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17:05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정치적 신념

 

 

신념은 어떤 사상(事象)이나 명제(命題)·언설(言說) 등에 대해서 적절하다고 또는 진실되다고 인정하고 수용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신념의 대상들이 서로 유기적 관계를 갖게 되면 대단히 안정성 있고 소신있는 사람이 되지만 이들 신념의 대상에서 상관성을 찾기 어려울 때는 예측 불허의 사람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키치는 그 중요성 및 모든 신념체계의 결합도를 기준으로 신념을 다섯 종류로 분류한 바 있다. 첫째 사회적 지지가 100%인 근원적 신념, 둘째 개인적 경험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신념, 셋째 저마다의 권위에 대한 신념, 넷째 동일시되는 권위에서 나오는 신념, 다섯째 개인적 취미에 바탕을 두어 다른 신념과의 관련이 희박한 개별적 신념 등이 있다.

 

정치도 신념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좋든 싫든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도 후보의 정치적 신념을 평가해서 우리 손으로 선출하며 입법부의 구성원들인 국회의원도 정치적 신념을 봐서 우리 손으로 선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납득이 되지 않는 면들이 많다. 신념은 그 성격상 지식의 많고 적은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치적 신념은 빈부, 남녀노소를 떠나서 다양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에는 특정한 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 일색인 것을 보면 정말 이상하다. 먼저 국회의원 입지자 등 정치인들을 보면 지역에 따라 일할 만한 일꾼들이 특정 정당에 몰려 있는 것을 보면 이상하다. 이들이 과연 신념에 따라서 정당을 선택한 것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활동이 보장되는 정당을 먼저 선호한 결과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유권자들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8.8 재보선 투표율은 전국평균이 29.6%라고 한다. 이는 한일국교 정상화 반대시위 와중에 치러진 1965년 이후 최저 투표율이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정치적 신념이 과연 존재하는가를 묻고 싶다.

 

얼마전 끝난 2002 한일월드컵에서 세계의 찾사를 받은 것은 무엇때문인가. 그 많은 군중들이 보여 주었던 질서의식이 그 중 하나였는데 이를 우발적인 행동의 결과로 해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많은 외국인들은 이런 질서의식을 보면서 다른 국가적 행사에서도 수준높은, 그리고 신념에 찬 모습을 연상했을 것이다.

 

참 아쉽다. 신념이란 한 가지 대상에 한정된다기보다는 여러 대상에 대해서 일관성을 유지할 때 예측 가능한 개인, 나아가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될 것인데 이번 선거에서 그런 정치적 신념을 찾기 어려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