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하천의 치수와 수생태계의 조화
전주천은 만경강의 제1지류로 완주군에서 발원한 지방하천 24.3㎞와 국가하천 7.0㎞가 전주시를 관류하는 하천으로 전주시민의 생활과 역사, 문화를 함께하고 있다. 1960~1970년대 이후로 급진적인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로 인하여 전주천 도심구간에서 수질 악화가 심각해져, 수질개선과 생태계복원을 위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도심구간 7.2㎞를 대상으로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을 추진하였다. 이수와 치수 중심의 하천관리에서 하천에 생명을 불어넣어 자연에 가깝게 복원하자는 자연형 하천의 기본개념이 도시하천의 특성상 일부는 공원형 하천으로 변질되었지만 국내 하천 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지목되어 왔다. 기상청의 ‘한국기후변화평가보고서(2020)’에서 한반도의 집중호우 빈도와 강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확연하게 증가하는 경향과 2014년 이후 단기간 강우 강도가 증가해 중소 하천에서 홍수 발생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늘어났다 하였으며, 국립기상과학원의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2020)’에서도 총강수량 감소하는데 극한 강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2000년 이후 집중호우와 이상기온, 강한 태풍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하였다. 전주시는 2020년 집중호우로 주택침수, 도로 유실 등 54억원 피해가 있었다. 2022년 8월 서울 도심의 시간당 141.5mm의 폭우로 인근 저지대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였고, 9월에는 포항에서 시간당 110.5m의 집중호우로 인명 8인, 재산 200억원의 수해와 포항제철이 침수로 49년만에 가동 중지되었다. 하천 수질과 수생태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중요한 쟁점이지만 도심하천은 치수(治水), 이수(利水), 친수(親水), 생태(生態) 등 복합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도심하천에서 침수 피해는 과거 농지하천의 수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므로 치수에 조금이라도 소홀함이 없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주민의 인명과 재산 보호가 우선시 되도록 하천을 관리하는 물관리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제방증고, 하천확폭 등 치수기능 강화방안들은 전주천과 같은 평야지 완경사 도심하천에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워, 기존 하천의 통수능을 유지관리 및 보완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하천에 대한 적절한 유지보수는 하천 수위 조절 및 범람 예방, 하천 부산물 제거, 하천 교량 및 제방 등의 안전 유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효과적인 대책이다. 하천 주변 시설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도준설, 지장수목 제거, 시설물안전성을 꾸준히 점검․정비하고, 일률적 정비보다 구간별로 하천환경이 회복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하도준설은 준설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면밀한 하상 조사와 통수능 개선 효과 및 흐름변화를 종합적으로 확인하여 주기적인 준설 위치와 시기, 수량을 결정하여야 한다. 지장수목 제거는 유속저하 등 하천 흐름 및 홍수위를 고려하여 관목 및 초화류 중심으로 하천환경을 조성하되, 하천 생태계 손상이 과하지 않도록 제거 대상 수종과 수량에 대하여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여야 한다. 하상에 산재한 갈대, 잡초 등 유기물은 주기적으로 제거하여 만경강 수질오염의 영양물질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주천의 치수기능을 강화하면서 취약해질 수 있는 수생태 기능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 및 시민 사회와 소통하여 하천 생태계의 손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하천과 인류가 공유하던 공간에서 인간의 영역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하여 제방을 쌓아 하천을 좁은 공간에 가두고 있는 우리 문명의 특성상 인간이 확보한 기득권을 얼마나 절제하고 양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순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정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