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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재산권 보호, 부동산등기 공신력 확보돼야

정동열 전북지방법무사회 회장 요즘 전원주택이 인기다. 필자의 의뢰인도 맑은 공기에서 노년을 보내기 위해 지인들과 공동으로 도시 근교의 임야를 한 필지 샀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진입도로를 내고 지목을 대지로 바꾸고 공평하게 분할 절차도 마쳤다. 그러던 어느 날 법원에서 소장이 날아들었다. 내용인 즉, 임야는 원래 종중 소유였는데 종중대표 등이 규약, 회의록을 위조하여 종중원 중 한 명에게 처분하였고, 이후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이므로 토지를 종중에게 반환하라는 것이다. 공인중개사 소개로 분명히 등기부상 소유자인 개인으로부터 샀는데 이 무슨 청천병력같은 얘긴가? 돌려줘야 한단 말인가? 안타깝지만 반환해야 한다. 우리 법제는 이른바 부동산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등기사건을 접수한 법원의 등기관들도 첨부서류가 위조되었는지 여부까지 심사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앞의 사안에서 의뢰인은 직전 소유명의자가 재산이 전혀 없어 매매대금을 돌려받지 못해 망연자실했으나, 다행히 종중대표의 불법행위에 대한 종중의 책임을 물어 종중으로부터 매매대금은 돌려받도록 도와드렸으며, 토지가치 상승분에 대해서도 다투고 있다. 위와 같은 일은 비단 종중이나 교회 재산 관련해서 뿐 만 아니라 인감증명서 위조나 부정발급 등의 수단이 동원되어 일반 부동산거래에서도 발생한다. 부실등기를 방지하여 부동산등기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대법원은 부동산 안전거래 통합지원시스템(일명 등기선진화)을 추진하고 있고, 등기원인증서의 공증제도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와 더하여 대한법무사협회는 대법원과 광범한 자료 검토와 4차에 걸친 등기제도정책협의회를 통해 자격자대리인(법무사 또는 변호사)에 의한 당사자 및 등기의사 직접 확인 의무를 골자로 하는 법무사법 개정안을 마련하였고, 지난 8월 16일 정부입법으로 제안되었다. 본인확인제도는 등기의 공신력 확보 뿐 만 아니라 이른바 브로커 사무장이 자격자대리인의 명의를 빌려 사건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하여 법조부조리를 근절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고, 법원행정처의 등기서류 전면 전자화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스캔문서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1월 27일 개정안이 대부분 등기실무상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던 사항을 보완하고 국민의 등기제도 이용 편의를 도모하는 내용으로 경미한 수정 이외에는 입법의 타당성이 높다고 하면서도,자격자 대리인 본인확인제도의 도입과 관련해서는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제도의 실효성 확보 한계 등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법률안 심의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본인확인제도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수정안으로 의결을 했다. 알맹이는 빼버리고 껍데기만 남겨 둔 꼴이다. 선거에서 낙선하면 변호사인 대부분의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만 수용하고 본인확인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눈과 귀를 막아버린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한마디로 변호사들은 등기업무를 전담사무장에게 맡기겠다는 자기고백이다. 우리 법무사로서도 매번 위임인을 직접 대면하여 확인서를 작성하는게 반가운 일만은 아니지만 등기전문가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미력하나마 등기의 공신력 확보에 동참하고자 한다. 대법원 등기규칙이나 등기예규를 통해서라도 본인확인제도가 실현되리라는 바람을 가져 본다. /정동열 전북지방법무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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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8 16:27

청년은 정치를 혐오하는가?

박혜령 전주시사회혁신센터 팀장 시민의 참여와 정당에 의한 대표를 핵심으로 하는 현대 민주주의의 유권자는 투표율은 198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이는 참여의 위기를 반증하는 것이자, 입법 과정에서 대표성의 위기를 보여준다. 특히 낮은 투표율을 보여주는 청년들의 탈정치화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변화의 주역이었던 청년들을 오히려 정치와 사회를 망치고 있는 계층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누군가는 청년의 정치 무관심을 탓하며 청년들은 취업준비, 스펙 쌓기 등 개인의 삶에만 집중하며 사회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청년의 탈정치화에 무책임하며 희망 없는 세대라며 소리 높여 비판하곤 했다. 청년들의 투표율이 5060 기성세대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청년들의 낮은 투표율을 비판의 대상으로 다루기 이전에 왜 낮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지속된 경제위기와 실업난, 주거문제 등으로 무력해진 청년세대가 그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정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따라서 투표를 하지 않게 되며, 많은 청년들은 선거를 통해 내 삶이 바뀌는 것을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며 투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치효능감이 적다는 것을 지적했다. 정치 효능감이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보고서(2010)에 따르면, 자신의 정치 행위가 실제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투표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정치 효능감은 가족, 교육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형성되는데 특히 집회와 같은 비투표적인 정치참여형식을 통해서 증대된다고 한다.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사태에서 이화여대 학생들과 광장의 청년, 청소년 행동은 변화를 확산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고, 강력한 정치 참여 동기를 확인하며 제19대 대선에서는 당시 2030 청년층의 투표율이 모두 70% 이상을 기록하며 기성세대의 투표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치에 참여하였으나 바뀌지 않았던 고난의 시간을 거친 청년들에게 낮은 투표율로만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외면을 이야기할 수 없다. 오히려 국가의 정치와 민주주의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어있었음을 볼 수 있는 지표로 판단해야 한다. 청년들은 저조한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명확한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화를 체험한 기성세대의 투표는 정치적 성향이 모호한 반면, 청년 세대는 새로운 가치를 체득한 명확한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청년 감수성 없는 청년 정책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체성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은 그에 따른 정치 효능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탄핵 촛불집회 등으로 아예 새로운 사회의 시작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투표를 백날 해도 청년 자신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면, 투표를 하러 몸을 움직이는 것을 오히려 비합리적 행동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고함뉴스) 촛불집회와 대선,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높아진 정치효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다시 정치에 무관심한 모습으로 회귀를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년 세대의 문제는 단순히 청년들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으며, 개인적 문제를 넘어 사회구조적 문제로 발전한다. 따라서 정치는 표를 얻기 위함이 아닌 청년들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진짜 정책을 내새워야 한다. 청년은 정치를 혐오하지 않는다. /박혜령 전주시사회혁신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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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8 16:23

천문학적 수준 복지예산 걸맞게 체감도 높여야

복지정책은 국민들의 현재와 미래의 행복한 삶을 떠받치는 버팀목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고용 불안, 경제 양극화 등 다양한 문제로 복지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예산도 천문학적 수준에 달할 정도로 늘고 있다. 그런데도 복지에 대한 체감도가 낮아 복지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연구원이 공개한 복지지출 수준 측정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전북도의 경우 도민 1인당 연간 복지 지출액은 385만원으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2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대전시와는 불과 1만원 차이로 전국 최고 수준인 셈이다. 같은 기간 지역내 총생산 대비로 따져볼 때 전북의 지역복지지출 비율은 15.9%로 전국에서 4번째로 높다. 전국 평균 10.2%에 비해 5.7%P나 높다. 실제 전북도가 책정한 내년 복지예산은 2조3945억원으로 전체 예산규모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경제, 건설, 환경, 문화 분야 예산을 모두 합한 것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해 복지예산 규모의 방대함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다른 광역자치단체 보다 두드러진 노령화와 청년층 유출로 취약계층이 늘어나면서 인구대비 많은 복지예산을 편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복지재정이 투입되면서 이뤄지는 삶의 질 향상이 인구 유입등의 긍정적 효과로 연계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전북의 경우 인구가 늘기는 커녕 오히려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체감도가 낮기 때문으로 이에 대한 정책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복지제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면 주민들이 정서적으로 만족하고, 계량화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전북도가 정책의 실효성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우선 추진하려는 공공영역의 돌봄 개념의 확장등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복지정책 확대를 위한 예산 확충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속 가능한 복지행정을 위해서는 예산지출 규모와 분배 가능에 대한 정확한 현황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아울러 복지와 관련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 마련과 함께 주민들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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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9.12.08 16:23

전주시 경제정책 ‘주먹구구’, 서민경제 살려라

전주시가 한옥마을 관광에만 치중한 반면 서민들 먹고 사는 문제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올해 시정방향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최우선과제로 선정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는 질타이기도 하다. 날로 악화되는 경제여건때문에 각종 경제지표가 최악인 상황에서 경제분야 전문인력이 전무하다는 것은 무사안일 행정의 표본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해 온 시정연구원에 경제분야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경제정책 난맥상을 여실히 웅변하고 있다. 아울러 전국의 70% 넘는 자치단체가 도입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성공모델로 평가 받는 지역화페 도입도 부진한 상태다. 누가 뭐래도 전주시의 정체성에 걸맞는 문화관광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서민들 경제살림이 팍팍하다 못해 고사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들이 뒷전에 밀려나 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구도심 활성화 명분으로 대대적인 도로환경정비에 나서면서 정작 주민들의 생계와 관련된 업종규제 조례를 만들어 서민 죽이기에 앞장선다는 뭇매를 맞고 있다. 전라감영길 일대 주변 상가가 대표적이다. 이 거리에는 2018년 조례 시행후 빈 점포가 9개 포함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은행대출까지 받아 상가를 지었는 데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업종의 입점을 규제함으로써 서민들 목을 죄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한옥마을에 전국 첫 관광트램 도입을 위한 설계용역비 5억원이 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아직 사업타당성 검토가 끝나지 않아 경제성 등을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형배 전주시의원은 5일 시정 질문을 통해 문화나 관광은 어느 정도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경제수준을 가늠하는 경제지표는 자체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이며, 전북이나 대전군산시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는 월별 경제동향지표조차 발표하지 않는 등 경제정책 전반이 미흡한 것으로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시의 경제정책은 시민의 삶과 직결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는 물론 정책전반에 대해 제대로 작동되는지, 성과는 있는지 점검하고 보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9.12.08 16:23

국회의원 깜냥

중국 당나라 시대 때부터 인재를 골라쓸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기준으로 삼았다. 중국의 정치제도나 문물을 들여다 쓴 우리도 똑같았다. 인재제일주의를 표방한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도 면접 때 이 기준을 놓고 인재를 골랐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골라 쓸 때 보는 관점은 비슷하다. 선출직은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더 높다. 조사결과 잘 생긴 후보쪽으로 붓뚜껑이 간다는 것. 영상매체 발달로 외모지상주의가 판쳐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오는 17일부터 내년 총선에 나갈 입지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너무 부정적이고 야박스럽게 후보를 본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갈수록 정치개혁에 대한 욕구가 늘면서 나라 장래와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더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그간 유권자들은 중앙 내지는 서울공화국 관점에서 후보를 평가해왔다. 대학은 SKY 출신인가 고시를 합격했는가 그리고 주요경력은 뭣인가로 깜냥이 되는지를 봤다. 흔히들 중앙집권적 사고에 물들어선지 우선 중앙 무대에서 활동했던 인물에 후한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평가가 그리 간단치 않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말처럼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을 알기가 버겁다. 고관대작을 지냈다고 다 유능하고 훌륭한 국회의원 깜냥이 아니다. 어려움을 극복해서 성공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높히 올라갔어도 노출만 안됐지 얼마든지 아킬레스건은 있게 마련이다. 일찍 고향을 떠난 사람은 가려진 부분이 많아 더 그렇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몇십년간 공직생활을 마친 후 출마하려고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의 면면이 다가온다. 평소에는 고향 발걸음도 않던 사람이 고향이랍시고 찾아와 혀 짧은 소리하는 걸 보면 기가 찬다. 그간 도민들은 보수정권한테 홀대받아 찬밥신세였지만 인동초처럼 살아왔다.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굳굳하게 고향 산천을 사랑하며 지켜온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때로는 불의에 항거하며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21대 총선은 너무 중요하다. 지금 정치판에는 어중이떠중이까지 나와 있어 깜냥이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현역들 한테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서 임기동안 지역발전을 위해 한일이 뭣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간혹 지방대학을 나와 줄곧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을 역량이 떨어진 것처럼 보는 시각이 있다. 그건 왜곡된 생각으로 잘못이다. 지금까지는 그밥에 그 나물마냥 새로운 인물이 없어 보인다. 무작정 중앙에서 고관대작을 지냈다고 후한 점수를 줄 게 아니라 인물됨됨이를 잘 살펴야 한다. 공직자 때 나라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봐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은 벌거숭이 임금님 마냥 모든 게 알려져 중앙에서 활동한 사람보다 불리할 수 있다. 지방에서 활동한 것이 결코 약점으로 작용해선 안된다. 얼마나 뜨거운 가슴을 갖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2.08 16:23

잼버리부지 매립공사 또 지역업체 찬반신세인가

집 마당인 새만금 개발사업 현장에서 역량과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 대형업체들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공사를 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6월 지역업체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새만금사업 지역기업 우대기준을 마련함으로써 그나마 도내 업체 참여율이 다소 높아진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지역업체를 살려야 하는 이같은 당위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행되고 있는 2000억 원 규모의 새만금잼버리 부지 1,2공구 매립공사가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의 참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업체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매립공사에 대규모 준설공사가 포함돼 있는데 별도로 발주가 이뤄지지 않고 매립공사에 포함되면서 외지 1군 대형 건설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될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준설공사가 매립공사에 통합 발주되면서 지역 전문건설업체 참여는 원천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1000억원 규모 정도 추산되는 준설공사는 자연스럽게 매립공사를 낙찰받은 1군 대형업체의 협력업체가 하도급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새만금 현지에 4000 8000마력의 엔진을 갖춘 준설선을 여러 척 보유하고 있는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은 어쩔수 없이 재하도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특히 재하도급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어 장비 임대형식으로 재하도급에 참여하면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렴한 단가 때문에 적자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갖추어 놓은 준설선과 인력을 놀릴 수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참여할 수 밖에 없는 딱한 상황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도산 위기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시행사인 농어촌공사는 "잼버리 행사를 위한 시설물 설치 때문에 준설만을 떼어 별도 발주가 불가능하고, 하도급 계약 관련도 시공사의 업무여서 관여할 수가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물론 법과 원칙에 따른 절차로 이해해야 하지만 열악한 지역업체의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준설공사의 분리발주가 지역업체에 도움을 주는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어려울 경우 재하도급 과정에서 단가 조정등의 중재로 지역업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주기 바란다. 전북도등 관련기관의 협조도 필요하다. 지역업체가 살아야 지역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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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9.12.05 19:05

연초박 비료원료 사용 금지 법 개정 서둘러야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참사 원인이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 때문인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비료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 개정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환경부에서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과 관련한 역학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연초박을 고온 건조하는 과정에서 1군 발암물질인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 등이 발생한다. 장점마을 인근에서 가동됐던 금강농산 비료공장에서도 지난 2006년부터 수천t에 달하는 연초박을 가열해서 유기질 비료를 생산해오다 30%가 넘는 마을주민들이 암에 걸렸다. 연초박 자체는 식물성 잔재물로 농사나 토질 개선을 위해 재활용할 수 있지만 퇴비로 사용하기 위해 가열이나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온도가 상승하면 다량의 발암물질이 배출된다는 게 선진국의 연구 결과다. 외국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초박은 보관 장소의 온도가 30도가 넘으면 1군 발암물질인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이 생성되며 300도 이상의 고온 건조 과정을 거치면 다량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에선 지난 1997년부터 연초박을 비료 원료로 사용하도록 허용하면서 유해성 여부에 대한 실험이나 검사는 따로 하지 않아 장점마을의 환경 참사를 초래했다. 더욱이 연초박을 불법적으로 가열 가공해 왔지만 관리감독기관인 전북도와 익산시는 단 한 차례도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 환경부의 비료공장 역학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농촌진흥청에서 연초박의 유해성에 대한 실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촌진흥청은 연초박의 유해성 실험 결과가 나오면 비료관리 법령 개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비료관리법이 먼저 개정되면 별도의 폐기물 종류를 신설해서 연초박을 재활용 금지 물질로 분류해 소각하거나 열분해 처리하도록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따라서 연초박의 유기질 비료 사용 금지와 함께 폐기물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또한 장점마을과 같은 비극이 나오지 않도록 환경업체에 대한 발암물질 검사 규정 변경도 병행해야 한다. 연초박의 발암물질 검사 규정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만큼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9.12.05 19:05

무엇을 남길 것인가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열두 달 기준으로 올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맘 때가 되면 대부분 한 해를 정리하거나 마무리한다. 개인은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면서 얼마나 최선을 다해서 살았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조직은 다양한 방식으로 성과를 살필 것이다. 조직도 그 성격에 따라 수익을 따져 평가하거나 성과라는 이름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이때 수익은 수입과 지출 항목의 비교를 통해 객관적 자료가 추출된다는 점에서 나름 명확한 기준을 갖게 된다. 하지만 성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평가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일을 많이 한 사람과 가치 있는 일을 한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인가. 이러한 기준은 조직이나 기관의 목표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공공기관, 특히 수익을 주로 창출하지 않는 곳에서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 기준에 따라 조직 운영과 사업 방식 등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공공의 문화 행사나 프로그램은 가능하면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전국노래자랑와 같은 행사를 떠올리면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므로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그 결론은 유명 연예인을 불러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지금도 지역축제에 연예인이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주민 참여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행사와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활동이 있을 수 있으며, 그러한 활동이 지역의 문화/예술 영역에서 중요한 성과가 측정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실제로 정책 차원에서도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과거 행사나 프로그램 중심에서 일상 혹은 활동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광역단체의 문화정책이 생활문화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처럼 주민들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문화/예술을 창조하거나 생산하는 주체로 드러나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필요한 것은 다양한 주민들이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와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일종의 플랫폼 조성이다. 공공의 방향은 이렇게 가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플랫폼이 주민들이 이용할 때 불편하거나 여러 제한을 겪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과 규정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주민들이 직접 공간을 운영하거나 기획하는 자산화 단계가 될 것이다. 이는 주민들이 단순히 관람객이나 소비자가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생활예술인, 동네예술가, 마을활동가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적어도 지역의 문화/예술 영역에서 성과로 경쟁해야 할 것은 사람과 경험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맞닿아 있으며 같이 움직인다.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과 행사를 진행했는가 하는 것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끝났다. 아무리 많은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사람을 남기지 못하고, 그 사람의 경험을 남기지 못한다면 그 지역의 문화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도시의 공간을 바꾸는 것은 몇 년 만에 가능할지 모르지만 도시의 문화를 바꾸는 것은 수 십 년, 아니 수 백 년이 쌓여야 한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이윤주 작가의 <나를 견디는 시간>(행성B, 2019)을 읽다가 오랜만에 만난 구절이다. 단 하루의 무상한 삶을 영위하는 하루살이들의 눈에는, 우리 인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겹게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존재로 보일 것이다. 한편 별들에 눈에 비친 인간의 삶은 어떤 것일까? 아주 이상할 정도로 차갑고 지극히 단단한 규산염과 철로 만들어진 작은 공 모양의 땅덩어리에서 10억분의 1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매우 하찮은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칼 세이건, <코스모스>)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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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5 18:59

명창의 후예

이날치는 1800년대 활동했던 판소리 명창이다. 경숙이란 본명이 있지만 젊은 시절, 날치같이 가볍고 날쌔게 줄타기를 타 날치란 이름을 따로 얻었다. 담양 출신인 그는 대부분 예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세습 예인이었다. 당초 줄타기로 재능을 발휘했던 그는 판소리에 마음을 두어 명창 박만순의 수행고수로 들어갔지만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박만순이 자신을 하인 다루듯 하자 박차고 나와 서편제 대가인 박유전 명창의 수제자가 되었다. 서편제 소리 계보를 잇는 이날치는 수리성 성음에 큰 성량을 갖고 있는데다 탁월한 기량과 빼어난 발림으로 청중들을 압도 했다. 특히 슬프고 한 서린 대목을 잘 표현했는데, 그가 <새타령>을 부르면 실제 새가 날아들었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그의 소리를 이어받은 이는 손자 이기중이다. 할아버지만큼 이름을 얻진 못했지만 이기중 역시 신영채임방울김연수 등 당대의 명창들과 교류하며 일가를 이루었다. 특히 <흥보가> 의 박타는 대목이나 <춘향가>의 이별 대목, <심청가>의 밥 빌러가는 대목은 청중들을 감동시켰던 대목으로 꼽힌다. 그의 딸이 명창 이일주다. 이기중은 자신의 딸을 일찌감치 소리꾼으로 대성할 재목으로 눈여겨 엄하게 가르쳤다. 7남매 자식들의 앞길을 걱정해 소리까지 작파했던 그가 왜 큰딸을 소리꾼으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리 배우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딸을 바로 세워 무섭게 가르쳤던 덕분에 이일주는 오늘을 대표하는 명창이 될 수 있었다. 이일주의 높고 단단하고 제대로 쉰 치열한 소리를 이어받은 사람은 조카 장문희 명창이다. 스물아홉 살, 대회 사상 가장 어린나이로 전주대사습 명창의 반열에 올라 주목을 모았던 그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적인 재능을 이모이자 스승인 이일주 명창의 혹독하리만치 엄한 가르침으로 더욱 잘 다듬어 오늘날 가장 주목 받는 소리꾼이 됐다.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교수는 이일주 명창을 판소리에서 최고로 치는 자질, 다시 말하자면 구성 있는 목과 서슬을 갖춘 명창으로 꼽는데, 장문희 역시 이 목을 그대로 물려받았으니 왕대밭에 왕대 난다는 옛 말이 틀리지 않다고 말한다. 오늘날에는 가업으로 판소리를 잇는 소리꾼이 거의 없다. 40대 젊은 명창 장문희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한 눈 팔지 않고 전통 판소리 전승에만 전념해온 장문희가 다섯 시간이 넘는 심청가를 음반으로 내놓았다. 명창의 후예다운 묵직한 걸음을 마주하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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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9.12.05 17:21

대타협으로 선거법 패스트트랙 수정안 통과 시켜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선거법 개정 패스트트랙 안이 성립할 때부터 예상했던 대로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애당초 지역구 국회의원 28석 축소로 225석. 비례대표 확대로 75석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안이었다. 정의당을 제외한 각 정당이 속내를 감추고 주판알을 튀기며 동상이몽으로 정치개혁 요구에 대한 여론의 눈치를 보며 패스트트랙 안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안은 현재 표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수정될 것이 분명하다. 선거법 개정에 동의하는 소수 정당들도 내심으로는 국회 의석을 늘려 비례를 확대하고 지역구는 현행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더구나 자신의 지역구 축소는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공개적으로 정의당과 시민사회에서 의석수를 늘려 비례의석을 확대하고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다만 국민 정서가 의원 수 확대는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 최대의 걸림돌이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도 지역구 의석 축소를 원하지 않는 것이 내심이다. 패스트트랙 안이 통과될 경우 전혀 유리할 것이 없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대 거대 정당은 여론을 빌미로 의원 정수 내에서 비례를 확대하길 바란다. 이처럼 대다수 의원들의 속내는 농촌과 지역의 대표성이 훼손되고 있는 와중에 더 이상의 지역구 축소는 농촌과 지역 대표성을 말살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9월에 수도권 인구가 전체 지역을 합친 인구를 추월했다. 지금도 한 달에 대략 2만 명 이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망국적인 수도권 인구 초집중이다. 어찌 몇 도시만으로 한 나라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 농촌과 지역 없이 서울과 수도권만으로 지속적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유례없는 서울과 수도권의 초집중은 숱한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고 지역은 황폐화를 넘어 소멸로 나아가고 있다. 더 이상 효율만을 강조하며 이를 방치하는 것은 공공의 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노무현 참여정부의 최대 치적인 지역균형발전과 지방 자치 활성화의 의제는 희미한 구호로 남아 있을 뿐이고 주요 우선 사업에서 밀려나고 수도권 규제 완화로 유명무실해졌다. 경제 활성화와 효율만을 추구하여 흐지부지 된 것이다. 오늘도 서울의 집값 폭등이 주요 이슈이다. 국토의 균형 발전과 지방자치 활성화로 인구의 적절한 분산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시해도 살인적인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없다. 수요의 확대와 투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과 지역이 소멸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농촌과 지역 대표성 유지를 위한 지역구 유지는 필수적이다. 고질적인 지역구도 완화와 다양한 정치세력의 정치 참여로 거대 양당의 독점적 병폐를 타파하며 정치 발전을 꾀하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도 일방적으로 지역을 희생하며 진행할 수 없다. 정치가 국민정서와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고 정치 혁신과 정당 개혁을 해나간다면 의원 정수 확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선거관련 의제들이 국민적 동의로 해결될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대타협의 정신으로 적정한 선에서 다수 안을 수정안으로 마련하고 통과시켜야 한다. 지역구 의석 250석, 비례 50석 안이 부상하고 있다. 대다수 정당과 의원들이 찬성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다. 서로 양보하며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모 아니면 도의 싸움으로는 정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소수 기득권 정치가 약화되며 정치 개혁이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통과로 촛불 혁명이 요구하는 정치개혁의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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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5 17:17

[금요수필] 실고추

최상섭 우리 속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맛있는 음식은 어머니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성의 자랑거리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교육목표는 결국 올바른 인간형성에 있다. 전통 가정에서 교육목표는 입신행도(立身行道, 훌륭한 사람이 되어 바른 길을 행함)라고 보았으며, 현대 가정에서의 교육목표는 자아실현(自我實現, 자기 자신의 능력과 개성을 충실하게 발전시켜 완벽하게 이루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 가정교육 중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의 음식요리 전통을 으뜸으로 여겼다. 특별히 전주음식이 유명한 것도 이런 가정교육의 전통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음식을 맛있게 잘 요리하는 것은 그 여성의 품격을 나타내는 지름길이다. 요즈음처럼 식도락을 즐기는 세상에 음식문화는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국가에서도 기간산업으로 장려하여 김치가 세계인의 밥상에 올라 한국의 음식문화가 세계적임은 우리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돈만 벌면 된다는 중국산 김치며 일본산 기무치가 세계인의 밥상에 오르는 게 현실이다. 새삼 김치가 뛰어난 발효음식임을 말해서 무엇하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 욕망 중에서 다섯 가지의 욕망을 오욕(五慾)이라 한다. 그 오욕(五慾)이라 함은 첫째가 식욕이요, 둘째는 성욕이며, 셋째가 물욕이다. 넷째는 수면욕이고, 다섯째는 명예욕이다. 그중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근원적 욕심이라 하여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욕망으로 여겼다. 사람은 반드시 먹어야 살고, 자손을 낳아야 후대를 이을 것이기 때문이다. 광활한 아프리카에서 뛰어노는 동물들을 보면 하루 종일 하는 일이 먹이를 구하는 일과 종족을 번식시키는 일에 집중되어 있다. 다행히 인간에게는 동물들과 달리 지식과 문화를 창출하여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 중에서 음식문화는 우리생활의 중요한 한 영역이 되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여성들은 정성들여 음식을 만들어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꼭 실고추를 뿌려 두었다. 이는 시각적 효과를 노리기 위한 음식 조리과정의 마지막 수단이다. 실고추는 붉은 고추를 잘 드는 갈로 실처럼 가늘게 썬 것을 말한다. 조리된 음식 위에 참깨와 몇 가닥 실고추를 뿌리면 훨씬 조화롭고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요즈음 참깨와 검정깨를 혼합하여 뿌리는 모습과 같다. 그러나 지금은 요리에서 실고추가 사라진지 오래다. 인스턴트 문화가 범람하는 세태가 가져다 준 영향이 아닐까 싶다. 반찬의 직접적인 맛 보다는 품격과 멋을 내는 일종의 소품이었던 빨간 실고추는 어머니가 밥상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을 때까지는 존재했다. 도마 위에 놓인 빨간 태양초를 부엌칼로 정성스럽게 실만한 두께로 썰어서 찌개나 반찬 위에 살짝 뿌려놓아야 음식이든 요리든 완성품이 되었던 것이다. 실고추를 많이 뿌리는 것은 멋도 맛도 아니다. 음식의 중심 부분에 빨간 실고추 서너 줄 뿌리면 시각적 효과에서부터 식감을 불러 오기에 충분하다. 어머니가 도마 위에서 써는 실고추에서 우리 전통음식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 시절 음식이 더 먹고 싶은 심정은 무엇 때문일까? * 최상섭은 수필가이자 시인이다. 김제 출생으로 한국시와 에세이스트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행촌수필문학회 등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까치는 징검다리에 수(繡)를 놓고〉 등 7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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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5 17:17

소집일자·복무기관 본인선택 인터넷 접수

소집대기자로 2020년에 사회복무요원 소집을 희망할 경우는 병무청 홈페이지(www.mma.go.kr)를 통하여 소집일자복무기관 본인선택으로 신청하고, 선발되면 복무를 시작할 수 있다. 소집일자복무기관 본인선택 접수대상은 졸업생 등 소집대기자, 재학입영연기자, 국외입영연기자이며 소집일자와 복무기관을 직접 선택하는 방법으로 2지망까지 신청가능하다. 접수는 오는 9일 오전 10시부터 16일 오후 6시까지 병무청 홈페이지를 통해 하면 되고, 선발결과는 19일 오후 2시에 발표될 예정으로 병무청 홈페이지에서 조회 가능하며 문자메시지로도 발송된다. 전북지역 본인선택 신청이 가능한 복무기관 공석은 사회복지시설, 지방자치단체 등 241개 기관 410여명이다. 소집대상자 선발은 본인선택 탈락횟수가 많은 사람, 출생연도가 빠른 사람 순이며, 2가지 조건이 동일한 경우는 무작위 전산 추첨하여 결정한다. 2020년도 사회복무요원 소집신청 일정 및 공석 현황 등 자세한 사항은 전북지방병무청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소집신청 경로는 병무청 홈페이지(www.mma.go.kr)-병무민원-사회복무-소집일자 및 복무기관 본인선택(선발)이다. 본인선택에 선발되면 소집일자 연기, 소집통지된 이후 취소, 복무 중 복무기관 재지정 등이 제한되니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본인선택 접수 시 금융기관의 공인인증서 또는 휴대폰 인증을 해야하며, 해외 유학자 등 국외입영연기자의 경우에는 나라사랑 이메일 인증 또는 민간 아이핀(I-PIN)으로 접속하여 신청할 수 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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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5 17:17

태양광사업, 주민 수용성 높여야 성공한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시대를 맞아 종래의 석탄화력 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작업은 시대적 요청이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미세먼지 등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추세에 발 맞춰 정부는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 6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2017년 7.6%에서 2040년 3035%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신재생에너지가 친환경적이긴 하나 자연 파괴와 경관훼손, 부동산 투기 조장, 빚 반사, 소음 등 부작용은 물론 외부 사업자들이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익만 취하는 행태로 인해 사회 갈등이 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태양광발전의 경우 패널이 전국의 임야를 뒤덮고 있고 지난해 2443㎡의 숲이 사라졌다. 최근 3년간 사라진 농지는 여의도 면적의 20배에 달한다. 군산지역도 우후죽순으로 태양광사업이 실시되면서 사업자와 주민, 주민과 주민 간에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옥구읍 어은리의 태양광 및 연료전지 발전사업이나 나포면 동동마을과 서왕마을 태양광사업 등이 그러한 사례들이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하나는 주민수용성을 높이는 문제다. 사업자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익공유체계를 대폭 도입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직접투자 혹은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 강원 철원군 갈말읍 행복산천 텃골마을의 주민참여형 철원 두루미 태양광 발전사업이나 전남 신안군 지도읍 일대의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은 주민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일정한 이익을 20년간 나눠 갖는 형태다. 또 영광 등 전남지역 8개 자치단체 주민들은 신재생에너지주민협동조합을 만들어 태양광사업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갈등을 없애고 공동 수익을 창출하려는 구상을 실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이 신재생에너지사업이 나와 직접 관련이 있는 사업이라는 애착을 갖게 되고 일자리도 함께 창출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갈등 해소를 위한 전문적인 기구를 설립하는 문제다. 전국적으로 이러한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므로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갈등을 중재할 기구를 둘 필요성이 크다. 이러한 주민수용성 제고와 전문적 기구를 둔다면 갈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9.12.04 18:28

국토계획, 정책반영 예산확보가 관건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국토종합계획은 국토의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과거엔 10년 단위 계획이 세워졌으나 참여정부 출범 이후엔 20년 단위의 장기 발전계획이 수립되고 5년마다 수정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제5차 국토종합계획의 총론과 지역계획에는 광역 연계협력 사업, 새만금과 교통 인프라, 제3의 금융중심지 조성 등 전북의 여러 현안들이 반영돼 있다. 이를테면 새만금은 첨단산업문화관광국제협력이 어우러진 세계적인 명품도시, 환황해경제권의 중심지로 조성하기로 명기돼 있고, 공공주도 매립과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도 명확히 설정돼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신공항, 항만 등 교통인프라를 활용한 글로벌무역 중심지로 조성하고 단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중심의 산업생태계 변화를 추구하는 한편 스마트 수변도시 및 한중 경제협력단지 조기 조성, 세계잼버리시설을 항구적 관광레저체육시설로 조성하는 내용도 담았다. 주요 연계협력사업 역시 17개 광역자치단체가 제시한 26개 중 전북도와 관련한 7개 사업이 포함돼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라천년문화권 △남해안 광역 문화관광권 개발 △가야문화권 조성 △전북대도시권 형성을 위한 첨단교통체계 구축(철도 포함) △동서 내륙간선도로 확충(동서3축 고속도로 등) △동서 내륙철도 확충(대구-광주, 김천-전주 내륙철도) △강원-충청-호남을 연결하는 산업 및 교통망 구축이 그러한 사업들이다. 하지만 국토종합계획은 어디까지나 장기 계획일뿐 계획에 들어있다고 해서 현안들이 저절로 성사되지는 않는다. 또 속도를 내야 할 현안, 신규로 추진해야 할 사업, 사후관리해야 할 사업 등 각기 그 성질도 다양하다. 국토계획에 반영된 사업들은 앞으로 부문별 계획 수립과 중앙 관련 부처와의 협의 등을 거쳐 추진 여부가 결정된다. 따라서 정책반영과 예산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전북도는 마침 전북 대도약을 선언한 터라 국토계획은 이를 뒷받침할 호기다. 전북도와 정치권은 주요 현안들이 제때 추진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19.12.04 18:28

공원일몰제

자치단체가 공공의 복리증진을 위해 도로와 공원 학교 주차장 운동장 유원지 하천 등 기반시설을 도시계획시설로 묶어 관리하고 있다.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지정되면 건축과 공작물 설치 등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때문에 도시공원을 지정만 해놓고 장기간 방치하다 보니 토지소유주들이 재산권 침해로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에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이 같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에 따라 2000년 7월 이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놓고 20년 이상 시설을 만들지 않으면 그 효력이 상실되도록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것이 공원일몰제다. 공원일몰제 도입으로 내년 7월부터 공원 부지의 효력이 상실되는 면적이 전국적으로 1만9600곳, 340㎢에 달한다. 축구장 5만 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전북은 공원일몰제 대상 부지가 691곳, 24.51㎢에 이른다. 문제는 20년간 개발하지 않고 방치해 온 공원 부지를 해제하지 않으려면 자치단체에서 매입해야 하는데 천문학적인 매입비용이 소요된다. 전주시는 덕진공원과 기린공원 황방산공원 산성공원 등 도시공원 15곳, 1447만㎡를 해제하지 않고 매입하기로 했다. 공원 부지 매입비용만 3500억원, 공원시설 조성비로 8000억원 등 총 1조1500억원이 들어간다. 전주시는 우선 지방채를 발행해 매입비용을 충당할 계획이지만 재정여건상 막대한 공원조성비를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실정이다. 군산시는 일몰제 대상 공원 27곳 가운데 중점관리 공원 5곳에 대해 자체 예산 750억원을 투입해 사들이고 나머지는 추후 매입할 계획이다. 부지매입과 공원시설비로 대략 4000억원 정도 필요하다. 익산시는 일몰제 대상 공원 19곳 중 마동모인수도산팔봉공원 등 도심권 5곳을 민간개발방식으로 추진한다. 약 3000억원 정도 매입비용은 절감되지만 민간개발 사업자에 대한 특혜시비 소지도 낳고 있다. 정부는 자치단체가 공원 조성 목적으로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이자비용을 최대 70%까지 지원하고 토지은행을 활용해 공원 조성비용을 조달하게 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정자립 여건이 열악한 도내 자치단체로서는 공원일몰제가 큰 재정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국회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지원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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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9.12.04 18:28

누가 개혁을 막는가

김관영 국회의원 올해 정기국회가 시계제로 상태다. 여야간 합의처리하기로 한 비쟁점법안 모두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한 후 국회 법안처리가 모두 멈췄다. 민생과 경기회복을 위한 법안마저 당리당략에 묶였다. 협상문을 걷어 닫아버린채 몽니만 부리는 제1야당의 행태가 개탄스럽다. 국회는 원래 조용할 날이 없다. 다양한 사회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곳이기에 늘 시끄러운 곳이고, 그게 어쩌면 당연하다. 동시에 국회는 이런 이해관계들을 모두 모아 서로 합의 가능한 수준의 대안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어느 한편의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조금씩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곳이 국회다. 20대 국회는 우리 정치사에 매우 큰 이정표를 세웠다. 민간인에 대한 국정농단 혐의를 놓고 현역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의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은 우리 사회 개혁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우리 국회의 개혁 과제는 크게 정치개혁과 사법제도 개혁이었다. 유권자의 표심 그대로의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과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수사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이 그 핵심이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화 된 정치사법제도 개혁은 올해 초 첫 번째 분수령을 맞았다. 소위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면서 양대 개혁을 위한 관련법안에 대한 국회 처리에는 속도가 붙었다. 허나 여야 합의는 지난한 과정의 반복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기득권 유지를 위해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자유한국당과 이에 동조하는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 때문이었다. 국회가 협상의 장이 됐던 것은 서로 최소한 협의 가능한 안을 가지고 테이블에 앉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안이라고 내놓은 지역구 270석, 비례대표 폐지안은 위헌소지는 물론이고, 비례성에 있어서는 현행보다 후퇴하는 개악안이었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햅의해 놓고도, 손바닥 뒤집듯 기득권에 집착해서 과거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동물 국회를 만들었던 올해 봄의 패스트랙 정국 때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의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여야간 무쟁점 법안에 대한 처리에 대해 합의해 놓고 본회의 개최 불과 30분전에 모든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이다. 사실상 정기국회 내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황당한 것은 자당 소속 의원들이 대표 발의하였거나 상임위원회에서 통과시킨 법안까지도 반대토론 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간 필리버스터는 특정안건에 대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19대 국회 때 야당의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의 경우는 여당 국회의장이 이를 인정했다. 건강한 국회라면 인정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이번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는 국회 의사일정 자체를 거부하는 필리버스터였고, 민생법안을 볼모로 한 필리버스터였기에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208건의 법안이 본회의 표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자유한국당은 이 중 극히 일부안건에 대해서만 반대입장을 밝혀 왔던 터라 이런 자유한국당의 행동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개혁은 당장의 당리당략이 아닌 거대한 민주주의 발전의 흐름 속에서 대승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개혁을 가로 막지 말아야 한다. 만약 20대 국회가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자유한국당은 민심의 준엄한 평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김관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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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9.12.04 16:30

망양보뢰(亡羊補牢), 양을 잃으면 반드시 우리를 고쳐야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얼마 전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가 있었다. 첫 순서로 민식이(故 김민식) 엄마 박초희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박씨는 북받치는 감정을 붙잡고, 민식이처럼 스쿨존에서 사망하는 아이가 더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며칠 뒤 정부와 국회는 스쿨존에 과속카메라와 신호등을 설치하기 위한 예산 1,000억 원을 추가 편성하였다. 민식이법도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민식이뿐일까. 돌이켜보면 우리 주변에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 7월에는 양천구 빗물배수시설 사고, 잠원동 철거현장 붕괴 등 유난히 사고가 많았다. 작년 6월에는 서울 한복판 용산에서 노후 상가가 붕괴하는 일도 있었다. 2년 전쯤 밀양 세종병원과 제천 복합건물 화재는 수십 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분명한 점은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정부는 최근 발생한 주요 재난사고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의 안전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잠원동 철거현장의 감리자는 단 한 번도 현장을 찾지 않았고, 용산 상가는 붕괴조짐이 있다는 주민들의 수차례 민원에도 건물주와 관할구청 모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실효성 있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학교, 병원, 공연장과 같은 다중이용시설부터 불시점검을 수시로 실시하고, 내년 국가안전대진단은 약 10만개의 위험핵심시설 점검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정부는 직접적 노력 외에도 시장의 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안전정보의 공개가 그것이다. 예컨대 시설물의 점검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시설주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안전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밀양 세종병원이 가연성 재료로 불법 증축개축한 사실을 환자들이 알았다면 어땠을까? 정부는 현재 생활안전지도에서 교통안전, 재난안전, 치안안전, 시설안전, 등 각종 생활안전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앞으로는 안전정보 통합공개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민생활과 밀접한 시설물의 안전정보를 매우 상세히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안전 선택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이 노력들은 시민들의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풍조가 자리 잡지 않으면 사고를 줄이기 어렵다. 제천 복합건물의 비상구 출입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양천 빗물배수시설 사고 당시에는 긴급한 위험상황을 전달하기 위한 사람도, 장비도 부족했다. 눈앞의 이익과 편의를 추구하다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생활 속 안전신고를 위한 안전신문고, 스스로 점검개선하는 자율안전점검, 4대 불법 주정차와 같은 고질적 안전무시 관행 근절, 체험형 안전교육을 위한 안전체험관 등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에 시민들이 공감하고 적극 참여해주기 바란다. 중국에 망양보뢰(亡羊補牢), 즉 양을 잃으면 우리를 고치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양 한 두 마리가 늑대에게 희생되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우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재발방지가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속담처럼 소 잃고 후회하는 일을 피할 수 있고, 안전한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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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4 16:23

돕지 말고 함께 하자

이윤애 전북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대표위원(재)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 집 오빠 집 아냐? 오빠 살림 아냐? 애는 오빠 애 아니냐구? 왜 남의 일에 선심 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육아에 가사일에 찌들어 동분서주하는 지영이 대현에게 쏘아붙이며 하는 말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남편 대현은 지영을 끔찍이 생각하는 자상한 남편이다. 아이 목욕시키려고 일찍 퇴근했고 명절 때 설거지를 해주기도 하는 등 육아나 집안일을 돕겠다고 하지만 영화 속 장면은 항상 아내는 집안일을 하고 있고 남편은 그 옆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쉬고 있다. 영화 속 지영이는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힘겹고 우울하고 가끔 베란다에 나가 멍하게 있으면 가슴이 쿵 내려앉는 느낌을 받는다. 힘겨워 하는 지영의 복직을 위해 대현이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하자 급기야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아들의 앞날을 망치는 일이다며 상처주는 말을 한다. 대한민국의 모범적인 남편이고 따뜻하고 좋은 시어머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나 집안일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일가정양립지원정책의 일환으로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전폭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정부정책에 힘입어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비율이 점차 상승하고는 있으나 사용빈도나 기간에서 낮고 부차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영화 속 시어머니처럼 사회인식의 문제는 요원하다. 여전히 여성들은 독박육아를 면치 못하거나 돌봄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워 일을 그만둬야 하는 절박한 문제이다. 지난달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경력단절여성 비중이 19.2%로 지난해 20.5%에서 1.3%포인트 하락했으며 이는 정부의 일가정양립정책과 경력단절예방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경력단절여성들에게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일에 관여하는 사람으로서 이 통계발표에 잠시 고무되어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통계에 반전이 있었다. 올해 3분기 출생아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합계출산율은 0.88명으로 관련 통계작성 이래 가장 낮다고 한다. 통계청의 발표이후 각종 언론에서는 인구절벽이라며 대서특필한다. 두 통계치는 연동되어 설명이 가능하다. 출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여성들의 경력단절요인이 사라진 셈이다. 그동안 결혼과 출산과 육아는 여성 경력단절의 주요인이었다. 특히 올해 통계에서는 처음으로 결혼과 출산보다도 육아가 경력단절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육아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부정책에도 함께 하면 든든하고 행복하다는 슬로건에도 여전히 육아는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다. 영화 속 남편과 시어머니처럼 의식의 변화는 더디다. 돕는 사람은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객체이지만 함께 하는 사람의 위치는 공동의 책임자이고 주체가 된다. 아이 키우는 일에 정부도 국민도 남편도 돕지만 말고 함께 하자. /이윤애 전북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대표위원(재)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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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4 16:23

'암 마을' 막전막후

제가 처음 익산 장점마을을 찾은 게 불과 석달 전이다. 지난 9월 추석을 전후해 두 차례 전북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원우들과 함께 격려금을 전달하고 주민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 마을과 관련된 소식은 집단 암 마을이라는 게 고작이다. 왠지 모를 선입감 때문인지 발길이 무거웠지만 막상 마을로 들어서면서 생각보단 훨씬 정겹고 푸근한 느낌을 받았다. 여느 동네처럼 잘 가꿔진 진입로 너머로 둥지를 튼 깔끔한 집들이 인상적이었다. 첫 방문 때와 달리 두 번째 우리 일행을 맞는 주민들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웃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 문상 갔다 오는 길이란다. 18년 동안 이어진 죽음의 터널에서 아직도 고통과 아픔은 이들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살아있는 주민들도 불안하긴 매한가지. 혹시나 나도 걸리지 않을까 하는 섬뜩함과 피부병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2016년 전북일보가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회문제화 됐다. 앞으로도 암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면서도 울분을 토해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고통 받고 죽는데도 익산시는 물론 도청, 환경부, 정치인까지 나몰라라 한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수십 차례 하소연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며 절망의 눈빛이 역력했다. 마침내 지난달 14일 환경부가 인근 비료공장 원료인 원초박 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사태해결의 포문이 열렸다. 이후 언론에서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이슈화 되고 있다. 행정기관자치단체도 앞다퉈 각종 예방대책과 지원약속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마을상황이 궁금해 어제 최 위원장과 통화했다. 그는 대뜸 환경부 등 중앙부처는 익산시에만 책임을 떠넘긴다. 관리 감독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익산시도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아 답답하다 며 닥터헬기로 유명한 이국종교수 얘기를 꺼낸다. 언론에서 요란하게 떠들고 현장에서 건의해도, 행정의 중간관리자 때문에 안 바뀐다 고 응급의료체계 허점을 격정 토로한 이 교수의 말을 인용한다. 그런 가운데 익산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소식을 접했다. 떠들썩한 언론보도용 사과나 대책발표 보다는 당장 절실한 문제해결에 나선 후, 제도장치 마련을 통해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구체적으로 풀어야 한다. 지금은 고기 잡는 방법보다 물고기를 줘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2.0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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