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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美國的 사고방식

 



대화를 하면서 참 난감한 경우 중 하나는 교과서에 나옴직한 뻔한 이야기를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인 양 이야기할 때다. 그러면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마치 그렇지 않은 몰상식한 사람처럼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미국적 사고방식과 아시아적 사고방식은 차이가 있다. 실용적(pragmatic)이고 직설적(straight)으로 대화하는 것이 미국적 사고방식이며, 여기에 체면을 살려 주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보면 안 된다.”

 

주한 미국대사 토머스 허버드가 엊그제 흥사단 통일포럼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원칙만을 강조하는데 진정으로 대화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 내용으로 보면 미국적 사고방식에서만 실용적이고 직설적으로 대화하는 것인 양 들린다.

 

하지만 대화에 대한 이 같은 생각은 대단히 교과서적이다. 대화방식은 미국과 아시아가 차이를 보일 만한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직설적으로, 혹은 실용적으로 대화할 상황이 있고 감정에 호소할 상황이 따로 있을 뿐이다.

 

여기서‘미국적 사고방식’발언이 염려스러운 것은 대화의 한 당사자가 그 대화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규정했다는 데 있다. 대화는 어차피 상대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성립되는 것인데 말이다.

 

이런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은 조지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두 국정연설에서 북한, 이라크, 이란을‘악의 한축(an axis of evil)’이라고 한 발언과 더불어 이붑법적인 사고방식의 단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한다면 이 또한 이분법적일 것이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미국:아시아’나‘선:악’‘네편:내편’등 명쾌한 편가르기에 따르는 부작용이다. 9.11 테러에 대한 응징현장인 아프간 지역에서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으로 어린 아이들과 노약자들이 죽어간 것도 한 사례로 들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둘로 나누는 요즈음의 국제정세에서 우리가 어느 자리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악 판단의 대상 중 하나가 우리와 가까이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미국적 사고방식’이 염려스러운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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