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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曲藝 정치

 



우리네 남사당놀이는 곡예의 진미를 보여주는 놀이이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남사당놀이 중 줄타기는 그야말로 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펼치는 곡예 그 자체이다. 줄타기는 줄꾼 또는 줄광대라 부르는 재주꾼이 두어 길 높이로 공중에 매어 놓은 줄 위에서 삼현육각의 반주에 맞추어 재담과 소리도 하고 춤도 추어가며 잔재주를 부리는 놀음이다.

 

특히, 줄꾼은 놀이가 절정에 이르면 ‘잘하면 살 판이요, 잘못하면 죽을 판’이라는 재담을 한바탕 늘어놓으면 줄 위에 일어서서 뒤로 뛰어올라 몸을 날려 공중회전을 한 다음 줄 위에 앉는 재주를 아슬아슬하지만 능수 능란하게 펼친다. 보통사람이 줄꾼의 줄타기 놀이를 보면 그 아슬아슬함에 간이 조이지만 그 능수 능란함에는 혀를 내두른다.

 

요즈음 우리 정치판을 볼라치면 줄타기놀이를 보는 것 같아 손에 땀이 날 지경이다. 8.15 평양축전에 참가한 사람들의 돌출행동으로 불거진 여야(與野)의 갈등은 한나라당이 제출한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표결 처리됨에 따라 민주당과 자민련의 DJP 공조는 물 건너갔다.

 

이 와중에서 국정 책임의 연장선상에서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의 책임론이 거론되었으나 결국 이총리가 내각에 잔류키로 결정했다. 아주 거창한 대의명분을 총리 유임의 이유로 내세웠다. 즉, 당보다는 국가와 국민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당에 대한 의무보다 총리로서 국민에 대한 책무를 우선한다는 명분이 언뜻 보기에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도무지 국민들은 찜찜한 마음이 앞서고 도무지 그가 내세우는 명분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도 국민들은 이런 사태를 지켜보면서 자신들의 조그만 이익을 위해서는 어떠한 배신이나 이합집산도 밥먹듯이 해대는 어두운 정치적 흥정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민련의 총재였던 이 총리가 DJP공조가 파기된 이후에도 자민련으로 복귀하지 않고 그대로 잔류하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정치의 줄타기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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