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13:40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중절모

 

 

 

1960년대초까지만 해도 남성 정장(正裝)에 중절모는 필수품이었다. 자유당 시절까지 유행했던 ‘마카오 신사’라는 말도 바로 신사복차림에 중절모를 갖춰 쓴 중년 남성의 반듯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왜 하필‘마카오 신사’인가. 8·15 광복직후 마카오를 중심으로 중계무역이 성행했고 그 때 서양 사람들이 즐겨 쓰던 중절모를 국내에 수입해 오면서 그런 별칭이 붙었다. 실제로 중절모는 근엄과 지성미, 부(富)와 권위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는게 지금 노년층의 설명이기도 하다.

 

그랬던 중절모가 정장차림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것은 미국 대통령에 존 F 케네디가 당선되면서 부터다. 그는 당시까지 유행하던 중절모를 과감히 벗어 던졌다. 모자를 벗어버린 그의 윤기 넘치는 멋진 헤어스타일은 곧 전세계를 풍미했다. 신사의 상징이었던 중절모 시대의 증언이었다.

 

물론 지금도 중절모를 쓰지 않는건 아니다. 권위의 상징으로 구 소련이나 동구권 지도자들이 중절모를 고집했던것도 불과 얼마전 까지다. 그러나 지금은 대개 영화속의 향수로나 그 모습을 대할수 있다.

 

카사블랑카에 나오는 함프리보카드, 대부(代父)의 말론 브란도가 쓰고 나온 중절모는 올드팬들의 가슴을 적시고도 남는다. 최근 국내에서도 상영된 ‘파멸로 가는 길’(Road To Perdition)이라는 갱 영화에서의 폴 뉴먼의 모습은 또 얼마나 인상적인가.

 

대부분 마피아 영화에서처럼 중절모는 그러나 어둡고 음산한 이미지와 멋과 낭만이 동시에 겹쳐 진다. 추적추적 눈비가 내리는 어두운 화면, 두툼한 코트에 중절모로 얼굴을 반쯤 가린 어둠의 사내…, 뒷골목 가로등밑에서 담뱃불을 붙이는 등급은 중절모 차림의 사나이, 이런 것들이 대개 갱이나 폭력영화들의 단골 실루엣이다.

 

최근 ‘모래시계’이후 공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SBS드라마 ‘야인시대’에서의 김두한의 중절모가 장안의 화제다. 바바리코트에 반쯤 내려쓴 중절모차림의 그 멋이라니…. 정의의 주먹이 소시민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데 이 보다 더한 장면이 어디 있겠는가.

 

인터넷 쇼핑몰에 김두한 중절모가 오르고 동대문상가에서는 하루 20개가 넘게 팔리고 있다한다. 엊그제 작고한 코미디언 이주일도 중절모를 쓰고 나와 금연홍보를 했는데 그걸 주목한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긴또깡’의 인기에 편승한 단순한 수집취미겠지만 그 신드롬이 참으로 대단하다 싶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