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방대 출신의 취업재수쟁인 K씨(29)는 지난해 무려 1천4백72개 기업에 이력서를 냈다. 그중 2백개 기업의 서류심사에 통과했고, 50개 기업에서 면접을 봐 연말에사 간신히 중소기업 영업사원으로 취업을 했다.”
한 일간지에 보도된 이 기사를 보면서 어쩌다 지방대학 출신들이 이토록 초라해지고 있는가, 억울하다 못해 서글픈 마음이 든다.
지방은 토양이 척박해서 변변한 취업자리 하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중앙에 연고를 둔 소위 일류 기업들은 서류심사 과정에서부터 지방대 이력서는 아예 서자(庶子) 취급을 해버린다니, 이러고도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굴러간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대학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살아남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갈뿐 뾰족한 회생 대책이 없다. 성적이 좋은 고교생은 대부분 정기 입시철에 서울 소개 대학으로 빠져나가고, 마지못해 지방대학에 진학한 재학생들도 틈만나면 서울 명문대로의 진입을 엿보고 있다.
그래서 지방대학은 편입학 시즌만 되면 ‘제2의 대학입시’‘패자부활전’이라는 이름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르고 초토화된 교육현장을 추수리느라 속앓이를 한다. 농촌이, 그리고 지방이 죽어가는데 지방대학인들 성할 수 있겠는가 마는 요즘 지방대학 실정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비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지방을 살리고 지방대학을 바로 세우겠다던 역대 정권들의 호언 장담은 어디로 가고 되레 옛날만도 못한 암울한 환경을 만들어버렸는가, 원망스러운 마음을 거둘 수가 없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방과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민간 상장기업이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지방대 출신 채용비율을 의무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한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차별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법’이라는 말이 다소 생소하기는 하지만 새정부가 지방대의 실정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니, 부디 이번만큼은 공수표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울러 ‘농촌이 살아야 지방(대)이 살고 지방(대)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외면하지 말고, 이번만은 반드시 지방분권 특별법과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을 제정하여 진정한 지방분권이 차질없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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