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지간인 두 사람이 모두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을 한다. 그런데 한 친구가 공장에서 물건을 훔쳐 나오는데 수위 아저씨에게 들켰던 모양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다른 친구가 물건을 훔쳐 나오는 시범(?)을 보여주기로 했는데 예의 그 수위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타고나오던 트럭을 아무리 뒤져 보아도 훔친 물건이 없어서 수위 아저씨는 미심쩍기는 하지만 그 친구를 내보내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 친구가 훔친 물건은 무엇이었을까? 다름 아닌 타고 나온 트럭이엇다. 그런데 우스갯소리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가 현실이라면 얼마나 황당하겟는가?
요즈음 '스크린쿼터'문제가 다시 관심거리로 떠오른 것은 한·미 재계회의 내용 때문이다. 이 회의에는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등이 특별연설을 하고 무역대표부(USTR) 조세트 샤이너 부대표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보아 미국측이 이 회의에 거는 기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런 미국측 인사의 참석 상황을 두고 '한·미 재계회의가 얼마나 중요한 회의였겠는가'라고 일부 언론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도 살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이는 한국측 참석자가 누구인지에는 관계없이 미국측에서 누가 참석했느냐가 회의의 중요도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전제가 있을 때에나 가능한 표현인 것이다.
이 회의에서 흘러나온 스크린쿼터에 대한 소식은 앞서의 두 도둑이야기를 떠올린다. 적어도 회의내용이 한국과 미국의 경제현안에 대한 대등한 그리고 균형 잡힌 이야기는 아닌 듯 싶은데 그 논의범주가 이미 한국에 대한 미국측의 입장전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이란 것이 스크린쿼터 축소, 한미투자협정(BIT) 요구, 10% 원화절상 요구등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그 회의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 논의과정도 형평성을 잃었다. 적어도 그 문제에 관한한 우리 입장을 대변할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논의되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영화협의(MPAA)의 보니 리처드슨 부회장만이 참석하여 '한국의 스크린쿼터를 40%에서 20%로 낮출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스크린쿼터보다 그런 안건으로 논의하는 회의시스템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안건만을 다루는 회의는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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