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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舌禍

 

사람이 한 세상 살다보면 자신이 전혀 예기치 못한 화(禍)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말 때문에 당하는 설화(舌禍), 글 때문에 당하는 필화(筆禍), 전쟁이나 사고 또는 천재지변으로 당하는 불가항력적인 화 등등 그 경우도 수없이 많다. 이 가운데 설화는 사람이 조심하면 충분히 비켜갈 수 있는 성질의 것임에도, 한순간 방심하다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나 지금이나 말 실수로 국가나 조직에 돌이킬 수 없는 위해를 끼치거나 패가망신하는 사례를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는데도, 끊임없이 설화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성인의 말씀대로 만가지 화의 근원이 입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국민의 정부 시절 설화사건 금메달감으로는 단연 진형구 당시 대검공안부장 취중실언사건을 꼽을 수 있다. 기자들과 오찬중 폭탄주 몇잔에 취기가 올라 비보도를 전제로 "조폐공사 파업은 검찰이 유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가 언론에 대서특필 되는 바람에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게된 것이다. 국정조사와 함께 특검수사까지 받은 진씨는 항소심에서도 노조법상 제3자개입금지 혐의가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으나, 최종판결에서 "두 조폐창의 통합은 진씨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조폐공 사장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검찰간부의 취중실언 한마디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 사회혼란과 국력낭비를 초래한 어처구니 없는 설화사건 이었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어김없이 설화사건이 터졌다. '오페라 발언'과 '교사 비하발언'등으로 연일 설화를 불러온 최낙정 해양수산부장관이 발탁 2주만에 전격 경질된 것이다. '왜 우리는 태풍올때 오페라를 보면 안되나''노대통령은 내가 만나본 가운데 가장 훌륭한분''대통령이 위기에 처했는데 국무위원들이 몸으로 막아야 할 것 아니냐'는 등 대통령에게는 충성발언을 일삼던 그가 교사들에 대해서는 '초중고 12년 동안 존경하는 선생님이 한명도 없다'고 막말을 해대더니, 결국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충성발언도 듣는 장본인의 얼굴이 화끈거리고, 주위 사람들이 역겹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차라리 욕이나 다름없다. 튀는 성격이라고 아무때나 튀면 틀림없이 화를 부른다는 것을 입증한 좋은 사례다. '조심하라. 입을 조심하라. 도끼보다 더 무서운 세치 혀를 조심하라'는 서양 격언이 따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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