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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우리말 비틀기

 

 

‘안냐세여 방가방가 오백쉰오돌 한글나를 축하해여.’ 오늘 한글날을 맞아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올린 축하 글 가운데 한 대목이다.

 

컴맹이나 인터넷 용어에 익숙치 못한 사람들에겐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가겠지만 젊은 네티즌들에겐 버젓이 통용되는 우리글이다. 풀어 보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백쉬흔다섯돌 한글날을 축하해요’가 된다.

 

요즘 네티즌들 사이에 유행하는 우리 말 비틀기, 소리나는대로 적기의 일종이니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어서와요’를 ‘어솨요’로 ‘그렇구나’를 ‘글쿠나’라고 쓰고 ‘놀자’를 ‘널자’, ‘맘 맞게’를 ‘맘 맞거’로 마음대로 뒤집어 쓰는 젊은이들의 맞춤법 대반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꼴이라고나 할까?

 

읽기 쉽고 쓰기 편해 세계 제일의 문자라는 한글이 이처럼 곤죽이 되는 일을 비단 인터넷상만의 일도 아니다. 일상 쓰는 언어에 외국어 남용은 보통이고 거리에 나서면 국적불명의 외래어 간판이 시야를 어지럽히는 현실이다.

 

연전에 서울대교육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대학교수들의 강의는 70% 이상이 외래어 투성이였다고 한다.

 

하긴 워크숍이니 캠페인이니 심포지엄이니 하는 용어는 이미 우리 말보다 더 잘 통용되고 있고 ‘쇼부(승부)를 친다’든지 ‘기소(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등의 일본어 잔재도 여전히 성행하는게 우리 사회다.

 

기업 이름이나 상호에 외국어 남발이 심하다 보니 요즘 ‘지앤지(G&G)’라는 기업합병 전문회사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더라도 그 기업 이름의 희한함(?)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이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때 한두마디 외래어를 섞어 쓸줄 모르면 무식쟁이 취급받는 세상이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글’은 한(韓)나라의 글, 큰 글, 세상에서 첫째 가는 글이라는 뜻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펴낼때만 해도 언문으로 하대받았던 우리 글이지만 오늘날 유네스코 문화유산 후보로 오를만큼 과학적이고 정교한 소리글자로 세계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이 바로 한글이다.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제대로 보존하고 다듬어 나가지 못하면서 문화민족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다. 말과 글을 바르게 쓰는 운동이 시급함을 일깨우는 한글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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