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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世代교체

 

 

르네상스기 이탈리아 역사학자이자 정치이론가인 마키아벨리(1469-1527)는 그의 저서 군주론(1513)에서 '정치는 도덕과 구별된 고유 영역'이라는 이론을 주창했다. 그는 ”군주가 인간으로서 제 덕성을 갖추고 있는 것은 경에 따라서 유해하기조차 한 것이고, 다만 극히 필요한 것은 그러한 제 덕성을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일"이라고 하여 정치를 도덕과 완전히 독립시켜 파악코자 했다.

 

 그는 또 한술 더 떠 ”군주는 필요한 경우 신의를 배반하고 간계로써 국민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도 부득이 한 것"이라면서 ”군주는 여우의 교활함과 동시에 사자의 용감성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부터 4백90년 전의 정치상황을 배경으로 쓰여진 책이니 오늘의 정치현실과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라 하겠으나 이 군주론이 근대 정치사상의 기원이 됐다는 평가에는 많은 학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더구나 어느 면에서는 그의 군주론이 오늘날까지 유효하다는 점이 놀랍고, 군주를 위해 썼다는 이 책이 역설적으로 인민들에게 '폭정의 비밀'을 가르쳐주어 진정한 독자는 군주가 아니라 인민들이 됐다는게 재미있다.

정권을 재창출한 여당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대통령 핵심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가 느닷없이 '세대혁명론'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니 대충 감이 잡힐듯도 하다. 그렇잖아도 신주류·구주류·중진그룹·소장그룹이 나뉘어 티격태격 하다가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음모론까지 가세하여 도무지 헷갈리던 판에 이 세대교체론은 난마처럼 얽힌 정치판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세대교체가 정치인 몇사람의 뜻대로 그리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인가. 대중음악이나 운동·영화같은 분야는 주소비층이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세대교체가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으나 정치는 소비층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당선으로 일단 세대혁명이 일어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겠으나 호남 몰표와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표를 고려한다면 꼭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세대교체는 몇몇 정치인이 원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선택해야 할 몫이다. 지금은 르네상스 시대가 아니다. 정치인들은 권모술수에 빠져들 일이 아니라 국민들을 두렵게 아는 마음가짐부터 갖춰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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