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람치고 자신이 술을 마셔 위험한 정도라고 시인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니 단속경찰과 시비가 잦을 수밖에 없다. 대개 자신은 소주 한 두잔 하긴 했지만 운전을 못할 정도로 취한 상태는 아니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이런 운전사들 일수록 음주측정을 해 보면 대부분 허용치 오버다. 측정기에 나타난 수치를 제시해도 인정하러 들지도 않는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단속을 피하며 몸부림 치는데 이럴때 영어로 지버리시(Gibbenirh)가 나온다. '지버리시'는 우리 말로 '뭐가 뭔지 모르게 지껄이는 말', 이른바 횡설수설이다. 처음엔 시치미를 떼다가 안되면 사정조로 변하고 그래도 안되면 호통으로 바뀐다. '내가 누군데 감히...'정도에 이르면 상황은 끝이다.
원숭이 따위가 깩깩거린다는 뜻은 '지버리시'는 미국경찰이 음주운전 여부를 가리는 주요 척도가 된다고 한다. 즉 운전자의 발음이 부정확하고 높낮이가 들쭉날쭉이라 알아듣기 힘들 정도면 아무리 변명해도 운전자는 음주운전으로 처벌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의심이 가는 운전자를 차에서 내리게 한 후 라인을 똑바로 걸어보게 하는 방식은 그 다음이다.
우리는 어떤가. 한밤중 대로상에서 지나가는 차량을 모두 세운 후 무조건 음주측정기를 들이미는 방식이 보통이다. 심지어 단속경찰관의 얼굴에까지 입김을 불게 할 정도니까 사냥개 방식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자연 단속하는 경찰이나 단속받은 운전자 모두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음주운전 단속방식을 '투망식'에서 '선별식'으로 바꾼 경찰청 조치는 그런 여론을 감안해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방식이 꼭 옳으냐 하는데 대해 회의론이 나오는 모양이다. 선별 음주단속을 시행한지 1개월을 맞아 전북경찰이 통계를 내 본 결과 단속실적은 20%가량 감소한 반면 사고는 40%가량 늘었다는 것이다. 운전자들이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해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래 가지고서야 경찰의 호의(?)를 면피(免避) 수단으로 악용한 운전자들이 사고후 무슨 말로 변명을 늘어 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음주운전은 속된 말로 '살인면허'가 아니다. 그 폐해를 새삼 강조할 일도 아니다. 한 순간의 실수가 자신이나 상대방의 생명은 물론 가정의 평화와 인명까지 앗아가는 사례는 수없이 목격돼온 바다. 선별식 단속에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면 투망식으로 회귀해도 크게 불평할 일은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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