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이나 감청은 어감만 다를뿐 남의 통화 내용을 엿듣는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다만 도청은 통신비밀보장법상 불법행위요 감청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용인되는 점이 다르다.
오늘날 어느 나라에서나 합법적인 감청은 일상화돼있다. 국가안보나 마약 테러같은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의 사생활을 엿들어 범죄에 악용할수 있는 도청과 달리 감청은 그래서 국가기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할수도 있다.
그러나 함정은 있다. 감청과 도청은 자의적 판단 유혹이 크기 때문에 운용에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고 시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폭로한 국정원 도청자료라는 것도 그런 유형이다. 최초의 폭로는 정현근(鄭賢根)의원이 국정감사장에게 했지만 그후정·관·언론계 인사들의 통화자료가 무더기로 공개됐다. 그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고 개연성이 있어 보였다.
구어체(口語體)로 된 통화내용에 대해 해당자들이 대체로 사실에 가깝다고 증언해 파문이 확산됐다.
정부기관의 부도덕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측 주장이었지만 그 실선거전략 차원의 폭로라는게 대부분 국민들의 시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폭로작전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것으로 보인다. 메이저언론들이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민주당측이'비열한 정치공작'으로 몰아 부치는등 역풍을 만났다. 국정원측의 태도도 워낙 완강했다.
현재 국정원 도청및 감청장비 도입설은 국정원이 한나라당과 해당 언론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선거가 끝난후 이사건은 흐지부지되는듯 했다. 정치적 공방이 법정다툼으로까지 비화했지만 명확한 진상이 밝혀진 예를 찾아볼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만은 사정이 다를 모양이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도청설 진상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어제 검찰이 국정원 내부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국정원 직원 3명을 긴급체포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제'도청'이냐 '조작'이냐를 두고 한나라당이나 국정원 어느 한 쪽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게 어느 쪽이 됐건 진짜 이번만은 속시원히 진상이 밝혀져 국민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