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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아르헨티나의 교훈

 

 

국토가 넓고 부존자원이 풍부한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남미의 진주'로 불리울 만큼 세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산 축복받은 나라였다. 특히 가도가도 끝이 없는 광활한 목초지에,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내는 베옥한 농토는 아르헨티나를 부자나라로 만드는 원천이 되었다.

 

이같은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아르헨티나는 육류와 곡류의 수출에 힘입어, 1930년대 이미 프랑스에 버금가는 국민소득을 올려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그 때 수출대금으로 받은 금이 보관창고를 가득채워 복도에까지 쌓아둘 정도였다고하니 당시 아르헨티나의 위상을 미루어 짐작할만 하다.

 

그러나 노조와 서민층의 지지로 1946년에 집권한 후안 페론 대통령이 이른바 포퓰리즘에 가까운 페론주의(Peronism) 정책을 강행하면서 사정은 정반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회개혁과 민족주의라는 명분 아래 무리한 임금 인상과 각종 연금제도를 도입하고, 주요기업과 산업에 대해서도 국유화 작업을 강행했다. 당연한 결과로 외환보유액은 얼마 못 가 바닥을 드러냈고, 페론주의의 망령은 두고두고 아르헨티나를 괴롭히고 있다.

 

더구나 1976년 군정이 시작되면서 무모하게 시도했던 개방정책과 신자유주의 개혁, 그리고 무분별하게 추진했던 민영화와 규제오나화 및 무역개방은 아르헨티나를 부국에서 빈국으로 끌어내리는 전주곡에 다름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20세기 말경부터는 강성 노조와 사용자 간에 극한 대립이 잦았으니, 아르헨티나 경제가 망가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기우(杞憂)에 그치기를 바라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몇가지를 빼놓고는 아르헨티나를 닮아가는것 같아 자꾸 불길한 예감이 든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며 섣불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고 때이른 축배를 들더니, 불과 몇년 못가 IMF(국가환란사태)를 불러들인 우리나라다.

 

다시 고생고생해서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노동계의 강경 투쟁이 갈길바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참여정부가 처음부터 노동정책에 대해 옥타브(octave)를 너무 높게 잡은 탓도 있겠으나, '집단의 힘'이 최고의 선으로 인정받는 우리사회의 풍조 또한 경계해야할 악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분배욕구가 분출하는 1만∼2만달러시대가 자본주의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중대한 시기다. 조금씩 양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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