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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大入 지상주의

 



맞아 죽을 각오로를 하고 썼다는 한 일본인의‘한국, 한국인 비판’이라는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한국 어머님들의 과잉보호와 그와 연계되어 있는‘입시전쟁’을 빗댄 것이다.

 

“한국에 가니까 어느날 전 국민의 아침 출근 시각을 두어시간 늦추었다. 심지어 증권시장마저 30분 늦게 시작하고. 그러나 버스와 전철, 택시 등이 총동원되고 경찰도 비상사태인 듯했다. 거리 곳곳에서 부분적으로 통행을 금지했으며 병원의 구급 차량도 총동원하고…”

 

이 얘기를 들은 미국인이 한국에 전쟁이나 쿠데타가 일어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지만, 매년 직접 목격해야 하는 우리들이 보아도 괴기스러운‘비상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이에 못지 않은 웃지 못할 상황이 부동산계에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울 강남지역이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돼 정부 합동대책반의 상시 감시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 원인이 작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겨울방학을 이용, 학원, 학군이 좋은 강남지역으로 이사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능시험일이 전국적인 비상사태인 것도 기이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니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차례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었다고 아파트값이 들썩이는 것은 아무리 한국인 특유의‘냄비 근성’과 연계시킨다 해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국가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입시전형방법을 권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입시에 대한‘대책’을 세우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평소의 적성에 따라 대학진학을 선택할 일이지 군사작전 펴듯이 이리 재고 저리 재는 것이 결코 교육적인 일이 아니라는 판단에 근거한 조치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어머님들은 이 복잡한 전형에 더 치밀한‘작전’으로 대응함으로써 교육부의 정책자체를‘해체’시키고 있다. 대학 졸업해봐야 자기 적성이나 개성을 찾아 취업할 수 있는 길이 막연하기만 한데도‘대입지상주의’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이러니 대입시험일이 추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이 겨울을 더욱 차갑게 느끼게 하는‘강남소식’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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