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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사투리 경연

 

높은 하늘과 청량한 바람은 이제 가을이라고 말한다. 지방자치가 활성화된 후 많아진 것 중의 하나가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축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축제들 중에서 제대로 된 내용을 담아 내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별다른 데 있지 않다. 축제에 지역의 특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주최하는 지역만 다를 뿐 그저 그렇고 그런 행사들로 채워진 축제가 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당장 눈앞의 요깃거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다른 지역에서 성공했다는 공연을 그대로 재탕하거나 음식잔치로 전락하게 되어 축제의 진정한 모습을 잃게 되는 순서를 밟아 간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었을까. 요즈음 축제에 '사투리 경연'이란 이름의 행사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지역특색을 강화하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비쳐진다. 사실 지역성을 표피적으로 느끼는 데 사투리만한 것이 없다.

 

한 때는 사투리 사용에 대한 괜한 거부감을 가졌던 때도 있었다. 소설과 시 등 문예물은 물론이고 공중파 방송에서도 예외 없이 표준어만 사용해야 한다는 계몽적인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모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하는 '생활사투리'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은 절대적이다. 그뿐인가. 가스 강산에가 부른 '와그라노'는 이탈리아 음악으로 착각할 정도의 사투리 노래다. 이 정도라면 사투리는 장르를 무론하고 예술적 소재로도 거리낄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축제의 마당에 사투리가 한 꼭지 자리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사투리라는 소재가 좋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행사의 성공을 담보 할 수는 없다.

 

수 년 전에 전남지역 모 방송사에서 사투리를 소재로 한 행사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내 한계에 부닥쳤다. 이유인 즉 사투리를 곧 비속어로 인식하는 참가자들이 너무 많다 보니 대회장이 욕설 경연장으로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사투리 경연'의 현실을 잘 살펴서 기획하고 진행하지 않는다면 그 전철을 밟게 될 것은 뻔하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는 가장 손쉽고도 바람직한 방법은 주민들이 스스로 사투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평소 써온 말들을 돌아보고 사투리의 역할을 정리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사투리 경연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 지를 아는 것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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