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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책망(冊望)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천고마비(天高馬肥)니 등화가친(燈火可親)이니 하는 말이 모두 가을과 연관되지만 특히 등화가친은 바로 등불아래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자고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금언으로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란 말이 전한다. 남자란 모름지기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자님이 살았던 춘추시대의 격언이니 다섯 수레의 책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당시의 책이 죽간금하다.

 

당시의 책이 죽간(竹簡)에 쓰여진 점을 감안한다면 다섯 수레에 가득 채웠다한들 그 양은 지금으로 치면 불과 몇백권 정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정도의 책을 읽으면서도 어찌나 반복해서 여러번 읽었던지 죽간을 묶은 가죽문이 서너번씩 끊어지는 것이 예사였다는 일화가 전하는 것을 보면 독서란 모름지기 정독(精讀)이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듯하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철학자·위인들이 책을 가까이 하고 책을 펴냈다. 나폴레옹은 전쟁중에 알프스 산맥을 넘으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안중근(安重根)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혓바닥에 바늘이 솟는다고 했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우리나라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독서광이란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책속에 길이 있고 독서가 국력이란 말이 전해 틀리지 않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에게 이런 가르침이 얼마나 통할지는 의문이다. 21세기를 지식정보화시대라 할만큼 도처에 널린 것이 지식이요 정보다.

 

컴맹이 아닌 다음에야 인터넷에 들어가기만 해도 필요한 정보나 지식은 물론 고전(古典)의 발췌요약 내용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굳이 돈 들여 책을 사서 읽지 않아도 인스턴트 지식이 판을 치고 사이비 전문가가 지식의 세일즈에 버젓이 명함을 내밀어도 책 잡히지 않는 세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은 1인당 연간 10권미만이라고 한다. 1년동안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지식정보화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랄 수밖에 없다.

 

사고(思考)의 깊이나 사물을 보는 통찰력, 마음의 양식을 쌓기 위해서는 독서의 힘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해마다 독서의 계절은 돌아와도 그 의미는 날로 퇴색돼 가는 느낌이다. 아무리 세상살이가 고달퍼도 한 권의 책이라도 가까이 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보자. 글을 모르는 문맹보다 책맹(冊盲)이 더 비극적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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