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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헛소문

 

 미국이 세계 최강의 권좌에서 밀려나리라는 ‘소문’이 미묘한 반미감정을 타고 세계 도척에 나돌고 있다. 그 밑바닥에는 미국 경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쌍둥이 건물의 테러에 의한 붕괴가 자리하고 있다.

 

 대영제국의 표상이던 빅토리아 여왕이 ‘영국의 세기’가 마감되고 난 직후에 마치 ‘큐 사인’이라도 받은 양 쓰러졌다. 이와 흡사하게 ‘미국의 세기’라 자타가 공언하던 20세기가 끝나자마자 발생한 상상을 초월한 ‘사건’에 미국의 오만함을 싫어하던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소망’을 ‘소문’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소문’에 힘이 실리게 된 것은 사건 직후 미국 일반시민들이 보여준 일사불란함 때문일 것이다. 다양성을 최고의 가치로 섬기던 그들이 갑자기 하나가 되어 ‘피의 보복’을 지지하고 나섰다. 강대국의 몰락이 외적 요인보다는 내적 타락에 의한 것임을 믿고 있는 이들은 이 비이성적 현상에서 붕괴의 단초를 반겨 찾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상황이 변해가고 있다. 세계 곳곳의 양심적 지식인들의 호소에 눈을 뜬 것인지, 아니면 팽개쳐두었던 ‘내면의 빛’을 다시 찾게 된 것인지, 반전쟁 반폭력 시위가 미국 심장부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언론도 아프간 응징에 집착하여 주변국 독재자들과 ‘더러운 거래’를 획책하고 있는 부시정권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인들이 자부했듯 ‘미국의 세기’는 항공모함이나 달러의 위력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강대국의 권위는 그것이 서있는 도덕적 건실함에 근거하는 것이다. 어떤 무고한 인명피해도 이것을 핑계로 한 또 다른 인명살상을 정당화해주지 못한다. 세계 도처에서 자행된 미국의 보복성 무차별 공격은 몇몇 방위산업체만 살찌게 했을 뿐 미국 자존심의 회복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헛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일체의 협상을 거부하는 미국 정치권의 태도는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의혹을 쉽게 버리지 못하게 한다. 교통사고 소식 대신 연휴 뒤 뉴스란을 장식하고 있는 전차의 굉음이 영 마음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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