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11 02:47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광역교통망 구축 숙제 정치권이 나서라

대도시권 광역 교통망 구축 대상에서 전북이 빠졌다. 전북에 광역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주시의 생활인구와 광역 교통통행량은 광역시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차제에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정부의 광역교통망 계획에서 소외받지 않도록 하는 문제가 숙제로 던져졌다. 정부는 관련 특별법에 따라 향후 10년간 대도시권의 광역 교통정책의 방향을 담은 광역교통 2030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는 광역거점 간 통행시간 30분대로의 단축, 통행비용 최대 30% 절감, 환승시간 30% 감소 등 3대 목표가 설정돼 있다. 또 광역시를 잇는 다양한 교통 인프라와 세계적 수준의 급행 광역교통망 구축, 광역교통 운영관리 제도 혁신, 혼잡공해 걱정 없는 미래교통 구현 등의 중점 과제도 담겨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광역시 중심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전북처럼 광역시가 없는 지역은 교통인프라에서 차별 받고 쇠퇴할 가능성이 뻔하다. 교통서비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지역주민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런 원인은 광역 교통망 구축이 특별시와 광역시를 연결하는 이른바 대도시권 위주로 계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에는 광역시가 없어 교통망 구축에서도 홀대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주시 생활인구는 100만 명을 넘어섰고, 완주 익산 군산 김제를 잇는 전주권의 광역교통 통행량은 하루 11만6000대에 이른다. 울산권 광주권(10만대 수준)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전북권 광역교통체계 구축은 광역시권 못지 않게 시급하다. 광역시가 없다는 이유로 전북만 배제돼선 안된다. 균형발전 취지에도 어긋난다. 전국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가 그제 전주시의회에서 시도대표회의를 열고 인구 50만 이상인 전주시도 광역 교통권 계획에 포함될 수 있도록 광역교통법 개정을 촉구한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100만 이상 생활인구가 활동하는 전주시와 인근 지역 간 광역 교통문제 해결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현안이다. 주민생활 불편해소 차원에서도 매우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다. 정치권은 관련 특별법에 50만 이상의 대도시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광역교통법 개정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만 정부의 교통망 구축에서 차별 받아서는 안될 일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9.12.11 17:43

전주 로파크사업, 콘텐츠로 정부 설득하라

우리나라 법조계에 우뚝 선 법조삼현(法曹三賢)을 기리는 로파크(law park) 건립사업이 내년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불발에 그쳤다. 2020년 예산은 국회통과를 못해 물 건너갔지만 새해에는 좀 더 치밀한 논리와 설득으로 이 사업을 성사시켰으면 한다. 전주시와 도내 법조인들은 2만8613㎡에 달하는 덕진동 옛 전주법원검찰 부지에 총 212억 원을 들여 2023년까지 법조삼현 로파크 건립 계획을 세웠다. 올해 설계비 10억 원을 확보해 설계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에서 빠졌고, 국회 심의단계에서 증액을 추진했으나 추가 확보에 실패했다. 기획재정부는 로파크가 현재 부산대전에서 운영되고 있고, 광주에서도 공사가 진행 중인 점을 들어 정부운영 로파크 지양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산확보에 실패하면서 법원 부지는 최소 1년동안 활용계획을 수립할 수 없어 자칫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주 로파크는 이미 운영되고 있는 부산과 대전의 솔로몬 로파크와 달리 콘텐츠 면에서 월등하다. 한국 근현대 법조계를 일군 전북 출신 법조삼성의 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두 지역의 경우 법체험관, 법연수관과 테마공원 등을 갖추고 있으나 법의 정신을 몸으로 실천했던 귀감이 되는 인물이 빠져 있다. 반면 전북은 우리 사법 사상 가장 빛나는 인물을 배출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순창출신으로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는 우리나라 사업의 화신으로 초창기 사법의 뼈대를 세운 분이다, 또 김제출신 김홍섭 서울고법원장은 사도법관으로 사형수의 대부였다. 이 둘은 항상 현직 법관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법관 1, 2위로 꼽는 인물이다. 그리고 익산출신 최대교 전 서울고검장은 검소하고 대쪽 같은 검사로 공명정대한 검찰권을 행사했다. 이러한 표본들을 제쳐두고 법의 정신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찬가지로 전북 역시 이렇게 출중한 인물자원을 배출하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능한 일이다. 만일 솔로몬 로파크가 아니라면 이들의 정신을 고양하고 후대들이 이들의 법정신을 배우는 명소로서 다른 방안을 찾아 예산을 확보했으면 한다. 인근에 현대미술관 건립계획도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물 건너갔지만 내년에는 로파크의 해당 부처인 법무부와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정치력을 발휘해 반드시 사업에 착수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9.12.11 17:43

이카루스의 역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는 왕의 노여움을 사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자신이 만든 크레테 섬의 미로 속에 갇힌다. 최고의 명장인 그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두 쌍의 날개를 만들어 아들과 함께 섬을 탈출하게 된다. 그는 아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면서 너무 낮게 날거나 높게 날지 말라고 당부한다. 너무 낮으면 바다의 습기 때문에 날개가 무거워지고 너무 높으면 태양의 열기에 밀랍이 녹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 위를 날던 이카루스는 너무 의기양양해진 나머지 아버지의 주의를 무시한 채 하늘 높이 날아오르다 그만 밀랍이 녹아내려 바다에 떨어져 죽게 된다. 캐나다의 경영전략 학자인 대니 밀러(Danny Miller) 교수는 개인이나 기업, 또는 국가가 초기의 성과나 성공요인에 집착하다가 결국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를 이카루스의 역설(Icarus Paradox)이라고 제시했다. 즉 크게 성공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자만심에 빠져서 예전의 성공 방식만을 고집하다가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다는 이론이다. 재계의 성공신화로 불리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일 83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무역회사 직원에서 시작해 재계 2위 그룹의 총수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41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부도를 내고 해외도피 생활을 하는 등 영욕의 삶을 살았다. 김 전 회장의 성공신화는 지난 1967년 무역업체인 대우실업을 창업하면서부터다. 트리코트 원단과 제품 수출을 통해 크게 성공한 그는 1973년 토건회사를 인수해 대우실업과 합쳐 모기업인 ㈜대우를 출범시켰다. 이후 대우중공업과 대우전자를 세워 그룹 주력사로 성장시켰고 41개 계열사와 590개에 달하는 해외 법인을 거느린 재계 2위 그룹으로 도약했다. 그 초고속 성장 배경에는 박정희 정권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김 전 회장의 선친이 박정희 대통령의 대구사범 은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몰락하게 된다. 전경련 회장을 맡은 그는 500억 달러를 빌려 외채를 갚고 수출 흑자를 통해 갚는다며 수출론을 내세웠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진 그에게 돈을 빌려줄 곳은 없었다. 결국 대우그룹은 해체됐고 17조 원이 넘는 추징금과 세금은 미납한 채 생을 마감했다. 성공이 오히려 실패의 아버지란 이카루스의 역설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2.11 17:43

더불어민주당 ‘세이공천’을 택하다

소병훈 국회의원 세이공청(洗耳恭聽)이 남의 말을 공경하여 마음으로 귀담아 듣는다는 말을 일컫는다면,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약 4개월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전략은 바로세이공천(洗耳供薦)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혁신공천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인재를 고루 등용하겠다는 의미다. 3월에 시작한 <2020총선공천제도기획단> 활동에서 부터 11월 초의 <총선기획단>국민참여분과 위원장과 <제21대 총선 입후보자 교육연수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면서 느낀 바를 간략히 적어본다. 민주당이 혁신 공천을 강조하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있다. 하나는 소수가 아닌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나라 안팎으로 불확실한 일들이 많은 상황에서 내 삶을 예측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국회와 정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무엇보다공정, 혁신, 미래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공천을 하려고 한다. 또 하나는 도덕성과 공정성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여 당의 후보자 검증을 더욱 엄격하게 하기 위해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 안에 젠더폭력검증 소위원회와 현장조사 소위원회등 두 개의 소위원회를 설치했다. 여기에서는 부정부패와 혐오발언, 젠더폭력, 자녀입시 부정과 관련된 서약서를 받도록 하면서 아동청소년법등 인권침해 관련 규정도 더욱 강화하여 심사할 예정이다. 또 한편,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여성청년에게 참여 기회를 대폭 넓히기로 했다. 먼저 총선기획단의 구성부터 15명의 위원 중 여성 5명(33%), 청년을 4명(27%)으로 맞추어 그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했으며 총선에서 현역 의원이 불출마하는 지역이나 전략 지역에 여성청년을 최우선으로 공천하기로 했고, 당내 공천 및 선거와 관련된 기구를 구성할 때에는 남녀를 같은 비율로 하기로 했다. 신인 정치인이 여성청년과 경선하게 될 경우에는 신인 가산점을 10%만 적용하고, 청년 정치인들의 진입장벽이 되었던 경선 비용도 당에서 지원한다. 경선 비용은 기본적으로 중앙선관위에 내는 기탁금과 당 납부 등록비, ARS기탁금을 포함해 약 3천만 원이 발생하는데 20대는 경선비용의 전액을, 30대는 절반을 지원받는다. 그리고 공천이 확정된 청년 후보에게는 선거비용을 대출해주는 제도도 마련키로 했다. 후보자의 선거 비용(1억~1억 5000만 원 가량)을 당에서 대출해준 뒤, 득표율 15%가 넘어 중앙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을 보전 받으면 상환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여성청년 당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12월 초 합정역에서 <라떼는 말이야, 2030은 말이야 간담회>가 열렸다. 총선기획단이 주최하고 당의 청년대학생위원회가 주관한 행사로 청년 당원들이 현직 국회의원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과 씀 라이브로 중계를 지켜본 청년당원들은 당이 새로운 인물들을 과감하게 포진시킬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에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금 우리는 지난 시기 쌓인 적폐와 불공정을 해소하고, 적대와 분단을 넘어 신 한반도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다가오는 21대 총선에서는 비정상적인 정치로 정쟁을 일삼는 적폐 정치인들을 심판해야 하고, 마치나와 상관없는 어느 정치인의 승리를 남의 일처럼 방관할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정상화하고 다 함께 상생하는 필승가도를 만들어 가기를 희망한다. /소병훈 국회의원

  • 오피니언
  • 기고
  • 2019.12.11 17:43

내 ‘인생 마지막 수업’이런가?

황현택 전북평생독서교육원장아동문학가 지난 11월 16일 오후 2시 완주이서초등학교 강당에서 내 인생 반세기를 독서운동의 주제로 점철되어온 제6회 전북인물문화유산 독후감 공모대회가 나름대로 완료되었다. 그 날 아침도 수능 날짜와 겹친 탓에 시상식 물품을 찾으러 인쇄소로 나가는 행사책임자를 동짓달 찬바람은 인정사정없이 몰아쳤다. 인쇄소에서 한보따리 짐을 짊어지고 텅 빈 시내버스 한자리를 차지하니 피로가 겹친 탓일까 스르르 눈이 감긴다. 갑자기 시상식이 머리에 떠오르며 먼 옛날, 고등학교 때 배운 프랑스 시인 알퐁스 도데/별을 공부하던 순간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간다. 그 때 국어선생으로부터 배웠던 학습의 감동적이었던 측면이 떠올랐다. 『선생님의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지 못했으나 아멜선생님은 여느 때처럼 꾸짖지 않으시고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까지 많은 꾸중을 들었지. 오늘의 공부를 내일로 연기하는 것이 라자스 어린의 가장 나쁜 버릇이다라고, 그러나 그것은 나만이 나쁜 것은 아니다. 부모님도 선생님인 나도 나빴던 것이다.』 별 속 아멜 선생의 큰 느낌이 현재 오늘의 큰 행사를 앞두고 완성된 시상식 상장을 찾아들고 행사장으로 돌아오는 행사책임자의 뇌리에 되살아난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은 재난을 무사히 빠져나가려면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있다. 이는 이날 행사의 준비 부족으로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런대로 목적사업인 전북인의 정체성 정립, 애향심고취, 독서하는 습관 형성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는 자체평가다. 그 첫째가 나 자신 역부족이다. 힘의 한계를 느낀 것이다. 작년틀리고 오해 틀린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독서환경의 변화와 학교독서교육의 태만이다. 이번 행사의 주최 본부는 11월 시상식 후원명칭승인 32개 기관 및 사회단체에 공문발송을 하였으나 12개 단체가 무응답 20개 단체로부터 후원승인을 받아 무척 힘든 여정을 거쳐 시상식에 이른 것이다 셋째는 한국인들, 특히 전북 인들의 독서 수준이 낮다는 것과 제도교육에서의 독서교육 태만이 전북교육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퐁스 도데/별에서 아멜 선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프랑스 말은 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굳센 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비록 알자스 주민이 노예가 된다 할지라도 자기들의 말만 가지고 있다는 것은 죄수가 자기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만찬가지다』 는 말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단편 소설에서 시사되는 바는 전북을 아끼고 살아갈 전북사람들은 제6회 전북인물 및 문화유산 독후감공모대회에서 수상의 영광을 누린 수상자 여러분과 같이 오늘 시상식 중요성을 깨닫고 미래 우리고장 발전과 성공의 길이 곧 독서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책 읽는 좋은 독서습관 길들이기에 전력투구하시길 간절히 기원하는 바입니다. /황현택 전북평생독서교육원장아동문학가

  • 오피니언
  • 기고
  • 2019.12.10 20:05

순례길에 남겨진 기억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카미노데산티아고(스페인어: Camino de Santiago)로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를 목표로 다양한 길을 따라 걷는 것을 말한다. 주로 프랑스 각지에서 피레네 산맥을 통해 스페인 북부를 통과하는 길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러시아, 핀란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럽 각지로 부터 산티아고로 가는 길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프랑스 길은 프랑스 남부국경 생장피에드 (Saint-Jean-Pied-de-Port)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이르는 800km 여정이다. 프랑스인들이, 프랑스에서부터 오는 길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하루에 20여 km 씩 걷는다면 한 달 이상을 걸어야 한다. 연금술사 파올로 코엘료가 이 길을 걸어 더욱 유명해졌다. 2010년 한해만도 27만 명이 방문했다. 최종 목적지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로마, 예루살렘과 함께 중세시대에 기독교 순례자들의 중요한 순례길 중에 하나였다. 기독교 교리상 죄에 대한 보속으로 주어지는 대사 중에 산티아고 순례도 있었다 언제부터서 인가, 나이를 더해가면서 삶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 정리 장소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렇다 할 준비도 없이 어느 날 그냥 배낭을 메고 떠났다. 800km의 여정은 무리라는 가족들의 만류를 뒤로하고 떠난 길이기에 걱정 반 설레임 반이었다. 순례길에선 모두들 걷고 있었다. 프랑스인도, 헝가리 사람도, 호주, 미국, 이태리, 영국 또 우리 한국인들도 걸었다. 혼자서 또는 친구들과 함께, 가족들과 어우러져서 아님 순례길에서 처음 만나 우정을 나눈 낯선 친구와 걸었다. 나이 어린 청소년도, 젊은이도, 나이 지긋한 중년도, 머리 하얀 할머니 할아버지도 걸었다. 그런데 이들 모두에게는 이런 힘든 여정을 결심해야만 했던 서로 다른 사연과 스스로의 의지로 만들어진 각자 생각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 그 짐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저 묵묵히 짓 눌러오는 중력을 거부하지 않고 두 발로 버티어 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발가락이 부룹터서, 또 누군가는 근육통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전달되어 오는 통증을 인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모습 속에 한 가지 공통점 있었다. 스쳐 지나며 서로에게 전하는 부엔 까미노 (buen camino) 좋은 길 하는 인사다. 아니 어쩌면 힘내자고 포기하지 말자고 고통과 아픔을 향해 스스로를 응원하고 있었다. 길 안내 표지판 위에, 벽면에, 다리 난간에, 아스팔트 위에, 누군가 그들만의 언어로 아픔을, 사랑을, 희망을, 표현하고 있었다.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사랑이 얼마나 아팠을까, 껴안고 함께 울어 주고 싶었다. 출발선상에서 함께했던 지팡이가, 신발이, 양말이 버려져 있었다. 소원을 닮은 조약돌이, 몸에 지녔던 십자가가 놓여 있었다. 산다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삶의 매 순간 순간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곁에 두었던 손때 뭍은 것들을 하나 둘 버리는 연습이 아닐까. 아니 어쩜 익숙한 것으로 부터의 이별을 연습하고 있는 것 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날, 순례완주증명서를 받기위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은 환했다. 기쁨, 희망, 그리고 감사가 표현되고 있었다. 짊어지고 아파했던 생각의 무게들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옮기며 하나씩 하나씩 길가에 버렸나 보다. 등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19.12.10 20:05

측근 챙기기

2014년 8월 5일 취임 한달 만에 첫 휴가를 떠난 송하진 도지사가 백제문화 탐방중 안희정 충남지사와 오찬 자리에 최측근 김용무 교수가 동석해 논란을 빚었다. 김 교수는 그해 6.4지방선거에서 송 지사 선거캠프를 총괄한 절친이자 실세였다. 뒷말이 무성했던 휴가 동행 이야말로 둘 사이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그 이후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으로 변신한 김씨가 4번 연임 문제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도청 주변에서는 김 이사장의 거취문제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2014년 임용된 김 이사장은 2016년 2년 임기로 연임했으며 지난해 12월 1년 임기로 세 번 연임했다. 그런데 다시 1년 연임을 둘러싸고 도의회와 언론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의회는 지나치게 도지사 측근을 챙기는 게 아니냐 는 질타와 함께 인사청문회를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부실채권 책임에 따른 업무능력도 도마에 오른 건 물론이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연임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도청 법무팀이 1년 더 연임할 경우 인사청문 절차 법률검토를 끝냈고, 청문회 절차도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인지 의회는 절차상 하자라고 딴지를 건다. 설령 연임이 결정됐더라도 이를 확정하기 위한 이사회가 임기만료 60일 전까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전북신보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었으나 7명의 이사 중 4명만 참석해 이사장 선임 건은 입도 떼지 못했다. 추후 이사회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때는 송 지사와 김 이사장 간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는 풍문 속에 작년 도지사 선거를 염두에 두고 돌출 악재 발언을 우려한 나머지, 어쩔 수 없이 통산 2년 임기를 1년으로 쪼개서 딜 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송 지사의 자기사람 심기 논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악의 경제난속에 6개월 넘게 공석상태인 전주상의 사무처장에 도청 국장출신 내정설로 홍역을 치렀는 데도 그냥 밀어붙일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전북민간체육회장 선거도 본인이 수차례 중립의지를 밝혔음에도 특정 인사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가라앉질 않고 있다. 어쨌거나 말 많고 탈 많은 측근관리가 엉뚱하게 3선 출마로까지 비화된다. 아직까지는 시간도 변수도 많아 별다른 제스처야 없지만, 경우에 따라 해볼 만한 대진표가 짜여지면 떠밀려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불출마 한다고 해도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2.10 19:27

전주 시외버스터미널 현 위치 신축이 당연하다

전주시 금암동에 위치한 시외버스터미널이 지은지 46년이 지나면서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고, 1000만 관광도시 이미지를 흐리고 있는데도 현대화 사업이 터덕거리고 있다, 여러 대안이 제시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터미널을 아예 외곽으로 이전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외버스 터미널은 이전하지 말고 현 위치에 신축하여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러 상황이나 여건이 외곽으로의 이전 보다는 현위치 신축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외버스 터미널이 이전하면 덕진금암동 지역의 직접적인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주 구도심에 자리하고 있었던 각급 기관들이 신시가지나 혁신도시로 옮겨가면서 구도심의 공동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장사가 되지 않아 문닫는 상가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이용객들의 불편과 도심 교통체증도 간과해선 안된다. 이전 대상지인 전주 IC부근이나 서부 신시가지 혁신도시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진안이나 남원노선 차량들의 도심 통과도 불가피해 차량정체는 오히려 심각해질 것이다. 대부분 대도시의 경우 이용객들의 편익을 위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터미널을 공동으로 이용하거나, 인접해서 두고 있다. 전주의 경우 고속버스 터미널은 이미 2016년 현대화 사업을 마쳤다. 당시 시외버스 터미널과 공동으로 외곽 이전이 추진됐으나, 막대한 소요 사업비 때문에 전주시와 시외버스터미널 운영권자인 전북고속이 엄두를 내지 못하자 고속버스측이 단독으로 현대화 사업을 마쳤던 것이다. 이후 전북고속측은 2016년 자체적으로 현 위치에 복합문화공간등을 갖춰 8층 규모로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으나 신축사업 부지에 포함된 상가부지 건물주들과 토지 매입가에 합의하지 못해 사업 진척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양측에만 맡길 경우 합의점 찾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매입비 제시등 양측 이해관계 조정 역할을 전주시가 맡아야 한다. 시장을 비롯 전주시가 적극 나서기 바란다. 낡고 초라한 시설로 시민들이 창피를 느낄 정도인데도 시당국이 뒷짐이나 지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9.12.10 19:27

전북교육청·자치단체 청렴도 제고에 나서라

국민권익위원회가 올해 60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청렴도 측정결과, 전북은 아직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고 등급인 1등급은 전무한 가운데 전북도와 전주시 순창군 무주군 고창군 등 5개 기관만이 2등급을 받아 체면치레를 했다. 전북도는 지난해 4등급에서 2계단이나 상승해 청렴도가 크게 개선됐다. 단체장이 바뀐 무주군과 고창군도 청렴문화 조성 노력 덕분에 지난해보다 1계단씩 올라갔다. 반면 전북도교육청은 지난해 2등급에서 2계단이나 추락해 4등급으로 내려앉았다. 남원시와 김제시도 4등급을 받아 도내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정읍시와 임실군 장수군은 지난해보다 1계단 떨어진 3등급을 받았고 군산시와 완주군은 3등급으로 현상 유지를 했다. 지난해 4등급에 머물렀던 진안군은 한 계단 올라 3등급으로 진입했다. 이처럼 지난해보다 청렴도 등급이 오른 공공기관은 4곳에 불과하지만 하락한 공공기관이 5곳에 달해 도내 공공기관의 청렴도 수준이 대체로 떨어졌다. 특히 전국 교육청의 청렴도 평점 수준이 8.07로 지난해 7.94보다 상승한 가운데 전북도교육청은 오히려 2계단이나 추락해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전북도교육청은 외부 청렴도 평가에선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그동안 청렴교육을 기치로 내건 김승환 교육감의 교육방침과는 거꾸로 가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전북도교육청은 이미 지난 6월 자체 청렴도 조사에서도 종합 평점이 7.79점으로 최근 4년간 평가 중 가장 낮았다. 공무원 청렴수준과 공무원 부패율 감소수준, 공사급식방과후 활동 등 분야별 청렴도 수준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완산학원의 총체적 비리가 불거지고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 논란 등이 증폭되면서 전북 교육행정에 대한 청렴성과 투명성에 금이 갔다. 일선 시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공무원 의식 개선 및 공직사회 청렴분위기 확산을 위한 각종 행사와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자치단체의 청렴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청렴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이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교육청과 자치단체는 청렴도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세워서 강력히 시행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공직자의 근본적인 의식 변화와 함께 깨끗하고 투명한 공직풍토 조성에 힘써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9.12.10 19:27

지방의원이 잘하면 민초가 살기 편하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됐지만 의회만 구성한 반쪽짜리 자치제였다. 지금도 중앙정부에서 재정권을 쥐고 있어 완전한 자치제라고 보기에는 거리감이 있다. 세제개편을 통해 국세를 지방세로 일부전환해야 각 시군이 중앙정부 눈치 안 보고 살림살이를 특색있게 할 수 있다. 30년만에 부활된 자치제는 초기에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지방의원들이 제도에 익숙치 못하고 역량이 떨어져 혈세만 낭비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초창기 때는 주로 야당 주변에서 오랫동안 맴돌던 사람들이 대거 지방의회로 유입됐다. 하지만 관치시대에 터줏대감 노릇하던 유지들은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마찰이 잦았다. 지방자치의 한 축이었던 단체장이 관선이어서 지방의원들의 견제와 감시역할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회의가 열릴 때마다 불협화음이 이어졌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의회가 존재감을 나타내면서 관계개선이 이뤄졌다. 집행부는 처음에 의회의 힘을 약화시키려고 언론한테 SOS를 쳤지만 그게 먹혀들지 않았다. 언론도 지방자치가 실시되면 큰 이익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감을 가졌으나 기대와 달리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 기득권을 누렸던 집행부나 언론 그리고 유지들은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차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시행착오는 있다. 일정한 직업 없는 지방의원은 권한은 많지만 책임질 일이 없다고 인식하면서부터 사단이 벌어졌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는 대의명분보다는 우선 자신의 호구지책을 해결할 자리를 얻었다는 안일한 생각이 범죄자로 내몰았다. 이들은 무소불위의 힘 쓰는 자리로 착각했던 것. 지방의원들은 전문성이 부족해 처음부터 자질논란에 휩싸였다. 사무국 직원이 없으면 회의 진행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미숙했다. 무조건 목소리만 크면 된다는 식이었다. 중앙정치의 잘못된 면을 판박이한 게 패착이었다. 2006년부터 유급직으로 전환되면서 지방자치제가 본 궤도에 올랐지만 아직도 보완할 부분이 남았다. 실력으로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보다는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5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단체장을 깎아내리거나 국회의원처럼 무작정 자료요구만 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당적이 같아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을 샀다. MB때 도의회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4대강사업을 반대했다고 자랑했다. 그때 전남은 영산강사업을 4대강 사업에 포함시켜 사업을 추진해 오늘날 큰 성과를 거둔 것과 대조를 보였다. 도의회는 새만금 젖줄인 동진강과 만경강 개선사업을 4대강에 포함시켜 추진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못했다. 만약 사업을 했다면 새만금 수질이 개선됐고 해수유통 문제도 안 나왔을 것이다. 지금 전북의 낙후 원인을 국회의원, 지사, 시장, 군수의 탓으로 돌리지만 그에 못지 않게 지방의원들의 책임도 있다는 것. 현재 지방자치는 기관대립형으로 견제와 감시가 본령이다. 하지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적 관계를 갖고 있다 보니까 비판의 칼날에 서 있다. 단체장은 의회를 양 수레 바퀴 중 하나로 여기고 의회의 협조를 받아 시군정을 이끌어가야 하지만 간혹 궤도를 이탈해서 독단을 부려 마찰을 빚는다. 단체장 주변에서 의원들이 호가호위하며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장학생 논란이 계속된다. 일정한 소득 없이 의원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의원이 되면 시군 금고 은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쉽게 대출 받을 수 있다. 의원 때는 괜찮지만 낙선하면 끝장이다. 도의원은 연간 4800만원의 의정비를 받지만 애경사비가 만만치 않아 대부분이 어렵다. 지방의원들은 공천권을 쥔 위원장을 눈치껏 도와야 하고 재선하려고 돈을 쓰기 때문에 겉으로만 태연하지 속은 타들어간다. 항상 의원들은 갖는 권한 때문에 검은 돈의 유혹이 뒤따른다. 돈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결론은 돈 받으면 교도소 간다는 생각으로 의정활동을 하면 된다. 지금은 SNS가 발달해 누가 의정활동을 청렴하게 잘 하는지 다 안다. 배지 단 걸 명예로 알고 어떻게 하면 지역을 잘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비겁하게 지사시장군수 장학생이란 말 듣지 않도록 주인 역할 잘 하면 그만이다. 지방의원이 똑똑하면 주민들의 삶이 나아진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2.10 17:32

산불예방의 시작은 '변화'다

정읍국유림관리소 이광원 소장 최근 호주 시드니 동시다발 대형 산불로 33만5,000헥타르(ha)가 불타고 있고, 지금까지 3명 사망, 수천 명 대피, 주택 150여 채가 소실되었으며, 올해만 산불로 200만ha 이상의 산림이 소실됐다. 또, 美 캘리포니아 산불로 1,660ha의 산림을 태웠고 2,000여 가구 6,000여 명의 주민이 대피해 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산불로 아픈 기억들이 많다. 00년 동해안 산불 23,794ha, 02년 청양예산 산불로 3,095ha의 산림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올 4월에는 고성삼척 일대 산불로 1,757ha의 산림을 태웠고 2명 사망, 11명 부상, 인근 주민 4000여 명이 대피하였으며, 아직도 이재민들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 산불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산불 발생은 총 2,694건, 면적은 3,306ha로 여의도 면적의 11배에 달한다. 매년 539건, 661ha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산불 발생의 원인을 살펴보면 입산자에 의한 실화가 911건(34%) 가장 많다.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실화가 839건(31%), 건축물 실화 112건(4%), 담뱃불 실화 98건(4%), 성묘객 실화 94건(3%), 어린이 불장난 11건(0.4%), 기타 629(23.6%)건으로 나타났다. 산불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산불의 주된 원인은 사람의 부주의나 실수다. 우리는 똑같은 이유로 산불을 발생시키고, 똑같은 실수를 매년 반복하고 있다. 이제는 변화가 절실하다. 변화의 첫걸음은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미국 최고 경영자 루 거스너의 말이다. 크고 작은 산불들은 우리 주변에 발생하고 있다. 매번 산불피해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산불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산불의 원인을 알았으니 국민의 관심과 행동에 옮겨 변화의 첫걸음을 떼었으면 한다. 산불은 진화보다 예방이 최선이다. 우리 모두 산불 예방 위하여 두 가지만 기억하고 꼭 실천하자. 첫째, 건전한 산행문화 실천 산불조심 기간(봄철: 2.15.15, 가을철: 11.112.15)에 산불주의, 산불 위험이 큰 통제지역 산행 금지, 산행 시 라이터담배 등 화기물 소지 및 흡연 금지, 허용된 지역 외 취사 및 야영금지 둘째, 산림 및 산림인접지역 소각행위 금지 산림에서 100m 이내에 소각행위 금지, 병해충 방제 효과가 없는 논밭두렁 및 쓰레기 태우기를 금지하고 소각은 반드시 시군 산림부서 허가를 받아 실시 설마 하는 마음이 수십 년간 국민과 함께 땀 흘려 가꾸어 온 울창하고 아름다운 산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든다. 이를 복구하는 데는 무려 30년에서 100년이 걸린다고 한다. 국민은 나부터 변화한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산림공무원들은 산불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산불을 줄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푸른 숲. 그 사랑의 시작은 산불예방입니다. /정읍국유림관리소 이광원 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19.12.10 16:30

‘품질’과 ‘밥맛’으로 승부하는 우리 쌀의 약진

황규석 농촌진흥청 차장 갓 지은 밥은 찰진 윤기가 감돌면서 고유의 밥 냄새를 은은하게 풍긴다. 밥알이 제각각 모양을 유지하며 뽀얗고도 맑다. 밥의 찰기도 높아 잘 뭉쳐지고 탄력적이며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품질이 좋은 쌀은 무엇보다 씹을수록 단맛이 배어나와 별 반찬 없이도 입맛을 당긴다. 일반적으로 도정한 지 15일 이내(겨울은 30일 이내) 쌀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2018년 한 해, 우리나라 국민 한 명당 밥쌀 61kg을 소비했다. 1992년 112.9kg와 비교하면 절반가량 줄었다. 반면, 쌀 재고량은 적정 재고량 80만 톤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공급과잉에 의한 수급불균형이 문제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수입 농산물 관세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쌀의 관세화는 10년 유예됐고 2004년 재협상을 통해 10년 연장한 후 2015년부터 외국 쌀이 관세화로 수입되고 있다. 쌀 소비 감소 추세와 쌀 시장 개방화는 벼 종자 개발에도 영향을 미쳐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농촌진흥청은 쌀 시장개방에 대비하고 우리 쌀 품질 고급화를 위해서 2003년부터 엄격한 품질기준을 적용하여 최고품질 벼 18품종을 개발했다. 2017년 이후에는 일본 품종(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 등)을 대체하는 해들, 알찬미 등 품종을 개발, 보급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품질 벼 재배면적은 18만 6천ha(재배면적의 25.2%)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삼광(만세 보령쌀 등), 영호진미(안동 양반쌀), 해들(임금님표 이천쌀)은 지역을 대표하는 우수 브랜드 쌀로 정착하고 있다. 2018년 한 여성지에서 한식전문가를 대상으로 밥맛평가회를 연 결과, 영호진미와 삼광이 일본쌀보다 대등하거나 우수하다는 호평을 얻었다. 농촌진흥청은 우리 쌀의 품질고급화를 위해 수요자(농업인, 소비자, 미곡종합처리장)와 함께 품종을 개발하는 육종시스템을 도입하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최고품질 벼 품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27년까지 21개 품종을 개발해 전체 재배면적의 35%까지 보급하고자 한다. 이를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보급, 확산하면서 지역특화 명품 쌀 브랜드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전북도 농업기술원에서 기존 신동진벼와 차별화한 최고 품질 벼 십리향(十里香)을 개발해 전북 쌀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2019 농업기술박람회 소비자 식미평가를 거친 결과, 밥 냄새(81%), 밥맛(87%) 선호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올해 브랜드 개발을 위한 종자 2.2톤을 전북농협에 공급했으며, 전북농협과 연계해 전북 도내 4개소(여산, 옥구, 대야, 회현) 25ha의 재배단지를 조성했다. 시제품 생산, 쌀 품위 평가 등 마케팅 표준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고품질 벼 품종의 개발보급으로 외국 쌀과의 품질경쟁력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생산현장은 여전히 다수확 위주의 품종과 재배기술을 선호하고 있다. 가격보다는 맛을 중시하는 소비행태(2017 농촌경제연구원 조사)로 볼 때 고급화된 쌀에 대한 잠재 수요는 많다. 우리나라 최고품질 벼 품종은 일본중국 쌀과 비교해 우수성에서 뒤지지 않는다. 다만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인식전환과 함께 품질과 밥맛으로 승부하는 우리 쌀 개발 프로젝트가 적극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황규석 농촌진흥청 차장

  • 오피니언
  • 기고
  • 2019.12.09 17:35

동장군의 대항마 한파 영향예보

김종석 기상청장 겨울은 추위와의 전쟁이다. 전쟁터에서도 겨울에 제일 무서운 적은 적군보다 추위라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한국전쟁 당시 1950년 겨울에 있었던 장진호 전투에서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기온은 낮에는 영하 20도, 밤에는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어느 때보다 매서운 살인적인 추위가 연일 이어졌다. 전투식량과 물은 얼어버렸고,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추위를 막을 수 없어 수많은 장병들이 얼어 죽거나 동상에 걸려 사지를 절단해야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북한군이나 중공군보다도 더 무서운 게 동장군(冬將軍)이였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과학이 놀랍도록 발전한 현대 사회에서도 동장군은 무서운 영향력을 보여준다. 기상청과 방재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간한 2018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8년 겨울철에 한랭질환자가 631명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11명이 사망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최다 사망한 기록이다. 수산업 피해는 서해와 남해를 중심으로 103억 원이나 됐다. 농작물 피해는 5,186ha, 꿀벌은 746군이 폐사했고, 농업시설 745동과 축산시설 16동이 피해를 입었다. 이렇듯 한파는 건강과 재산 피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기상특성상 평년보다 덜 춥다 하더라도 일시적인 한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해든지 겨울철 한파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국민이 올겨울을 보다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올해 12월 3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한파 영향예보 시범서비스를 시행한다. 한파 영향예보는 보건, 산업, 시설물, 농축산업, 수산양식, 교통전력 등 6개 분야별 지역 맞춤형 상세 영향정보를 통해 한파로 인한 실효적 피해 저감을 지원한다. 서비스 시행에 앞서 기상청은 범정부 한파대책과 연계하여 영향예보 생산기준을 마련했다. 해안, 내륙 등 3개 권역을 선정하고 지역별 기후 특성과 환경을 고려하여 지역별 위험 단계를 설정했다. 예상되는 한파 위험 수준 단계는 신호등 색깔로 표현했다. 빨강은 위험, 주황은 경고, 노랑은 주의, 초록은 관심을 나타내 한눈에 한파 위험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여 정보의 가치성과 가독성을 높였다. 한파 영향예보는 한파 위험 수준이 관심 단계 이상 예상될 때, 전일 11시 30분에 시군 단위의 육상 국지예보구역을 대상으로 발표한다. 일반 국민은 기상청 날씨누리(www.weather.go.kr)와 모바일 웹을 통해 한파 상세 영향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지자체 방재담당자와 취약계층 관리자에게는 문자서비스로도 제공된다. 우리는 해마다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난방용품, 방한용품, 김장 등을 준비한다. 올겨울에는 여기에 안전하게 겨울을 나기 위한 대비책으로 한파 영향예보를 추가한다면 어떨까? 한파 영향예보는 안전전략이다. 한파 영향예보가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게 하려면 국민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평소 한파 대비 안전수칙을 잘 숙지하고, 기상정보를 생활화 한다면 아무리 혹독한 추위의 동장군이 기습해 오더라도 큰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김종석 기상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19.12.09 17:35

의원한테 업무 배우는 진안군청 A과장

국승호 제2사회부진안 기자 업무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진안군청 A과장이 지난 3일 군의회 예결특위(위원장 김광수)에서 수준 이하의 답변으로 일관해 망신살이 뻗쳤다. A과장은 제256회 제2차 정례회 회기 중인 진안군의회 예결특위에 출석해 2020년도 예산을 설명하려 했지만 기본적인 답변조차 되지 않아 쩔쩔맸다. 이날 예결특위 위원인 B의원은 출석한 A과장에게 올해와 지난해 벼의 추곡 수매 단가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A과장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했다. A과장은 벼 수매 단가가 어떻게 형성이 되는지 아느냐는 질문에도 답변을 하지 못했다. 과장 뒷줄에 앉아 있던 다수 팀장, 회의장 밖에서 대기 중이던 여러 주무관, 그 어느 누구도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상황이 답답하게 돌아가자 B의원은 오히려 A과장에게 자신이 사전에 파악한 수매 단가를 알려주고 단가 형성 과정까지 설명해 줬다. 전문가인 소관부서 과장이 비전문가인 군의원에게 업무를 배운 셈이다. 회의는 엉망이 됐고 김광수 위원장은 답변 준비 시간을 주는 배려의 의미로 정회를 선포했다. 속개된 회의에서 김광수 위원장은 A과장에게 팀장급이 대기하는 뒷줄에 물러나 앉을 것을 요구했다. 대신, 상급자인 산업환경국장을 호출해 과장 자리에 앉게 했다. 그런데 국장의 답변 실력 역시 A 과장과 대동소이한 수준이었다. 회의는 2시간을 훌쩍 웃돌았다. 이에 대해 산업환경국의 총체적 난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A 과장에 대해서는 공직사회 내부에서조차 너무했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도청에서 파견된 A과장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비슷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그래서 늘 깨지는 과장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A과장의 망신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일단 공부 안 한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답변을 뒷받침하지 못한 주무관, 팀장, 국장은 물론 이러한 직원을 무책임하게 시군에 파견한 전북도청 책임도 크다.

  • 오피니언
  • 국승호
  • 2019.12.09 17:35

연말 '예산 몰아쓰기'로 온통 공사판, 시민 불편

도로를 파헤치고 땜질공사로 인한 교통체증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파고 또 파고 굴착공사에 이어 아스팔트 포장까지 마구 진행함에 따라 빚어지는 시민불편 때문이다. 시내는 물론 이면도로까지 통행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이 방치된 지 오래다. 특히 가장 붐비는 출퇴근시간은 말할 것도 없이 하루 종일 도로를 차단한 채 공사를 하는 바람에 교통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래저래 보행자와 차량 운전자들은 짜증나기 일쑤다. 제발이지 연말 예산 몰아쓰기 관행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사구간마다 차량흐름이 뒤죽박죽 되면서 일반차량과 공사차량이 뒤엉켜 심각한 체증을 부추기고 있다. 시민불편을 최소화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한 채 공사만 빨리 끝내면 된다는 편의주의 발상과 조급증이 이러한 우를 범한다. 어차피 해야 할 공사라면 주민들의 안전과 편익을 먼저 고려해야 마땅하다. 세금을 내는 시민들은 봉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전주시내에서 진행되는 일부 공사는 이를 깡그리 무시한 채 표지판 하나 세워놓고 제멋대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올해 918개의 도로굴착 허가가 승인됐는데, 하수도 공사가 418건으로 가장 많고, 가스관 378건, 상수도 71건, 통신선 33건, 전기선 6건 등이다. 일부 굴착공사는 끝내기를 한 후 눈가림식 복구작업으로 인해 도시미관을 해치는가 하면 요철까지 발생함으로써 교통사고 위험이 상존해 있는 상태다. 공사 이후 지반이 내려 앉거나 군데군데 패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도로굴착 공사는 대개 보도블록을 파헤치는 작업과 연계돼 보도블록아래 모래다짐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걷기 조차 힘들 정도다. 그런 만큼 항상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도로공사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갈수록 그 폐해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심해지는 것 같아 유감이다. 도로관리는 전적으로 행정당국의 책임이다. 공사 이후 부실관리도 지도감독 소홀에서 발생한다.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한 행정당국의 많은 관심과 개선을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9.12.09 17:30

꽃 진 자리 그 상처 위에

문병학 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열매는 꽃이 진 자리 그 상처 위에 맺힌다. 이것은 우주의 섭리이자 생명의 이치이다. 꽃 없이 열매를 맺는 무화과(無花果)도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변해도 그 이치는 쉬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꽃 없이 맺히는 열매는 없다. 무화과에 대한 우리 인식은 시적(詩的)으로 용인될 수 있지만 사실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무화과를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우리 인식의 잘못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열매라고 여기는 무화과는 열매가 아니라 꽃이다. 정작 그 씨앗은 열매로 잘못 알고 있는 꽃의 내부에 촘촘히 박혀있다. 말하고 싶은 것은, 꽃 진 자리 그 상처 위에 열매가 맺힌다는 우주의 섭리, 생명의 이치를 우리의 삶이나 그 흔적인 우리 역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으로부터 125년 전인 1894년, 안으로는 부패무능한 조선정부 폭정으로 백성들의 삶이 크게 위협받았고, 밖으로는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으로 국권이 위태로웠다. 이때 낡은 봉건제도를 개혁하고, 외세를 축출하고자 척양척왜보국안민의 기치를 들고 전라도 농민들이 봉기하였다. 그것이 바로 동학농민혁명이다. 고부농민봉기를 도화선으로 무장기포, 백산대회를 거쳐 정읍 황토현과 장성 황룡강에서 전라감영군과 서울의 경군(京軍)을 차례로 격파한 동학농민군은 파죽지세로 전라도 수부(首府) 전주성을 점령하였다. 크게 놀란 조선정부는 청나라 군대를 끌어들였고, 호시탐탐 대륙침략의 기회를 엿보던 일본도 제물포로 군대를 상륙시킨 뒤 곧장 도성(都城)으로 들이닥쳤다. 조선정부의 철병요구를 거부한 일제(日帝)는 급기야 7월 23일 경복궁을 무단점령한 후 갑오왜란(甲午倭亂), 이른바 청일전쟁 도발로 침략의 본색을 드러냈고, 동학농민군은 일본군 축출을 위해 다시 거병(擧兵)하였다. 반일항전의 불길은 동학농민혁명으로부터 297년 전인 1597년 정유년 때 전라도로 진출하려던 일본군과 혈전을 벌인 만인의총의 고장 전라도 남원에서 솟구쳤다. 갑오년 당시 남원성을 장악하고 전라좌도와 지리산 너머 경상도까지 세력을 떨치던 김개남 장군은 9월 24일부터 동학농민군 8만여 명을 남원으로 불러 모아 반일항전을 천명하였다. 이 무렵 전라도 전역을 순회하며 일본군의 동태를 주시하던 전봉준 장군도 반일항전의 뜻을 굳히고 동학농민군은 삼례로 집결하라는 통문을 띄운 후 10월 8일 삼례로 나아가 대도소를 설치하고 반일민족항쟁의 대장정에 올랐다. 이후 일본군을 몰아내기 위해 서울로 북상(北上)하던 동학농민군은 공주 우금티에서 일본군과 관군 연합부대에 맞서 싸웠으나 무기의 열세로 크게 패배하였다. 갑오년 겨울, 우금티 산하에는 사지가 잘리고 심장이 찢겨진 동학농민군의 붉은 살점들이 나뒹굴었다. 아, 우금티 우금티! 시린 겨울산하에 흩뿌려진 동학농민군의 붉은 피는 곧 역사의 꽃이다. 양반과 상놈의 피가 서로 다르다는, 역천(逆天)의 허상을 짓찢고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는 만민평등세상 근대 민주주의 첫 새벽을 활짝 연 동학농민혁명은 장엄한 역사의 꽃이다. 그 상처 위에 항일의병,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중항쟁이 열렸다. 그 열매가 바로 오늘이다. 대한민국 근현대 민족민주운동의 백두대간(白頭大幹)인 동학농민혁명은 역사의 준령(峻嶺)에 피어난 외롭고 높고 쓸쓸한 꽃이다. 그 꽃이 진 자리 상처 위에 열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갑오선열의 넋을 되새겨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가 사람일 수 있다. /문병학 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19.12.09 17:30

전북은행 창립 50주년

전북은행이 10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동안 전북 유일 향토은행으로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해 왔다. 몇차례 닥쳤던 금융위기에서도 내실을 다지고 정도경영을 내세워 자력으로 극복 성장해온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1969년 12월10일 전북은행이 고고성을 울리며 영업을 시작한 곳은 전주 전동의 3층 건물(현 새보건약국)이었다. 당시 납입 자본금은 2억원, 도내 기업인들과 함께 도민 1인 1주(株) 갖기운동을 추동력 삼아 첫발을 내딛었다. 개점후 정기예금 제 1호 통장을 1967년 연두교서를 통해 지방은행 설립을 강조했던 당시 박정희대통령(10만원)에게 발급한 것이 이채롭다. 전북은행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와 애정은 출범초 실적으로 이어졌다. 창립 100여일만에 총 예금규모가 10억원을 넘어섰고, 총 대출금은 5억7400만원을 기록했다. 지점을 유치하려는 각 지역의 열망으로 1972년 영업점수는 10곳으로 늘었고, 같은해 3월에는 지방은행 가운데 최초로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1973년 도내 일반은행 예수금 가운데 점유율이 30.7%였으니 당시 도민들의 향토은행 사랑을 짐작할만 하다. 하지만 시련도 없지 않았다. 1970년대 3개 기업에 대한 대규모 여신 부실사태가 잇달아 빚어지면서 은행장이 바뀌는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무엇보다 최대 고비는 IMF 금융위기 당시 혹독했던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릴 때이다. 몸집을 줄이는등 각고의 자구노력으로 공적자금을 받지않고 퇴출이나 합병 위기를 극복하는 뚝심을 발휘한 것은 50년 역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전북은행는 행보의 폭을 더욱 넓혔다. 2011년 자산 10조원시대 개막과 함께 2013년 JB금융지주 설립을 통해 JB우리캐피탈과 JB자산운용에 이어 광주은행을 인수했다. 특히 광주은행 인수는 항상 광주 전남에 밀리기만 했던 전북도민들에게 박탈감을 해소하고 자긍심을 안겨주는 쾌거였다. 2016년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ank)를 인수함으로써 지방은행으로서는 최초로 해외 진출에 성공, 글로벌 금융기업으로서의 토대를 다졌다. 창립 50주년을 맞는 전북은행 앞에 놓여진 과제는 결코 녹록치 않다. 최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의 수익성 건전성등 주요 지표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와 디지털 금융 경쟁 심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오픈뱅킹 확산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현안인 제3금융지 지정 및 금융타운 조성에도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이 필요하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내건 슬로건처럼 도민과 함께 새로운 100년의 비상(飛翔)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2.09 17:30

새만금청, 하이퍼루프 실증단지 구축 적극 나서라

정부의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 반영된 새만금 하이퍼루프 실증단지 구축사업에 대해 새만금개발청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비행기보다 더 빠른 초고속열차인 하이퍼루프 실증단지 구축사업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5차 국토종합계획 가운데 전북대도시권 형성을 위한 첨단교통체계 구축 내용 속에 담겨 있다. 즉 새만금과 내륙도시를 연계하는 대도시권 형성을 위한 광역첨단 교통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핵심사업이다. 지난 2009년부터 국가 R&D 기획과제로 하이퍼루프를 개발중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이미 모형 운송체의 튜브 주행실험을 성공시킨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하이퍼루프의 핵심장치인 기압튜브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또한 하이퍼루프 시범노선을 구축하는 실증단지로 새만금을 최적지로 꼽았다. 새만금은 내부 개발이 진행 중이기에 큰 제약이 없고 현재 사용하지 않는 방조제 아래 하부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범노선을 구축하는 데도 유리하다. 여기에 새만금 재생에너지클러스터가 구축되는 만큼 하이퍼루프에 공급하는 태양광을 연계한 운행 실험도 용이하다. 새만금에 하이퍼루프 실증단지가 구축되면 차세대 첨단기술과 관련된 부품소재 기업들이 새만금 산업단지에 집적화되면서 산단 활성화뿐만 아니라 새만금 관광에도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특히 하이퍼루프 실증단지 구축을 통해 새만금이 미래 첨단교통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새만금개발청이 지난 3일 열린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새만금 하이퍼루프 설명회 자리에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토정책과 배치된다. 정부의 R&D 투자 등 사업 추진 상황을 지켜본 후 판단하겠다는 것은 감이 내 입안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2017년 LG화학이 ㈜리튬코리아와 함께 새만금산업단지에 대규모 리튬공장 설립 투자와 함께 전기자동차배터리 공장 신설을 추진했을 때 환경문제를 이유로 거절했었다. 전북이 내친 LG화학은 올해 경북과 손잡고 제2 구미형 일자리사업과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규제자유특구까지 정부의 지정을 받아 추진 중이다. 새만금개발청은 LG화학의 전철을 밟아서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새만금과 전북 대도약을 위해 선물한 하이퍼루프 실증단지 구축에 발 벗고 나서야 마땅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9.12.09 17:30

알고 있다면 행하자. 일상생활 소방안전

최갑봉 한국소방안전원 전북지부장 큰 사고나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반드시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 및 징후가 존재한다. 미국 산업안전 선구자인 하인리히가 발견한 통계적 법칙이다. 즉,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각종 사고 및 화재에도 이 법칙을 적용하여 해석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 발생한 화재사례를 통해 큰 사고로 이어졌던 여러 징후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지난 2017년 제천 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는 주변 주정차로 인하여 현장진입 및 초기대응이 지연돼 화재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사건 뿐만 아니라 불법 주정차로 인한 현장진입 문제는 꾸준히 대두되어 왔기 때문에, 2019년 4월에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소방 관련 시설 중 신속한 소방활동을 위해 특히 필요한 장소에는 안전표지를 설치하도록 했고, 이곳에 주정차 시 일반 주정차 위반보다 과태료 기준을 상향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건물에는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다. 예를 들면 화재 시 자동으로 동작해 소화해주는 스프링클러설비, 화재사실을 경종 등 음향장치를 통해 알려주는 경보설비가 있다. 이러한 소방시설들은 평상시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제때 동작하기 위해선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고,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보수해야 한다. 소방시설은 대비에 목적을 가지고 있다. 전기, 가스 및 수도처럼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불편을 겪는 일은 없다보니, 관리에 뒷전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큰 사고는 소방시설이 미 작동하여 초기대응을 놓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능동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흔히 방화문이라 불리는 문들은 평상시에 늘 닫혀있는 상태로 있어야하며, 열더라도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이어야 한다. 이로써 화재 발생 시 인접구역 또는 인접 층으로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통행이 잦은 곳의 문이 항상 닫혀있으니 불편함을 느껴 고임목을 받쳐 놓거나, 말발굽을 설치한다는 등의 행위로 방화문을 열린 상태로 유지한다면 우리 스스로 방화문의 존재 이유를 없애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방화문을 개방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한다. 연기 또는 불꽃감지기를 설치하여 감지기 동작 시 자동으로 방화문이 닫힐 수 있도록 상호연동 시켜놓는 경우이다. 이는 방화문을 열어 놓을지, 닫아 놓을지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걷잡을 수 없는 큰 재난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수많은 사고소식을 접한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나의 집, 나의 직장을 살펴보자. 불법 주정차 차량, 소방시설의 주기적인 점검, 방화문 관리, 일상생활에 당장 지장이 없다고 방치한다면 이는 곧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반대로 이 작은 문제들을 하나하나씩 해결해 나가다보면 반드시 안전한 생활의 디딤돌이 될 것임을 기억하자. /최갑봉 한국소방안전원 전북지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19.12.08 16:27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