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 왔다. 매년 이맘때 즈음해서 신문에 읽을거리가 풍성해지는 것도 국정감사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눈에 띄는 기사들이 지면을 채운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도덕적 해이’,‘건강보험 중복수급자 많다’,‘병무비리 처벌 솜방망이’,‘교통경찰 오토바이 수의계약의혹’등은 국회에 제출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서 기사화된 것들이다. 아직 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런 류의 기사들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나라살림을 하면서 잘못된 것들이 있다면 밝혀야 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국정감사는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공무원들도 업무를 좀더 신중하게 처리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얼마전 감사원과 금감원이 공적자금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한다고 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당연히 제출해야 할 국정감사 자료를 거부한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국회가 감사 관련 서류 일체의 제출을 요구한 데 비해 ‘모든 서류를 제출하기는 곤란하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 ‘모든 서류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잘못 알려진 것 같다”고 해명한 관계자의 말은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에서 국정감사를 보게 한다.
지난 12일 현재 금감위는 요구자료 293건 가운데 166건(57%)을, 금융감독원은 3675건 가운데 1856건(51%)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요구받은 자료는 제출해야 마땅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요구한 자료들이 얼마나 필요한 것일까 하는 점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매년 이맘때 쯤에 공무원들은 국정감사 자료를 준비하느라 자신의 고유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이유 중의 하나가 국회의원들의 요구자료가 ‘최근 3년 동안의 현황’또는 ‘관련 서류 일체’ 등 필요 이상으로 방대하거나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국회의원들이 먼저 해야 하는 기초조사까지도 요구자료에 포함된다고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런 국정감사가 지역구민들에게 자신의 의정활동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요구한 3675건의 자료처럼, 정말 국정조사를 위해서 꼭 필요한 자료인지 국회의원들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