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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샤워꼭지 경제論

 

아인슈타인이 죽어서 천당에 갔다. 당연히 천당에는 천사들뿐이었다. 그런데 이 천사들의 지능지수(IQ)가 모두 달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전의 천재 물리학자도 고민이 아닐수 없었다. 그가 천사들과 나눈 대화는 이랬다.

 

첫번째 만난 천사가 자신의 지능지수가 150이라고 밝혔다. 아인슈타인은 반가운 표정으로 '우리 자주만나 물리학 토론을 하지요'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번째 천사는 지능지수가 120이라 했다. 아인슈타인은 덤덤한 말투로 '우리 언제 정치학 얘기나 한번 나눕시다'하고는 얼굴을 돌렸다. 세번째 만난 천사는 지능지수가 90이라고 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은 몹시 측은한 어조로 '언제 경제전망이나 들려 주구려'하면서 얼른 자리를 떴다.

 

이 우스개 소리가 경제학자에게 보내는 야유인지 아니면 자주 들리는 경제전망을 비꼬는 말인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후하게 평가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경제란 그처럼 어려운 것이고 정책 오류도 따를수 밖에 없다는 뜻도 포함될 것이다.

 

경기회복이 더디고 경제 여건이 불투명해지자 정부가 올 4·4분기 경기활성화대책을 내놓았다. 여러 대책가운데는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비중을 높이는 조치도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지난해 5월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해 서비스 한도를 줄였던것을 일부 해제해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것이다. 서비스 한도를 높이면 당장 카드 소지자들이 한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제살 깎아 먹기라도 그만큼 여유가 생길테니 카드빛 때문에 목숨을 끊거나 각종 범죄유혹에 빠지는 일도 줄일수 있을것이다. 솔직히 가난한 카드소지자들에겐 복음(福音)일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 대해 경제학자들의 견해는 대체로 비관적이다. 신용불량자가 3백40만명을 넘어서고 카드대금 연체율이 10%를 넘는 현 시점에서 이처럼 규제를 완화하면 오히려 경제에 주름만 깊게 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제전망이 학계와 정책 운용팀간에 일치할수는 없다. 전문가들의 주장이 옳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민들의 생각은 다를수도 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환상을 뿌리치기 러려운게 신용카즈 징후군 환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경제이론엔 '샤워꼭지론(論)'이란것도 있지 않은가. 지금은 너무 차가워진 쪽으로 돌려진 물줄기를 따뜻한 쪽으로 돌려볼만도 한 때가 아닌가싶다.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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