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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한가위'

 

'내일같이 명절인 밤은 부엌에 째듯하니 불이 밝고 솥뚜껑이 놀으며 구수한 내음새 곰국이 무르끊고/방안에서는 일가집 할머니가 와서 마을의 소문을 펴며 조개송편에 달송편에 죈두기송편에 떡을 빚는 곁에서/나는 밤소 팥소 설탕든 콩가루소를 먹으며 설탕든 콩가루소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나는 얼마나 반죽을 주므르며 흰가루손이 되어 떡을 빚고 싶은지 모른다'

 

해방후 북한에 잔류해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시인 백석(白石)의 산문시 '고야(古夜)'에 나오는 한가위 전야의 모습이다. 이 얼마나 정겹고 살가운 우리네 명절의 정경인가. 아마도 지금 50년대이후 세대들에게 이런 한가위 소묘는 지워지지 않은 추억으로 고이 간직돼 있으리라.

 

내일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바로 그 한가위 날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도 있듯이 한 해 가장 풍성하고 마음이 넉넉한 날이다. 햅쌀밥에 햅과일로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성묘길에 나서는 발길이 그렇게 가볍고 즐거울수 없다. 가족간이나 이웃간에 전을 주고받고 곤궁한 사람들을 도와 함께 기쁨을 누리는 미덕이 조상 전래의 우리 한가위, 추석절 풍속이다.

 

그러나 올해 추석은 연휴가 5일이나 되면서 추석을 제대로 쇠기보다는 황금연휴를 즐기려는 풍조가 만연해 씁슬한 여운을 남긴다. 일찌감치 성묘를 끝낸 사람들이 관광지로, 해외로 줄줄이 나들이에 나서는 모습이 영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관혼상제는 우리 민속이 가장 큰 정성으로 지켜온 덕목이다. 아무리 사회가 다변화하고 이기주의와 편의주의가 만연한다 해도 절차와 도리를 외면하는 파격은 옳은 일이 아니다. 성묘는 일찌감치 끝내고 황금연휴는 관광지에서 보내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온정의 손길마저 외면하는 세태로는 국면적 동질감이나 화합의 미덕은 찾을 수 없다.

 

하물며 지금 나라 형편은 어떤가. 서민을 옥죄는 경제불안, 늘어나는 가계빚,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의 한 숨, 세 다툼에만 열중하는 정치권의 파열음, 이 모든것이 추석의 정취보다는 국민들의 가슴을 불안의 그림자로 더욱 짓누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추석은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이웃이 함께 정을 나누는 날이다. 내일 추석이 차라리 없는것만도 못하게 쓸슬한 우리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나눔과 보살핌의 날로 다가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야 두둥실 뜬 부름달도 한결 밝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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