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09:53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정치권 粉飾會系

 

 

지난해 민주당 김근태(金槿泰)의원이 대선 경선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자금에 관해 양심고백을 한 일이 있다. '2000년 8월에 실시된 최고위원 경선때 모두 5억4천만원의 선거자금을 썼고 그중 2억5천만원은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돈이었다.'는게 그의 고백 내용이었다. 지출내역까지 꼼꼼히 챙겨 자금 일체를 공개한 그는 신고 누락분에 대해서는 검찰조사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었다.

당시 김의원의 용기있는 고백은 그러나 정치권으로부터는 냉소의 대상이었다. 한나라당은 '그게 사실이라면 불법 선거자금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한다'고 역공햇다. 민주당 안팎에서 조차 그의 고해성사(?)는 계산된 속셈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김의원은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내일 모레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돈에 관한한, 특히 정치자금에 관한한 어느 정치인이 그에게 손가락질 할 정도로 자유스러울 수 있는가.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신세라는 일본 속담도 바로 돈을 두고 생긴 말 아닌가. 정치인 치고 돈에 무죄인 사람 없고 삐끗하면 담장 안으로 떨어지든지 밖으로 떨어지든지 둘 중 하나다. 철창신세를 지고 안지고는 오직 운수소관이란 말이다.

요즘 정대철(鄭大哲)민주당 대표의 처지가 꼭 그 모양이다. 지난해 김의원의 양심고백을 정치권 자정(自淨)의 기회로 삼았더라면, 그래서 정치자금의 족쇄를 진즉 풀었더라면 오늘같은 불행한 사태는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검찰의 발표대로라면 정대표가 받았다는 돈이 정치자금이냐 아니냐는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러 정황을 감안할때 그에게 돌을 던질수 있는 정치인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마침내 대통령이 나서서 지난해 대선자금을 여야 모두 소상히 공개해 국민들의 검증을 받자고 제안했다. 이미 선관위에 신고한 액수외에 분식회계(?)로 감춘 돈까지 모두 까발려 최후의 면죄부를 받자는 뜻일게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국민 몫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지금까지의 불법·편법 관행을 깨끗이 정리하고 진정한 정치개혁의 틀을 새로 짠다면 국민들도 반길 일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민주당은 긍정적인데 반해 한나라당은 거부할 태세다.

 

 한마디로 여권의 뒤가 구린 '굿모닝스캔들 물타기'라는거다. 이게 아직 우리의 안타까운 정치현실이다. 김근태의원 같이 십자가를 깨고 나설만한 용기가 없는한 정치개혁이란 구호는 그래서 아직도 요원하게만 보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