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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노래방 飮酒

 

 

음주문화의 변천도 시대상을 반영한다. 암울한 시대에는 술자리 역시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웠고 희망의 시대에는 즐거움이 넘쳤다. 자유당 독재와 유신 치하를 거친 어두웠던 시절 사람들은‘취하기 위해’마셨지만 70년대 이후 고도성장기에는‘즐기기 위해’마시는 음주풍토가 조성됐다.

 

그러나 주당(酒黨)에도 빈부격차는 있게 마련이라 음주행태는 확연히 구분된다. 한국이 세계 위스키시장의 첫번째 소비국이 될정도로 흥청망청 하는 호화사치 술꾼들이 있는가 하면 후주머니가 가벼워 포장마차 소주방을 기웃거리는 서민층 주당들의 애환은 여전하다.

 

음주행태는 그렇다 치고 놀라운것은 포장마차의 변신이다. 50∼60년대 길거리에서 천이나 판자로 바람을 막으며 참새구이에 소주를 팔던곳이 포장마차였다. 그랬던것이 장족의 발전(?)을 거듭한 끝에 오늘날 포장마차는 서민들의 단골집이 아니라 길거리 살롱으로, 음식백화점으로 거듭나 있다. IMF 경제위기가 오히려 포장마차의 성업을 도왔다는 아이러니가 성립된다.

 

또하나, 80년대 이후 우리 음주문화에서 빼놓을수 없는곳이 노래방이 있다. 포장마차 같은데서 한 잔 걸친 주당들이 거의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 이곳이다. 취흥이 도도한 술꾼들이 반주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기로 이만한 장소가 따로 없다. 포장마차와 노래방은 이제 우리나라 음주문화의 꼭지점에 있다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그런데 노래방에는 술이 없다. 흥에 겨워 기분내려고 찾아간 노래방에 술이 없으니 술꾼들은 불만이다. 물론 당국이 노래방에서의 주류판매를 금지하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건전한 유희공간이 음주로 인해 손상되고 자칫 음란·폭력 등 풍속을 해치는것을 방지하자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삭막하다. 노래방에서 알게 모르게 맥주류를 파는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도내 5백여곳의 노래방 업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상경투쟁을 벌였다 한다. 당국의 지나친 단속완화와 캔 맥주 판매를 허용해 달라는게 요구조건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글 일 없다면 이들의 요구가 그렇게 무리하고 보이지 않는다. 자고로 노래판에 술이 없으면 무슨 재미인가. 업계의 자정노력에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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