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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재래市場 살리기

 

 

우리의 재래시장은 넘치는 생동감으로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다. 그곳에는 한푼이라도 깎으려는 사람과 한푼이라도 더 받아 내려는 사람과의 억척스러운 흥정이 있다.

 

실랑이가 끝나 돈을 치르고 나면 조금 더 얹어주는 인정(人情)이 있다. 계산기에 의해 1원까지도 받아내는 대형할인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야박해지고 메말라가는 세태속에서 그나마 사람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재래시장인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온갖 애환이 담겨 아스라한 향수로 가슴에 젖어오는 재래시장이 지난 93년 국내에 대형할인점이 등장한 이후 갈수록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농촌의 5일장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도내의 경우 이농현상으로 계속 인구가 감소하는데다 차량을 이용한 인접 도시지역으로의 원정쇼핑이 늘면서 상당수 5일장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일부 5일장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재래시장의 이같은 쇠퇴를 단순히 유통구조의 변화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저소득층의 사회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년층 영세민이나 농민들이 집에서 기른 상추나 호박, 콩나물과 산에서 뜯는 나물을 갖고 나와 그나마 생계에 보탬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재래시장이다. 또한 영세한 가내 수공업자들이 저가의 생필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 유일한 유통망이기도 하다. 재래시장의 급격한 몰락은 지역경제는 물론 서민경제의 붕괴로 이어져 많은 실업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 영세한 지방상권을 '정글의 법칙'에 내맡겨선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주시가 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서 우선 올해 남부시장에 20억원을 투입하여 시장내 아케이드 설치 및 리모델링 사업을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남부시장은 한때 호남 최대의 도소매시장으로 도내에 공급되는 농수산물 및 공산품의 집산지이자 유통 경유지였다.

 

이같은 영화를 다시 되찾기는 힘들겠지만 상인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시민들의 발길을 다시 돌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 특유의 분위기를 살림과 동시에 쾌적한 쇼핑환경으로의 개선이 급선무다.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쇼핑수레와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쾌적한 환경조성으로 생활시장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일부 재래시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상인들의 친절과 서비스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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