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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농업은 4D업종?

 

지금 한국 농촌은 초상마당이다. 예년 같으면 비록 희망은 없으나 황금들녘을 바라보면서 잠시 시름을 털어낼 때지만, 올해는 영 죽을 맛이다. 농사철 내내 하루 걸러 하루내린 비로 벼는 냉해를 입어 아직도 고개를 뻣뻣이 쳐들고 있고, 고추나 수박 참깨 같은 밭농사도 습해를 입어 거의 폐농 수준이니, "죽지 못해 산다”는 농민들의 푸념이 엄살 같지만은 않다.

 

게다가 협상결과가 너무도 뻔한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를 무력하게 지켜보아야만 하는 심정은 어떻고, 아사지경에 빠진 농촌을 구해보겠다고 이역만리 칸쿤에서 자결로 한국농민의 의지를 대변한 고 이경해씨의 죽음을 맥없이 지켜조아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또 어떠했겠는가.

 

그뿐인가, 일부 언론과 정부의 근시안적이고도 무책임한 대농업관은 농민들을 더욱 분통터지게 한다. 보수언론을 표방하는 신문까지 '이번 칸쿤 회의가 우리 농업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면서 '공산품 수출 증대를 위해서는 협상안이 타결됐어야 한다'는 식의 보도 태도를 취한 것은 백번을 양보해서 생각해도 울화통이 치민다.

 

더구나 한국농정의 사령탑이라는 농림부장관 마저도 공공연히 "속도와 정도의 문제만 남았지 추가개방은 불가피 하다”고 떠들어대고 있으니 농민들에게 무슨 의욕이 남아있겠는가.

 

아무리 우둔한 농민이라도 농업은 어피 다 끝난 '희망없는 산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30세 미만 농가가 전체 농가의 0.5%, 즉 2백농가에 한 집꼴이이라는 지난 2000년 통계조사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15개국가 농업인구 가운데 25%가 35세 이하 젊은이고, 오스트리아와 네델란드·덴마크 같은 나라는 30%를 넘고 있다. 전통적인 농업국가라는 우리 나라가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동안 그들은 농업을 비젼있는 생명산업으로 키위 그들의 안위를 스스로 지키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이제 농업은 3D업종이 아니라 4D업종이라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힘들고(Diffculty)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희망마저 없으니(Dreamless) 누가 더 이상 농업을 생업으로 삼으려 하겠는가. 12대 무역국가가 어떻고 비교우위론이 어떻다면서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남의 나라에 목줄 매달고 사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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