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후 수만명의 나치 부역자들을 찾아내 처단했다. 국민들의 복수심을 달래기 위해 했던 작업이 아니었다. 치욕스러운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나라를 세울 수 없다는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가 형성됐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화농이 심한 부분은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거치지 않고서는 치료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오늘 제83회 3.1절을 하루 앞두고 어제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민족정기를 세우는 의원모임’에서‘친일 반민족행위사’로 자체 확정한 7백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주도 연구소등에서 찾아낸 친일파 명단이 공개된적은 있으나 국회의원들이 이같이 적극적인 활동을 보인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역사 바로잡기, 정의 세우기 차원에서 의미있는 일이며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의원모임이 이날 발표한 명단중에서 여성박사 1호 김활란씨와 시인 모윤숙씨등 사회, 문화, 종교, 언론계에서 지도층으로 활동했던 주요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어 파문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2차대전 종전후 프랑스의 사례처럼 친일파를 단죄하여 민족정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던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제헌국회에 설치했던 반민특위(反民特委)를 무력화 시킨 또 다른 반민족 행위가 최고 통치자에 의해 자행됨으로써 초기에 기회를 놓쳤다.
그 결과 친일파 청산에 대한 국민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반민특위 활동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후 친일세력은 한술 더 떠 한국사회의 지배세력으로 군림하였으니 국민들이 느낀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 명단공개로 대상자및 유족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의원모임에서는 증빙자료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자신감에 국민들의 지지가 요구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이번 명단공개가 50년 넘게 남겨둔 친일파의 진상규명과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는 숙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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