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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시베리아의 휴가문화

 

 

우리는 지금이 한창 휴가를 즐길 때지만 러시아에서는 이보다 이른 6월 경부터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우리가 화끈하게 몰아서 쉬는 편이라면 이들 러시아 사람들은 기간을 길게 잡고 좀 느긋하게 쉬는 편인 모양이다. 우리의 경우는 사실 쉬는 것이라기보다 또다른 종류의 노동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이지만 이들이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우리 눈에는 한심스러울 정도로 편히 쉰다.

 

이런 휴가문화는 이르쿠츠크가 성립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이 곳 이르쿠츠크는 데까브리스트 혁명의 주역들에 의해서 형성된 도시이다. 이들이 나폴레옹 군대를 쫓아 유럽까지 진격하면서 체험한 유럽문화는 이들의 유배지였던 이르쿠츠크를 '시베리아의 파리'라고도 부른다. 덕분에 이 곳에서 느끼는 휴가문화는 유럽풍의 휴가와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시베리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휴양지는 단연 바이칼 호수다. 러시아가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나라지만 바이칼 호수 덕분에 이런 식수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도 이들의 자랑거리가 된다. 더구나 바이칼 호수의 물은 차갑운 물을 이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니 시베리아 살맏르에게 바이칼은 어머니의 젖줄과도 같은 존재이다.

 

이들의 휴가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다카'라는 밭이 딸린 집이다.풍광이 아름다운 바이칼 호숫가에 형편이 닿는 대로 마련한 땅에다 이들은 직접 통나무 집을 짓는다. 그리고 집앞 빈 터에는 먹을 만큼의 야채를 종류별로 심어서 가꾸는 재미까지 즐긴다. 물론 이런 식용식물뿐 아니라 관산용식물을 심어서 꽃을 보면서 휴가의 즐거움을 완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들이 이런 휴가를 즐긴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베리아에서 중심이랄 수 있는 이 곳 이르쿠츠크 시내에는 지금도 폐차장에서나 볼 수 있는 차들이 예사로이 거리를 질주하고 낮술에 취해서 비오는 거리에서 아무렇게나 쓰러져 잠을 자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이들이 휴가를 떠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재충전의 의미를 잘 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정영인 위촉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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