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사람 잡고 반풍수가 집안 망친다'는 옛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 말은 기능적으로 완성도가 낮은 사람의 일에 대한 능력과 그 문제점을 지적할 때 자주 쓰인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고 앞 부분만을 인용하곤 한다. 하지만 '반풍수'까지 나오게 되면 한 가지 뜻이 더 추가된다. '선무당'이야 개인적인 위해(危害)를 가하는 정도에서 그치지만 '반풍수'는 피해의 정도가 개인을 넘어서 집안 전체에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말을 달리 풀면 '모르거든 가만히나 있지'정도가 아닌가 싶다. 문제는 이처럼 자격이 되지 않은 사람이 일을 추스리게 되면 그 의도가 좋든 나쁘든 그 폐해가 주변에까지 미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 말은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일의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교훈적인 말이 어느 상황에서나 투명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모르는 게 약이다'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공존하는 것을 보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앞서의 옛 말과 상반되는 듯한 현상 하나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명현(瞑眩)'이라는 현상이 바로 그 것인데 '한의학상의 현상으로 복약 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예기치 못한 여러 가지 반응'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한약을 복용한 후 병기운이 더 심해질 때 흔히들 '명현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현상은 치료를 잘 못한 경우의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의학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의 일상사 가운데 앞서 이야기한 '선무당이나 반풍수'인지 아니면 치유의 과정 중에서 나타나는 '명현'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일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이다.
엊그제 부안에서는 또다시 큰 일이 터진 모양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민란'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니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 모양이다. 보건소와 청소년문화관 그리고 청소 차량과 응급차량 등이 불에 타거나 습격을 당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일부에서는 '명현 현상'정도로 가볍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태도인데 바해 다른 일각에서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식이다. 이런 부안의 상황은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심각한 사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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