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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에시컬 메뉴

 

오래전 중앙 일간신문에보도된 내용이다. 한 신문기자가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하여 미국 관리 몇사람에게 점심을 사게됐다. 그런데 레스토랑에 들어가 메뉴를 살아펴보니 '에시컬 메뉴(Ethical Menu) 19$19¢'라는게 눈에 띠었다. 영어 에시컬은 '윤리(倫理)'라는 뜻이므로 '윤리적 메뉴'란 말이된다. 식당에 난데없이 왠 윤리인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미국의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일반인으로부터 점심을 얻어 먹을 경우 20달러(우리 돈 2만4천원정도)를 넘어선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 이 점에 확인한 레스토랑 주인이 20달러에서 1센트(우리 돈 12만원정도)가 모자라는 19달러 99센트 짜리 메뉴를 개발한 것이다. 규정에서 1센트 밑으로 음식을 얻어 먹으며 공직자윤리를 지키려는 미국인들의 의식이 과연 합리적일까, 작위적일까는 우리 정서로는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공무원 접대비의 적정성 문제를 놓고 여론이 분분하다. 지난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무원행동강령에 따르면 공직자가 일반인으로부터 접대를 받을 경우 3만원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이 액수가 너무 적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식사문화는 밥 먹기전에 술 한잔 마시는게 보통이고 아예 접대술판이 벌어지면 1인당 3만원 정도로는 택(?)도 없는 몇십, 몇백만원짜리 뇌물성이 되는게 보통이다. 멀리 갈것도 없이 엊그제 청주에서 저녁대접을 받았다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양길승 전 청와대부속실장의 경우가 좋은 본보기가 된다.

 

부패방지위가 이런 여론을 침략해 접대비의 적정선을 조사한 결과 3만원(85%) 적절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달 29일에는 전국 2백39개 행정기관에서 공직자 행동강령에 관해 보완점을 논의한 결과 경조사나 접대비규정에 구체성이 없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도 한다.

 

그러나 공직자의 청렴도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아직도 한참 후진국이다. 싱가포르 같은 나라는 직무와 관련해서는 아예 일반인과 접촉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웃 일본 공무원들의 윤리의식도 매우 철저하다. 3만원이면 어떻고 5만원이면 어떤가. 중요한것은 액수의 다과가 문제가 아니라 윤리규정을 지키겠다는 의식의 확립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진즉 '에시컬 메뉴'정도는 나왔어야 할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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