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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조국을 가족의 품으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반드시 지켜야 할 유일한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가족이다. 가족 중 누군가에게 기쁜 일이 생기면 다 함께 기뻐하고, 누군가가 아프면 다 같이 아프고, 누군가가 피눈물을 흘리면 다 같이 피눈물을 흘리고, 누군가가 멀리 떠나 있으면 다 같이 그리워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수도권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휴가를 내서 집에 온다는 자식이 있으면, 그 어미는 며칠 전부터 장을 봐서 온 가족이 함께 먹을 음식을 장만하고, 그 아비는 대청소를 하며 자식의 침대를 정리하기 마련이다. 먼 곳에서 돌아오는 가족 중의 누군가를 기다리며 온 가족이 설레는 그 시간의 소중함이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2024년 3월 29일에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제가 굉장히 심한 얘기를 하겠다. 제가 뉴욕에서 4년 살았다. 마피아 조직도 아이하고 그 집안 부인하고는 안 건드린다.”고 말했다. 인요한 의원은 윤석열과 김건희를 옹호하면서 마피아를 들먹거렸다. 마피아 졸개보다도 못한 윤석열은 동양대 표창장 위조사건으로 조국의 부인과 딸과 아들을 난도질했다. 동양대 총장인 최성해의 의도적인 기획 증언으로 시작된 이 사건에서 검찰은 70여건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딸의 일기장까지 가져가 샅샅이 수사했다. 부산대가 동양대 표창장은 입시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도, 그 죄를 물어 조국의 부인이자 아이들의 어머니인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아무리 죄가 있다고 해도, 표창장 위조의 형량은 벌금 500만원이나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정도가 적당할 터이다. 멸문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가장인 조국한테는 징역 2년의 실형 선고가 딸한테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되었다. 부부 합산 6년의 실형이라니, 가혹하고 참담했다. 2019년 조국 가족의 멸문지화로부터 검찰의 내란은 시작되었다. 만일 조국이 검찰개혁의 임무를 맡지 않았다면, 검찰의 무자비한 수사와 기소로 보복도 없었을 터였다. 공수처를 신설하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는 검찰개혁의 디딤돌을 놓았기 때문에 이토록 가혹한 보복을 당한 것이었다. 조국은 국민의 법정에서 이미 무죄를 받았다. 조국은 항소심 선고 이후에 조국혁신당을 창당했다. 4월 총선에서 국민은 창당 1개월의 정당에 689만표를 주었고 12석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 이로써 국민은 조국과 그 가족이 무죄라는 것을 투표로써 선고하였다. 그러나 조국은 지금 영어의 몸으로 남부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이제는 정의를 회복할 시간이 되었다. 조국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야말로 정의를 회복하는 첫 번째 일이 될 것이다. 여기에 어떠한 정략적 판단과 당리당략도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조국의 사면에 대해 시기상조 운운하는 것은 정치검찰의 내란행위에 일정 부분 동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조국과 가족들은 지난 2019년부터 무간지옥의 시간을 견디어 왔을 뿐만 아니라 부부가 합계 4년 넘게 감옥살이를 하는 중이다. 이 가족을 멸문지화, 무간지옥으로 내몰았던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심지어 조국은 8월 16일이면 형기의 1/3 이상을 복역하여 가석방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사면권을 행사해주시기를 간곡히 청원할 수도 있다. 조국을 사면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조국의 복귀는 이재명 정부에 커다란 득이 될 것이다. 많은 국민이 조국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정도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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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6.15 18:18

[전북칼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시대착오적인 12·3 계엄사태로 촉발되었던 지긋지긋한 내란사태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승리로 드디어 끝났다. 지난 6개월의 대한민국은 혼돈 그 자체였다. 결국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정의를 위해 나선 ‘시민의 힘’이 승리했다. 국회의 계엄무효 표결. 윤석열 대통령 탄핵.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조기대선. 대선 승리 모두에 ‘시민의 힘’이 작용했다. 이제 이재명 정부는 앞으로 닥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내란 사태로 막힌 미국의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 회복과 관세 문제를 비롯하여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 등을 국익의 관점에서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파탄 난 한국경제를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 맞게 반석에 올려놓아야 한다. 과거 IMF보다 더욱 참혹한 현실에 처해 있는 경제. 특히 서민 경제를 바로 세워야 한다. 재벌기업 중심의 선단경제체체. 몰락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월급생활자와 일용노동자 등 사회 전반적으로 위기 상황이 아닌 계층과 직종이 없다. 청년 일자리와 실업, 청년들의 기본적 의식주 해결책 등도 속히 해결해야 한다. 지역 소멸과 공동화.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 마련 등 과제가 너무도 많다. 최근 수년 동안 무능한 정치지도자를 만나 주요 현안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더욱 곪아터지는 지경에 이르렀기 떄문이다. 이재명 정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이제 답을 해야 할 차례이다.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군사독재를 몰아내고 민주화를 통해 체육관 선거가 아니라 우리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지상과제를 위해 전 시민이 온몸을 불살랐다. 그렇게 해서 뽑힌 대통령들이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을 제외하고 대부분 끝이 너무도 참혹했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구속.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 이명박 구속. 박근혜 탄핵 및 구속. 문재인 무능과 식물 퇴임 대통령.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작은 희망에 넘쳤으나 대부분 불행한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끝이 좋지 못했다. 희망과 절망의 연속이었다. 정권의 위기마다 시민들의 힘에 의해 극복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이제 이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범지구적으로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가고 오직 국가이익이 최우선인 양육강식의 국제질서인데 우리는 아직도 시대착오적이며 낡은 좌와 우의 이데올로기가 판을 치고 편 가르기와 ‘모 아니면 도’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숱한 시민의 힘과 노력으로 이룩한 민주주의인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역은 점점 황폐화되며 소멸되고 있다. 사회는 고도화되고 복잡해졌지만 정치는 양극단의 대결이 주도하며 흑백논리가 판을 치고 양당 기득권 정치와 제왕적 대통령제에 머물고 있다. 세대 간의 갈등도 점점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는 경제와 안보. 외교 문제와 함께 지역의 문제에 답을 해야 한다. 민심의 다양성을 대변하는 정치의 다양성. 다각화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가 절실하다. 87체제를 극복하는 지역 중심. 분권과 자치를 위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이 정치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여 더 이상 괴물 대통령과 불행한 대통령이 없어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 축소, 다양한 정파와 세력이 권력을 분점하며 공존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이원집정부에서부터 내각제까지 사고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그리하여 성공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고 박수받으며 아름답게 퇴장하는 이재명 정부를 기대한다.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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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6.08 18:02

[전북칼럼] 투표로 꽃 피우는 빛의 혁명

이제 고민의 시간이 끝나가고 투표의 날이 다가왔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12월 3일 밤 계엄 내란 이후 국민은 투표로 선출한 대통령이란 자의 극단적 망동을 목격하고 저질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망가트릴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 놀란 가슴을 추수를 틈도 없이 국회로 달려가서 군인과 경찰들을 온몸으로 저지하고 싸운 분들은 잠자리를 박차고 나선 시민들이었다. 부결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매주 행진과 집회가 있었기에 국회가 흔들리지 않고 국회의장이 망치를 두들길 수 있었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공성전도 시민들의 한겨울 밤샘 노숙농성과 농민들의 트랙터 상경 투쟁을 함께한 여성들과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체포가 지지부진하며 미뤄졌을 것이다. 윤석열의 석방과 헌법재판소의 피 말리는 시간 속에서도 국민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만장일치 탄핵을 선언하게 하였다. 맹자에 “제선왕이 임금을 시해한 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물을 때 인을 짓밟고 의를 짓밟는 자는 임금이 아니라고 맹자는 일갈한다. 국민은 대통령이 아닌 자를 끌어 내렸다. 이 모든 시간 들을 빛의 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시대의 어둠을 걷어내는 빛의 혁명은 아름다운 수사이지만 촛불혁명을 경험한 시민들은 불안하다. 혁명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불합리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는 그대로이고 광장에서 시민들이 주장하고 바라는 주제들을 담을 그릇은 마련되지 않았다. 아이엠에프나 코로나 때보다 경기가 더 침체 됐다는 말들은 문 닫은 가게들을 보며 확인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삶의 연속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망쳐놓은 3년 세월을 한탄만 하기에는 살아야 할 삶의 시간 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국민의 삶과 나라 살림을 5년간 책임질 후보를 선택해야 할 투표용지는 국민 앞에 놓여있다. 내용으로는 양당제로 굳어진 우리나라 정치환경에서는 선택의 폭이 좁다. 대통령 후보들의 티브이 토론을 보면 정책경쟁보다는 상대 후보에 대한 저질 인신공격에 주력하는 모습에 국민은 실망스럽다. 그러나 어쩌겠나 국민이 옥석을 가리고 깨어있어야 한다. 호남에서의 투표행위는 별 고민 없이 민주당 후보를 찍던지 투표를 포기하던지가 선택지가 되어버렸다. 이번 선거는 내란세력을 척결해야 할 대의 이외에도 낙후를 지나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전북 특별자치도는 발등의 불을 꺼야 할 처지임이 분명하다. 경제자립도 최하위를 맴돌고 인구감소를 막을 방안과 시들어가는 지역경제를 살릴 방도를 대통령선거를 통해서 마련해야 한다. 쏟아내는 공약잔치를 대통령선거 한철 말 축제로 지나간다면 전라북도 지역경제와 도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공약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기억하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투표율을 높이고 지역공약들을 시행하는지를 확인하고 요구할 때 변화가 가능하다. 전국 사전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19% 낮은 34.74%에 그쳤다. 전라북도는 53.01%로 3.63% 상승했다. 높은 투표율과 지속해서 참여하는 도민이 있는 한 정치권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럴 때 만이 전라남도 이중대니 흙사리 껍데기니 하는 자조 섞인 비하가 사라질 수 있다. 이전 선거에서처럼 화려한 공약 남발 후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다음 선거에서 서릿발 같은 응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선자가 무엇을 해주길 기대하기보다 요구하고 감시할 목록을 6월 3일 투표와 함께 준비해야 한다. 그럴 때 민생과 민주주의는 살아나고 빛의 혁명은 꽃피울 것이다. 조준호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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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6.01 16:02

[전북칼럼] 다시, 민주주의로 (2025JIFF의 기억)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보다 더 극적인 반전을 거듭하며 전세계에 라이브로 K-드라마를 송출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현실이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상황을 반영한 프로그래머의 재치인지 '다시, 민주주의로' 라는 섹션에 더해 여러 나라의 정치현실을 다룬 영화가 많았다. 스크린에 펼쳐진 세계 곳곳이 불덩이이고 지옥인데, 우리 정치도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시간이라서, 이국 사람살이의 풍경에 대해서도 더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지금 우리 현실의 좌표를 제대로 읽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 안팎을 잘 둘러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 영화는 깊은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 낯선 곳을 향해 (마흐디 플레이펠 감독) : 레바논 난민캠프에 가족을 남겨두고 그리스로 건너온 샤틸라는 사촌 레다와 소매치기로 돈을 모으지만 독일로 갈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궁지에 몰린 두 사람은 같은 처지의 난민을 상대로 한탕을 꿈꾸는데... 감독의 첫 장편이라는데 서사가 탄탄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놀랍다. 죽어가는 사촌동생을 싣고 병원을 향해 가는 마지막 신의 막막함이 오래 남는다. - 슬로바의 희망 주자나 차푸토바(마레크 술리크 감독) : 이제 세계 정치의 보편적 풍경처럼 되어버린 술수와 협박, 혐오와 지지 사이에서 5년의 임기를 헤쳐 가는 여성 대통령을 근접에서 담은 기록 영화. 주자나의 말은 품격의 정치를 지향하지만, 현실의 정치를 변화시키기에는 힘에 부쳤던 고투의 시간을 다뤘다. 극단적인 발언과 선동을 통해 주목도와 수익을 유지하려는 정치 유튜버들은 이제 세계 어디에나 비슷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 마지막 공화당원(스티브 핑크 감독) : 미 하원의원 애덤 킨징거는 2021년 1월 발생한 국회의사당 폭동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은 최초의 공화당 의원이다. 이 때문에 그는 친구와 가족, 그의 경력까지 잃었다. '보수'라는 정치적 신념과 실제 현실 사이에서 표류하는 애덤 킨징거를 통해 감독은 미국 정치의 안팎을 드러낸다. 공화당은 트럼프가 재집권하는 과정에서 일색화되었고, 트럼프의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변화를 보고 있자면 대낮에 꾸는 악몽 같은 느낌이다. 브레이크 없는 대형 트럭들이 거칠게 세계를 질주하며 크락션을 울려대고 있다. - 뜬 소문 (에번 존슨, 게일런 존슨, 가이 매딘 감독) : 영화는, G7 정상회의를 가상으로 설정하고 여기 모인 각국 정상들을 평소의 그 나라 이미지와 알만한 정치인들로 캐릭터화해 한 판 재미있게 갖고 논다. 글로벌 위기에 대한 임시 성명서를 작성하려던 국가 정상들이 숲에서 길을 잃고 점점 커지는 위협에 직면하게 되면서, 날것으로 드러내는 헛소리들이 모여서 '세계의 말'을 이룬다. - 기계의 나라에서(김옥영 감독) : 한국에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다큐. 그들의 목소리로 시가 낭독되는데, 어떤 비장한 성명보다 그들의 시간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시는, 거칠지 않은 목소리로 우리의 그늘을 찰칵 찍어 건네주는 사진 같다. 그들과 대칭을 이루며 화면 밖 녹음으로만 들리는 한국인 고용주들의 거친 목소리와 욕설은, 지금 이곳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 모두의 얼굴을 붉게 만든다. 외국인 하급노동자에게만일까. 낮고, 없는 사람들을 대하는 이곳저곳의 생활 현장에서 보편적으로 목격하는 우리들 다수의 민낯이기도 하다. 그 민낯을 한참 넘어선 뒤에야 진짜 민주주의가 있다. 이재규 우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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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5 18:18

[전북칼럼] 7공화국 헌법을 위하여

헌법은 영원한가? 당연히 아니다. 아무리 위대한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 위대함을 잃게 되고, 아무리 위대한 철학이나 사상도 시대정신에 어긋나면 가치를 상실하게 마련이다. 한때 세상을 뒤흔들었던 마르크스 사상은 기껏해야 100년을 넘기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이 그 사상에서 미래를 보고 혁명을 꿈꾸었다. 꿈만 꾼 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숫자의 젊은이들이 붉은 깃발 아래 생을 바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냉전을 거치면서 혁명은 박제로만 남았고, 상처는 깊었다. 지난 12월 3일의 비상계엄과 내란을 저지한 주체는 국민이었지만 법률적으로 볼 때는 제6공화국 헌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 십여 년 동안 가끔씩 헌법을 읽고 필사하면서, 헌법의 문장들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부사와 형용사가 없는 깔끔한 문장 속에서 빛나고 있는 민주주의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권’이 때로는 추상으로 때로는 구체로 잘 버무려져 있었다. 제6공화국 헌법은 1980년 오월항쟁과 1987년 유월항쟁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군부독재 세력과의 타협의 산물이었기에 한계도 뚜렷했다. 이 헌법을 쟁취하기 위해 수많은 학생과 노동자, 농민들이 ‘민주헌법 쟁취’라는 깃발을 들었다. 그 깃발 아래서 고문과 투옥과 살인을 당한 청춘들의 숫자는 또한 얼마나 많았던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지만 제6공화국 헌법은 피로 쓴 헌법 그 자체였다. 그리고 무려 38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제 5월 18일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광주에서 페이스북에다 ‘진짜 대한민국의 새로운 헌법을 준비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재명 후보는 “이제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과 더 촘촘한 민주주의 안전망으로서의 헌법을 구축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4년 연임제, 결선투표제 도입, 거부권 행사 제한과 국무총리의 국회 추천, 감사원 국회 이관, 검찰의 영장 청구권 독점 규정 폐지, 비상계엄선포 관련 국회의 통제 권한 강화, 지방자치권 보장을 위한 헌법기관 신설,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제안했다. 가장 반갑고 눈에 띄는 제안은 지방자치권 보장을 위한 헌법기관 신설이었다. 인구소멸과 지역소멸, 지역간 소득 격차와 발전의 불균형이 심각의 정도를 넘어 폭발 직전의 임계치에 다다른 게 사실이다. 다행히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헌법기관을 신설한다니 기대할 만하다. 그래도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제7공화국 헌법에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자유권’의 확장은 물론이고 ‘사회권’까지 명문화해야만 한다. 사회권은 이미 1960년대에 유엔에서 정립된 용어로 ‘사회주의’와는 근본부터 다른 개념이다. 개정하는 헌법에 ‘사회권’을 강화하는 일반조항을 신설해야만 비로소 7공화국 헌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사회권은 이미 헌법에 규정돼 있다. 근로권, 교육권, 환경권, 복지권 등이다. 다만, 현재는 각 권리 증진을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로 명시되어 얼마든지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를 ‘국민이 각 권리를 가진다’로 명문화해야만 한다. 현행 헌법처럼 최저 한계 보장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이 보장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적극 보장토록 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계각층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토론하고 숙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겨우 가능할 것이다. 정도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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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8 17:26

[전북칼럼] 전북의 대선은 투표율과 득표율이 관건이다

지난주 5. 6일, 1박 2일 동안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전북을 방문하여 장수. 진안. 임실. 전주. 익산에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농민 기본소득. 노인 빈곤과 일자리.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언급하였다. 하지만 특별한 이슈가 부각되지도 않고 선거로 들뜬 분위기가 형성되지도 않았다. 정권교체를 확신할 뿐만 아니라 ‘내란 세력 척결’ 이외에는 이렇다 할 이슈가 없고 새만금 등을 비롯한 전북의 공약은 대부분 재탕. 삼탕. 사탕이기 때문이다. 더욱 국민의당이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이 롤러코스트를 타며 가처분 신청 기각. 전당원 투표 부결 등 서로 상반된 결과에 의한 상상할 수 없는 내홍을 겪어 긴장감이 떨어진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전북은 수십 년 동안 대선에서 민주당이 강세를 띤 지역이기에 선거운동의 방식도 수도권 등 타 지역과는 달라야 한다. 지지자들 끼리끼리 하는 SNS 활동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투표율과 득표율을 제고하는 활동이어야 한다. 최근 전북의 민주당 대선 후보의 득표율과 투표율을 살펴보면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득표율은 13%-14%대에 진입했으며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에 비해 2-3% 높은 결과이다. 이러한 결과는 오랜 기간 소외되고 있는 전북에 대한 불만, 아직도 박정희 향수에 젖어 있는 일부 노인층. 양질의 일자리 부족 문제와 공정과 정의 등에 태도를 달리하는 젊은 층 등이 민주당 후보에 대해 투표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투표율도 제고되어야 한다. 물론 윤석열 탄핵으로 실시되는 조기 대선이기에 후보들의 대결 구도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 선거를 보면 윤석열과 이재명 후보의 표차가 크지 않았기에 지지율이 두터운 지역에서의 투표율을 높이는 문제도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번 조기 대선은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과 국민의당 후보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 수명이 등록했지만 큰 틀에서는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진행될 공산이 커졌다. 특히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김문수 후보로 최종 결정되어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 사이에 윤석열 내란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전개하며 양 진영 간의 대결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윤석열 탄핵 이후 대선은 야권에 훨씬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여건이 좋고 여론에서 앞서나간다고 하더라도 당선증을 수령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하룻밤 사이에 김문수. 한덕수. 김문수로 후보가 교체되는 것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변수와 사건, 사고들이 벌어지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에 압도적인 정당 후보라 할지라도 안심할 수 없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서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또한 조기 대선의 당선자는 높은 투표율과 압도적인 득표율을 얻어야 당선 즉시 곧바로 구성되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을 때 탄핵 과정의 혼란과 다양한 리스크를 무력화시키고 정국을 주도하며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전북은 선거 때만 무성한 말의 성찬이 아니라 강력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실천을 통해 입증할 수 있는 후보에 대한 지지를 통해 전북의 낙후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단초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은 여타의 선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선택적 집중 선거운동으로 물밑의 움직임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려 투표율과 지지율을 제고하여 대선을 통해 한발 나아가는 전북의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전북의 정치권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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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1 16:39

새만금의 희망을 만들어 보자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선포는 4개월 동안의 국정 혼란과 국민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파면으로 일단락되었다. 헌법재판소의 피 말리는 시간이 끝나자 곧바로 새로운 정부 탄생을 위한 대통령선거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의 장밋빛 공약 홍수를 경험하게 된다. 전북 특별자치도 도민들은 노심초사 탄핵의 시간을 건너 빠르게 마주한 대선의 시간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나? 탄핵 피로도에 그저 호남 지역에 기반한 당의 익숙한 후보를 선택하면 잘하겠지 하는 마음들이 많을 듯하다. 지난 대선 때 전라북도에 대한 공약들을 살펴보면 1987년 선거 때부터 38년 동안 빠지지 않고 등장한 공약은 새만금 공약이다. 농업용지 확보를 위해 공약하고 시작된 새만금 개발사업은 33.9km 세계 최장 방조제 사업을 시작으로 바다와 강을 분리하고 갯벌을 메꾸어 간척지 조성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선거의 공약과 기본계획은 1991년 100% 농수산 중심개발에서 2007년 복합개발, 2008년 다기능 융복합기지조성, 2010년 명품복합도시개발, 2011년 창조적 녹색 수변도시, 2014년 글로벌 경제협력 거점 2021 글로벌 녹색성장 중심지로 변경되어왔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자치단체 선거 때마다 쏟아낸 새만금 공약들 모두 실현했다면 세계 최고의 모범지역으로 우뚝 서 있을 것이다. 도민들의 부푼 기대와는 다르게 완성된 모습 없이 방조제 공사, 간척지 공사, 도로공사, 항만공사, 국제공항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새만금 개발은 매립지 사용처가 충분히 조사 검토되고 추진되기보다는 화려한 공약에 근거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토건 사업 중심으로 진행되어왔다. 그 기간 동안 새만금호는 수질이 오염되고 천혜의 갯벌이 대규모로 파괴되어 그곳에 깃든 수많은 어패류가 사라졌으며 어민들의 터전도 함께 없어졌다. 계속되는 개발 계획을 변경하면서도 국가 예산 십수조 원을 집행하여 토건 대기업들의 돈벌이 공사는 지속하여 왔다. 대규모 농지개발에 필요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담수화 계획은 농지 30%로 축소한 개발계획 변경으로 포기하였으며 산업용지와 수변도시 건설을 위해 매립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소요 흙양은 약 7억㎥로 주변에서 흙과 암석을 끌어와야 하는데 새만금 인근 30km 이내에 이를 공급할 지역이 없어 호수 내에서 파내 메우고 있다. 파낸 흙으로 메워 지반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매립지에 도시나 공장이 들어설 수 없다. 이제 표 모으기 위한 선거 홍보용 무리한 공약보다는 만들어진 땅부터 친환경 개발계획을 도민참여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만금과 비슷한 경험을 극복하고 시민과 함께 성공적으로 진행한 시화호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새만금에 적용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4조 원이 투입된 수질 대책에도 새만금 수질 악화와 새만금 내외 해양생태계 훼손을 막지 못했으니 해수유통 확대를 위한 배수갑문 추가설치나 조력발전 등을 검토 시행 해야 한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생에너지 확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지역으로 새만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조건을 새 정부의 과제로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공약화해 임기 내 완성하도록 해야 한다. 도민들은 선거 때마다 거듭되는 새만금 희망 고문에 지쳐있다.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희망공약 말고 우선 필요하고 임기 내 실현 가능한 공약을 발표하고 도민과 함께 이루어 갈 때 전북 특별자치도의 미래도 선명해질 것이다. 조준호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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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7 17:20

청년 전봉준의 꿈

나는 어려서부터 ‘세상을 흔드는 말’을 좋아했다. 문장을 쓰더라도 쫌스럽게 빙빙 돌리거나 남몰래 속삭이는 수작의 말 같은 것은 성에 안찼다. 조불조불 하지 않고 중심을 돌파하는 것에 끌렸고, 뭔가를 모색한다면 세상을 들어 엎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잔잔한 구간 없이 언제나 요동치는 격류를 흘러가는 것처럼 우리 역사와 시대가 그러했기에 세상을 담아내는 말도 그 굽이 따라 거칠 수밖에 없다고 믿었던 그때, 노을이 지는 미치게 아름다운 밤바다와 꽃 피고 지는 풍광의 위로, 지극히 사소한 개인의 시간에 물드는 것은 잠깐의 빛처럼 너무 짧았고 오래 마음을 붙들어두지 못했다. 청년시절 이래 세상을 바꾸는 꿈과 거역의 문장에 함께 빠졌던 도반 이광재 작가가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세 번째 책을 냈다. 책이 다루는 시공으로 따지면 역순이다. 혼불문학상을 받았던『나라없는 나라』가 2015년이었으니 십 년만의 일이다. 전작이 1894 갑오년의 들불을 그렸다면 이번에 나온『청년 녹두』는 세간에 알려진 이름 전봉준이 병호라는 이름으로 살던 1866년 열두 살에서 1875년 스물한 살까지의 시간을 다룬다. 전봉준의 공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 김덕명, 김개남, 송희옥 등은 이때 대부분 연을 맺고, 같이 살고 같이 죽는 가파른 운명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소설은 일단 재미있다. 소년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성인으로 커가는 성장소설의 외관을 취했지만 그 무대의 폭이 크고 생각의 깊이가 남달라 책을 넘겨갈수록 장쾌한 맛이 있다. 병인양요(1866)가 터진 그 해에 어린 전봉준은 유학으로 세상을 설명하고 선비로서 할 일을 구하는 공부의 끝자락에 앉지만 이내 다른 생각의 씨앗을 품게 된다. 그것은 골방에 갇힌 경서 탐구가 아니라 신분제가 엄연한 조선 말엽의 세간에서 벼랑끝의 처지에 내몰린 백성들의 삶을 자신의 일로 겪고, 그 피눈물과 여러 겹의 죽음을 통과하면서 깨달은 득도 같은 것이었다. 전통의 유자 세계관은 물론 외래에서 건너온 서책과 풍문 등은 봉준이 제 눈으로 목도한 당대의 현실 속에서 해석되고 걸러진다. 힘을 모아 집을 짓고 논밭을 일구며, 짝을 만나는 일에 애를 태우기도 하고 절기 따라 동무들과 먹고 마시는 여일의 시간들도 전봉준이라는 그릇을 채우는 큰공부였다. 소설에서는 고부 금구 전주 고산 등 옛 지리와 풍속을 관통하여 지금도 이어지는 사람살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바로 이곳의 삶터 전북을 종횡하며 청년 봉준은 동구 밖을 지키고 선 큰나무처럼 이 현실에 바탕한 꿈을 키운다. 그러기에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 고장의 풍광과 사람들을 떠올렸다. 전체 3부작의 시작, 전봉준이 1894년에 결행할 꿈의 기원과 시작을 다뤘다 할 이번 책의 마지막 장은 봉준 일행이 눈 내린 함경도의 겨울강을 건너가는 것으로 끝난다. 이어질 2부에서는 1875년에서 1894년까지 20년간 생각을 키우고 사람들을 연결하며 일어설 준비를 하는 긴 호흡의 이야기가 이어지리라. ‘관광지’ 전주에 오는 사람들은 겨우 왕의 초상을 보고 왕조의 남은 성벽과 누각을 눈에 담고 막걸리 몇 잔과 먹거리 소찬의 즐거움에 찬사를 보내면 끝인가, 이광재 작가와 술상을 마주하면 우리는 이런 한탄을 제1성으로 내세우곤 한다. 왕조의 상징인 경기전 반대편에는 전동성당이 근대의 외관으로 살아남아 자리를 잡고 있다. 동서의 대비가 한눈에 들어오는 왕의 길을 따라 오늘도 여행객이 옛 전주를 보고 간다. 전주를 접수했던 농민의 함성도 동학의 푸른 빛도 거기엔 없다. 이른바 대선국면에서, 제 이름을 언제 불러주나 한양이 있는 북쪽만 바라보던 도포자락들의 운명 말고, 전라도에서 흥기하여 세상을 들어 엎으려 했던 진짜 큰 목소리를 꿈결에서라도 듣고 싶다. 이재규 우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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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0 16:15

내란은 현재진행중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있던 바로 그 시각, 용산행 기차 안에서 휴대폰으로 생중계를 보고 있었다. 주문선고가 끝나자마자 기차 안이었으나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그랬다. 나 혼자만 생중계를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기차 안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이 숨죽이고 보고 있던 것이었다. 그 순간 파노라마처럼 지난겨울에 시작된 기나긴 행진의 풍경들이 떠올랐다. 여의도에 처음 등장한 응원봉의 물결, 남태령 고개에서 트랙터 농민들과 함께 했던 철야농성과 인근 사당역에 쏟아진 응원물품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혹한의 밤에 은박지를 몸에 두르고 밤을 지새운 키세스 농성단의 풍경, 광화문 천막마다 단식농성하는 시민들과 응원봉의 빛 속에서 빛나던 온갖 깃발들의 장엄과 삼보일배와 백팔배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콧날이 시큰했다. 더하여 전주 객사 앞에 모인 시민들과 익산과 군산의 소도시에서도 윤석열 파면 촉구 시위에 참가했던 시민들에게 경의를 보냈다. 무엇보다도 집회를 준비하고 행진을 이끌었던 실무자들. 코피를 쏟아가며 영양제 링거를 맞아가며 무대 뒤에서 묵묵하게 준비를 해주신 실무자들에게 존경과 감사한 마음을 보냈다. 긴 겨울 동안 광장과 거리에서 온몸으로 싸워준 실무자들의 노고를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그러나 윤석열 파면으로 끝날 것 같았던 내란은 종식되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증표로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인의 지명을 들 수 있다. 심지어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된 두 사람의 면면을 보면, 골라도 골라도 그토록 수준 낮고 편향적인 인사만 핀셋으로 집어내듯이 골랐는지 감탄을 면치 못할 정도이다. 윤석열 정부 내내 삼류급 인사만 골라 국무위원으로 임명하고, 방통위원장 등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도 삼류급으로만 선택한 수준이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민주주의는 여전히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기고 돌아왔다.”라는 윤석열의 포효는 ‘아Q’의 정신승리를 넘어 본인이 내란의 지휘자임을 분명하게 선언한 것이다. 윤석열의 포효를 정신승리나 망상으로 취급하지 말고, 그저 비웃을 것이 아니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신호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덕수는 윤석열이다. 모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위헌판결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내뱉은 말을 쉽게 바꾸고,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를 외면하고, 파면된 대통령실의 참모를 그대로 두고 윤석열표 알박기 인사를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 한덕수는 윤석열과 한몸인 것이 분명하다. 국회는 당장이라도 내란세력의 새로운 수괴인 한덕수를 탄핵하여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에 개시될 완전한 내란 종식을 위한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내란 세력은 행정부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사법부에도 존재하는데, 윤석열에게만 특혜를 주는 법원의 여러 조치가 그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검찰총장을 비롯해 세력화의 수준이 더욱 뚜렷하다. 사법사상 유례가 없는 시간 단위로 따진 구속기간 계산법으로 윤석열을 석방하고 즉시항고도 하지 않는 일련의 행위가 바로 그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란세력을 뿌리 뽑고, 극우 파시즘의 등장을 그 싹에서부터 잘라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민주주의는 겨우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정도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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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3 17:57

정권교체,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전 국민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충격과 분노를 안겼던 윤석열의 군사 반란이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파면 결정으로 일단락되었다. 탄핵 심판이 예상과 다르게 늦어지며 혼란이 가중되었으나 다행히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8:0의 윤석열 파면으로 대한민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시대착오적인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윤석열 파면으로 수개월 동안 진행된 혼란과 분열, 질곡은 사그라지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었다. 이제 대선을 통해 정권을 교체하여 윤석열의 군사반란의 잔재를 확실하게 끝장내며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번 대선에서는 모든 후보들이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이며 합리적인 정책들을 제시하며 국민적 지지를 모아나가야 한다.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며 통합과 소통을 위한 비전 제시·민생경제·지역 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 사회양극화·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완화할 수 있는 교육 개혁·복지제도 개선·평화와 통일을 위한 자주국방·다양성에 근거한 국익 우선 외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구조개혁의 구체적 내용을 보여야 한다. 임기 내 개헌도 공약해야 한다. 대선 이후 구성되는 새로운 정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낡은 87 체제의 헌법질서를 극복을 위한 개헌 작업에 착수하여 정치와 경제·사회·문화 등을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며 정치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며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며 압축 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다양한 문제들을 민의에 기반하여 해결할 수 있는 있어야 한다. 분권과 자치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고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며 자주국방과 민의 단결된 힘으로 통일한국을 준비하며 세계 평화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대한민국의 시작이어야 한다. 국회는 신정부가 구성됨과 동시에 정부와 소통하며 국회를 중심으로 모든 정치세력이 참여하는 개헌 특위를 가동하여 낡은 87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키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낡은 시스템과 권위주의적 잔재들을 청산하며 새로운 질서를 내오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지난 12·3일의 군사반란은 현재의 87체제가 너무도 무기력하며 쉬이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 주권자인 국민의 역동성과 저항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성과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전시에나 가능한 계엄령이 평상시에 너무나 쉽게 가능한 것을 적나라하게 보았다. 제왕적인 대통령의 권한 축소. 대통령과 국회에 대한 상호 견제 기능 강화·대립과 갈등을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부여된 헌법적 지위를 포기한 국회와 국회의원. 다행히 대통령 파면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전 국민에 생중계된 시대착오적인 군사 반란을 100일 넘게 밀실에서 주물럭거리며 국민들을 극한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넣은 헌법재판소의 역할도 주권자인 국민에게 주요 권한을 돌려주어야 함을 절감했다. 법원·검찰·경찰·각종 국가 기구의 개혁도 절실하다. 이제 앞만 보고 달릴 것이 아니라 현재에 기반하여 과거형의 낡은 시스템을 미래를 위한 시스템으로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인식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87 체제의 극복이 너무도 절실하다.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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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6 17:02

헌법재판소의 빠른 판결이 국가재난을 막는 길이다

진달래가 만발한 뒷동산 봄바람이 마른 나무를 타고 미친 불덩이가 되어 온산을 넘나들며 좀처럼 꺼지질 않는다.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터전을 잃은 이재민이 속출하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기후재난은 세계적으로 예견된 현상이다. 정부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안이한 대처로 재난을 인재로 키우고 회복하기 어려운 사태로 발전시켰다. 12.3 비상계엄 이후 온 나라가 대립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어 불안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은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앞에서 양극단의 한편으로 서길 강요당하며 심리적 내전 상태에 빠져있다. 정치는 증오로 대결하고 경제는 최악으로 치달아 서민들의 가계는 나락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 땅의 주인인 국민은 나라를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법을 지키며 법과 행정에 의해서 질서가 유지되길 바라며 하루하루 살아왔다. 그런데 사법부는 너무도 상식적인 판단을 하는 국민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논리와 괴변으로 판결하는 일이 허다하다. 국민은 법의 해석과 적용을 두고 비슷한 사건을 다르게 판결하는 판사들을 볼 때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 하며 조롱과 비난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TV에서는 계엄군이 국회에 무장난입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생중계되었다. 판사는 내란범으로 구속된 윤석열을 구속 취소 결정을 하고 검사는 항고를 포기하여 석방하는 판검사들 만의 시간 계산법이 따로 있었다. 1948년 제헌의회 이후 1952년 계엄령하에서. 1954년 사사오입 개헌,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 1969년 국회별관 날치기, 1972년 비상 국무회의, 19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 1987년 직선제 대통령 5년 단임제, 헌법재판소 설치 등 개헌이 있었다. 진행됐던 개헌들을 살펴보면 초헌법적 기구에 의한 대통령 임기연장을 위한 위헌과 위법적 개헌으로 점철되었다. 1987년 개헌은 국민의 염원인 대통령 직선제를 담았다. 부족하지만 6월항쟁으로 얻어진 여야의 정치적인 타협의 산물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87년 6월항쟁으로 만들어진 헌법이 38년이 지나는 동안 급속히 변해버린 국내외 환경과 시대적 의제를 담아내지 못하는 유물이라는 극적인 반증이다.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닌 대통령이 헌법 77조에 명시된 국가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이 아닌데도 군을 동원하여 나라를 장악하려 한 친위쿠데타를 전 국민이 목격했다. 실증적 사건과 헌법에 명시된 문구 해석이 평생을 법 공부와 판결을 해온 헌법재판관들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과 숙고가 필요한가 참으로 궁금하다. 아니면 헌법재판관들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치인들인가? 정치인들은 내가 바라는 판결이 나오면 사필귀정이고 기대한 판결이 아니면 비난을 퍼부어댈 수 있다 해도 재판관들은 상식적이면서도 명쾌한 판결을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이유도 밝히지 않는 침묵의 시간이 온갖 억측과 황당한 기대를 키워 나라를 분열과 혼란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법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 헌법재판소의 바른 판결이 속히 이루어져서 정상적인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비상계엄과 초유의 산불로 상처 입은 국민이 정상적인 대통령을 선출하고 새 시대에 맞는 국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데 함께 나서는 것이 가능하다. 조준호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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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30 18:24

‘기쁜 소식'

마음이 헛헛할 때면 절집을 가보곤 한다. 산길을 따라 걷는 동안 계절의 변화가 몸으로 흘러들고, 흐트러졌던 생각은 저잣거리의 소란으로부터 멀어진 산중의 고요 속에서 저절로 정돈되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 아직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의 어린 나는, 엄마 손에 끌려 전남의 어느 절들을 몇 차례 간 적이 있다. ‘살아 청상’이 된 서른 초반의 처자가, 비슷한 처지의 작은집 시모와 함께 작은 시주를 하기 위해 나선 길이었을 것이다. 자기 운명을 납득할 수 없어 뭔가 큰 존재에게 그저 무릎 꿇고 빌어보고 싶었을 젊은 여자. 절에 가는 길은 흙먼지를 뒤집어써 엉망이 되어버린 엄마의 한복처럼 늘 난감하고 고되었다. 어찌 우리 엄마뿐이었을까. 모두가 가난하고 사는 일이 더없이 막막하던 그때, 정안수 한 그릇에 손을 모으거나 절로, 교회로 또 다른 무엇에 의지하고 구하던 마음들은 전쟁의 뒤끝에 이어진 산업화의 빠른 속도가 만들어낸 풍경이었다. 바람 잘 날 없던 정치적 격동이 숱한 개인의 삶을, 우여곡절로 흔들었기에 근현대 한국인의 운명은 나랏일과 동떨어져 생각할 수가 없었다. 절집에는 언제나 원願들이 그득하다. 산문을 지나 세속의 경계를 넘어선 뒤에도 그 걱정의 실타래들이 여러 보살, 나한, 부처의 형상을 입고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한자로 쓴 전각의 이름들과 편액, 주련들을 애써 읽으려 할 때마다 이역에서 건너와 몇 겹의 시대와 공간을 통과하면서 이 땅의 삶과 뒤섞여 살아남은 어떤 고통, 발원, 수만 번 무릎 꿇으며 터트렸을 오랜 통증의 감정들이 물결치듯 나를 때린다. 전북의 절 중에 종남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완주 송광사는 알려진 대로 조선 왕실이 관여한 호국사찰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오래 된 천년의 절터, 그 폐허 위에 절을 다시 짓고 중창한 것은 조선이 큰 환란에 처한 병자호란 어간의 일이다. 대웅전에는 왕, 왕비, 세자의 안녕을 비는 삼전패가 지금도 놓여 있는데 이때의 세자는 청에 볼모로 끌려간 소현세자다. 인조에 의해 소현이 완벽하게 지워진 뒤에도 세자의 무사 환국을 바라며 세워진 전패는 수백 년의 세월을 건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전설 같은 왕가나 도력 높은 선사의 이야기보다 우리를 이끄는 것은 부처의 원력에 기댄 보통사람들의 비원이다. 전각의 기왓장에 적힌 가족의 이름, 초파일 연등으로 나부끼는 간절한 염원의 말들, 죽은 이들을 달래는 촛불 들이 기실 그 거대한 전각을 기도처로 떠받치는 진짜 힘이다. 어떤 신이나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전례나 형상도 모두 이 깊은 슬픔에서 발원하는 것일 터인데. 나라를 뒤흔든 큰 변고를 제대로 매듭 짓지 못해, 수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다쳐가며 네 달째 거리에 서 있다. 노천에서 밤을 새우고 매일 광장으로 나오는 이, 삼보일배의 고행을 이어가거나 옥중에서 108배를 올리는 이, 며칠째 곡기를 끊은 사람, 큰 목소리를 내지는 않으나 애타게 기도하는 이…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 큰 환란을 넘어서게 해달라고 같은 원을 세우고 있다. 이 땅에서 또 다시 격렬한 대립과 충돌로 애꿎은 희생이 더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들이 엎드린 기도다. 송광사 산문 바로 곁에 봄까치꽃들이 푸른 군락을 이루었다. 그의 꽃말은 <기쁜 소식>. 봄의 물기를 품어 물 오른 자태의 소나무들이 증거하는 것처럼 때 되어 찾아오는 계절은 결코 거역할 수 없느니. 3월의 끝자락에는 기쁜 소식이 천지간을 꽃처럼 가득 채우리라 믿는다. 이재규 우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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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23 17:05

광화문에서

어떤 중년 남성이 광화문에 있는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조국혁신당 천막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편지를 툭 던지고 갔다. 당직자는 단순한 응원편지라고 생각하여 받았고 그분은 총총히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봉투에는 사연이 적혀 있었고 안에는 후원금이 들어 있었다. "저는 6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저도 여러분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두 번밖에 쉬지 않고, 오후 8시쯤에 일이 끝나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서 너무 죄송합니다. 대신에 통장을 털어서 작은 금액이나마 보태고자 하오니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세요! 만약에 탄핵이 기각된다면 어차피 자유는 없어지고 민주주의는 사라지기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바로 그만두고 거리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목숨은 두렵지 않습니다. 65년 정도 살았으니까요.' 전국 각지에서 토요일 광화문 집중 집회에 참석하고자 하는 열기가 뜨겁다. 며칠 전부터 토요일의 서울행 티켓은 기차든 고속버스든 완전 매진이었다. 전북에서만 전세버스가 120대 정도가 올라갔다는 후문이다. 입장 휴게소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파면촉구 전세버스가 가득 차 있고 식당이며 화장실 앞에는 대기줄이 하염없이 길었다. 페이스북이며 각종 단톡방에는 실시간으로 집회 현장의 사진과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지난 토요일처럼 역사의 고비를 넘는 찰나에 광화문에 못 가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광화문에 갈 처지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지역의 집회에 참석하여 먼발치에서 마음의 응원봉을 흔들기도 하고, 각자의 삶에서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며칠 전에 바다에 던져둔 쭈꾸미 통발을 건져야 하는 어부들, 감자와 당근을 심기 위해 종일토록 발을 일구고 미리 거름을 뿌리는 농부들, 가게를 열어놓고 유튜브로 생중계를 보며 손님을 기다리는 자영업자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마음만 광화문에 보낸 저 수많은 시민⋯⋯. 그들 모두 역시 역사의 큰 흐름에 합류한 사람들이다. 강물처럼 흘러가고 모이고 마침내 바다에 이른 역사의 거센 물결을 이뤄낸 것은 바로 이 사람들이다. 이 물결은 때로 지형을 바꾸고, 강물의 물줄기를 바꿔 놓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과 목숨이 물결에 바쳐지기도 했다. 지금의 이 물결을 윤석열 파면 촉구로만 단순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구호는 윤석열 파면이지만, 물결의 중심을 관통하는 것은 삶의 보편과 평등을 지켜내는 일이고, 사람과 사회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 일이며 각자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삶의 질을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하고자 하는 불균형의 극복이며 동시에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일인 것이다. 그러기에 각자가 갖고 있는 가장 밝은 빛을 꺼내어 서로를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낮의 광화문은 수많은 천막과 깃발이 나부끼는, 그러나 어떤 애처로움이 바람처럼 나부끼는 술픔의 광장이라면 밤의 광화문은 수많은 응원봉으로 빛나는 빛의 광장이다. 세종대왕은 경복궁의 정문 명칭을 광화문으로 정할 때, 임금의 덕인 광(光)이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백성들의 조화(化)로운 삶으로 바뀌기를 소망했었다. 집회하는 광화문에서나 아니면 마음의 광화문 앞에서 우리는 윤석열 파면이라는 ‘광’이 이 땅에서 민주주의로 ‘화’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응원봉과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번 주에는 윤석열 파면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나올 것이다. 그리 될 것이다. 정도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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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16 17:44

단 1%의 확률이 있어도 도전한다

지난 2월 28일,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로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가 선정되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49표를 얻어 겨우 11표를 얻은 서울특별시를 누르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전북도는 올림픽 유치 명분으로 ‘지방도시 연대’를 통한 국가균형발전 실현을 내세웠다. 이른바 ‘비수도권 연대’로, 전북도는 올림픽을 유치하면 전주를 중심으로 대구에서 육상 경기를 개최하고, 광주(양궁장·수영장)와 청주(실내체육관), 홍성(국제테니스장), 고흥(해돋이해수욕장) 등 전국적으로 대회를 분산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2036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할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인도. 인도네시아. 카타르. 튀르키예. 칠레 등과 경쟁할 예정이다. 오는 3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새 위원장이 선출되고, 새 집행부 체제에서 2036 올림픽 개최지 선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치 결정전의 전북의 언론 단체. 정치권 등은 유치도시로 서울시가 무난히 확정될 것으로 예상하여 시큰둥한 분위기를 보인 가운데서 국내 유치 후보 도시로 전주시가 확정된 것이다. 패배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전북이 서울과의 경쟁 과정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최근까지 전북은 콩가루 집안이었다. 잼버리 사태로 이후 한상 대회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었다. 전주·완주 통합 추진은 타 지역은 이미 해결한 해묵은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갈등이 격화되었고 새만금 지역 관할권 문제도 전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김관영 지사의 뚝심이 일을 낸 것이다. 어느 도시도 서울과 경쟁하는 것은 너무도 무모한 일이었고 경쟁에서 승리를 예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이 와중에 단 1%의 확률만 있어도 도전한다는 젊은 김관영 지사의 적극성과 추진력이 만들어낸 승리가 올림픽 유치 후보도시 선정이다. 패배주의의 끝판 왕으로 전국 꼴찌의 경제력, 소지역 대결 구조로 분열이 일상화되어 있고 되는 일이 없는 전북에서 올림픽 유치 도시 선정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특히 정치권과 언론의 비협조에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압도적 승리였다. 이번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자타 공인 일등 공신은 김관영 지사이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모든 인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 승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전북의 여타 현안들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수십 년 만에 모처럼 이룩한 쾌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들을 자제하며 각 지자체와 정치권. 시민사회단체들이 눈앞의 이익이나 소아를 버리고 대의의 큰 틀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일부 정치권의 비협조와 반대 선동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전북의 미래를 위한 일에 다 함께 나서야 한다. 더 이상 패배주의, 소지역주의, 눈앞의 이익에 매달려 미래의 먹거리와 전북의 꿈을 저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전주·완주 통합. 새만금 관할권 문제 등도 보다 열린 자세로 임한다면 해결 못할 것이 없다.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 선정을 계기로 ‘전북이 새롭게 할 수 있다.’는 믿음과 대의를 위해 함께 한다면 전북을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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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09 16:00

기회는 위기 안에 기다리고 있다

1월 20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세우며 취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당일부터 행정명령을 쏟아내 국제질서를 흔들며 세계를 충격과 혼란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첫날 서명한 행정조치에는 파리기후협약 재탈퇴와 석유 및 가스 시추 등 화석연료 확대가 포함되어 있다.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은 화석연료 등 온실가스 과다 배출로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하여 자연재해가 급증하고 생명체들이 살아가는데 지속할 수 있지 않다는 위기감에 195개국 만장일치로 채택한 국제협약이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기온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도 이하 1.5도에서 억제해 보자 합의했다. 온실가스 배출 1위 국가인 미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 때문에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에 대한 전 지구적 노력을 외면한 정책을 채택한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이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5도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라고 발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10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10년이었다. 기후 붕괴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고 파멸의 길에서 서둘러 빠져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유엔 세계보건기구(WHO)도 탈퇴를 통보했다. 코로나 19 팬더믹 사태로 인한 국제사회 대응은 회피하고 자국의 국민만을 위한 보건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중국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도 맞대응으로 보복관세를 결정하였다. 미국의 캐나다, 멕시코, 유럽, 한국 등에 대한 연쇄적 관세 폭탄으로 인한 관세전쟁이 시작 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엔에서 조정과 합의를 이루며 진행된 국제질서는 혼돈과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21세기 지구촌은 기후도 팬더믹도 경제도 하나의 생명체로 연결되어있다. 다른 나라는 외면하고 나만 잘살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국제환경 속 내란사태로 인한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은 풍전등화같이 불안하다. 온통 트럼프의 입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 산적한 문제를 슬기롭게 대응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현명한 정부를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그래왔듯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DNA가 있다. 분단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단기간 이루어낸 경제성장과 K-문화에 세계인이 환호한다. 그러나 소득 양극화, 자살률, 지방소멸, 출산율, 등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도 일상적 현실이 된 지도 오래되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정치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는 국회와 대통령실이 최하위를 맴돌고 있다. 낡은 구조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대전환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헌법에 새로운 정부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꿈이 어려운 시기를 넘어 이루어져야 한다. 갑자기 동해에서 화석연료를 시추하겠다며 대왕고래 사업을 발표하고 느닷없이 계엄을 선포하는 등 시대에 역행하는 정부가 아닌 국민을 두려워하고 한류 K-문화만이 아닌 세계가 모범으로 삼을 새로운 정부를 만들기 위해 정치인과 국민이 노력해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와 경제전쟁 영토전쟁으로 혼돈스런 지구촌에 희망의 빛을 발하는 동방의 등불 대한민국의 꿈을 함께 꾸면 길이 된다. 조준호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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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23 17:34

‘잡범’이라는, 억울한 말

풀과 나무를 배울 때 ‘잡초’라는 말에 대한 이의 제기를 들은 적이 있다. 유해한 풀, 허드레 취급을 당해도 마땅한 하류. 한마디로 없어져도 좋을 밑바닥 존재들을 잡초라 통칭하는데 그처럼 억울한 누명은 없다는 것이다. 숲해설가 과정에서 잡초로 퉁 쳐진 풀꽃들의 고유한 이름과 생태에 대해 알게 되면서 어느 한 관점에서만 따지는 유익성이란 게 얼마나 폭력적인 잣대인지를 실감했다. 잡초를 인간 세상에 대응시킨 말에 ‘잡범’이란 게 있다. 절도, 폭력, 사기 등으로 들어온 일반수들을 한묶음으로 부르는 말인데 주로 그들을 단죄하는 검판사들이 입에 올린다. 파렴치하다는 말이 쌍으로 붙어 다닌다. 마동석이 무지막지한 완력의 형사로 나오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는 ‘진실의 방’으로 끌고 가 몇 대 크게 후려치면 다 부는 하찮은 것들로 나온다. 잡범 외의 존재들, 감옥에서 ‘범털’로 불리는 윗것들은 진실의 방 따위에는 끌려가는 법이 없다. 그들은 모든 절차를 밟아 우아하게 조사 받는다. 얼마간 고생 시늉을 하다가 다시 화려한 양복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들에 비해 잡범들은 기댈 데가 없다. 제 뒤에 돈과 빽 아무도 없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잡범=개털의 충족조건이다. 독방은 언감생심, 여럿이 끼여 자는 감방에서도 찬바람 부는 화장실 곁이 제자리다. 무시하고 짓밟아도 탈 안 나는 저 밑바닥에서 머리를 들고 사람 취급 한 번 받으려면 밥 대신 퐁퐁을 들이마시고 온몸에 자해를 해야 겨우 송곳 같은 틈을 인정 받는 한겨울의 자리. 8~90년대 운동노래를 많이 지은 박종화 시인은 당대의 사법 현실을 딱 세 줄의 시로 적은 적이 있다. “잘못했지요 / 반성하지요 / 이상입니다.” 개털들의 법정 풍경을 이렇게 기막히게 압축할 수 있을까, 절창이구나 감탄했던 시. 변호사들은 잡범들에게 사실관계를 굳이 묻지 않는다. 변론하지 않는다. 머리 쳐들지 말고, 고개 숙이고, 인정하고, 내려주시는 형량이나 깎으라는 것이다. 감방 안의 수인들은 시간도 깰 겸 자기들끼리 모의법정을 열곤 했다. 법정 경험이 많은 누범자가 재판부와 변호사 이름 조합에 따라 예상 형량을 맞추었다. 귀신들이었다. 재판의 고수들은 아침 출정하는 동료 잡범들에게 절대 머리 세우지 말라고 조언을 했다. 높은 법대에 앉아, 묶인 자들을 내려다보는 판사들은 “재판정에 끌려 나온 순간 이미 죄인인 자들”의 고개 숙인 정도를 정상 참작의 근거로 삼는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들은 굳이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법의 그물망을 쉽게 찢고 나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반박할 수 없는 리얼리즘이 오래 지배해온 법정 풍경에서 우린 얼마나 멀리 왔을까. 2025년 가장 뜨거운 재판 소식이 매일 뉴스의 첫 머리를 차지한다. 요즘처럼 온 국민이 헌법 제도와 재판 용어, 군과 각 정부기관의 명령 체계 등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을 것이다. 오늘의 법정은 나라를 뒤집어놓은 대형 범죄자가 고개를 뻣뻣이 들고, 숱한 증거들 사이에서 뻔뻔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걸 지켜봐야 하는 고통으로 가득 찬다. 정말 마동석 한 번 호출했으면 좋겠다 싶은, 진짜 잡범이 거기 있다. 수십 년 익힌 온갖 법기술을 동원해 파렴치의 끝판왕을 달리고 있는 국사범. 죄수들의 모의법정이 열린다면 검사 역을 맡은 잡초 하나가 이렇게 일갈할 것 같다. “눈 깔아. 이 잡범보다 못한 XX야. 네가 사람이냐.” 이재규 우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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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16 18:10

내란종식 원탁회의를 기대하며

1923년 11월 8일 오후 8시, 독일의 뮌헨에 있는 어느 맥주홀에서 뮌헨과 바이에른 정부의 유력자들이 모두 참석하여 독일의 11월 혁명 5주년 기념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오후 8시 30분, 무장한 나치 돌격대가 맥주홀을 포위하였고, 뒤이어 히틀러가 연단에 올라 바이에른 주정부의 해산을 선언했다. 히틀러가 독일 역사에 등단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폭동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를 통해 히틀러는 한순간에 독일의 스타가 되었다. 독일의 나치 파시즘은 그렇게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여 세계사에 씻을 수 없는 폭력과 잔인함과 혐오와 대학살을 저질렀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내란을 일으킨 이후, 한국 사회에는 새로운 혐오와 폭력을 앞세우는 파시스트들이 전면에 나서서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 극우 유튜브가 선동하는 파시즘의 물결이 비로소 파시스트들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윤석열은 내란 행위가 기폭제였다. 여당인 국민의 힘이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파시스트들의 준동은 나날이 거칠어졌다. 마침내 서부지법까지 공격하는 헌정사 초유의 폭동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히틀러가 유태인을 혐오와 증오 대상으로 삼았던 것처럼 저들 파시스트들은 중국인을 혐오와 증오 대상으로 삼았고, 민주당의 이재명 당대표를 집요하게 공격하여 마침내 내란 행위를 정당화하는 여론까지 형성하게 만들었다. 범죄의 객관적 사실과는 아무 관련성이 없는 중국인과 이재명을 공격하는 이러한 행태는 기계적 중립을 표방한 모든 언론의 방송화면과 기사를 통해 여과없이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그리하여 한국 사회의 전면에 등장한 파시스트들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로 확정되고 말았다. 극우 파시즘의 등장의 기원과 철학적 원인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그건 내란을 종식한 이후에 사회적 대화와 학문의 영역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과제로 넘어가고 일단은 매우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개신교 일부와 극우 파시스트들의 결합, 종교와 정치의 망상적 결합이 한국에 등장한 파시스트의 주요한 특징이다. 거기에다 알고리즘으로 배치되는 SNS의 확증편향의 확산이 개신교 교도와 일부 청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을 파면 결정하더라도 국민저항권을 운운하며 폭동에 가까운 집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것이다. 여기에 여당인 ‘국민의 힘’이 올라탄 형국이다. 최근 조국혁신당에서는 ‘내란종식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이 제안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이 호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내란종식 원탁회의’의 본질은 한국사회에 뿌리 내리려고 하는 극우 파시스트들의 폭력과 선동을 종식시키기 위한 연합군의 창설에 있다. 나치와 일본의 극우를 종식시키기 위한 2차세계대전의 연합군 같은 조직이 긴급하게 필요하게 되었다. 윤석열의 내란이 극우 파시스트들에 의해 재생산되고 있으며 불안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 내란의 일차적 종식은 정권교체에 있고, 궁극적 종식은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이분법적 진영논리,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조국혁신당 조국 전대표의 ‘새로운 다수 연합’의 제안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연합군들이 새로운 다수 연합을 결성하지 않으면 민주당만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번 조기대선에서의 정권교체는 극우 파시즘의 준동을 뿌리에서부터 잘라내고 새로운 나라로 가느냐 마느냐의 중차대한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정도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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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09 18:58

청년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정권교체 가능하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의결, 구속, 헌법재판소의 재판 진행 등으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연말과 연초였다. 한겨울 맹추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인용과 구속 수사를 외치는 시민들의 뜨거운 목소리로 아스팔트를 달구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범적인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 높은 시민의식을 자랑하며 선진국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친위구테타식의 계엄을 불법적으로 발동한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폭거였다. 시대착오적인 54년 만의 계엄은 1980년 피의 5·18을 상기시켰다. 즉각적인 시민저항과 자신들의 방식으로 항거하는 하급 지휘관과 젊은 사병들의 모습이 달랐다. 탄핵 인용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와 정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성과를 헌재도 결코 비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의 흐름을 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다. 소수극우세력으로 치부되며 내란 주도 세력과 동조세력인 윤석열 탄핵 반대 그룹이 점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25년 1월의 각종 여론조사들은 이러한 경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일뿐’이라고 하지만 속칭 태극기 부대와 동조세력의 수준을 벗어나 우파세력을 결집시키는 것에 더해 일부 중도층을 흡수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탄핵이 인용되면 변화가 분명하다지만 정국을 주도하며 국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민주당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여론흐름이다. 과표집이나 응대층의 적극성만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대목이다. ‘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을 무색하게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토는 갈수록 증가하는 모습이다. 탄핵인용이 확실시되는 윤태통령의 몰락과 함께 이 대표도 동시 추락하거나 틀에 갇힌 모양새이어서 사법리스크와 더불어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여론조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통적으로 굳건한 진보 지지층이었던 20·30대 남성들이 과거와는 분명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대남은 말할 것도 없고 30대 남성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탄핵 찬성의 각종 집회에도 이들 20·30대 남성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청년세대에 대한 이해와 성찰, 대응책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탄핵 찬성이 70%를 훨씬 넘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60%대에 머물고 있다. 탄핵 이후 민주당의 독주와 배타적인 정국 운영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모습이다. 과거 정부부터 누적되며 소외된 청년 세대에 대한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접근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이제부터라도 민주당이 앞장서서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배타성과 독주, 무조건적인 낙인찍기가 아니라 수권세력으로서의 포용과 안정성을 보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청년세대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하나하나 제시하며 풀어나가야 한다. 식상하고 반복적인 강대강 전략으로는 난관을 극복하기 어렵다. 소수와 다름을 인정하는 당내 민주주의 실현을 통해 극렬 팬덤을 극복하고 토론의 활성화로 청년세대의 목소리에 응답하며 진정으로 그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 국민적 요구이고 미래 한국의 나아갈 방향이다. △김영기 대표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창립 실무자로 참여했으며 전북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상임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전북희망나눔재단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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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2.02 17:45

촛불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새옷

을사년 새해를 맞이하는 서민들의 마음은 혹한의 겨울보다 춥고 불안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달 12월 3일 늦은 저녁 뉴스를 보려다 윤석열 대통령의 예고 없는 등장과 비상계엄선포는 지나간 흑백영화를 보는 듯 비현실적인 화면이었다. 국회를 포위한 경찰과 몰려간 시민들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간 국회의원들과 헬기 타고 나타난 무장한 군인들 생중계로 방영된 광경들은 45년 전 암울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경험하지못한 세대에게는 이상한 밤이었으리라. 과거 계엄과 국가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70년대 유신 독재와 80년대 군부독재의 공포와 트라우마로 과거를 되살리며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계엄 사령관이 사인한 포고령 1호는 국회와 지방의회 국회의원을 적으로 간주해 체포하고 폐쇄하려 했다. 또한, 언론의 입을 틀어막아 국민의 귀를 막으려 했음이 밝혀졌다.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파업을 금지하고 위반 시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다행스럽게 불법 계엄에 동원된 군인들의 소극적 태도와 시민들의 적극적 대응으로 국회의원들 계엄해제 결의가 가능했다. 내란 쿠데타는 저지되었으나 이어 닥친 경제 한파는 서민경제를 얼어붙게 했다. 위태롭고 불안한 우여곡절이 없진 않지만 내란 일당들은 줄줄이 체포 구속되고 과거와는 다르게 큰 희생 없이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1980년 계엄으로 가장 상처가 깊었던 호남은 안도의 한숨을 쉬기 무섭게 한해를 이틀 남기고 무안 제주항공 참사를 날벼락 같이 겪고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 세월호 이태원 등 반복되는 참사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예견된 사고임을 확인한다. 정작 책임져야 할 높은 분들은 빠져나가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안 되니 국민은 불신한다.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은 우수한 교육수준 높은 문화예술과 민도를 세계가 부러워한다. 내란을 주도한 사람들의 면면은 최고의 학교에 수석 입학 수석졸업자들이 즐비하다. 엘리트 리더들에게 믿고 맡긴 국가가 엉망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며 이제 국민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권력집중 제왕적 대통령제만이 최선인가? 재난 안전 시스템은 대형 참사가 거듭되는 이대로 좋은가? 경제적 부는 커져 있는데 가난으로 내몰리는 서민경제 양극화는 해결 불가능한가? 광장에서 추위를 견디며 촛불을 들고 매번 바로잡았던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개헌을 약속하고 집권한 권력에 의해서 외면되온 현실은 어쩔 수 없나? 37년이 지난 6공화국 체제는 변화된 나라 안팎의 환경과 성숙하게 자란 대한민국 몸에 맞고 지속할 수 있는가? 이제 국민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정치는 삼류인데 나라는 국민에 의해서 일류로 향해 굴러간다는 냉소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엘리트 리더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허상을 확인했으니 대중의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7공화국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 내란세력의 철저한 단죄와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만 새 시대의 설계도 미룰 수 없다. K-PoP를 부르고 응원봉을 흔들며 역사의 한복판에 등장한 이 땅의 젊은 주인들에겐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새 옷이 필요하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권력만 이동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충분히 확인했다. 이제 멈출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낡은 시스템을 바꾸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꿈꾸어 본다. △조준호 석좌교수는 제6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지냈으며, (사)ESG코리아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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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9 16:56

잡혔어?

‘내란성 불면증’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사십여 일째, 많은 사람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휴대폰에서 뉴스를 거듭 확인하는 것이 일과가 된 현실을 반영한 시사용어다. “잡혔어?” 졸린 눈을 뜨자마자 절로 터져나오는 이 말에는 제발, 오늘은⋯ 이 불면의 밤들이 종결되었으면 하는 절실함이 담겨 있다. 정의가 지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애써 가라앉히고, 간밤 ‘그 자’의 안부를 챙기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12월 3일, 지옥문 앞까지 갔으나 천행으로 악귀들이 몰려 나오는 문을 틀어막은 내란의 밤 이후 우리는 대한민국을 주도한다는 권세가들의 민낯을 라이브로 목도하고 있다. 장성들, 경찰 수뇌부, 총리 장관 등의 최상위 관료, 집권당 국회의원들까지 한통속으로 가담한 친위쿠데타가 만일 성공했더라면 절대 보지 못했을 권력의 이면, 추악한 결탁의 속살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전사, 정보사, 방첩사, 수방사 등 정예 무력과 정보기구의 지휘권을 틀어쥔 이들은 모두 윤석열의 패거리로 놀았다. 특정 연줄로 얽혀 화려한 정치군부시대의 재림을 꿈꾸었을 이들의 시나리오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전라도 말로 ‘오살 것’들이 판을 치는 잔혹한 국가 폭력의 피바다가 펼쳐졌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살이 떨린다. 군부정권의 기억으로부터 40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이 군사반란을 실시간 중계로 목격하면서도 많은 국민들은 이것이 현실임을 차마 믿기 어려웠다. 공화국의 기초가 이렇게 허약하다는 것을 맨눈으로 확인한 것이야말로 내란 사태가 남길 가장 큰 교훈일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명백하고 온 국민이 증인인데도 대한민국은 아직 <내란 진행중>이다. 악은 창을 깨고 난입했는데, 정의와 선을 회복하는 일은 절차를 따져가며 지난한 경로를 따라 간다. 수괴는 경호처를 사병으로 동원하고 용산궁에서 장기농성을 하며 법과 제도를 비웃는다. 수괴는 말할 것도 없고, 내란주범의 정치적 경호부대로 전락한 국힘당 의원들의 변설을 들으면 후안무치, 적반하장 같은 말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와중에 요설을 펼치며 이상한 양비론으로 저들에게 분칠을 해주는 자도 여럿 있다.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그들이 늘어놓는 문장이나 노래, 설교 따위를 나는 결코 믿지 않는다. 이런 때에 저절로 드러난 본색들을 사람들은 오래 기억할 것이다. 사필귀정, 발본색원이 지금의 시간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정의가 오래 구현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이 말에 기대 마침내 승리하는 순간을 꿈꾼다. 이 땅의 많은 일은 휴전선, 분단상황과 연결되어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자본 체제에 근원적인 전원 스위치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긴 호흡으로 뿌리를 더듬어야 할 일들이다. 평범한 이들의 나날의 작은 삶이야말로 이 곡절의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천이 아닐까 싶다. 식민지, 전쟁, 분단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총칼 아래에서 죽고 넘어지며 여기까지 밀려온 삶. 억울하게 죽은 자들이 우리 등 뒤에 서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우리가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들의 목록을 나는 일기장에 써둔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 저녁 노을, 어느 날의 비와 흰 눈들, 수많은 걱정과 희망들. 사람다움의 순간들. 괜찮아,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그 이름을 낮게 불러본다. △이재규 교수는 시민사회단체, 방송진행자, 국회 보좌관, 민간 남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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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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