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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거짓말

 

 

거짓말을 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될 수 없다는 말도 된다. 하나의 거짓말이 드러나지 않으려면 항상 그 거짓말을 기억하고 있는 상태에서 또다른 거짓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토마스 제퍼슨은 '하나의 거짓말을 한 사람은 이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 스무가지 거짓말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갈파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거짓말이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외교관은 허가 낸 거짓말쟁이이고 의사의 거짓말은 환자의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 노인이 '일찍 죽어야 겠다'거나 노처녀가 '시집가기 싫다'는 말, 장사가 '밑지며 판다'는 능청은 분명 거짓말이지만 밉지 않다. 그러니 이런 경우에는 거짓말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애교(?)다. 우리 속담에 '거짓말도 잘 하면 논 다섯마지기보다 낫다'는 말이 있는것도 다 그런 연유다.

 

정작 위험하고 악질적인 거짓말은 '절반은 거짓말이고 절반은 진실인 거짓말'이다. 사람들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아예 무시하거나 들은척도 하지 않지만 그야말로 '긴가 민가'한 거짓말에는 현옥되어 때로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영국의 성직자 헤어가 '가장 악질적인 거짓말쟁이는 진실에 가까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경고한것도 그래서 귀담아 들을만 하다.

 

최근 영국의 한 대학교 연구팀이 '정치인은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이색적인 주장을 내 놔 눈길을 끈다. 이 연구팀은 '공공의 이익과 일치하는 거짓말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댓가'라면서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진실한 발표보다는 진실을 숨기는 포커게임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럴듯한 말이다. 정치인이 정치활동중 자신이 습득한 모든 사실들을 숨김없이 털어 놨다가는 무슨 사탄을 불러 들일지 알수없는 노릇이다. 역사의 고비마다 '진실 게임'이 등장하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해 온 우리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특검에서 난데없이 불거진 박지원(박지원) 전문광부장관의 현대 비자금 1만50억원 수수설이 지금 거짓말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전장관은 안받았다는데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회장은 줬다고 주장하고있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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