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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판도라의 상자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판도라의 상자’는 인류에게 희망을 상징한다. 인간을 처음 만든 프로메테우스는 신(神)의 전유물인 불(火)을 회향나무 가지에 붙여 인간사회에 전한다.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난 주신(主神) 제우스는 이 축복에 맞먹는 불행을 주기로 하고 헤파이토스에게 부탁해 흙으로 여자를 빚게 한다. 그가 바로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Pandora)이다. 신들은 이 여자에게 온갖 재앙이 들어있는 상자 하나를 줘 지상에 내려 보내면서 절대로 상자를 열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그러나 호기심 많은 판도라는 남편이 없는 사이 이 상자를 열고 만다. 그러자 상자 속에 갇혀 있던 질병·고통·슬픔 등 모든 재앙이 빠져 나왔다. 인류에게 닥치 재앙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판도라가 서둘러서 상자를 닫자 맨밑바닥에서 꾸물대던 ‘희망’만은 나오지 못하고 상자속에 갇히고 말았다. 우리가 흔히 어떤 가능성이나 좋은 일을 상정(想定)할 때 ‘판도라의 상자’를 응용하는 것은 바로 이 상자속에 갇혀있는 희망의 메시지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어제 분단후 첫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들어갔다. 실로 반세기만이다. 불과 한시간 남짓 비행끝에 김대통령이 순안(順安)공항에 도착하자 예상외로 김정일(金正日)북방위원장이 영접을 나와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아니 놀랐다기 보다는 이 역사적인 두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며 벅찬 감격을 억누르지 못해 눈시울을 적신 국민들이 많았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오전 8시15분 청와대를 출발해서 불과 두시간만에 도착한 평양, 그 평양의 하늘도, 서울의 하늘도 똑같이 맑고 청명했다.

 

공항과 평양시내 거리를 가득 메운 환영인파는 또 무엇인가.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어 이 시대 우리 민족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두 말할것도 없이 남북의 평화와 협력과 통일이라는 사실의 깨달음이다. 김대통령의 말대로 이번 정상회담은 겨우 그 첫걸음을 내디딘데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이번 만남으로 희망이 가득 담긴 ‘판도라의 상자’하나를 더 얻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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