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冬雪萬壑이라도 寒松獨蒼蒼이라 所以千載鶴은 不宿春林香이라
대동설만학 한송독창창 소이천재학 불숙춘림향
한 겨울에 눈이 온 골짜기를 덮어도 소나무는 홀로 푸르고도 푸르다. 이러한 까닭에 천년을 산다는 학은 향기로운 봄 수풀에 둥지를 틀지 않고 소나무에만 둥지를 트는 것이다.
조선 말기의 유학자로서 전라북도 부안의 계화도에 은거하며 많은 제자를 길러낸 간재(艮齋) 전우(田愚) 선생이 12구(句)의 배율(排律)로 쓴 〈송(松:소나무)〉이란 시의 끝 4구(句)이다. 학은 장수를 상징하는 새이다.
천년을 사는 학으로서는 항상 변함이 없이 안정된 곳에 둥지를 틀려고 한다. 천년을 살 학이 둥지가 불안해서야 어떻게 천년을 살 생각을 하겠는가? 그래서 학은 사시사철 변함이 없는 소나무를 택해 둥지를 틀고 소나무와 더불어 산다.
이에, 소나무도 장수를 상징하는 나무가 되어 버렸다. 따라서 소나무와 학을 함께 그린 그림은 무병장수를 송축하는 데 더없이 좋은 그림이다. 우리 주변에 소나무와 함께 학을 그린 그림이 많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화투의 '솔'도 그런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소나무가 변함이 없다는 믿음을 주었기에 천년을 사는 학이 그곳에 둥지를 틀듯이 사람도 믿음을 주는 사람에게만 믿을 만한 사람이 모여 든다.
내가 믿음을 주지 못하면 상대는 당연히 가슴을 열어 놓지 않는다. 그저 진실인 척 하는 몸짓으로 내 앞에서 대강 일을 하다가 더 좋은 자리를 만나면 아무런 미련도 없이 내 곁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서로 믿음을 주지 못하면 사회는 속고 속이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러한 사회이다. 어디에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까?
壑:골짜기 학 獨:홀로 독 蒼:푸를 창 載:해(年) 재 宿:잠잘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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