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임원 직함을 갖고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술 상무'들이다. 이들이 하는 일이란 그저 상대방에게 술대접을 하는일이 전부다.
기업의 오너나 임원들을 대신해 술좌석에서 술을 마셔주는 직업 술꾼인셈이다. 그렇다고 꼭 전문적인'술 상무'만 있는것도 아니다. 실질적으로 임직원이면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하여 술판을 자주 벌여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도 통칭'술 상무'에 속한다.
우리 사회에'술상무'라는 직함이 통용하기 시작한것은 대략 70년대 고도성장기 이후로 추정된다.'빨리 빨리'와'기브 앤드 테이크'라는 성장지상주의 가치관이 향략문화와 접속하면서 이를 충복시킬 창구가 필요 조건으로 등장한 것이다. 공식 직함은 아니지만 업무상 거래처 사람들을 접대하기 위해 대부분 기업들이 비공식적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속으로야 어떻든 겉으로 드러나는'술 상무'들의 생활은 화려(?)하다. 서울 강남같은 고급 유흥가의 단골 손님이 이들이다. 하룻밤 술값이 얼마고 뿌리는 팁이 얼마인지 짐작이 쉽지 않다. 현금으로 수천만원의 돈다발을 술상에 올려놓고 호기를 부리는'술 상무'도 있다니 더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허구한 날 술자리를 전전하다 보니 이들의 건강이 배겨나지 못할게 뻔하다. 전투하듯이 거의 결사적으로 마셔대는 술때문에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술 상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과음올 인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도 이들의 보상을 받는 일은 드물었다. 업무재해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이 간간히 제기됐고 그때마다 부분적으로 구제를 받는게 고작이었다.
노동부가 앞으로 업무상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신견과 간질환에 걸린것으로 판정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로 했다한다. 산재법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니'술 상무'들에겐 그야말로 복음이나 다름없는 소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데 있다. 세계에서 그 예를 찾기 힘든'술 상무'라는 직함이 기업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아직도'술 상무'의 대접이 있어야 기업이 돌아가고 심지어 이를 위해 비자금까지 조성해야 할 기업환경이라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사회다. 새 정부 들어 개혁바람이 한 창 거센데 바로 이런것도 개혁대상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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