령했던 전라감영이 있었던 곳이다. 한식과 한복, 한지, 한옥 등 한(韓) 브랜드와 K-컬처, 한옥마을은 경쟁력 있는 자원이다. 역사와 문화, 전통에 대한 자긍심이 녹아 있는 곳이 전주다. 전주를 대표하는 정신은 ‘꽃심’이다. 전주정신정립위원회가 2016년 선포했다. “전주사람은 ‘꽃심’의 정신을 시대마다 다양하게 펼치면서 살아왔다. 이를 삶의 가치로 풀이하면 ‘대동’ ‘풍류’ ‘올곧음’ ‘창신’의 정신이다”(전주정신 선언문) 또 동학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동학농민군의 전주성 점령과 집강소는 동학농민군의 가장 큰 성과다. 민중이 권력의 중심을 장악하고 민주적 가치를 실행한 역사적 사건이다. 그래서 동학농민혁명은 전주정신과 정체성의 뿌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박대길 우리문화연구소장) 전주학 연구는 풍성하다. 전주역사박물관이 시동을 걸어 성과를 냈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6년 동안 전주학 총서 50책 간행, 전주학 학술대회 22회 개최, 학술지 14집 간행, 전주학 시민강좌(16기) 등이 진행돼 왔다”(이동희 전 전주역사박물관장) 학계의 노력과 사계의 관심으로 지역학으로서 전주학의 기반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 이럴진대 전주학을 놓고 언제까지 논의만 할 텐가. 이젠 전주학에 담아낼 내용물을 간추려 집약하고 책으로 발간해야 한다. 정체성을 정립하고 자료화하는 것, 문화적 역사적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이를 자원화‧ 대중화‧ 산업화하는 것, 나아가 정책에 반영하고 마케팅하는 것이야말로 지역학이 추구하는 가치 아닌가. 농축된 연구를 바탕으로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기능 수행과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기구와 조직, 이를테면 연구센터가 있어야 한다. 지역학 연구센터는 전국에 대학연구소 12개소, 지방자치단체 9개소, 민간 4개소에 이른다. 전주학 연구센터도 전주시정연구원이나 전주역사박물관에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학 연구센터는 전북연구원에 있다. “연구센터는 기구축소, 예산감축 등의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쉽게 문 닫지 않고 존속될 수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박미자 전주시정연구원장) 맞는 말이다. 어느 곳이 적합한지 결정하는 일만 남아있다. 지난달 전라감영 선화당에서 개최된 ‘지역정체성과 미래 비전-지방소멸위기 전주학의 해답은?’이라는 주제의 전주학 포럼은 이에대한 전주시의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전주시가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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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9 19:24

[새벽메아리] 식물과의 교감, 그 감응의 세계

대도시를 떠나 인구 5만의 소도시로 이주하게 된 결정적 동기는 ‘풀 한포기’ 때문이었다. 지리산 자락 하동에서 열린 야생차문화제에 갔다가 나무를 타고 오르는 ‘마삭줄’을 만났다. 그때 만해도 소유욕이 강했는지 은은한 매력을 발산하는 마삭줄의 일부를 가위로 잘라 유리병에 담아왔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지리산을 기념하는 나의 채집물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잘라온 줄기의 끝부분 어딘가에서 뿌리가 난 것이었다. 당분간의 싱그러움을 맛보고자 물에 꽂아둔 것일 뿐 녀석에게 지속적인 생명을 보장할 마음은 없었다. 식물에게서 뿌리가 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처음으로 ‘목격’하였고, 이 사건으로 나는 식물에 빠져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식물의 재생 능력’에 꽂힌 나는 꽃집에서 식물을 사다 모으기 시작했다. 이제 막 식물계에 입문한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허브류였다. 페파민트, 애플민트, 로즈마리, 라벤더 같은 허브들은 키우기도 쉽고 증식도 뛰어났다. 1대 어머니의 몸에서 잘라 낸 허브 가지들은 2대, 3대, 4대로 무수하게 번식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식물의 ‘생장점’이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식물에 따라 다양한 뿌리 모양들이 있으며 마치 뿌리는 인간의 ‘치열’처럼 하얗게 빛나며, 물속의 영양분을 씹어삼키는 소화기관임을 직관했다. 집은 점점 더 다양한 식물들로 들어차기 시작했다. 몬스테라, 알로카시아, 스킨답서스, 후마타고사리, 틸란드시아 등 이름도 낯선 외래종이었다. 이들의 시각적 아름다움은 식물의 재생능력에 슬슬 질리던 시기에 발견되었다. 이들은 아름다웠다. ‘녹색’이라는 한단어로 묶을 수 없는 미세한 색감들과 종에 따라 필요한 물의 양과 빈도, 꽃피는 시기 등등 개체의 다양성을 체감하였다. 이 시기에는 잎 상태만 보아도 식물이 뭘 요구하는지 느낄 정도였다. 다종다양한 이들의 요청에 맞추다보니 나는 속칭 ‘식물집사’가 되어 있었다. 물을 줘야하기에 긴 여행을 떠나지 못했고 성장 속도에 맞춰 화분을 갈아주다보니 쏠쏠하게 돈이 들었다. 햇볕이 들어오는 양지바른 자리는 식물이 먼저였고 먹는 것, 자는 것 등은 부차적이었다. 결국 이런 식물의 세계를 좀더 광활하고 찬란하게 살펴볼 환경이면 좋겠다는 열망이 귀촌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귀촌 후 나의 ‘인테리어적인’ 식물 지식은 농부들, 생태주의자들과의 교류 속에서 확대되었다. 봄철 들에 피어난 웬만한 것들은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머위, 쑥부쟁이, 원추리, 참나물, 곰보배추, 꽃마리, 개망초, 질경이 그리고 쑥. 이들이 매년 같은 자리에서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나물 지도를 만들고 싶었다. 2월 말 매화에서부터 시작해서 벚꽃, 살구꽃, 앵두꽃, 등나무꽃, 자두꽃, 배꽃 등 이들의 개화로 일년살이가 가능하니 아름다운 꽃달력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9월경 추수를 앞두고 벼꽃은 얼마나 달큰한지, ‘벼꽃향’을 닮은 향수를 만든다면 대박이겠구나 했다. 그러나 이런 ‘인간적인’ 욕망은 잠깐잠깐 떠오르긴 했으나 현실화되지 않았고 식물은 다음 세계로 나를 인도하였다. 이제는 화분을 키우지도 들이지도 않는다. 어쩌면 내가 식물을 돌본 것이 아니라 식물이 나를 돌보는 ‘감응의 세계’에 머물렀던 것 같다. 식물로부터 배운 것도 많지만 이제는 떠나보낼 때이다. 그래야 더 큰 자연과의 감응이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전민정 부안군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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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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