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조(南朝) 송(宋)나라때 유의경(劉義慶)이 편집한 명사들의 일화집, 세설신어(世說新語)의 문학편에 칠보지재(七步之才·뛰어난 글재주)로 골육상쟁(骨肉相爭)을 피한 조조(曹操) 일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조조의 맏아들 조비(曹丕)는 머리가 총명하여 아버지의 총애를 받는 셋째 동생 조식(曹植)을 미워했다.
더구나 조조가 자신을 제쳐놓고 동생 식을 후계자로 앉히려하자 그의 증오심과 질투심은 날로 깊어만 갔다. 그러다 조조가 죽고 조비가 왕위를 세습, 위(魏)나라의 문제(文帝)로 등극을 했다. 어느날 문제가 조식을 불러 자신이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 한수를 지으라고 명령을 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칙명(勅命)을 어긴 죄로 중벌에 처하겠다고 호령을 했다. 이에 조식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형 문제를 감동시킴으로써 골육상쟁을 피해갔다.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가마솥 속에 있는 콩이 우는구나/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어찌하여 이다지도 급히 삶아대는가.
대통령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살생부라는 괴문서가 나돌아 민주당 분위기가 심상찮다 싶더니 결국 당이 쪼개지는 것 같다. 신주류 구주류 나뉘어(언론이 나눴지만) 신당이 어떻고 통합 신당이 어떻다며 마치 불구대천지수 대하듯 진흙탕 싸움을 하더니만, 이제 더싸울 힘이 없는지 분당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이다. 하기야 구경하는 국민들도 지치는데 그들이라고 무슨 용빼는 재주들이 있을까마는.
덧셈정치든 뺄셈정치든 그것은 민주당 사람들이 선택할 문제다. 또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도 전적으로 민주당 사람들의 몫이다. 그러나 이런 거창한(?) 일을 벌일수록 명분이 뚜렷하고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한데 국민들 눈에는 신주류와 구주류의 세력다툼이 국민을 위한 몸부림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을 위한 권력 투쟁으로 비쳐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솔직히 말해 '신당에 함께 갈수 없는 구주류 5인방'이나 '신당 논의로 당을 분란에 빠뜨린 신주류 6적'모두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다는 말이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코드가 맞다거나 김대중(金大中) 정권하에서 중용이 됐다거나 하는 점을 빼놓고는…. 같은 당 식구끼리, 그것도 정권을 잡은 여당에서 골육상쟁을 하는 모습은 정말보기 민망하다. 갈라설때 갈라서더라도 이제 이성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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