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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농촌의 특별한 일손맞이

천군만마(千軍萬馬)다.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떠나는 농촌’에 든든한 지원군이 들어오기 시작한 지⋯. 남녘의 꽃소식과 함께 우리 농촌에 반가운 손님들이 속속 찾아오고 있다. 부족한 일손을 도울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다. 각 지자체가 공항에서 이들을 인솔해 마련한 환영식에는 지역의 농업 관련 기관장과 농업인단체장들은 물론 지자체장까지 어김없이 참석해 이들을 반기고 있다. 청년이탈과 고령화로 영농기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농도 전북이 요즘 ‘일손맞이’로 분주하다. 고창군이 앞장섰다. 고창군은 올해 2600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배정받았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 지난달 100여명이 입국해 농가에 배치됐고, 이달에는 1500여명이 들어온다. 멀리서 찾아오는 귀한 일손을 맞기 위해 준비도 철저히 했다. 전국 최초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기숙사를 마련했고, ‘외국인 계절근로자 관리센터’도 설립했다. 올해는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의 상황에 정통한 계절근로자 전문관을 최대 6명까지 채용해 농가와 근로자 간 원활한 소통을 돕고, 무료 건강검진‧사랑의 옷 기부행사 등 복리증진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제’는 파종·수확기 등 농어업 분야의 계절적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농어촌 인력난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사업은 점차 확대됐다. 그러더니 몇 년 전부터는 국가와 지자체가 오랫동안 공을 들였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친 인구문제를 적극적인 이민정책으로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인구대책의 무게중심이 이민정책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지원 및 이민정책을 전담하는 외국인국제정책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금 농촌에서 외국인 일손을 마냥 쉽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크게 늘고는 있지만, 지역별로 배정된 인원 범위에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또 어렵게 구한 근로자들이 무단 이탈해 영농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게다가 이들의 인건비와 숙식비 등 고용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해 농가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계절근로제를 농촌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민정책은 지금 지구촌의 ‘뜨거운 감자’다. 세계 곳곳에서 이민자와 난민 유입에 대한 자국민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치안 악화 등 심각한 부작용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인력 확대와 이민 활성화 정책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민정책에 대한 논의는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당장 다른 대안이 없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이다. 현장에서 요구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이탈 방지와 효율적인 체류 지원 대책이 급하다. 그래서 고창군의 준비된 일손맞이가 더 눈길을 끈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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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3.17 18:21

우리에게는 더 많은 노래가 필요하다

휘게(Hygge), 행복의 나라로 알려진 덴마크에는 함께 노래하는 문화 ‘펠레상(Fællessang)’이 있다. 전 세계적 재난이었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 고립된 상황에서도 덴마크 국민들은 각자의 창가에서 같은 시간, 같은 노래를 부르며 불안을 이겨냈다 한다. 상상만해도 놀랍고 부러운 광경이다. 이한나 작가의 저서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덴마크의 성인들을 위한 학교, '호이스콜레(Folkehøjskole)'에서 사계절을 지내며 접한 ‘펠레상‘을 일러스트와 사진,글로 담아내었다. 저자는 출간 이후 매 달 한 번씩 정기 싱얼롱을 열고 있다는데, 이번 달에는 군산회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한국에 이주한 지 30년이 되었다는 오오우치 가즈에씨도 함께 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일본 노래 ‘후루사토’를 부르며, 일본인들이 봄마다 꼭 즐긴다는 사쿠라모찌와 일본 과자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베트남 교환학생과 캄보디아 가족 참가자들도 함께 자리해 다양한 고향 이야기와 노래를 나누었다. “나 그리운 곳으로 돌아가네.” 정미조의 <귀로>를 들을 때는 ’좋은 노래구나’ 싶었는데 막상 가사를 직접 보며 불러보니, 어릴 적 뛰놀던 산골마을의 풍경이 떠올랐다. 그곳을 갑자기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기억, 그리움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타인의 입장과 일치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덴마크는 이주자를 존중하는 사회지만, 라마단 계열의 외모를 가진 싱어송라이터 이삼 바치리(Isam Bachiri)는 여전히 “너희 나라는 어디냐?”라는 질문을 듣곤 한단다. <라마단 코펜하겐>은 덴마크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도 이러한 질문이 던져지는 현실을 담고 있는데, 이 곡이 덴마크 노래집 호이스콜레송북(Højskolesangbogen)에 정식으로 수록된 일은 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겠다는 선언과 같은 의미라 한다. “우리는 모두 일을 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하는, 소중한 누군가의 가족” 하림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를 부르면서는 지난 겨울 김제에서 작업 중 세상을 떠난 몽골 출신 노동자 강태완씨를 떠올렸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해 자란 그의 모습, 미등록 이주 아동이란 이유로 오랫동안 법적 지위를 얻지 못했던 모습,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새벽부터 피켓을 들고 서 있던 그의 어머니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한 달이 지나서야 회사는 공식 사과를 했고, 노동부는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금요일만해도 3건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있었다. 우리도 덴마크와 같은 ‘펠레상‘ 문화를 가질 수 있을까? 1980년대만해도 추임새를 넣으며 서로 흥을 북돋우는 노래 문화가 있었지만, 점점 개인화가 진행되며 이제 노래는 많은 이들 앞에서 부르기 어려운 것, 점수나 순위로 평가되는 경쟁의 문화로 변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러나 최근 탄핵집회 현장에서 세대를 초월해 각양각색의 빛나는 응원봉과 깃발을 들고 함께 불렀던 노랫소리에서 우리만의 ‘펠레상’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노래는 우리를 연결하고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을 기억하게 한다. 우리에게 더 많은 노래가 필요한 이유이다.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기에, 전정미 삐약삐약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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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7 18:19

톡 쏘는 맛의 대이동, 군산이 새 중심지로 떠오를까?

홍어, 그 이름만 들어도 아찔한 향이 상상되는 이 해산물. 톡 쏘는 맛과 특유의 향이 사람을 유혹하거나, 반대로 그 강한 특성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홍어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실려있으니 적어도 1400년대 이전부터 먹어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홍어는 단순히 "그 맛"으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남도 사람들의 잔칫상에서 빠질 수 없는 별미로, 한국의 전통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홍어는 본래 흑산도의 대표적 특산물이다. 그 맛이 독특해 ‘남도 삼합’의 핵심 재료로도 유명하다. 홍어는 오래된 김치와 돼지고기, 그리고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홍어는 기운을 더해주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하여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톡 쏘는 맛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군산이 새로운 홍어 집산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통경로의 변화가 아니라, 기후변화와 해양환경 변화가 만든 경제적 흐름일 가능성이 크다. 홍어는 차가운 수온을 선호하는 어종으로 전통적으로 서해 남부와 남해에서 많이 잡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서해의 평균 수온이 상승하면서 주요 서식지가 점차 북상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도 과거보다 따뜻한 기온이 유지되면서 홍어의 주요 어장이 흑산도에서 점점 위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이는 홍어뿐만 아니라 다른 어종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해양생태계 변화의 일부로 볼 수 있다. 홍어가 군산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군산항과 인근 어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군산은 전통적으로 조기, 꽃게 등의 수산물 집산지였지만, 홍어 어획량 증가(‘17년 4톤→’18년 36톤→‘21년 1,417톤)로 인해 관련 산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홍어는 숙성 과정이 필요한 특수한 어종으로 가공업과 유통망이 함께 발달해야 한다. 이미 군산에서는 홍어 전문 유통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기존의 흑산도산 홍어를 유통하던 상인들도 점차 군산산 홍어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지역 내 홍어 음식점도 증가하고 있어, 군산이 새로운 홍어 소비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홍어의 이동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 흐름이라면, 군산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홍어 가공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브랜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흑산도 홍어”라는 브랜드가 강한 만큼, “군산 홍어”를 차별화하는 마케팅 전략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생태계 변화는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홍어가 군산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곧 남쪽 지역에서의 어획량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기존 홍어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해양환경 변화가 예측 불가능하게 진행될 경우, 군산에서의 홍어 어획이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홍어의 이동은 기후변화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군산이 새로운 홍어 중심지로 자리 잡을 것인지, 혹은 또 다른 해양환경 변화로 인해 새로운 변동이 일어날지는 앞으로 관찰이 필요하다. 다만, 변화 속에서 기회를 잡는 지역이 경제적으로 살아남는 법이다. 군산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제 그 답을 찾아야 할 때다. 류승규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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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7 18:19

구하라법으로 상속권을 구하라!

회사를 운영하는 의뢰인께서 최근 사고로 사망한 직원의 어머니가 보낸 ‘망자의 아버지는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망자를 부양한 적이 없어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예정이니, 일단 사망보험금 등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사망보험금 등 지급금지 가처분 서류를 받고, 그 대응방법을 문의하러 왔었다. 이는 2010년 천안함 침몰로 사망한 장병과 2020년 순직한 소방관 딸의 유족 급여를 받기 위해 수십 년 만에 나타난 부모, 가수 구하라 씨의 친모가 12년 만에 나타나 상속재산의 일부를 가져간 사건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동안 연락 한번 없던 부모가 자녀 사망 후 갑자기 나타나 재산을 상속받는 어이없는 일을 막기 위해 소위 ‘구하라법’이라 불리는 개정 민법이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상속권 상실이 예정된 사람에게 상속재산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전 예방조치로 보면 된다. 즉, 이혼 후 홀로 망자를 양육한 어머니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아버지에 대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예정인데, 다만 개정 민법 시행이 2026. 1. 1.이라 당장은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없지만, 개정 민법 부칙 제3조에서 2024. 4. 25. 이후부터 개정 민법 시행일인 2026. 1. 1. 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한다)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사람에 대해 위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으니, 일단 사망보험금 등을 지급하지 말고 2026. 1. 1. 이후 상속권 상실 청구 결과에 따라 지급하라는 것이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2024. 4. 25. 직계 존․비속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림에 따라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은 불합리한 상속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된 ‘구하라법’이 2026. 1. 1.에 시행되지만, 시행 전에도 피상속인에게 헌신한 진정한 상속인은 구하라법을 통해 상속권을 구할 수 있으니, 적극 대응하길 바란다. 박형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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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7 18:19

전라 천년도읍 정신 기리자

천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해온 전라도.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한 긍지와 자부심은 넘실대는 이땅의 주인공이다. 마한의 중심지역으로부터 시작하여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대한민국에 이르러 21세기를 맞은 유구한 역사와 함께 진화를 거듭해왔다. 조선 시대에는 전라감영이 전주에 소재하면서 호남과 제주를 관할하는 정치, 경제, 문화의 전통을 수립한 곳이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은 호남평야라는 쌀의 고장으로 맛과 멋, 풍류를 다듬은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따라서 전라북도라는 명칭은 호남의 상징이요 우리나라 풍요로운 고장으로 삶의 본질을 풍미로 새김질해온 높은 격조와 수준은 한반도의 제1봉이다. 전라북도는 그동안 128년이라는 짧지 않은 명칭을 사용해오다 지방 자치선거로 2022년 7월 1일 취임한 김관영 지사는 도민들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2024년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로 승격시켰다. 김 지사는 국가적 안목에서 수도권 집중과 전북지역의 경제, 인구 정체와 특별자치도 승격을 통한 행정, 재정자율권 확대, 국가 균형발전 특별회계신설 및 예산지원확대, 전북 내 특화산업 및 지역경쟁력 강화, 전북도민의 지속적인 요구와 정치적 지원 등을 내세워 중앙 정치 무대를 발판삼은 기반을 토대로 발로 뛰면서 전북특별자치도 승격을 이루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전북은 새역사창조에 독자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목적달성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함은 시대의 변천과 AI라는 인공지능과 첨단과학 문명 시대에 대비하며 대망의 새만금 시대를 열어가는데도 엄청난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획기적 발전의 디딤돌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과 관련해서 군산, 김제, 부안 등 3 시군의 관할권 문제로 지역 간의 갈등은 물론, 군산시에 방문한 김관영 지사와 시의원 간의 욕설 등은 볼품 사나운 정도가 아니라 상호정치력 부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문제는 군산시는 새만금 신항은 군산항과 연결 운영하는 원 포트와 수변도시관할을 주장하고 있으며 김제시는 군산항과 분리, 독립된 새만금 신항으로 운영하는 투 포트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군산시는 “전북도에서 위촉한 조정위원들의 의견발표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냐”며 단식 등 격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첨예한 대립각은 양쪽의 주장에 일리는 있다고 하겠으나 현실성이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우선 새만금신항은 구역 관할에 앞서 정부 차원에서 국제항으로서 위치와 수심 유지 등 종합적인 판단 아래 위치선정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현 군산항과의 연계성까지도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항만 관계자들은 일단은 원 포트인 군산항과 새만금신항을 하나로 묶어 운영토록 함이 타당성이 있다는 견해들로 알려져 있다. 그에 반해 새만금신항의 독립 운영은 물류유치 등 항만운영과 관련하여 종합적인 판단으로 볼 때 독자적 운영은 아직 빠르다는 의견 들이다. 단계적으로 검토해볼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놓고 군산시와 김제시는 전북발전과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고 적절한지에 대해 심도 있게 미래지향적인 정치력까지도 발휘할 수 있는 용단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언젠가는 관할 구역에 상관없이 새만금특별자치시로 발전하게 될 터이기 때문이다. 지금 전북특별자치도는 2036년 올림픽 하계대회에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국제경쟁에 뛰어들었다. 금세기적인 과업이다. 유치 지역 결전에서 강적 서울을 본때 있게 따돌리고 전북유치지역으로 확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에 전북도민은 전주, 완주 통합을 포함하여 지역 간의 갈등과 상호비방, 비난을 멈추고 하나 되는 도민의 화합을 이루어 전북특별자치도의 우뚝 솟는 전라천년도읍정신을 기리고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 김철규 전 전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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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7 18:18

여야, 모두 탄핵 결과에 승복해야 국가안정

헌법재판소가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향후 대한민국 국가의 안정을 위해서는 여와 야를 막론하고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거기에 깨끗이 승복해야만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호남과 영남, 노동자와 사용자, 청년과 중장년층간 갈등과 대결은 극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탄핵 문제에 대해 지금 이 나라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게 아니라 각자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논리가 달라지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를 감안할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마당에 시급한 것은 탄핵 심판에 앞서 무조건 승복하겠다는 확실하면서도 결연한 의사표시가 나와야 한다. 지도부의 입장이 다르고, 정당 소속 의원들의 행태가 다른 이중적인 작금의 상황은 안타까울뿐 아니라 향후 커다란 혼란을 예고하는 중대한 시그널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탄핵 심판이 인용되든, 각하나 기각되든 확실한 승복 입장을 밝히는게 급선무다. 그 중심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있다. 먼저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탄핵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당론 탄핵 승복 입장을 밝혔으나 여권 일각에서는 탄핵반대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또한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재명 대표는 이미 지난 12일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 나이트'에 출연해 "(헌재 판결에)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아직도 민주당은 당론 탄핵 승복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고 의원들은 탄핵 촉구 여론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당 대표 등으로 구성된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은 지난 10일 국회 및 여야 정치권이 헌재 탄핵 심판 결론에 승복해야 한다는 결의안 채택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헌법상 권한에 따라 헌재가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당사자들은 따르면 되는게 상식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상식이 아닌 진영논리에 의해 선악의 판단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이제 운명의 시간이 임박해졌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책임있는 자세로 탄핵 결과에 대한 승복을 겸허한 자세로 국민앞에 확실히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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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3.17 14:23

종광대2구역 보상, 전주 정치권이 나서라

후백제 유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전주 종광대2구역 보존이 확정된 가운데 재개발 정비사업 무산에 따른 보상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보상을 위해서는 전주시가 막대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나 돈줄이 마른 전주시로서는 여의치 않아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전주의 뿌리요 자긍심인 후백제 유적 보존을 위해 전주시는 물론 전주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힘을 보탰으면 한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14일 열린 전주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제기됐다. 박형배 시의원은 "전주시가 단독으로 막대한 보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풍납토성특별법처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광대 재개발사업은 전주시 인후동1가 일대 3만1243㎡의 옛 주택을 헐고 지하 3층∼지상 15층 7개동, 전용면적 33∼84㎡ 공동주택 530세대 등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2006년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이래 2022년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20년이 걸렸으며 착공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종광대 구역은 최근 발굴을 통해 후백제 시기로 추정되는 도성벽 200m가 발견됐다. 전주부사(1942년)에서 후백제 도성벽으로 추정 표기한 곳에서 실제 유구가 확인된 것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현재 전주시에서 유일하게 보존된 후백제 도성 유산이다. 이에 따라 국가유산청은 재개발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현지 보존을 결정했다. 이렇게 되자 재개발조합측은 사업비와 토지비, 개발이익금 등으로 1910억원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막대한 재원이다. 매장유산법(제26조)은 이 경우 토지 매입비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나 그 외의 추가적인 보상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백제시대 초기 도성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의 경우 2020년 풍납토성특별법을 제정해 보상한 바 있다. 종광대의 경우도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특별법이나 특별회계를 만들었으면 한다. 이 과정에서 전주시와 함께 정동영, 김윤덕, 이성윤 등 전주 지역구 의원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후백제는 비록 존속기간이 짧았으나 중세의 문을 활짝 연 역동적인 국가였다.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과 함께 전주시가 고도(古都)로 지정되면 경주 못지 않은 역사문화도시로 우뚝 설 수 있다. 원활한 종광대 보상 마무리가 그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3.17 14:11

광화문에서

어떤 중년 남성이 광화문에 있는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조국혁신당 천막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편지를 툭 던지고 갔다. 당직자는 단순한 응원편지라고 생각하여 받았고 그분은 총총히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봉투에는 사연이 적혀 있었고 안에는 후원금이 들어 있었다. "저는 6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저도 여러분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두 번밖에 쉬지 않고, 오후 8시쯤에 일이 끝나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서 너무 죄송합니다. 대신에 통장을 털어서 작은 금액이나마 보태고자 하오니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세요! 만약에 탄핵이 기각된다면 어차피 자유는 없어지고 민주주의는 사라지기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바로 그만두고 거리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목숨은 두렵지 않습니다. 65년 정도 살았으니까요.' 전국 각지에서 토요일 광화문 집중 집회에 참석하고자 하는 열기가 뜨겁다. 며칠 전부터 토요일의 서울행 티켓은 기차든 고속버스든 완전 매진이었다. 전북에서만 전세버스가 120대 정도가 올라갔다는 후문이다. 입장 휴게소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파면촉구 전세버스가 가득 차 있고 식당이며 화장실 앞에는 대기줄이 하염없이 길었다. 페이스북이며 각종 단톡방에는 실시간으로 집회 현장의 사진과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지난 토요일처럼 역사의 고비를 넘는 찰나에 광화문에 못 가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광화문에 갈 처지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지역의 집회에 참석하여 먼발치에서 마음의 응원봉을 흔들기도 하고, 각자의 삶에서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며칠 전에 바다에 던져둔 쭈꾸미 통발을 건져야 하는 어부들, 감자와 당근을 심기 위해 종일토록 발을 일구고 미리 거름을 뿌리는 농부들, 가게를 열어놓고 유튜브로 생중계를 보며 손님을 기다리는 자영업자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마음만 광화문에 보낸 저 수많은 시민⋯⋯. 그들 모두 역시 역사의 큰 흐름에 합류한 사람들이다. 강물처럼 흘러가고 모이고 마침내 바다에 이른 역사의 거센 물결을 이뤄낸 것은 바로 이 사람들이다. 이 물결은 때로 지형을 바꾸고, 강물의 물줄기를 바꿔 놓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과 목숨이 물결에 바쳐지기도 했다. 지금의 이 물결을 윤석열 파면 촉구로만 단순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구호는 윤석열 파면이지만, 물결의 중심을 관통하는 것은 삶의 보편과 평등을 지켜내는 일이고, 사람과 사회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 일이며 각자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삶의 질을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하고자 하는 불균형의 극복이며 동시에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일인 것이다. 그러기에 각자가 갖고 있는 가장 밝은 빛을 꺼내어 서로를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낮의 광화문은 수많은 천막과 깃발이 나부끼는, 그러나 어떤 애처로움이 바람처럼 나부끼는 술픔의 광장이라면 밤의 광화문은 수많은 응원봉으로 빛나는 빛의 광장이다. 세종대왕은 경복궁의 정문 명칭을 광화문으로 정할 때, 임금의 덕인 광(光)이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백성들의 조화(化)로운 삶으로 바뀌기를 소망했었다. 집회하는 광화문에서나 아니면 마음의 광화문 앞에서 우리는 윤석열 파면이라는 ‘광’이 이 땅에서 민주주의로 ‘화’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응원봉과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번 주에는 윤석열 파면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나올 것이다. 그리 될 것이다. 정도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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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6 17:44

정읍천과 벚꽃, 시민과 함께 만드는 봄의 향연

정읍의 봄은 정읍의 도심을 흐르는 정읍천이 가장 먼저 알린다. 차가웠던 바람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강변의 나무들이 하나둘 새싹을 틔우며 봄기운을 더해간다. 특히, 정읍천을 따라 이어지는 벚꽃길은 도심 속에서 만나는 최고의 봄 풍경을 선사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시민과 관광객은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정읍천을 찾아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에서 행복한 추억을 만든다. 정읍천은 단순한 하천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과 함께 흐르는 소중한 공간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자연경관을 품고 있으며 계절마다 변화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정읍천 벚꽃길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봄철 명소로 거듭난다. 벚꽃이 만개한 정읍천을 거닐다 보면, 도심 속에서 자연이 주는 선물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오는 4월 4일부터 6일까지 정읍천 일대에서 벚꽃축제가 열린다. 올해 벚꽃축제는 더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시민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2,000여 그루의 벚꽃이 만들어내는 장관 속에서, 낮에는 화사한 벚꽃이 시민들을 반기고 밤에는 조명과 어우러진 벚꽃길이 한층 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정읍의 다양한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장터와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지역 상인과 농가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축제와 함께 진행되는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정읍천은 계절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봄에는 벚꽃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이 되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더욱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그중에서도 정읍천 둔치에 조성된 미로분수는 대표적인 여름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폭 12m, 길이 36m의 대형 바닥분수로 조성된 미로분수는 더운 날씨 속에서 어린이들에게 신나는 물놀이 공간을 제공하고 밤에는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진 분수 쇼로 시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여름철 시원한 물줄기 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시민들에게는 더위를 식혀주는 쉼터가 된다. 가을에는 단풍이 강변을 물들이고, 겨울이면 눈 내린 풍경이 또 다른 정취를 선사한다. 이처럼 정읍천은 자연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도심 속 쉼터로 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공간인데, 으뜸은 봄이다. 정읍천의 이러한 매력은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과 함께한다.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에게는 편안한 휴식처가 되고, 운동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건강한 공간이 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순간을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된다. 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벚꽃이 만개하듯 정읍천도 시민들의 사랑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변모해 가고 있다. 앞으로도 정읍천이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이어질 것이다. 따뜻한 봄날, 정읍천에서 활짝 핀 벚꽃과 함께 모든 분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오길 희망한다. 정읍시장 이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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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6 17:44

새만금 메가시티,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는 정읍시와 부안군의 경계인 동진강 중류에서 태어나 자랐다. '배가 들어오는 평야'라는 뜻에서 유래한 배들평야에서 유년기와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1970년대 말, 겨울방학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서당에서 훈장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서쪽으로 30리가 바다에서 육지로 변할 것이다"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이 구전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서해바다 30리가 정말로 육지로 변하고 있다. 새만금의 중심은 신시도에 자리 잡게 된다. 신시도에 새만금신항만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가 형성될 것이며, 야미도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장관이 될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섬의 이름을 한글로 풀어보면 새만금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과거로부터 전해지던 서해 30리 육지화 예언이 실현되고 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전주까지 이어지는 새만금고속도로를 따라 마천루가 들어설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발이 아닌, 선인들의 선견지명이 실현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1987년 기본 계획이 수립된부터 전북특별자치도, 특히 군산, 김제, 부안은 ‘새만금’이라는 이름을 걸고 지역 발전을 도모해 왔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단순한 개발이 아니다. 새만금은 과거 황금어장이자 천혜의 자연양식장이었다. 동진강과 만경강이 영양분을 공급하고, 고군산군도가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조개류와 다양한 해양생물이 풍부하게 서식하던 곳이었다. 군산, 김제, 부안의 어민들은 이곳에서 삶을 이어왔지만, 새만금 개발로 인해 황금어장과 갯벌을 잃어야만 했다. 그만큼 새만금은 지역민들의 희생과 염원이 담긴 사업이다. 따라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며,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를 책임질 글로벌 거점 도시로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군산, 김제, 부안은 새만금을 핵심 개발 전략으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이 서로 다르다 보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 새만금신항만과 군산항 개발을 두고도 각 지자체가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갈등을 빚고 있다. 지역에서 한목소리를 내도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분열된 목소리는 사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뿐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새만금 개발은 독립된 행정구역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새만금시’가 별도로 신설된다면, 군산, 김제, 부안은 지난 40여 년간의 기대와 노력이 허사가 될 수도 있다. 이대로 좌시할 수는 없다. 새만금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군산, 김제, 부안이 한목소리를 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행정구역 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세 지자체를 통합하더라도 인구는 50만 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세계적인 해양·물류·관광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단일한 비전과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군산, 김제, 부안을 하나의 ‘새만금 메가시티’로 통합해야 한다. 이제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새만금 개발사업을 40여 년 동안 이끌어 온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새만금 메가시티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간 갈등을 넘어, 하나의 목소리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군산, 김제, 부안이 하나로 뭉쳐야만 새만금의 진정한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새만금 메가시티를 향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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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6 17:43

구급대원 폭행,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해야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응급처치를 통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구급대원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구급대원들이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폭행은 그들의 사명감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 응급구조 체계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다. 이런 이유에서 검찰청에서도 구급·구조 업무를 수행하는 소방대원과 응급의료인을 상대로 한 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 소방대원과 응급의료인에 대한 폭력 범죄는 원칙적으로 정식 재판에 넘기고 일반 형법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119구조·구급법, 소방기본법, 응급의료법 등의 법률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구급대원 폭행사범 상당수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전북지역에서 공무 중 폭행을 당한 구급대원은 모두 22명에 이르고, 같은 기간 구급대원을 폭행한 혐의로 검거된 가해자는 모두 14명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징역형을 받은 가해자는 고작 2명뿐이고, 나머지는 벌금형이나 내사종결, 무혐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민국은 범죄자에게 매우 관대한 나라다’는 불만 섞인 지적이 많다. 실제 흉악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형량이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계속되는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범죄 척결과 예방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이다. 적어도 우리 사회질서와 안전시스템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살려내기 위해 땀 흘리는 구급대원들이 직무수행 중에 자신의 안전을 위협받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근무하는 구급대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하는 사람은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 차근차근 쌓아올린 우리 사회 신뢰와 안전 시스템이 무너지거나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사법부에서 엄중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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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3.16 17:43

모처럼만에 찾은 전북의 봄

해마다 봄이 왔지만 전북도민들은 허투루 보냈다. 하지만 올 봄은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탄핵정국속에서 찾은 봄이라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달 28일 다윗인 전북이 골리앗 서울과 한판 붙어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북의 승리는 열패감에 휩싸였던 전북인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준 쾌거였다. 전북은 지난 2023년 새만금 잼버리대회 실패 이후 의기소침해 있었지만 도민들이 역량을 결집하면 뭐든지 이뤄낼 수 있다는 기회를 만들었다. 도민들이 반신반의 했던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후보지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전북의 역사를 써나가야 한다. 먼저 의식부터 고쳐야겠다. 앞에서는 칭찬하고 뒤에가서 발목 잡는 일은 안해야 한다. 그간 도민들은 해보지도 않고 결과가 두려워 도전 조차도 안한 일이 많았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 나가는 진취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봄은 생명을 틔우는 계절이라서 이번에 도민들이 찾은 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지금 도민들이 큰 생각을 갖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완주 전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다음으로는 새만금을 놓고 군산 김제 부안이 각기 관할권 다툼을 하지말고 특별행정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전국적인 트랜드가 지방소멸을 방지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행정통합을 통해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밝힌대로 통합시청사나 통합의회청사를 완주군으로 한다는 것은 잘한 일이다. 다음으로 전주시설관리공단 등 6개 출연기관도 완주군으로 옮긴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것 갖고도 군민들의 양이 차지 않는 분위기다. 본질적인 것은 통합시장과 통합시의장을 완주군 출신이 맡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가 공론화 되서 해결되지 않으면 네번째 하는 이번 통합작업은 기대 난망이다. 완주군민들은 공단이 잘 분양되고 인구가 불어나는 등 완주군의 시승격이 눈 앞에 놓여 있어 굳이 전주시와 통합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 아전인수식 해석이고 미래를 내다볼 줄 모르는 단견이다. 생활경제권이 밀접한 전주가 발전해야 완주도 발전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번기회에 전주가 통합해서 앵커도시 역할을 해야만 완주도 함께 발전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전북도가 뒤늦게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에 나서면서 유치후보지를 완주로 정했으면 좋겠다. 광주에 비해 뒤늦게 유치운동을 펴고 있지만 자신감을 갖고 호남권에 들어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꼭 완주로 유치해야 전북이 산다. 아무튼 통합을 이뤄내려면 전주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완주 군민들이 바라는 대로 해줘야 한다. 안호영 국회의원도 역사의식을 갖고 톻합에 적극 개입해서 전북의 꿈을 영글도록 해야 한다. 모처럼 찾은 전북의 봄을 허투루 보내지 말고 전북발전의 원년으로 만드는데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싯귀절이 생각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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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3.16 17:42

대광법 지략과 뚝심으로 꼭 성사시켜라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인구 50만 이상 도청 소재 지역도 광역교통망 신설을 지원토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상임위 통과는 법 개정을 추진한 지 5년만에 처음이다. 대광법 개정은 전북의 오래된 숙제다. 광역시를 낀 광역자치단체들은 대광법의 적용을 받아 광역교통망을 구축해 왔다. 강원, 충북도 이 법을 적용 받아 수혜를 입고 있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 광역자치단체들은 그동안 170조원에 이르는 광역교통망을 구축했지만 전북은 단 한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전국 8대 광역권 중 광역권 교통망이 구축되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 전북이다. 국토 균형개발과 교통 향유권, 국민 삶의 질에 차별을 초래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명백한 차별적 법이다.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법 개정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넘어야 할 산이 높다.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반대 때문이다. 전북연고가 있는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동료의원 13명이 공동 발의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무작정 반대만 할 일은 아닌 데도 법안을 보이콧해 왔다. 다분히 정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국민의힘에게 묻는다. 특정 지역이 십수년간 소외되고 불이익을 받는 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 이상 멈칫거려선 안되다.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법사위 통과를 추동해 나아가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전북은 중진 국회의원들로 포진됐다. 도민 기대는 컸지만 성과는 별무소득이다. 이 참에 대광법 개정으로 승부를 걸어 마땅하다. 5년 해묵은 숙제를 말끔히 해소시킬 수 있도록 지략과 뚝심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법사위에서 대광법 개정이 저항을 받는다면 국민의힘 핵심 교통망 구축사업과 연계하는 등 밀당전략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지역간 교통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은 정부와 국회의 의무이다. 명징한 명분이 만큼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 개정을 성사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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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3.16 14:04

부족의 순기능

얼마 전 영화 <서브스턴스>를 관람했다. 오랜만에 영화관이라는 공간에 갔기에, 향하는 길 내내가 설렜다. 그리고 이미 관람평을 간단히 들었던지라 영화 속 특정 장면에 대한 충격이라던가, 호불호에 대한 부분은 인지하고 봤다. 그러나 암전됐던 조명이 밝아지고, 엔딩크레딧이 올라오는 동안 작품 속 묘사와 표현에 충격을 받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귀가하는 길에 영화가 표면적으로 제공한 부분 외, 나만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곰곰이 고민했다. “더 나은 당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포털에 검색하면 나오는 <서브스턴스> 소개의 첫 문장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현재의 본인한테 완벽히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마어마한 자존감의 소유자이거나, 자신이 목표로 삼은 것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다 해내는 사람이면 예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본인 그 자체에 완벽히 만족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감히 예상하는데 0에 수렴한다고 본다. 심지어 이 글을 쓰는 본인 역시 잠들기 전 “오전에 내가 왜 그랬을까, 아까 이렇게 이야기해야 했는데”라고 생각하며 매일 그날의 실수를 복기하고 부족함을 파헤친다. 이처럼 인간이라면 그게 누구든 본인에게 부족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은 외적인 부분을 비롯해 내적인 부분까지 아주 다양한 곳에서 속속 발견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부족에 대해 고민하며,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연히 본인 중심으로 느끼는 부족에 대해 이야기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의 첫 마디는 환경적인 부분에 속하는 ‘시끌벅적함’에 대한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나 떠들썩하던 집을 떠나 갑자기 혼자 조용히 살게 되며 느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늘 방에서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노래든, 드라마든, 라디오든 소리가 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듣게 된다고 말했다. 본인도 지인과는 다른 영역이지만, 역시 부족을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아직 깊지 않은 지식, 서투른 감정 표현, 주변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덜 활발한 성격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하나, 둘 따지고 보면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인간 하나에도 수십 가지의 부족이 있다. 만약 지인에게도 본인에게 느끼는 부족함만 이야기해 달라고 질문했더라면, 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처럼 다들 살면서 최소 세 가지 이상의 부족함은 안고 다닌다. 그리고 이것들은 생각만큼 없애는 게 쉽지 않다. 심지어 한 가지를 보완하면, 또 다른 부족이 자연스레 따라오면서 죽을 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 근원은 더 좋아지고 싶고 더 완벽해지고 싶은 열망에서 시작한 거 같다. 그리고 가만 보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그냥 아예 파헤쳐 보는 것도 좋은 거 같다. 인생을 아주 긴 호흡의 게임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늙음을 두려워하기보다, 기다리고 또 기대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열망하던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초반에 언급했던 <서브스턴스> 소개 첫 문장이 다시금 떠오른다. 더 나은 본인은 단순히 남들이 원하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진정 더 나은 스스로를 만드는 방법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태도다. 너무 자신을 미워하지 말자. 스스로 사랑하자. 이예령 전북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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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3 18:58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 오세요

이른 새벽 홀로 일어나 시를 읽다가 잠이 오지 않아 산책 나왔다고 말하며, 내 고민 좀 들어 주며 조금만 같이 걸어주지 않겠냐는 대통령을 만나보고 싶다. 텔레비전에 나와 이번에 이런 책을 읽었다고 좋아하는 총리와 장관들과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중고등학교에 강연을 가서 나는 이번 휴가 때 이런 영화를 보았다고 뽐내는 재벌 총수를 보고 싶다. 때로는 우리들의 영혼을 살찌우는 한 장의 그림을 보았노라고, 어느 전시 때 본 그림을 찍은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는 정당 대표들을 지하철에서 만나보고 싶다. 거리를 걸으며 아이들과 만나 키를 낮추고 공부에 지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고 손에 들고 있는 책에 대해 말해 주는 교육감을, 그리고 이 책 갖고 싶으면 주겠다고 말하는 교장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나에게 이 책 읽어보았냐고 읽던 책을 내밀어 보이는 선생님, 공무원을 만나보고 싶다. 아파트 공원 의자에 앉아 신간을 읽는 젊은 어머니 곁에서 동화책을 읽고 있는 아이를 보고 싶고, 승용차 안에 읽다 만 이마누엘 칸트의 책이 있는 단체장을 만나보고 싶다. 도시의 변두리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돋보기를 코에 걸고 앉아 독서 중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곁에 누워 책을 읽다가 코 골며 잠든 기초의원들을 보고 싶고, 어느 소도시 작은 미술관에서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젊은 연인의 잔잔한 사랑을 보고 싶다. 남의 시집을 사 들고 걸어가는 시인을 어느 거리에서 만나, 요새 읽었던 시집 이야기를 하는 시인들을 만나고 싶고, 지난번 시집 잘 사 보았다며, 나는 이 시가 좋다고 젊은 시인의 시구절을 읽어주는 노시인의 보고 싶다. 남의 소설책을 사는 소설가들을 책방에서 우연히 만나보고 싶다. 파도치고 갈매기 날아다니는 해수욕장에서, 깊은 계곡 물소리, 바람 부는 들 길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서, 나비가 앉은 풀꽃, 느닷없는 들길의 소낙비, 봄비 속에 개구리 울음소리, 이른 아침의 새소리, 푸른 산 위로 솟는 뭉게구름,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흐르는 강물 곁에서, 그런 것들과는 무심하게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곁에 가만히 앉아 눈송이로 녹고 싶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어디를 멀리 갈 때는 올라브 하우게의 시집 ‘어린나무 눈을 털어 주다’라는 작고 가벼운 시집을 들고 간다. 올라브 하우게는 노르웨이 시인이다. 몇 년 전 노르웨이로 강연을 갔었다. 서점이 있는 문화 공간에서 강연 후 작가와의 대담 자리가 있었다. 대담하는 도중 나는 시집 한 권 때문에 올라브 하우게가 살았던 노르웨이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번역된 이 시인의 시집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하우게라는 시인의 시집이 한국에서 독자들이 좋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람들이 놀랬다. 하우게는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과수원에서 정원사로 일하며 평생을 살았다. 나는 작은 이 시 집의 시중에서 이 시가 좋다.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올라브 하우게의 ㅡ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ㅡ 전문‘ 나는 그의 시집 뒤에 실린 글도 좋아한다. ’하우게는 줄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작은 스푼으로 마치 간호사가 약을 주듯 먹여준다. 그는 옛날 방식으로 죽었다. 어떤 병증도 없었다. 단지 열흘 동안 먹지 않았다. 슬픔과 감사로 가득했던 장례식은 어린 하우게가 세례받은 계곡 아래 성당에서 있었다. 말이 끄는 수레가 그의 몸을 싣고 산으로 올라갔다. 작은 망아지가 어미 말과 관을 따라 내내 행복하게 뛰어갔다.” ―로버트 블라이(시인)‘ 나는 평생 이만한 시 한 편 쓰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좋다. 이 시집을 읽게 되어서. 이 시집을 머리맡에 두고 나는 무엇이 부럽지 않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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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3 18:58

신발에 대한 애증

나와 동행하며 나를 호강시켜 준 신발을 기억한다. 아니 신발이 나를 기억한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발자취라 한다. 신발은 내가 걸어온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그 비밀을 아무에게도 실토하지 않는 착한 침묵으로 나를 지켜준다. 신발은 내 모습이며 나와 동행하는 유일한 친구다. 신발은 나의 아픈 곳을 미리 알고 내게 신호해 준다. 또 신발은 용케도 나의 옷을 돋보이도록 유혹도 한다. 초라해 보일 때는 굽이 높고 광채가 나는 금박이 하이힐이 나의 시선을 유혹한다. 그뿐아니라 하루를 끌고 가는 그림자처럼 나를 버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지고 있을 때도 신발은 멀리 있지 않고 내가 퇴원할 때까지 내 옆에서 기다려 맨 먼저 위로해 주며 내 몸의 중심을 꼭 붙잡고 집으로 동행해 준다. 체중의 변화도 신속하게 감지하며 내가 편안하게 보행을 하도록 노력도 한다. 척추협착증 통증에 속도를 맞춰 내 집까지 기억하고 끌고 간다. 돌멩이나 움푹 파인 길도 용케 비켜 가는 마술사 같은 시력을 갖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신발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다. 가슴에 옷핀으로 손수건을 접어 달아주더니 벽장에서 꽃무늬 고무신을 꺼내 주었다. 내 발이 신발 속으로 쏙 들어가니 헐렁했던 기억이 난다. 신발이 벗겨지지 않으려면 발가락에 힘을 주어야 한다는 걸 일주일 지나서야 터득했다.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겨우 내 발과 고무신의 크기가 맞아 서로 사이좋게 놀았다. 고무줄놀이와 자치기, 숨바꼭질 때도 신발은 나를 벗어놓고 달아나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 흙 범벅이 된 신발은 지푸라기 서너 개 똘똘 말아 빨래비누로 닦으면 광채 나는 신발은 나를 기쁘게 한 유일한 나의 짝궁이었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추석이 다가오면 시장에 다녀오신 어머니 가방에서 '색동 코고무신'을 꺼내면서 공부를 잘해야 또 사준다는 강제적 명령도 잊지 않으셨다. 중학교 교복을 입을 때도 검정 운동화를 사주셨고, 앞에 끈이 있는 멋쟁이 운동화는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사주셨다. 현관 신발장은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칠 뻔했다가 문을 열고 보니 수십 년 동안 내 흔적이 담긴 신발이 나를 반기듯 추억을 되살려 놓는다. 맨 꼭대기에 발목이 무릎까지 닿는 부츠가 흙 밟은 흔적도 없이 얌전하게 포개 앉아있다. 딸이 생일선물로 보낸 신발이다. 나이 들어 걷기도 힘든 엄마의 모습은 모른 채 딸 중심의 생각으로 보낸 선물이다. 딸에게는 잘 신고 있다고 늘 말한다. 가장 외로운 신발이다. 신발이 나를 싫어할 뿐 아니라 신발을 떠받쳐 줄 미니스커트도 옷장에서 사 라진 지 오래다.부츠 옆에 흰 고무신이 빛바랜 시간을 안고 틈바구니에 끼어있다. 자녀들 결혼 때 한복차림을 해야 하는 부모는 구두 대신 고무신과 버 선을 신어야 했다. 신발에 매일 고맙다고 말한다. 신발장에 내 신발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사자(死者)의 신발은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슬픈 신발의 운명이지만 신발은 반항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발에게 "네가 있어야 내가 산다"고 눈인사를 잊지 않는다. 요즘 늘 나와 함께 함께하는 신발은 운동화다. 그래서 옷과 잘 어울리도록 운동화를 색깔별로 몇 벌 샀다. 편하게 노닐 때는 운동화가 나를 사드락, 사드락 끌고 다닌다. 이제는 내가 운동화의 눈치를 보면서 하루를 사는 몸이 되어 간다. 운동화와 친해졌으면 좋겠다. 신발이 나를 버리지 않는다면 건강한 사람으로 살 것이다. △이소애 시인은 한맥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샘문학동인, 전북시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보랏빛연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감성시에세이' 외 다수가 있고, 한국문학비평가협회작가상과 전북예총하림예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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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3 18:58

상속세 개편 방안에 대하여

기획재정부가 3월12일자로 상속세 전면개편안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기존에 사망자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했던 것과 달리 상속인들이 취득한 각 상속재산별로 과세하겠다는 것입니다. 기존 방식은 각자 받은 재산에 관계없이 내야할 세금이 결정되었지만 개편안의 방식은 각자 받은 재산에 따라 세금이 결정되어 과세형평이 개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 전이라 여야간의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세무사회 차원에서도 환영의 뜻을 밝힌만큼 이번 기재부의 발표를 관심있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과세체계를 흔들만한 세법 개정안이 없었고 상속세는 무려 75년만에 유산취득형으로 개정이라고 하니 변경된 틀안에서 미리 준비하는 자세도 어느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유산취득형으로 변경되면 상속공제의 변경이 크게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별상속인마다 과세를 해야하기 때문에 특성에 따라 각자 공제를 적용해야 하는데, 자녀공제를 5억원으로 상향하며, 배우자는 10억원까지는 기본으로 공제해주기로 변경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없는 피속인의 15억원의 재산을 자녀3명에게 물려줄 경우 현행대로라면 일괄공제 5억원을 적용하여 2억4천만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자녀 상속인이 각각 5억원의 인적공제를 적용 받게 된다면 과세표준이 0이 되어 상속세를 안내도 될 수가 있습니다. 과세체계의 큰틀이 변경이 있어 상속세를 준비하는 방법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상속인이 많을수록 공제를 많이 적용 받고, 세율도 낮출 수가 있어 이러한 틀로 상속세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개편안은 부동산가격의 상승으로 상속세 대상이 된 중산층의 세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 상속받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 세금을 적용하는 것이 과세형평에 부합할 것으로 보여져 환영할만한 내용으로 보입니다. 조정권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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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3 18:58

반려식물 시대

지금은 반려(伴侶) 시대다. 사람과 동물, 사람과 식물이 가족이나 친구처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위안을 얻는 것이다. 도시 집중과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pet+ family)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를 넘었고 반려인은 150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인지 아파트나 공원에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오거나 개모차(개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펫팸족은 개나 고양이뿐 아니라 금붕어, 거북이, 파충류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또 최근에는 반려식물(pet plants)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른바 식집사(식물 + 집사)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반려식물'을 인간과 서로 짝이 되어 교감하며 살아가는 특정한 식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의존형 반려식물'과 '독립형 반려식물'로 구분한다. 의존형은 화분 등에 심어 실내나 마당에서 관리받는 식물이며, 독립형은 정원이나 숲속 등 자연에서 살아가는 식물을 말한다. 반려식물은 반려동물과 달리 돌봄이 번거롭지 않고 실내 환경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심리적 안정과 더불어 책임감과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공기 정화, 인테리어 효과도 탁월하다. 식물이 성장하고 시들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삶을 성찰할 수도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전국 단위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성인 중 34%가 반려식물을 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인구수로 환산하면 약 1745만 명에 달한다. 국민 3명 중 1명 꼴이다. 조사 결과 연령대별로는 30대 이하가 37.2%(649만 명)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60대 이상 34.6%(603만 명) 순이다. 반려식물을 기르는 장소는 실내가 90.2%로 가장 많았다. 마당·화단(13.2%), 정원·공원(10.7%), 숲(1.2%)이 그 뒤를 이었다. 반려식물 산업 규모는 식물 자체 산업이 1조1856억 원, 화분·배양토·영양제 등 연관 산업 시장이 1조2359억 원으로, 총 2조42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흥미로운 것은 식물도 동물과 같이 자기표현을 한다는 점이다. 가령 상추를 짓이기는 행동을 한 후, 다른 상추에 그 사람의 입김을 불어넣었을 때 식물에서 방출되는 메틸자스모네이트라는 물질이 20% 증가했다. 병해충 등으로부터 위협을 받았을 때 방출량이 늘어나는 물질이다. 좋은 기운을 주면 식물도 좋아하고, 나쁜 기운을 주면 식물도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다. 식물도 감정이 있어서 인간과 교감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결과다. 또 올들어 LG전자가 실내 식물 재배기에 인테리어 소품을 접목한 ‘식물생활가전’을 선보였다. 스탠드 조명 중간 부분에 식물을 재배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5′에서 공개했다. 반려식물의 진화다. 봄은 반려식물을 키우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작은 화분에 하나라도 키워보면 어떨까.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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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3.13 14:23

전북 항만경제 활성화에 나서라

국내 주요 무역항으로는 부산항, 인천항, 광양항, 울산항 등이 있는데 부산항은 1876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개항한 근대항구며 군산항은 1899년 개항해 역시 역사가 깊다. 국내에는 국가관리무역항 14곳과 지역사회에 필요한 화물 처리를 주목적으로 하는 지방관리 무역항 17곳 등 총 31개소의 무역항이 있는데 역사성에 비해 군산항은 물동량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북은 바다가 있는 국내 8개 도(道)에서 제주도를 제외하고 항만경제가 가장 왜소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전국 항만물동량은 총 15억8531만5000톤인데 이중 전북의 무역항에서 소화한 물동량은 1.4%인 2225만 6000톤에 불과하다. 물동량이 가장 많은 곳은 경남으로 전체의 45.9%인 7억2857만톤에 달하고 있다. 전남이 19.1%인 3억324만5000톤, 경기가 16.7%인 2억6521만8000톤, 충남이 8%인 1억2733만2000톤, 강원이 3%인 4873만9000톤 등이다. 전북의 항만 물동량이 이처럼 적은 것은 타 시도에 비해 무역항이 적은데다, 유일한 국가관리 무역항인 군산항마저 토사매몰에 따른 수심 악화로 항만 기능이 갈수록 떨어진 때문이다.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새만금 신항 문제는 향후 전북의 항만 물동량을 크게 좌우할 수도 있는 변수여서 빠르면서도 현명한 결정이 요구된다. 군산시는 기존 군산항과 새만금신항을 통합 관리하는 원포트(One-Port), 김제시는 새만금신항을 신규 항만으로 지정하는 투포트(Two-Port)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군산시나 군산지역 지방의원들은 "새만금신항은 군산항의 수심 부족으로 인한 항만 능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되는 항만으로 기본계획에 명시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원포트 전략을 주장한다. 인접한 지역의 항만들이 서로 연계해 항만 개발과 운영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거다. 반면 김제시 입장은 다르다. 전북에 국가관리무역항을 2개나 둘 수 있음에도 만일 새만금신항을 군산항의 부속항으로 둔다면 이는 결국 전북자치도가 손해를 보게된다고 지적한다. 새만금신항은 군산항과는 기본계획부터 전혀 별개였기에 따로 지정, 관리해야 한다는 거다. 새만금 소유권 분쟁의 일환이기는 하지만 어쨋든 핵심은 전북 지역 무역항을 크게 활성화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북도나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모두 이러한 전제아래서 판단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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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3.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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