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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달걀위를 걷는다'

술은 잘 마시면 몸에 보약이 될 수도 있지만 잘 못마시면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패가망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동·서양에 술에 대한 경구(警句)나 속담도 많다. ‘술과 안주를 보면 맹세도 잊는다’‘주석(酒席)이 길면 수명은 짧다’‘첫 잔은 갈증을 풀기 위하여, 둘째 잔은 영양을 위하여, 세째 잔은 유쾌하기 위하여, 네째 잔은 발광하기 위하여 마신다’등등.

 

술을 마시면 기고만장해서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현사(賢士)도 안중에 없을 수 있으니 주정만 보고도 그 사람의 인품과 경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도(酒道)에도 단(段)이 있다. 애주(愛酒)나 기주(嗜酒)의 자리에 이르면 비로소 주도의 초단이 되지만 탐주(耽酒)나 폭주(暴酒), 장주(長酒)에 빠지면 술의 진미(眞味)를 모르는 사람으로 초급의 경지에 겨우 이를 정도라는 것이다. 하물며 군사문화의 유산인 폭탄주야말로 주도에 있어서는 낙제점일수밖에 없다.

 

술이 패가망신의 원인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 요즘 연이어 언론의 매질을 당하고 있다. 386세대 국회의원들과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이 나라 지성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5·18전야 광주에서 룸살롱 술판을 벌여 지탄을 받더니 이번에는 시민운동단체의 핵심 멤버중 한 사람이 술에 취해 여대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돼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공인(公人)들이 술때문에 줄줄이 망신을 당하는 이런 꼴을 보면서 국민들은 이 사회의 도덕률이 무너지는 공허함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망연해 하고 있다.

 

이들이 마신 술이 애주였는지 폭주였는지 아니면 폭탄주였는지는 모른다. 본인들의 해명을 빌리면 일정부문 부풀려진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공인의 도덕성에 흠집을 남긴것만은 분명 잘못이다. 법화경(法華經)이 가르치는대로 ‘사람이 술을 마셔야지 술이 사람을 마시는’ 지경에까지는 가지 않았어야 한다. 서양 속담에 ‘달걀위를 걷는다(walk on eggs)’라는 말이 있다. 공인은 매사를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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