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군사정권의 등장으로 30년 동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지방자치제가 온 국민의 절박한 요청에 따라 부활된지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그러나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 각 지역의 잠재력이 살아나 전 국토가 균형발전 될것이라는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작금의 지방자치 실태는 ‘참담하다’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모양만 지방자치지 아직도 지방행정에 대한 결정권과 집행권을 중앙정부가 꽉 틀어쥐고 놓아주지 않고 있으니 지역 특성에 맞는 행정을 펼치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게다가 주요 정책결정과 예산투자가 여전히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 지방은 오히려 지방자치 부활 전보다 상대적으로 더 퇴락하고 있다.
99년말 현재 분야별 수도권 집중도를 보면 남한면적의 11.8%에 불과한 서울·경기지역에 전체 인구의 46.3%가 몰려있고 10대 명문대와 30대기업 본사도 각각 80%와 88.5%가 모여있다. 또 국가공공기관이 84.3%, 외국인 투자기업이 72.9%, 벤처기업이 77.1%, 은행예금의 67.9%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도권은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 지방의 돈과 사람을 계속 빨아들여 주택난·교통체증·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고 지방은 지방대로 산업침체에다 인재와 자금이 유출되는 악순환을 거듭하여 고사직전에 처해 있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지금도 틈만 나면 지방사람들은 수도권을 기웃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 모일간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6%가 ‘지방에 있으면 뒤떨어 진다’고 대답했고 21.8%는 수도권으로의 이주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서시히 침몰해가는 지방실정을 보다못한 전국 각지역의 지식인 2천7백57명이 최근 “고사위기에 빠진 지방을 구하자”며 중앙정부를 향해 ‘지방분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정책의 중지, 국세의 지방세로의 대폭 전환, 행정·재정 결정권의 지방 이양, 지방대학 육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 너무도 당연한 요구여서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을것 같다. 정부의 획기적인 인식의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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